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1화
11화 학과 시험 (4)
인공 던전을 지켜보고 있던 상황실에 비상이 걸렸다.
“미친! 지금 몇 시야?”
“시험 시작하고 15시간 47분!”
“고작 16시간 만에 던전 하나를 클리어 했다고? 진짜?”
“빨리 교수님들께 알려!”
알프렌은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겨 교수 휴게실로 향했다.
평소라면 던전 클리어가 진행되더라도 교수를 깨우러 가는 일은 없었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교, 교수님!”
“음. 알프렌. 무슨 일인가?”
한때 기사단장이었던만큼, 다급한 알프렌의 발걸음 소리에 이미 잠에서 깨 있던 벤자민이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행시간 15시간 47분. 던전을 클리어 한 생도가 나왔습니다.”
“……15시간 47분이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표정에 변화가 없던 벤자민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최단 기록이로군.”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복장을 갖췄다.
“알프렌. 역대 지휘학과 시험에서 가장 짧은 클리어 타임이 몇 시간이었지?”
“이, 26시간 21분이었습니다.”
“거의 10시간을 단축시켰구먼.”
물론 역대 시험 모두 던전의 타입과 몬스터의 동료가 제각각이었으나, 기본적으로 던전은 짧으면 이틀, 길게 잡으면 일주일 정도는 소요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마당에 고작 16시간?
벤자민은 수많은 던전을 경험했고 또 들어왔다.
던전에 들어가는 이들의 실력에 따라 클리어 속도가 천차만별일 테지만, 그 벤자민조차도 셰인과 똑같은 조건으로 던전에 들어간다면 그 안에 끝낼 자신은 없었다.
“기록일지는 가지고 왔나?”
“예, 예. 여기 있습니다.”
맨 처음, 셰인이 던전에 들어갔을 때 있던 일에 대한 설명이 주르륵 나열됐다.
이는 여태껏 셰인의 행동을 하나하나 상세히 기록하던 알프렌이 고생한 흔적이었다.
“그러니까, 함정으로 가득한 땅굴에 또 함정을 파서 커스 고블린을 처리했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셰인이 데리고 간 세 개체의 골렘.
다만 셰인이 고른 골렘은 하나하나 모두 값비싼 골렘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어둠에 몸을 숨기고 움직이는 암살자, 다른 하나는 흙마법에 능통한 마법사, 마지막 하나는 거대한 대검을 든 엘리트 전사였다.
암살자와 엘리트 대검 전사의 경우에는 각각 150포인트가 들어갔고, 마법사는 200포인트나 날아갔다.
그렇게 남들은 10~20개체의 골렘을 데리고 갈 때, 셰인은 500포인트를 남겨 두고 단 세 개체의 골렘만 들고 간 것이다.
이를 보고 여타 다른 생도들은 비싼 골렘만 가지고 가면 던전이 클리어되는 줄 아느냐며 비웃었지만, 실은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
흙마법사와 암살자를 이용해 커스 고블린들이 설치한 함정을 교묘하게 바꾸어 도리어 커스 고블린이 함정에 걸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평소처럼 안전한 줄 알고 지나가던 커스 고블린이 함정에 빠져 즉사했고, 셰인은 그 뒤로 한 마리는 중상만 입힌 채, 다른 함정으로 고블린들을 유인해 왔다.
“운영에 있어서 능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군…….”
셰인의 깔끔한 행동에 벤자민은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이게 정말 던전에 처음 들어간 생도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인가?
적을 깔끔하게 죽이기보다, 활용성을 먼저 찾는다.
잔인함은 악독한 취향이지만, 셰인의 행동은 냉철한 잔혹함이었다.
“저 땅굴은 하루에 4번씩 일정한 주기에 따라 독기가 땅굴을 가득 메우지. 녀석은 그 시간도 정확히 계산했군.”
“마, 맞습니다. 거기다 놀랍게도…….”
“그래. 고블린이 주로 쓰는 마취제를 분연구에 쑤셔 넣었어.”
그 결과, 분연구에서 독기가 터져 나오자, 그와 함께 마취제도 동굴을 가득 메웠다.
그러는 사이 셰인은 고블린들의 마취제와 함께 있던 해독제를 천에 적셔 마스크처럼 쓰고 다니며 던전을 활보했다.
“그런데 벤자민 교수님. 저건 괜찮은 겁니까?”
조교의 말에 벤자민은 피식 웃었다.
조교가 말한 것은, 셰인과 골렘들 전체에 씌워져 있는 발광이끼였다.
