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10화
110화 교만과 정의 (3)
백염.
모든 마법사들에게 사신이나 다름없는 힘.
현재의 제국이 있도록 만든 힘이자, ‘정의’의 오리진을 사용한 오러다.
그런 백염을 전신에 두른 저지먼트 기사단장, 대니얼이 차가운 눈빛으로 셰인을 노려봤다.
“똑같군.”
대니얼의 혼잣말에 루치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아룬비다에서 그 정체 모를 불길한 용을 소환했던 자와 똑같아. 거기에 우리 황실에서도 몇 개 보급되지 않는 반마력 아티팩트를 어떻게 소유하고 있는 거지?”
대니얼의 질문에도 셰인은 답하지 않았다.
다만, 머릿속으로 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뿐.
‘이전처럼은 안 된다.’
살리에르 백작을 죽였을 당시에도 저지먼트 기사단원을 상대했던 적이 있었다.
다이라라는 이름의 기사였다.
하지만 다이라와 다르게 대니얼의 백염은 근본부터가 다르다.
마법도 힘의 강도에 따라 승부가 정해지듯, 오리진도 똑같은 이치에 따라 흘러간다.
대니얼의 백염은, 2년 전에 만났던 다이라라는 기사와 다르게 셰인의 탐욕이 한 번에 집어삼키기 못할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뭐, 잡아서 물어보면 될 일이지. 제압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한편, 대니얼은 루치페와 다르게 한 치의 긴장도 풀지 않고 셰인을 노려봤다.
아룬비다에서 봤던 정체 모를 용의 형상.
당시 대니얼은 생에 처음으로 온몸이 굳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황태자의 명령에 따라 눈앞의 엘더 샤먼을 죽일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런 상대가 눈앞에 있으니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앞서 루치페가 어떻게 당했는지 본 대니얼은 셰인과 굳이 탐색전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장소가 그리 좋지 못했다.
어찌 됐든, 대니얼의 백염은 눈에 띄는 기술이었으니.
황태자의 비밀스러운 명령에 의해 이곳까지 찾아온 대니얼은 백염을 자신의 검에 압축시키며 셰인에게 달려들었다.
과연 저지먼트 기사단의 단장이라는 것일까.
그의 돌진은 흡사 바람과 같아서, 한순간에 셰인의 앞까지 당도했다.
그러나 셰인도 그에 못지않게 반응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기사들을 상대했고 또 그들의 기억을 강탈했던가.
반마력 파장을 일으키는 아티팩트를 회수하고, 불의 검을 소환해 그 위로 탐욕의 오리진을 두른 셰인은 그런 대니얼의 검과 마주했다.
반면 대니얼은 속으로 비소를 지었다.
저번처럼 불길한 용을 소환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불안하긴 했지만, 루치페의 마법에 피격되었음에도 소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터.
반면 지금은 마법 위로 그때 봤던 불길한 힘을 둘렀다고 하나, 결국 마법으로 이루어진 이상 백염의 검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대니얼의 예상대로 셰인의 마법검은 금세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슈악-!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대니얼의 검이 순식간에 셰인의 심장을 노리고 들어온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하지만 그 직후, 셰인의 그림자에서 한 소녀가 튀어나와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으로 그런 대니얼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거리는 대니얼이 더 멀었으나, 속도에 있어서는 대니얼이 더 빨랐다.
찰나의 순간 목을 비틀어 아르카네의 공격을 피한 대니얼과 다르게, 셰인은 옆구리를 크게 베이며 물러섰다.
“……쿨럭!”
백염으로 이루어진 오러가 셰인의 내부로 침범해 내장을 진탕으로 만들었다.
“네놈이 감히이!!”
아르카네가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대니얼에게 덤벼들었다.
‘……위험!’
그 살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대니얼마저 순간 뒤로 크게 물러서야만 했다.
그 판단이 대니얼을 살렸다.
칼날로 변한 아르카네의 손이 일순간 부푸는가 싶더니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폭사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얕볼 상대가 아니로군.’
