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14)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14화
114화 진흙탕 싸움 (1)
셰인과 그 일행들이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동안, 올리시아 또한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 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지저분하기로는 이쪽이 더할지도 모른다.
“흑마법사와 결탁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요?!”
“헛소리! 결탁이라니, 그게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그대들은 제국의 국민들이 테러범 따위에게 죽어도 좋다는 소리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그 더러운 작자들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소!”
“그 말을 희생당한 이들 앞에서 해 보시오! 어찌 이런 작자가 귀족이라고 입을 나불거린단 말인가!”
“뭐야?! 어디 감히 자작 따위가!”
“네놈이야말로 그 더러운 입으로 황녀님을 모욕하지 마라!”
“모욕을 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한 것뿐이다!”
온갖 고성이란 고성이 오가고, 서로에게 불리한 주제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벌써 청문회가 시작된 지 6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그에 진행자는 지친 표정을 지으며 이번으로 4번째가 되는 휴식 시간을 선언했다.
청문회에 모인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숫자의 귀족들이 동시에 일어나 한쪽으로 모이고, 남은 반의반 정도의 귀족들은 올리시아에게 다가왔다.
“후우, 상황이 거칠게 되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황녀님.”
방금까지 상대 귀족에게 대응하느라 목이 잔득 쉰 자작이 지친 표정으로 그리 말했으나, 올리시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올리버 경께서는 최선을 다해 주고 계시잖아요.”
“……이럴 때 오스튼 경이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어쩔 수 없죠. 그 사람도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오스튼은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겨 두고 모든 병력을 셰인이 향했다는 폐광산으로 보냈다.
때문에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병력만으로 사방에서 일어나는 테러에 대응하고 있었다.
6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테러가 일어난 횟수는 총 7번.
그중 2번은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으나, 나머지는 시간도, 병력도 부족하기에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언론은 이번 상황으로 인해 시끄러운 상태였고, 황태자 측 귀족들도 이를 빌미로 올리시아를 공격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를 고용한 것치고는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제국의 위신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식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자기들은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그에 올리버 자작이 이를 갈며 이쪽을 호시탐탐 바라보고 있는 황태자 측 귀족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올리시아 측에 선 귀족들의 표정 또한 좋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리시아 측에 서 있던 귀족들의 수는 이보다 많았으나, 이번 테러 사태를 해결함에 있어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적지 않은 수의 귀족들이 올리시아에게 등을 돌렸다.
그들은 청문회에 입장을 하기도 전에 몸이 좋지 않다던가, 누군가의 장례식 따위의 핑계를 대 가며 자리를 비웠다.
‘뱀 같은 사람들이지요.’
그러다가 이번 청문회에 별문제가 없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올 터.
지금처럼 남아 준 귀족들 대부분은 젊은 층의 귀족들이었다.
젊은 피의 그들은 노회한 귀족들과 다르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한다는 목적하에 이곳에 찾아왔다.
제국의 국민들이 테러에 목숨을 잃는 것을 결코 두고 볼 생각이 없었기에 이렇듯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대로는 불리하겠어요.’
다만 젊은 귀족들의 경우에는 노회한 여타 귀족들과 다르게 열정만 앞서는 경우가 많아 상대 귀족의 막무가내식 말 자르기에 쉽게 흔들리고 흥분했다.
이미 몇 차례, 아까보다 더 격이 높은 고성이 오간 탓에 청문회에서 추방을 당한 귀족들도 있을 지경이다.
그나마 올리버 자작은 나름 정치 귀족으로 이름난 집안이라 그 정도로 휘둘리지는 않았으나…….
‘사람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죠.’
저쪽은 매번 휴식 시간이 될 때마다 외부에서 정보를 얻어 오고, 그것을 통해 어떤 식으로 올리시아를 공격하고 반격할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는 반면, 이쪽은 그게 영 쉽게 되지 않았다.
경험이 적다 보니 상대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취해 올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히, 오스튼의 빈자리가 크네요.’
오스튼은 올리버 자작보다도 나이가 어리지만, 이런 측면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보이곤 했었다.
자존심 강한 젊은 귀족들조차 오스튼의 정치 실력은 인정할 수준이었으니.
눈앞에 있는 올리버 또한 오스튼에게 감화된 사람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살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했으나, 마음과 다르게 현실은 냉정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황녀님, 시간은 저희가 끌겠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물론이에요.”
현재 황태자 측 귀족들의 주목적은, 이대로 올리시아의 발언권을 축소시키는 데 있었다.
올리시아가 상황을 역전시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그리 된다면 올리시아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노회한 귀족들과 더불어 중립파 귀족들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올리시아는 다시금 황실에서의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고, 행동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아직 저쪽에서는 답변이 없나요?”
물론 올리시아도 잠자코 있던 것은 아니다.
올리버를 통해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계획을 앞당기고 있었고, 지금은 그를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했으니.
이것 하나 때문에 무려 6시간이나 이어진 청문회를 견디고 또 견뎌 온 것이다.
“예, 아직…….”
[아아.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주시기 바랍니다.]그때, 또다시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1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이 끝난 것이다.
올리시아를 포함한 휘하 귀족들이 다시금 전의를 다진 표정으로 일어설 때, 누군가 다급히 청문회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왔다!”
그에 환한 표정을 지은 것은 다름 아닌 올리버였다.
앞서 일을 시켜 둔 사람이 도착한 것이다.