“지휘관이 직접 만들긴 했지만, 전투에 사용된 게 아니지 않나. 녀석은 규정대로 고블린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마취제가 퍼짐과 동시에 셰인은 멀뚱히 기다리지 않았다.
아무리 마취제를 분연구에 쏟아 넣었다 하더라도 커스 고블린은 기본적으로 신체에 마취제의 항체가 만들어진 몸이다.
일정 기간 몸이 굳긴 할 테지만, 그게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부터 셰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바닥과 벽에 난 발광이끼를 몸에 두르고 독기가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 움직인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보기엔 도박에 가까웠다.
“발광이끼는 땅 밑으로 자기들끼리 연결된 줄기가 있지. 발광이끼가 독기를 빨아들여 생명력이 강할 거라 착각들 하는데, 아니잖나.”
“예. 조금만 줄기를 상하게 만들어도 줄기와 연결된 발광이끼들이 단체로 죽어 버리죠. 미세한 마력으로 연결된 녀석들이라, 마력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혹은 그와 관련된 기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낭패였을 겁니다.”
“그렇지. 녀석은 그걸 알고도 발광이끼를 자신의 몸에 두른 것이고.”
“그럼 처음에 몇 시간 동안 땅을 보고만 있던 것도…….”
“그래. 발광이끼의 줄기들끼리 연결된 마력 패턴을 확인하고 있던 것이지.”
“저는, 그게 가능하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생각해 봤을 법한 일이지. 그걸 직접 행동으로 옮길지는 본인의 판단 여부겠지만. 녀석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던 거고, 그걸 실현시킨 것뿐인 것이지.”
제국의 기사단장직에 있던 벤자민은 수많은 인재들을 봐 왔고, 그들이 만들어 낸 놀라운 일들을 여럿 봐 왔기에 그리 놀라울 것도 없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천재가 있는 법일세.”
그렇게, 셰인은 스스로 만든 마취제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고블린을 손쉽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주술사 고블린을 마주하는 것까지 확인한 벤자민은 밖으로 나가 셰인을 맞이할 준비를 갖췄다.
* * *
“대단하더군. 채 하루도 지나지 않고서 던전을 클리어 할 줄이야.”
“감사합니다.”
셰인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벤자민의 칭찬을 받아들였다.
“그거 아나? 스피드런의 최고 기록은 26시간이었네.”
“제가 10시간을 단축시켰군요.”
“또 커스 고블린 던전의 클리어 방법에 대해 획기적인 발견을 하기도 했지.”
“그렇습니까.”
“26시간이라는 그 최고 기록을 누가 세웠는지 아나?”
당연히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기억할 셰인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대충 누구일지는 감이 잡혔다.
“이런 부분에서는 또 정보가 부족하군. 부끄럽지만 나일세.”
“역시 그러셨군요.”
“별로 놀라진 않는군?”
“벤자민 수석교수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뛰어난 안목과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지휘력. 이미 제국뿐 아니라 연합국에서도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그 말에 벤자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곤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군. 엘리트 대검 전사는, 마지막에 그 전투를 예상하고 데려갔던 건가?”
벤자민의 물음에 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전투.
던전의 끝에 도달했을 때 셰인이 마주한 것은 슬슬 마비 효과에서 거의 다 벗어난 주술사였다.
그러나 주술사 옆에 있던 다른 커스 고블린들은 아직 덜 깬 탓에 녀석을 제압하기까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압’이라는 결과였다.
셰인은 거기서 당장 커스 고블린 주술사를 죽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잠시 두 눈을 감고,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다.
그렇게 주변을 주시하던 셰인은, 엘리트 대검 전사에게 명령해 한쪽 벽을 부수라 명했다.
잠시 후, 흙먼지가 일어나며 무너진 벽 너머로는 보랏빛 마력석이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보통 푸른빛을 머금은 여타 다른 마력석과는 다른 형태의 돌.
“책에서만 봤습니다만, 꽤 잘 구현해 놨더군요.”
그것은, 몬스터들에게 더 없기 귀중한 마력의 근원이라는 돌이었다.
몬스터가 섭취 시, 한 단계 더 높은 상위종이 될 수 있는 방법.
셰인은 그 돌을 고블린 주술사의 입에 억지로 집어넣고, 경과를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 주술사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며, 매스 홉 고블린 주술사라는 상위 개체가 되었을 때.
셰인은 놈이 눈을 뜨기도 전에 엘리트 대검 전사를 시켜 놈의 목을 따 버렸다.
보통이라면 매스 홉 고블린의 시체가 남았을 자리에 금빛 코인 하나가 남겨졌다.
“그런데 이건 뭡니까?”
