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09화
109화 교만과 정의 (2)
교만의 루치페.
놈에 대한 이야기는 전생에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드래곤의 피조물.
창조주를 뛰어넘길 원하던 피조물.
아카샤의 대봉인으로부터 생존한 유일한 드래고니안.
마력에 있어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드래고니안을 마법 하나만으로 상대하겠다는 것부터가 어리석었다.
탐색전은 명백히 셰인의 패배였으나.
그렇다고 아예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오리진을 쓰지 않는군.’
애초에 오리진을 쓸 수 있다면 셰인은 탐색전을 할 틈도 없이 전력을 발휘해야 했을 터.
그러나 루치페는 비록 전력을 다한 느낌은 아니었으나 오리진을 사용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거로군. 인간으로부터 기원이 됐다던 그 힘이.”
방금까지 나른한 듯 보이던 루치페의 기세가 달라졌다.
보다 본격적으로 변했다고 해야 할까.
“안 그래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네놈들이 쓰는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루치페의 저 말을 들은 직후, 셰인은 자신이 전생에 들었던 정보를 확신할 수 있었다.
루치페는, 오리진을 혐오한다.
전생에 루치페가 반란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저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내 전임자? 병신 새끼였지. 이런 개쩌는 힘을 내버려 두고 안 썼거든.]루치페가 죽고 그 자리를 디라일라가 차지하게 되면서 들었던 말이다.
당시 디라일라는 루치페가 반란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오리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땐 정말 이유가 그것 하나뿐일까 생각했으나, 지금 놈의 표정을 보아하니 셰인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루치페가 오리진을 쓰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어디 한번 보자고. 그자가 왜 그 힘을 탐내기 시작했는지.”
루치페가 본격적으로 마력을 운영하자 주변 일대가 울렁이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높은 수준의 마력이 움직이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애시드 스톰(Acid storm).
역한 녹색 안개가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어둠으로 몸을 보호한 셰인과 다르게, 안개에 닿은 광산의 벽은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6서클 중에서도 상위에 드는 산성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사정거리 내에 있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린다.
‘혼자 오길 잘했군.’
만약 다른 동료들을 데리고 왔다면 방금 저 마법에 대부분이 당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마법사가 무서운 이유다.
말도 안 되는 범위.
이런 마법은 술자를 죽이거나 마법이 취소될 정도의 충격을 줘야만 하는데, 이미 루치페의 주변으로는 보다 격한 산성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나마 다행인가.’
언젠가 반란을 일으킬 놈이지만,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당장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모양이다.
놈이 운영하는 마력의 수준을 생각하면, 본래 방금 그 마법으로 광산은 무너졌어야 정상이었으니.
그러나 최대한 이목을 피해야 하는 놈의 입장에서 광산이 무너질 정도의 마법은 최대한 자제하거나, 아니더라도 광산 자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탐욕으로 이루어진 어둠은 이 산성 폭풍마저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호오. 확실히 그자가 눈독을 들일 만한 힘이야. 드래곤의 마력마저 먹어치우는 건가?”
하지만 루치페는 가소롭다는 듯 셰인을 내려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놈으로부터 흡수한 마력이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마력의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드래곤의 피를 이은 드래고니안의 마력이지 않은가.
탐욕에 의해 흡수되었다 한들 그 난폭한 성질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마법사였다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마력 폭주로 이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2년 전의 셰인이었다면 이 마력을 컨트롤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어야만 했을 터.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움직여라.’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셰인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세가 달라지자 루치페는 더욱 흥미로운 눈길로 셰인을 바라봤다.
“네놈…… 창조주의 무언가를 섭취했구나!”
놈이 드래곤의 피를 이었다면, 셰인 또한 드래곤과 관련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드래곤의 역린.
엘프들의 세계수, 그린 드래곤의 사체로부터 받게 된 드래곤의 역린이 루치페의 마력을 단호하게 인도하자, 그 사나웠던 마력이 한순간에 진정되어 셰인이 인도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 산성 폭풍에 대항할 마법을 영창했다.
블레이즈 샤워(Blades shower).
확실히 드래고니안의 마력이라 해야 할까.
공식으로만 알고 있던 5서클 마법을 시전하는 데 별다른 부담은 생기지 않았다.
