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07화
107화 변수 차단
“한 방 먹었군.”
한 방 먹었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보고들.
하나같이 좋은 소식은 없었다.
“조직에서는 이미 도핑제 이외에 새로운 방안을 찾은 모양이군요.”
셰인의 중얼거림에 올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밤의 습격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한 그녀는 얼핏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게요…… 이렇게 빠르게 대응할 줄은 몰랐어요.”
클라인을 비롯한 다른 네 개의 팀으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모두 아무런 전조도 없이 폭주를 시작했다는 이종족에 대한 보고였다.
결과는 모두 사망.
끝내 그들을 구해 내지 못한 것이다.
더군다나 거의 기습에 가까운 폭주였기에,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안 좋은 소식은 그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국과 하이엘 왕국에서도 테러가 일어났단 말이지…….”
그랬다.
이종족의 폭주 사태가 또다시 터진 것이다.
그것도 연합국을 포함한 제국과 하이엘 왕국에서까지 사태가 일어났다.
다만 다행이라면, 이를 대비하고 있던 오스튼 덕분에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오스튼은 그간 무명이 일으킨 테러 사태를 떠올리며 그들이 일으켰던 대상지의 공통점을 찾아냈고, 몇몇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의심되는 장소마다 병력을 배치해야만 했다.
제국에서는 아나스타샤가 직접 황실에 찾아가 황제에게 직접 허가를 받고 병력을 뽑아냈으며, 연합국에서는 마일드가, 그리고 하이엘 왕국의 경우에는 2왕자를 시켜 준비해 뒀었다.
다만 예상되는 위치가 한두 군데가 아닌 탓에 병력의 질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폭주한 이종족의 생포는 포기해야만 했다.
“이미 밖에서는 시끄럽군요.”
“벌써 세 번째니까요…….”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연달아 터진 테러에 시민들의 여론은 좋지 못했다.
낮이 되자마자 신문사들은 특종을 알려 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다행히도, 계속해서 사방에 정보원을 뿌려 둔 둔 마일드 덕분에 여론이 최악을 향해 달려가지는 않았다.
[속보! 테러를 일으킨 주동자들의 기지를 습격한 연합국 병력!] [비밀리에 움직인 야밤의 군대. 이번 작전의 핵심은 신속 단결?] [연합국만이 대상이 아니다. 이미 제국과 하이엘 왕국에도 퍼진 테러 사태!] [마일드 의장은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었나?]이종족 노예 수용소를 기습하는 과정에서 마일드는 이미 자신이 알고 지내는 몇몇 기자들을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고, 다행히 그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세 번이나 연달아 터진 테러이긴 했으나, 동시에 적진을 타격했다는 소식은 시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질서가 지켜지고 있었다.
“덕분에 마일드 의장은 바빠졌네요.”
이미 그는 다른 의원의 허가도 없이 멋대로 병력을 움직인 탓에 의회에 불려 나갔다.
대외적으로는 대처를 잘했다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으나, 어찌 됐든 멋대로 병력을 움직인 것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저도 바빠지겠네요.”
“대처를 잘하셔야합니다. 어제 일을 봐서는 황태자가 움직인 것 같으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어제 일어난 암전 사태.
발광석으로 저녁 시야를 밝히던 비두론의 성이 때 아닌 어둠에 휩싸이지 않았던가.
필히 황실의 대 마력 장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메자이아 대수림 탐사 당시에도 황실의 기사, 도미닉이 썼던 장비와 유사한 효과를 냈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황제가 직접 명령했을 리는 없을 테니, 이는 황태자가 꾸민 일이라고 봐야만 했다.
“이제 정말…… 선을 넘었네요.”
그리고 이는 올리시아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여태까지와 달리 정치적 공작이 아닌, 실제로 신변에 위협을 가한 것이었으니.
올리시아는 평소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다니지만, 정말 생긴 것처럼 순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 기습이 성공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을 겁니다.”
“왜 그런가요?”
“그런 것치고는 병력을 너무 적게 보낸 감이 있었지요. 아마 이쪽의 시간을 끌 목적이었을 겁니다.”
직접적으로 신변에 위협이 찾아오면 아무래도 사람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던가.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행동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리시아는 전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이다.
“아하.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그럼 저도 다시 움직여야겠네요.”
이번 사태는 황태자, 새뮤얼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조직의 신호탄이었다.
하이엘 국왕을 제물로 바치고, 인간들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화선에 불을 지핀 것.
물론 조직 또한 본격적으로 자신들을 드러낼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미리 인간들 간의 신뢰를 허물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또한 새뮤얼은 보다 시간을 끌었다가 움직일 생각이었을 테지만, 예상외로 올리시아를 위주로 정치적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자칫 이러다가는 자신이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올리시아가 먼저 일을 해결할 수도 있는 상황.
새뮤얼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쪽도 여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어찌 됐든, 정보를 얻는 데는 실패했으니 말입니다.”
“네에. 아무래도 그렇겠죠.”
“거기에 무명의 움직임을 보면 그쪽도 자신들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슬슬 황태자에게 자신들이 남긴 증거를 보내겠죠.”
하이엘 국왕이 테러의 배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새뮤얼은 곧바로 이를 국제 사회를 통해 정식으로 항의할 것이다.
매우 확실한 정황을 들고 일어설 테니, 그렇게 된다면 연합국에서도 하이엘 왕국을 지지할 방법이 사라질 터.
새뮤얼이 이를 놓치지 않고 긴 시간 동안 물고 늘어진다면 이는 충분히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생에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었지.’
다만 지금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셰인은 확신했다.