수하에게 귓속말로 소식을 들은 올리버는 장하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올리시아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 일이 잘 처리됐다고 합니다. 지금 이곳으로 모시고 오는 중이랍니다.”
“그 물건도 가지고 오셨다고 하나요?”
“예, 그렇습니다.”
“후우…….”
그 말을 들은 올리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이쪽에서 공격할 차례로군요.”
반격의 순간이 찾아왔다.
* * *
“예, 예에?!”
다시금 청문회가 시작될 무렵, 올리버는 조용히 진행자에게 찾아가 귀띔을 했고, 그는 기겁한 표정으로 올리버를 짧게 보고는 올리시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표정은 명백히 미친 사람인가라는 지극히 불경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린 그가 다시금 올리버에게 물었다.
“저, 정말 그분이 오신단 말입니까?”
“예. 그분을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으으음…… 아, 알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잠시 기다리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말을 마친 진행자가 다시금 청문회장 전체에 안내했다.
[아아. 현재 올리시아 황녀님 측에서 증인을 신청하셨습니다. 이 건에 대해서 잠시 상의가 진행될 예정이니, 다시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새뮤얼 측 귀족들이 얼굴을 구겼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올리시아 측의 귀족들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일하게 올리시아와 올리버의 얼굴에만 여유로움이 묻어 나오자 새뮤얼 측의 귀족들은 괜한 불안감을 느꼈다.
“잠깐. 이의 있소. 이번 청문회는 어디까지나 올리시아 황녀님과 흑마법사 간의 결탁 건으로 모인 것인데, 증인이라고 할 게 있는지 의문이오. 이미 황녀님께서는 흑마법사와 결탁한 것을 인정하시지 않으셨소?”
“어허, 저 돼먹지도 못한 작자가 또 결탁 따위의 망발을!”
“돼, 돼먹?!”
올리버의 수위 높은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 귀족이 얼굴을 악귀처럼 구겼으나, 뒤이어 들려오는 진행자가 둘의 싸움을 멈춰 세웠다.
[둘 다 언어의 수위가 지나칩니다. 다시 한번 이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시 퇴실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황녀님의 증인은 이번 사건과 매우 깊게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바, 이의를 기각하겠습니다.]“으음……!”
그러자 이의를 제기한 귀족은 얼굴을 구기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 서 있던 다른 귀족들과 의논에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증인을 내세운단 말이오?”
“일단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오. 진행자의 표정이 한순간 경악에 찬 것을 봤으니.”
“누구 생각나는 게 있는 사람은 없소?”
그러한 의문이 맴돌고 있을 때, 한 귀족이 손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혹여, 폐하를 증인으로 부르려는 것은 아니겠습니까?”
“폐하를?”
그 말을 들은 귀족들이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의견을 제시한 귀족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에게 일순간 쏠리는 시선에 헛기침을 한 번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소문에 의하면 1황녀가 직접 행동에 나서기 직전, 폐하를 알현했다는 소식은 다들 들으셨지요?”
“으음, 그랬지.”
“그 뒤에 곧바로 1황녀가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이미 폐하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부정하긴 힘들군.”
최근 황제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병문안 삼아 갔을 법도 하지만, 그렇기엔 시기가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폐하께서 증인으로 오신다면 어쩔 생각이오?”
“““…….”””
귀족들 일동이 입을 다물었다.
물론, 이와 비슷한 사태는 생각해뒀다.
앞서 말한 귀족의 의견처럼, 그들 또한 올리시아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황제와 대담을 나눴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들이 상정한 그림은 지금처럼 자신들이 공격에 나설 때, 올리시아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황제의 허가를 받았다는 정도였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반격에 나설 자신이 있었다.
어찌 됐건 황제가 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한참이 지났으니만큼 황제의 권력도 줄어들었으니까.
그러나 황제가 직접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권력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황제는 황제.
한때 황제가 한참 정정할 때, 그에게 한 번 덤벼들었다가 정치적 죽음을 맞이한 이가 한둘이던가.
그때의 성정이 지금이라고 죽지는 않았을 터.
그러던 중 한 귀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아닐 거요. 폐하께서는 현재 거동조차 힘드시지 않소? 집무마저 오래 볼 수 없으신 분이시오.”
“그것도 그렇지만…….”
그럼 황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증인으로 찾아온단 말인가?
그러한 의문이 들었을 무렵.
때마침 나갔던 진행자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다.
[크, 크흠. 다들 기다리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다시금 청문회의 시작을 알려 드립니다. 하나 그에 앞서, 올리시아 황녀님께서 증인으로 신청한 분이 들어올 예정이니, 모두 예의를 갖추시기 바랍니다.]아니, 도대체 누구길래 진행자가 저렇게 조심히 대한단 말인가?
“역시 폐하께서……?”
“아니, 잠깐…….”
“저, 저 사람은!!”
이후, 들어온 인물을 발견한 이들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이는 새뮤얼의 진영에서도, 올리시아의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야 들어온 인물이.
“후우. 오랜만에 맡으니 또 정겹게 느껴지는군. 이 더러운 공기란.”
지하의 포 패밀리의 일원 중 한 명이자, 명실상부 황실의 핏줄을 이은 남자.
금광, 엘도라트.
제페르 디 퀘이어트 엘라인이 자신의 수하인 엘리엇과 함께 청문회장에 발을 들였다.
무려, 40여 년이 넘게 흐른 화려한 복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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