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2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23화
123화 나카르 사막(1)
아르칸 T 아르티아.
그녀의 거처는 연합국에 위치한 메지셔널 위습에 있다.
그것도 마탑주들이 지낸다는 부유섬의 한 저택.
그런 저택의 연구실.
아르티아는 그곳에서 한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연구실 밖으로 나간 것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그녀는 하나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쯧쯧…… 그렇게 골방에만 있다간 이 할애비랑 뭐가 달라지겠느냐, 아르티아.”
“아, 할아버지.”
새하얀 눈에 내려앉은 나무처럼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정정한 발걸음으로 그런 아르티아의 연구실에 들어왔다.
아르티아의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아르칸 G 다리안.
아르티아의 할아버지이자 현 마법연합의 총관이었다.
“이것아. 그 사특한 것은 무에 볼 게 있다고 자꾸 들여다보고 있어?”
“…….”
“가뜩이나 최근에는 그것 때문에 꽤 시끄럽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도 그걸 보고 있으려니, 에잉. 쯧쯧.”
그렇게 말한 다리안이었으나, 여전히 손녀가 하고 있는 연구를 하지 말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손녀가 왜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많은 착각을 하고 살더구나. 내 삶의 마지막은 꼭 정감이 넘칠 거라고.”
“…….”
“뭐 그런 거지. 어디 연극에서 본 것처럼, 때가 되면 가족들의 눈물 속에서 찬찬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다 눈을 감는…… 그런 마지막 말이다.”
그러나 세상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지 않나.
하물며 오늘 길을 걷다가 뒤로 넘어져 머리가 깨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사람이란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 그 슬픔에 매몰되지 않을 준비를 해야만 한다.
어린 손녀는 아직 그 진리를 모르고 있는 듯했다.
“너는 그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는 것도 개의치 않고 위로의 비를 만들어 주지 않았느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호상인 게지.”
“사람이 죽는데, 호상이 무슨 소용이에요! 결국 그 사람들을 죽인 건 저란 말이에요. 저는…….”
지금도 눈만 감으면 그때 당시가 떠올랐다.
특히, 대지와 교감을 하고 있던 디라일라가 터뜨린 절망 어린 비명은 잘 때마다 귓가에 메아리쳤다.
‘내가 방심하지만 않았더라면…….’
평소 대마법사의 손녀라는 의식을 하고 사는 아르티아는 그에 걸맞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기에 그토록 위험한 테러 진압이라는 임무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빼앗고 말았다.
만일 자신이 방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녀는 지난날 황실의 1황녀, 올리시아가 했던 연설을 떠올렸다.
‘무지는 위험을 만든다.’
‘그러니 자신들 또한 적의 힘에 대해 알고, 그것을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저 위험하다고 피하기만 하는 것은 인류의 앞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마법사의 손녀이자,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아르티아는 흑마법에 대해 적지 않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반감만큼, 그리고 1황녀의 연설처럼 자신은 흑마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의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다.
해서, 아르티아는 1황녀의 연설을 듣게 된 직후부터 이렇듯 흑마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죽음은 호상 같은 게 아니었어요. 그저, 어수룩한 마법사에 의한 살인이었을 뿐.”
“…….”
이번에는 다리안이 입을 다물었다.
성격 같아서는 이 마음 여린 손녀에게 더 이상 저런 무거운 마음의 짐을 두게 하고 싶지 않았으나, 결국 마법사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자다.
아카데미 학생들처럼 남이 가르쳐 주는 길을 걸으며 걷는 법을 배우는 단계가 아닌 아르티아이니, 이런 부분은 스스로 이겨 내는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다리안이 직접 겪어 봤던 것이고, 수많은 마법사들이 겪는 일이기에.
‘차라리 지금이 좋을 때지. 암.’
1황녀의 발언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들고 일어섰으나, 다리안은 반대로 찬성하는 쪽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 또한, 과거 흑마법사들의 테러를 겪어 봤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황제는 1황녀와는 다른 선택을 했기에, 다리안은 이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다리안이 기특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으로 손녀를 바라보던 사이, 그의 머릿속에 한 영상이 흘러 들어왔다.
저택에 걸어 둔 보안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흐음…… 아르티아. 그래도 가끔 바깥 공기는 맡아야 한다. 때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구나.”
“……네?”
영상 속 뾰족한 이빨을 한 소녀가 어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며, 다리안이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 * *
“아, 안녕. 오랜만이다?”
“어…… 응.”
어색한 공기가 고풍스러운 객실에 내려앉았다.
디라일라와 아르티아.
둘 모두 아카데미에서 둘째가라 하면 서러운 마법사지만, 원래 둘의 사이는 데면데면했다.
둘의 인연은 중간에 클라인이 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에는 동료들과 다 함께 만났고, 마법적 지식에 대한 토론을 나눌 때도 주변에 다른 동료들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 만큼 단둘이 만날 때 어색한 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었는데, 또 만난 게 그날의 테러 사태 이후 처음이지 않은가.
디라일라는 어둠의 정령에 의해 정신이 갉아먹히고 있었고, 아르티아 또한 죄책감에 디라일라를 먼저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좀 괜찮아? 그때 이후로 많이 시달리고 있었다 들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먼저 입을 땐 사람은 아르티아였다.