아룬비다에서 봤던 그 용으로부터 느껴지던 기운과 흡사한 것이, 만약 방금 저 공격을 허용했다면 그 기운에 노출됐던 오크들처럼 순식간에 생명력이 뽑혀 나갔을 게 분명했다.
반면, 가까스로 체내에서 백염을 제거한 셰인은 대니얼과 대치하고 있는 아르카네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최대한 대치만 하고 있어라. 1분이면 된다.] [알겠습니다……!]그에 아르카네가 다시금 양손을 검으로 변형시키자, 대니얼이 얼굴을 찌푸렸다.
‘시간을 끌고 있다.’
시간이 쥐어진 마법사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아무리 백염으로 주변을 장악하여 일전 아룬비다에서 봤던 것처럼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들을 소환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저자라면 어떤 수를 쓸지 모른다.
이미 아까 루치페가 당하던 장면을 보면서, 직접 백염을 다루던 모습까지 봐 오지 않았던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놈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에 대니얼은 후방에서 아직 폭주 중인 마력을 다스리고 있는 루치페를 바라봤다.
“후우, 1분. 1분이면 된다.”
우연의 일치일까.
루치페는 셰인과 같이 대니얼에게 1분이라는 시간을 끌라고 말했다.
앞서 셰인의 모든 마법을 파훼했던 놈의 말이었기에, 대니얼은 마음 놓고 아르카네와 대치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대니얼이었다.
애초에 루치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후 셰인이 어떤 수를 내놓을지 모르기에 둔 보험이었지, 대니얼은 셰인이 마법을 완성하도록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단기전으로 봐야 한다.
대니얼이 모든 백염을 손에 쥔 검에 집중했다.
근처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베일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남은 오러로는 신체를 강화하고, 일순간에 달려든다.
아까가 바람과 같았다면, 지금은 번개와 같은 몸놀림이었다.
잔상을 남기고 사라진 대니얼의 검이 단번에 아르카네를 향해 쏘아졌다.
반면 아르카네는 자신의 바로 뒤에 있는 셰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발로 땅을 내려찍으며 탐욕의 가시를 소환해 냈다.
발밑에서 올라오는 가시의 기습적인 공격에 대니얼도 뒤로 물러섰다.
‘분명 놈도 백염을 사용했다. 거기에 반마력 아티팩트까지 소지하고 있는 것을 봐선…… 다이라와 도미닉을 죽인 게 놈일 확률이 높다.’
아룬비다 전쟁 당시 저 정체불명의 이빨에 의해 삼켜진 오크들은 하나같이 생명력이 뽑혀 나간 듯 비쩍 말라 죽지 않았던가.
그 모습은 흡사 살리에르 백작의 별장에서 죽은 다이라와 흡사했다.
그렇다면 저 정체 모를 어둠은 섭취한 대상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했다.
‘반드시 그 방법을 캐내야만 한다. 여기서 놓칠 수는 없어!’
한편, 루치페는 날뛰는 마력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
아무리 그가 마력의 지배력이 뛰어나다 한들, 한 번 신체 내부에서 날뛰기 시작한 마력을 다스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드래고니안쯤 되는 육체를 지녔기에 이 정도였지, 인간이었다면 진즉에 피를 토하며 죽어 갔을 터다.
‘빌어먹을……!’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루치페를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세상에 어떤 드래고니안이 마력 폭주 따위를 겪어 볼까.
그 치욕스러움에 루치페는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고 복수만을 생각했다.
이쯤 되니 루치페는 대니얼과 다르게 차라리 여기서 셰인을 죽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셰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어 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괜한 후환을 두고 싶지 않았다.
무려 3군단장인 루치페가 이런 수모를 겪었으니, 그 정도라면 상부에서도 받아들일 것이다.
‘반드시 여기서 죽여 주마!’
그리 생각하며 루치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직 꼬인 마력이 다 풀리지 않았기에 반동이 올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정하기 싫으나 저 인간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에.