그때 주운 코인을 품에서 꺼내 들어 묻자, 벤자민이 웃으며 말했다.
“입장권일세.”
“입장권 말입니까?”
“아카데미 내에 저장되어 있는 아티팩트들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 있나?”
“그런 게 있다는 소문은 들어 봤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 소문으로만 알려진 이야기였다.
셰인 또한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다.
“‘저장고’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라 생각하면 된다네.”
“…….”
“그리고 그곳에서 자네가 원하는 물품 한 가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지. 물론, 대가도 있다네.”
“대가 말입니까?”
“만약 자네가 계속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한다면, 언젠가 한 번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해 줘야 할 걸세.”
“……알겠습니다.”
애초에 아카데미 강의가 대가인지도 잘 모르겠다.
연합국 아카데미에서 일일 강의를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의 이름값을 높이는 행위이기에, 손해 볼 게 없다 생각한 셰인은 품에 금색 코인을 잘 넣어 뒀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별거 없네. 배정된 숙소에서 쉬도록. 물론, 일주일 뒤에 있을 필기시험도 준비해야겠지만.”
이어지는 대답에 셰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고, 벤자민은 그런 셰인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마법학과 교수의 말에 의하면 셰인은 머리를 쓰는 데 재능이 있었다고 하니 필기시험도 어렵지 않게 합격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벤자민은 셰인의 무미건조한 눈빛을 떠올렸다.
언뜻 세상사 전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던 눈빛.
아무런 감정도 보여 주지 않던 그 눈을, 벤자민은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전장에서 살아간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던 눈.
심지어 셰인의 눈은 그보다 더 속을 알 수 없을 정도고 깊어서, 계속 보고 있자면 자신마저 감정이 지워질 것 같은 그런 위험한 눈빛이었다.
고작 저 나이에 어쩌다 저런 눈을 가지게 됐는지.
“특이하군.”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감에 불과했기에.
벤자민은 등을 돌려 자신의 남은 업무에 충실하기로 했다.
* * *
나른한 오후였다.
클라인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방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셰인은 줄곧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고 있었다.
지난 삶, 언제나 타락에 의해 신체의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언제나 가슴속에 응어리진 감정과 타락의 힘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비록 회귀를 한 후로 타락의 힘이 느껴지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종의 트라우마라 해야 할까.
이렇게 시간이 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며 증세가 없는지 확인해야만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던 도중, 셰인은 자신의 심상세계 내부에 무언가 검은 응어리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건……?’
보다 가까이 다가가 응어리의 정체를 확인하던 도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런 셰인의 집중을 깨뜨렸다.
“형님. 안에 계십니까?”
“……그래. 잘 끝냈느냐.”
“예. 무사히 끝냈습니다.”
전생에도 나름 지휘에 일가견이 있던 클라인이었기에.
셰인은 거기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이후 셰인은 밖에서 함께 식사라도 하지 않겠냐는 클라인의 용기 어린(?) 제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복도를 걷던 도중.
“거기 신사분들.”
“…….”
“예? 저희 말입니까?”
맞은편 복도에서 걸어오던 한 소녀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네. 두 분이서 걸으시니 마치 유명 화가의 화폭 같군요.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불러 세웠답니다.”
유명 화가의 화폭이라.
셰인은 저 말이 자신들보다, 눈앞에 서 있는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서 만나는군.’
클라인보다도 반짝이는, 마치 가을의 보리밭을 연상케 하는 백금발 머리카락. 그런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청량한 숲과 같은 에메랄드 빛 눈동자는 소녀의 아름다움을 더더욱 부각시켰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작은 얼굴에 모두 담겨 있으니, 그 아담함에 남자라면 절로 보호 본능이 자극될 것 같은 외모였다.
그러나 소녀의 목소리에서는 알 수 없는 권력자의 기운이 담겨 있었으니.
사람의 영혼을 꿰뚫어 보는 셰인의 눈에 비친 그녀는 외관과는 다르게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강철의 벽으로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지휘학과 실기 시험장으로 가고 싶어서요.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곳이라면 2관 건물 뒤로 가시면 됩니다.”
“어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소녀가 자리를 떠나고, 셰인은 그녀의 자취가 사라질 때까지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확실히…… 정말 아름다운 분이셨지요?”
“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셰인이 가볍게 수긍했다.
“……?”
그러다 뒤늦게 클라인의 표정을 확인한 셰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모르게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클라인이었다.
분명 무슨 쓸데없는 오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셰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은 알까.
방금 지나간 그 여자가, 제국의 두 송이 꽃 중 첫 번째인 제1황녀 제페르 디 아르샤 올리시아라는 사실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