맹렬하게 돌아가는 셰인의 서클을 보호하듯 드래곤의 역린 또한 수준 이상의 마법을 선보이는 데 오는 반동을 짊어졌다.
천장에서부터 불꽃의 비가 터져 나오자, 산성 폭풍과 맞닿아 폭발을 일으키며 산성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후하핫! 놀라긴 했다만, 결국 한계가 보이는군. 그딴 게 통할 것 같으냐!”
그러나 이미 셰인의 영창을 읽은 루치페가 또다시 마력을 휘둘렀다.
성질 변환.
블리자드 필드(Blizzard field).
산성 폭풍이 한순간에 눈보라로 뒤바뀌어 불꽃의 비를 먹어치웠다.
하지만, 셰인도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성질 변환.
플레임 어스 레인(Flame earth rain).
“뭣?!”
역으로 화속성이 담긴 모래 폭풍이 일어나자 눈보라의 대지가 온기에 녹아내린다.
그 광경에 루치페가 처음으로 당혹이라는 감정을 내비쳤다.
성질 변환은 오로지 루치페만의 특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생각처럼 셰인은 루치페의 마법을 그대로 따라 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다급히 만들어 낸 열화판에 불과했으니.
이미 발동된 마법의 성질을 변환시키는 것은 당장 셰인조차도 불가능한 영역이다.
뇌의 연산속도가 루치페를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변환식으로 만든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비록 연산 속도는 뒤처질지언정, 분석력마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석에 있어서만큼은 루치페 이상의 영역에 도달한 셰인이다.
그렇기에 처음 탐색전을 했을 때부터 셰인은 루치페의 패턴을 읽었고, 나름 놈의 패턴 자체가 단순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녀석이 다루는 마법 자체가 분해와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마법이 상대의 마법 원소의 반대 성질만을 가지고 온다.
이 원 패턴이 몇 차례나 이어졌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루치페의 다음 행동을 예상하고, 마법 패턴을 짜는 단계서부터 변환식을 때려 넣으면 된다.
다만 이런 식의 변화를 주는 것은 셰인으로서도 처음이었기에, 준비 단계에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단점은 탐욕의 오리진으로 놈의 마법을 방어하는 것으로 대처했다.
“건방진!”
그 뒤로도 몇 차례나 셰인에게 수를 읽힌 루치페의 얼굴이 구겨졌다.
‘평정심이 깨지고 있군.’
교만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놈은 우습게 보이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자신만이 쓸 수 있던 성질 변환을 셰인이 금세 따라 한다는 것으로부터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을 터.
‘아르카네. 괜찮나?’
[예…… 주인님. 아직 버틸 만합니다.]다만, 셰인도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어찌 됐건 루치페의 마법을 막으며 그 마력을 흡수하는 아르카네지만, 그만큼 충격도 함께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슬 승부수를 던져 봐야겠는데.’
실상 여태까지 셰인이 루치페의 마법을 잘 받아치고 있긴 했으나, 반대로 루치페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전 속도에 있어서도 루치페에 밀렸고, 탐욕의 오리진을 통해 루치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탐욕은 상대와 셰인의 격이 아득히 벌어져 있을 때나 단번에 집어삼킬 수 있는 것.
오리진을 더 공격적으로 운영해 무리를 한다면 루치페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 있겠으나.
당장 그걸 감당하는 아르카네부터가 이미 한계까지 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 나섰다간…….
‘한 번에 끝내지 못하면 오히려 이쪽이 당한다.’
승부수를 던지는 게 아니라 도박에 더 가까운 행위였다.
또다시 날아오는 루치페의 마법을 파훼한 셰인이 입을 열었다.
“드래고니안도 별거 없군. 고작 조금 뛰어난 마법사에 불과했나. 그 정도로 스스로의 창조주를 뛰어넘으려는 건가?”
“……하. 네놈. 점점 너를 잡아 가야 할 필요성이 늘어나는군. 아쉬운 일이야. 그 빌어먹을 늙은이가 죽지만 않았더라면 네놈의 목만 가지고 가도 됐을 텐데.”
늙은이.
추정하기를 아마 고든일 것이다.
고든이라면 죽은 자로부터 기억을 빼내는 데 그리 수고스러운 일도 아니었을 테니.