올리시아가 보다 빨리 정치 활동에 나서게 되면서 새뮤얼은 전생만큼 황실의 귀족들을 휘어잡지 못한 상태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때 마음이 변한 귀족들을 단호하게 쳐내지 않았던가.
그들은 모두 올리시아의 휘하로 들어가게 되면서, 전생만큼 새뮤얼의 발언권이 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황제가 살아 있다.’
전생에는 황제가 병환으로 죽음을 맞이함과 동시에 새뮤얼이 혼란스러운 정국(政局)을 전쟁이라는 단어로 휘어잡으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보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번에는 그 시기가 너무 일찍 찾아온 탓에 올리시아가 대처만 잘한다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 사실을 무명이라고 해서 모르고 있을까?
‘놈들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지.’
여태까지는 셰인이라는 변수 하나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무명이었지만, 이제는 그들 또한 셰인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한 상황이다.
그러니 다른 수를 생각하려고 할 터.
셰인은 그 변수가 무엇일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셰인도 확신을 할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지금 셰인이 생각하는 변수가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엘퀴네스…….’
며칠 전 자신의 꿈에서 나왔던 정령왕.
그녀의 존재가 변수로 존재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이것은 산왕의 신성이 멋대로 보여 준 것뿐인지라, 셰인으로서도 이게 변수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언제나 철저한 계산과 확률을 두고 움직이는 셰인이었기에 산왕의 신성이 보여 준 그 꿈 하나만 믿고 움직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셰인이 입을 다물고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
“셰인 님.”
애덤이 찾아와 한 가지 사실을 알려왔다.
6번째 이종족 노예 수용소로 의심되는 곳으로 향했던 다크엘프가 큰 부상을 입은 채 돌아왔다는 소식이었다.
“그럼 저도 바로 움직일게요. 이후 일정이 생긴다면 저에게 알려 주세요.”
그 말에 올리시아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새뮤얼의 정치 공작에 대항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고, 셰인은 애덤과 함께 포탈을 이용해 지하도시로 향했다.
“큭, 면목이 없습니다.”
다크엘프, 아르웬의 부상은 심각했다. 한쪽 팔이 뜯겨져 나갔고, 그마저도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한 것인지 지금도 상처 부위에 고름이 심했다.
그로 인해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불굴의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당시 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가 담당한 지역은 연합국의 수도와 그리 멀지 않은 숲속 폐갱도.
더 이상 광물이 나오지 않아 폐쇄된 곳이었다.
“나무의 기억을 통해 너에게 말을 걸었다고?”
“예. 분명합니다.”
“음…….”
옆에서 함께 설명을 듣던 애덤의 표정은 애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의 기억을 통해 마주한 존재가 직접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만약 아르웬이 한 말이 맞다면, 상대는 미래의 아르웬에게 말을 걸었다는 뜻이 된다.
적어도 애덤의 상식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듣고 있던 셰인의 표정은 점차 심각해졌다.
‘시간선에 개입할 정도로 강인한 존재가 그곳에 있다라…….’
어쩌면 단순히 아르웬이 착각한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셰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착각이라고 말하기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생이라면 모를까, 이미 셰인 본인부터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존재이지 않나.
그러니 정체불명의 존재가 미래의 아르웬에게 말을 걸었다는 현상을 아예 불가능하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혹, 이게 정령왕과 관련이 있다면?’
정령왕쯤 되는 이와 관련이 있는 존재라면 다른 시간선에 간섭은 불가능할지라도, 미래를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셰인은 관점을 달리해 봤다.
“부상은 어떻게 입은 거지?”
“아, 제 부주의함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그 존재와 마주한 직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뒤에서 온 적을 뒤늦게 알아차렸죠.”
그만큼 다급했던 상황이었던지라 아르웬은 잘린 한쪽 팔을 챙길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우선 안식을 취하도록. 나머지는 우리가 해결하도록 하지.”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르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뒤, 셰인은 애덤과 따로 자리를 가졌다.
“일부러 보내 줬군.”
“예? 일부러 말입니까?”
“그래.”
기척을 숨기는 데 도가 튼 다크엘프를 찾아내고 한쪽 팔까지 취한 상대다.
아무리 다크엘프가 날쌔다고는 하지만, 부상을 입은 아르웬을 쫓아오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아르웬은 무사히 생환해서 돌아왔으니, 이는 적이 일부러 살려서 보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내게 보내는 초대장으로밖에 보이질 않는군.”
왜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는 걸까.
애덤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보이자, 셰인이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지하 경매 당시, 다크엘프와 함께 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나. 놈들 입장에서는 내가 거슬렸겠지.”
“아, 그렇군요. 확실히…….”
무명이라고 해서 셰인의 정체를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면을 쓴 상태로 셰인이 무명 앞에서 모습을 여러 번 드러내지 않았던가.
그때마다 무명은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메자이아 대수림의 다크엘프 탈취와 아룬비다의 전쟁, 그리고 이번 지하 경매장의 사건까지.
“이번 기회에 나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싶은 모양이야. 그래서 아르웬을 살려 보낸 것이고. 일종의 초대장이지.”
“……가실 겁니까?”
“그래.”
“함정일 게 분명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셰인도 애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위험하겠지.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있었다.
‘그곳에 엘퀴네스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 확률이 높다.’
단순한 감은 아니었다.
아르웬의 설명을 듣는 내내 산왕의 신성이 아주 미약하게 반응을 보였으니.
아르웬이 그곳에서 마주한 존재.
높은 확률로 엘퀴네스와 연관이 있을 터.
두 눈을 감은 셰인은 애덤에게 말했다.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그 뒤에 1황녀에게 병력을 모아서 찾아오라고 하도록.”
“……알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