그 감정이 두려움이라는 것을 루치페는 끝까지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것도 못한다는 절망감 속에서 죽여 주지!’
때마침 지금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며, 루치페는 이를 갈았다.
그러는 사이 대니얼과 아르카네의 전투는 더욱 격해졌다.
어떻게든 아르카네를 뚫고 셰인에게 치명상을 입혀야 하는 대니얼과,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니얼을 막아서는 아르카네.
둘 모두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은 채, 서로의 수를 계산한다.
하지만, 점차 밀리기 시작한 쪽은 아르카네였다.
앞서 루치페의 공격을 막아 내며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탓이었다.
‘그 꼬마가 있었으면!’
새삼 에블린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는 아르카네였다.
당장 시기가 시기인 만큼 황태자가 어떤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르기에 에블린은 지금까지도 올리시아의 곁에서 호위를 이어 가고 있었으니.
만약 둘이 함께 싸웠더라면 이번 전투의 양상은 반대로 이어졌을 터.
‘꼭 필요할 때만 없어!’
하지만 없는 이를 찾아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각오를 다진 아르카네는 셰인에게 무언의 허가를 요구했다.
그러자 셰인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것까지 확인한 아르카네가 두 눈을 부릅뜨며 대니얼을 노려봤다.
‘달라졌다.’
대니얼 또한 그런 아르카네의 기세가 바뀌는 것을 눈치챘다.
여태까지 아르카네가 해 온 공격은 모두 거리를 벌려 두기 위한 역할에 불과했다.
단지 그걸 무시하고 들어갔다간 대니얼 또한 무사하지 못할 수준인 것이 문제였지.
때문에 이토록 시간이 끌렸으나, 그럼에도 이제는 제법 셰인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아르카네가 한 번의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셰인은 대니얼의 공격을 막을 수단이 사라진다.
하나 이번에는 다르다.
“흐읍!”
수많은 전장을 겪어 본 대니얼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이번 공격은, 자신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셰인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아르카네에게 옮겨 갔다.
그럴수록 아르카네의 주위를 떠도는 어둠이 더욱 짙어지더니, 이내 아르카네를 완전히 감싸 버렸다.
보이는 것은 검게 일렁이는 기운 너머로 붉게 빛나는 눈동자뿐.
‘다가갈 수가 없군.’
무언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임에도 대니얼은 아르카네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태까지 백염에 의해 소멸되던 검은 기운과 다르게, 이번에는 대니얼도 긴장할 만큼 아르카네의 주변으로 일렁이는 어둠은 차원이 다른 농도를 보여 주고 있었으니.
이윽고.
일렁이던 어둠이 한순간 아르카네에게 흡수된 그 찰나의 순간, 대니얼도 함께 땅을 박찼다.
여태까지 저 기운에 의해 보호를 받았으나, 준비가 끝난 직후에는 가장 방심한 순간일 테니.
수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대니얼의 판단은 옳았다.
농후한 오리진을 모두 흡수한 아르카네는 이어지는 대니얼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으니까.
‘뭐지?’
그에 본능대로 대검을 내찔른 대니얼은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
분명 13세 소녀 정도의 신장을 가지고 있던 아르카네의 키가 훌쩍 커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뿐.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적의 심장이 있을 방향으로 대검의 끝이 향한 그 순간.
카아아앙─!!
“……?!”
도대체 얼마 만에 들어 본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소리가 대니얼의 귀에 얼얼하게 울렸다.
저지먼트 기사단장이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자신의 검이 가로막혀 본 적 없던 대니얼은 믿을 수 없는 그 상황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곳에는, 어느새 17세 정도의 외모로 보이는 소녀가 로즈베리 눈동자로 무심하게 그런 대니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죽어라, 인간.”
마치 아나스타샤가 웅족 수인, 카르후의 공격을 한 차례 막았던 것처럼.
아르카네는 대니얼의 공격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검으로 변형된 자신의 손을 대니얼의 복부에 쑤셔 넣었다.
그 직후.
대니얼의 후방, 루치페로부터 강대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