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13화
113화 무명의 제1군단장 (2)
광산이 무너지며 땅이 갈라진다.
루치페의 손으로부터 소우주가 창조되었다가 급격히 팽창하며 폭발한다.
고작 손 하나에 들어오는 작은 우주임에도 불구하고 폭발하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일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모두 죽일 셈이로군.’
셰인의 앞을 아르카네가 막아섰다.
지난 2년 동안 아나스타샤에게 배우며 스스로 연구한 아르카네가 ‘부동’의 오리진을 양손 끝에 모아 방어막처럼 형태를 변형시켰다.
그러나 그녀 홀로 막기에는 역부족.
그것을 보조하기 위해 셰인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마력을 도로 내뱉으며, 아르카네를 거치지 않고 백염과 마력을 뒤섞었다.
‘이대로 배제시킨다.’
백염, ‘정의’의 오리진이 가진 힘은 ‘배제’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모든 것을 배제시키는 힘.
백염은 그러한 원리로 시전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마력을 배제시키는 힘이나, 당장 루치페의 마법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모든 힘에는 한계가 있듯, 당장 셰인이 휘두를 수 있는 백염의 수준으로는 저만한 에너지를 배제시킬 능력이 없었다.
때문에, 셰인은 생각을 바꿨다.
루치페의 마법을 배제시키는 것이 아닌, 저 마법으로부터 자신과 아르카네를 배제시킨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겠으나, 셰인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놈의 마력 패턴은 외웠다.’
탐욕의 오리진이 저 막대한 에너지에 녹아내리면서 꾸역꾸역 루치페가 발현시킨 마법을 집어삼켰다.
그사이 벌어진 간격을, 셰인이 흡수한 루치페의 마력으로 대체하고 그 과정에서 백염을 흘려 넣자, 셰인의 뜻대로 백염은 루치페의 마법에 섞여들어 셰인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배제하는 속도보다 폭발이 퍼지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는 것이다.
끝내 그 파멸의 빛이 아르카네와 셰인을 집어삼키며, 일대를 소멸시켰다.
* * *
최전선에 서 있던 아나스타샤가 부동의 힘으로 폭발을 막아서고, 그 뒤로 램퍼트 모험단이 각자의 방패에 오러를 휘감아 아나스타샤를 보조했다.
그럼에도 폭발의 힘에 의해 이들이 뒤로 밀려나자, 말셀러스와 그의 단원들이 자신의 검을 땅에 내리꽂았다.
“흐으읍!!”
그러자 땅에 꽂힌 그들의 검으로부터 오러가 땅을 타고 새하얀 나뭇가지처럼 퍼져 전방을 막고 있는 아나스타샤와 램퍼트 모험단에게 전달되었다.
그들의 오러 위로 하얀나무 모험단의 오러가 덧씌워지며 폭발을 막아 냈다.
‘안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힘을 막기엔 역부족.
클라인은 자신의 검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마력을 부여하고 이어질 폭발에 대비했다.
황금의 용이 클라인의 검을 타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저 파멸의 빛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각─!!
황룡과 파멸의 빛이 부딪힌 순간 일대의 모든 것이 날아가고, 한순간 어둠이 내려앉았다.
“크윽…….”
사아아아아─
한계 이상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클라인의 검이 가루처럼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바, 방금 그건 도대체…… 무슨 일이…….”
한편, 뒤에서 일행들의 보호를 받은 이종족들이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들자, 뒤바뀐 풍경이 펼쳐졌다.
항상 어둡기만 하던 지하는 어디로 가고, 은은한 달빛을 머금은 밤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행이 막은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은 마치 포탄의 비라도 내린 것처럼 파괴되었다.
그런 그들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드래곤의 비늘을 몸에 감싼 존재.
루치페가 자신이 만든 구덩이의 위에서 일행들을 내려다봤다.
“크흐흐…… 벌레 같은 것들이, 끝까지 살아남았구나.”
광오한 목소리에 나머지 일행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흑요석 눈동자에서는 명백한 살기가 번들거리는 것을 보아,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분명했다.
그에 클라인은 고개를 올려 그런 루치페를 노려봤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니, 다른 일행들의 사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하얀나무 모험단도 그렇고 램퍼트 모험단 또한 힘을 다한 듯 주저앉았다.
그나마 램퍼트 모험단의 단장, 일렉사만이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아나스타샤의 앞을 지키듯 섰으나,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해 쓰러지듯 무너졌다.
“하지만, 이 정도면 네놈이 홀로 정리할 수 있겠지. 안 그런가?”
그 오만한 시선이 뒤로 향한 순간.
“커, 허억!”
그런 그의 가슴에 백염으로 이루어진 검이 튀어나왔다.
* * *
“커, 허억!”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루치페가 자신의 등에 검을 꽂은 존재를 바라봤다.
반쯤 부서진 민무늬 가면이 보인다.
그러나 부서진 가면 너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전신에 검은 기운을 휘두른 셰인이, 백염으로 이루어진 검을 만들어 놈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네놈, 어떻게 아직까지……!”
비록 정상적인 상태에서 발현시킨 마법은 아니었기에 파괴력이 다소 약해졌을 수는 있어도, 코앞에서 직격당하고도 살아남을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또, 또다시 이 인간은 자신의 마법을 파훼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루치페는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을 격하게 부정했다.
당장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절망이었으니.
그러나 그 감정을 부정하듯 어떻게든 발악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끌어모으려 했으나,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루치페의 몸을 꿰뚫은 백염이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그러던 끝에 루치페의 시선이 아나스타샤 일행을 향했다.