“그래, 어디 조금은 진심을 더해 보도록 하지. 미리 말해 두는데, 죽지는 마라.”
또다시 주변 마력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셰인이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루치페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그에 셰인은 직감했다.
저 마법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일격필살의 마법이라는 것을.
8서클 상위 마법.
인시너레이──
그렇게 검붉은 마력이 일점으로 집중되는 그 순간.
“이래서 오만한 것들은 상대하기 쉽지. 예전부터 그랬어.”
루치페의 시선이 셰인의 품에서 나온 육각면체 오브에 닿았다.
“그건……!”
육각면체 오브로부터 짧은 섬광이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자 일대의 마력이 동결되었다.
‘빌어먹을 인간 황족 놈들의 장난감이 왜 여기에?!’
한때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황실의 호위기사단장, 도미닉이 썼던 반마력 아티팩트가 셰인의 손에 의해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따라 루치페의 마법까지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마법을 캔슬하려고 했다.
아무리 드래고니안이라 하더라도 반마력 파장으로부터 마법을 완성시키기엔 불가능했으니.
아니, 가능은 할 테지만 짧은 시간에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놈이 그사이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끝내 루치페는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마법의 캔슬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셰인이 이미 내다본 한 수였다.
“그렇게는 안 되지.”
“네놈?!”
“아르카네.”
[예, 주인님.]“놈에게 돌려줘라.”
[알겠습니다.]루치페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놈은 끝까지 셰인이 쓰는 오리진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저 셰인의 오리진이 마력을 훔쳐다 쓰는 용도로만 파악한 것.
태생부터 오만함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놈은 의심이라는 것을 할 줄 몰랐다.
탐욕이란 것은 고작 마력을 충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타인의 것을 빼앗는 능력.
즉, 여태까지 아르카네가 흡수하고 셰인이 분석한 결과, 조금이나마 루치페의 마법에 간섭할 권한이 생겼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권한이었지만, 마법이라는 것은 수식 하나만 틀어져도 전혀 다른 현상을 일으키는 민감한 학문.
특히 당장 불안정한 마법에 그만한 간섭은 더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방심의 대가로 만들어진 그 짧은 순간, 셰인의 손끝으로 새하얗게 타오르는 백염이 일렁거렸다.
“어떻게 한낱 인간이 두 개의 힘을─ 쿨럭?!”
경악한 루치페가 그리 외치기도 전에 울컥 피를 쏟아 냈다.
위기감을 느끼고 불완전한 마법을 강제로 발동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반동으로 마력 폭주가 시작됐으나, 강인한 드래고니안의 육체는 이마저도 견뎌 냈다.
하지만, 루치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또한 셰인의 예상 속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마, 마법이……!”
마력 폭주로 인해 루치페의 마력이 크게 흔들린 그 순간, 셰인은 자신의 또 다른 힘, 백염을 루치페의 마법에 날려 보냈다.
마력을 불사르는 그 힘이 루치페로부터 마법의 소유권을 강탈하고, 고스란히 그 빈자리를 셰인이 차지했다.
본래 검붉은빛을 띠던 루치페의 마법이, 이제는 탐욕의 오리진으로 인해 칠흑의 색채를 띠었다.
8서클 상위 마법.
인시너레이트(Incinerate).
강적을 죽일 마법을 쓸 수 없다면, 상대의 마법을 빼앗아 쓰면 될 뿐.
맞닿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파멸의 빛이 일점으로 모여, 빛의 속도로 루치페의 머리에 정확히 쏘아져 나갔다.
“이 내가, 이렇게……?!”
그때.
루치페와 인시너레이트 사이로 새하얀 인영이 끼어들었다.
“이거, 정말이지 놀랍군.”
카가가가각──!
무엇이든 꿰뚫는 빛이, 둘 사이에 끼어든 존재의 검 앞에 가로막혔다.
사자 갈기와 같은 체모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갑옷 위까지 느껴지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
“이해해 주시오. 이거, 가만히 참고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지. 안 그런가, 의문의 존재여.”
“…….”
“도대체, 어떻게 우리 황실의 힘을 쓸 수 있는 거지?”
올리버 G 대니얼.
현 저지먼트 기사단장이 활활 타오르는 백염의 오러를 두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