아직 폭발의 여파로부터 회복되지 않은 아나스타샤의 품속.
무지갯빛 눈동자를 지닌 아이에게 시선이 닿은 루치페는 끝내 자신의 최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대로 조용히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루치페는 아이에게 손끝을 향했다.
“전부…… 죽여 주마…… 크하학!”
그러나 셰인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루치페의 목을 베어 버렸다.
셰인의 전생에서 반란까지 일으켰던 교만의 군단장, 루치페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
한편,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대니얼은 심각한 표정으로 둘의 모습을 바라봤다.
‘빌어먹을 놈이 결국 제 주제도 모르고 죽었구나.’
대니얼의 상태 또한 결코 좋지 못했다.
그나마 루치페의 뒤로 돌아간 덕에 직격은 피할 수 있었으나, 그 여파를 막는 것만으로도 온 힘을 다해야만 했으니.
‘젠장.’
그 대가로 한쪽 팔을 잃은 대니얼.
거기에 아르카네에게 당한 복부의 부상까지 합해서 몸 상태는 최악을 향해 달려 나가는 중이었다.
이대로 셰인과 대치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대니얼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아니, 잠깐만.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수정한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대니얼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실수했군. 네놈은 저걸 죽일 때 백염을 써서는 안 됐다.”
밑에 있는 이들의 시점에서는 아직 셰인과 대니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황.
타다닷─
셰인을 향해 대니얼이 달려들었다.
셰인이 그런 대니얼의 공격을 피해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그제야 대니얼이 씩 웃음을 내보였다.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대니얼의 목소리가 폐허가 된 광산에 울려 퍼지자, 밑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그곳에는 백염을 몸에 두른 대니얼과 어둠을 휘감은 셰인이 대치하는 구도가 펼쳐져 있었다.
“대니얼 단장……?”
“저자가 왜 여기에?”
아나스타샤를 제외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방금 루치페의 목을 베어 낸 이가 대니얼이라는 착각을 했다.
그럴 수밖에.
백염은 대륙에서 유일하게 저지먼트 기사단만이 쓸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
“네놈의 동료는 방금 막 내 손에 죽었다! 순순히 투항한다면 고통 없이 보내 주마!”
때문에 일행들의 눈에는 대니얼 단장이 장렬한 전투 끝에 루치페의 목을 베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검은 존재와 대치하고 있는 구도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새하얀 오러에 감싸인 대니얼과 다르게, 불길한 어둠을 휘감고 있는 셰인은 누가 보더라도 흑마법을 부릴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대니얼은 이대로 셰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며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어떤 변명을 대든, 백염의 힘은 제국의 상징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니얼이 루치페를 죽였다는 거짓은 곧 진실이 되리라.
“……나는.”
그렇게 어둠에 휘감긴 셰인의 입이 열리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무명의 제1군단장. 질투의 로탄이다.”
“……!”
그 말에 대니얼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야, 저런 말이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그저 루치페를 죽인 것이 자신이라 주장할 셰인에게 답할 말만 생각했던 대니얼은 그야말로 기습을 맞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끝내 너희가 내 작품을 방해했구나.”
“네놈, 설마……!”
“안타깝게 되었다. 하나, 이 또한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니. 사자의 자식에게 전해라. 이번 일은 네놈의 오판에 의해 실패했음을. 그러니 우리 무명을 탓하지 말지어다.”
“노오오옴!!”
사자의 자식.
제국 황실을 뜻하는 동물, 사자의 자식이라는 것은 곧 황태자를 뜻했다.
그제야 뒤늦게 셰인이 노리는 수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대니얼이 셰인에게 달려들려던 그 순간.
“아하, 아하하하핫!”
그런 대니얼과 셰인의 사이에 공간이 펼쳐지며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로 자른 듯한 흑백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는, 잘 차려입은 정장 차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정말, 정말 재미있다, 너!”
“광대. 잘 보고 있었군.”
“응, 물론이지! 아~ 설마 이렇게 일이 흘러갈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정말 혼란스럽네?”
소녀, 앨리스가 환하게 웃으며 셰인에게 다가갔다.
방금 셰인의 행동으로 인해 무명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본래 아직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 없던 무명의 존재가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으며, 또 동시에 직접 황태자를 언급하며 인간들 사이에 혼란을 가중시켰으니.
특히, 앨리스는 이쪽을 향해 달려들려던 대니얼을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안녕, 자기 꾀에 넘어간 여우야?”
“……!”
“그리고 무엇보다…….”
앨리스의 시선은 대니얼을 넘어 그 뒤.
아나스타샤의 품에 안긴 무지갯빛 눈동자의 아이에게 향했다.
“정말 중요한 폭탄도 모습을 드러냈네? 그 여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 궁금해.”
다시금 앨리스가 셰인을 바라봤다.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대는 할 만하네. 나름 기다린 보람이 있어.”
“……너는 뭐 하는 놈이냐!”
그때, 대니얼의 외침에 앨리스는 씩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의 극장은 여기까지랍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향후 벌어질 일도 놓치지 말고 찾아와 주세요!”
그대로 앨리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지팡이로 허공을 슥 긋더니,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포탈을 만들어 냈다.
“그럼 이만!”
“어딜!”
그 말과 함께, 소녀와 셰인은 포탈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뒤늦게 대니얼의 검이 사라진 포탈이 있던 공간을 지나쳤다.
그렇게 저 멀리서부터 연합국의 병력이 횃불을 들고 다가오는 광경을 끝으로, 이번 사태의 종지부가 맺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