듣기에 디라일라가 겪고 있던 문제는 작지 않은 듯했으니.
“아, 응. 한심한 일이지만…… 어둠의 정령이 찾아왔더라고.”
“어? 어둠의 정령?!”
그러자 아르티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둠의 정령은 위험한 존재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어두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어둠의 정령은 아무도 몰래 그러한 감정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숙주의 감정이 더욱 그쪽으로 치우치게 조절하니, 숙주는 점차 정신적으로 무너진다.
문제는 그 사실을 깨닫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데 있었다.
그대로 문제를 방치하면, 숙주는 그 처절한 감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고 끝내 어둠의 정령에게 몸을 빼앗겨 죽고 만다.
자신이 그저 죄책감에 휩싸여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던 사이, 디라일라는 사경을 헤매고 있던 것이다.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래도 어떻게 이겨 냈으니까. 사실, 마법사라는 놈이 그런 거에 당한 것부터가 멍청한 거잖아?”
“……멍청하긴 누가 멍청해. 의사도 자기 몸이 망가지는지 모르는데. 마법사라고 알 도리가 있겠어?”
“하하, 그건 또 듣고 보니 그러네.”
본격적으로 대화가 오가기 시작하자 어색했던 침묵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둘은 그사이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흑마법을 배우고 있다고? 너도 대단하다.”
“이론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하긴…… 나도 비슷한 생각은 해 봤어. 지금은 아니지만.”
“그럼?”
“여행을 좀 해 보려고.”
“여행?”
“응. 아는 사람이랑. 아까 말했지? 어둠의 정령에게서 구해 준 사람이 있다고.”
“아…….”
여태까지 디라일라와 함께 지내며 그녀가 클라인과 동료들 외에 다른 지인이 있다는 소리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이내 아르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가려고?”
“음, 말하긴 좀 그런데, 좀 멀어. 아마 길면 내년쯤에나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구나.”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아르티아가 한쪽에서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일전에 제가 말해 둔 물건 있죠? 그거 가지고 와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아가씨.]“……?”
수정구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디라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이야?”
“멀리 간다며. 그럼 나중에 줄 기회가 없을 테니까 미리 주려고.”
“줘? 나한테? 난 휴지밖에 안 사 왔는데.”
남의 집에 가려면 맨손으로 가지 말라던 아버지의 격언에 따라 디라일라도 선물을 사 오긴 했다.
더 비싼 것도 사갈까 싶었지만 대마법사의 손녀인 아르티아가 만족할 만한 물건을 디라일라의 수준으로 구매하기도 힘든 터라, 최고급 휴지 세트를 사 오지 않았던가.
이건 어찌 됐든 쓰이긴 할 테니 말이다.
그에 아르티아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냥. 예전에 네가 먹었던 거 있지?”
“어, 응. 그치. 형상기억광물.”
2년 전, 오크들의 남하 사건 이전에 드워프 전초 기지 던전에서 구했던 광물의 이름이었다.
“그 뒤로 네가 그 능력을 그대로 쓸 수 있었잖아. 그래서 혹시 다른 것도 가능할까 싶었거든.”
“아아…….”
실제로 디라일라는 형상기억광물의 힘을 전쟁에서도 선보이며 적지 않은 공을 세우지 않았던가.
반파된 성벽을 하루 만에 다시 짓는, 전쟁에 있어서는 사기나 다름없는 능력이었다.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나도 이걸 지하인이 다루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궁금해서 구해 온 거니까.”
“그, 그래?”
왠지 실험 쥐가 된 것만 같았지만, 사실 디라일라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표현은 안 했지만 안 그래도 당장 7대 요람, 나카르 사막에 들어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이럴 때 도움이 될 만한 특수 광석을 먹는다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똑똑─
그러자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다.
무려 다섯 명이나 들어와 객실의 테이블 위로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어……?”
“일단, 이 정도로 시작해 볼까?”
아르티아가 말한 광물은 하나가 아니었다.
* * *
오랜만에 오크들의 근거지에 찾아온 셰인은 늙은 신전지기 오크, 바투칸과 마주 앉아 있었다.
바투칸은 이전과 다름없이 셰인을 대했으나, 그 눈빛에서는 예전엔 볼 수 없던 존중이 담겨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래. 상황은?”
“성인식을 치른 어린 오크들도 전투에 투입될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좋군. 근시일 내에 이 협곡을 건너갈 거다. 이전처럼 평범하게 넘어오진 못할 테니, 채비를 단단히 갖추도록.”
그 말에 바투칸의 두 눈에 불꽃이 튀는 듯했다.
현재 오크들은 지난 2년 동안 근거지를 바꾸는 작업을 착실하게 이행해 오고 있었다.
위치는 바로 앞서 셰인과 디라일라가 이야기했던 메자이아 대수림의 산맥.
비록 아룬비다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산맥 또한 날씨가 싸늘한 것은 매한가지였고, 사막이라는 더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앞서 오기에는 딱 좋은 위치였다.
“그런데 이제 슬슬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하다니. 뭐를?”
“다음 대족장을 정할 차례이지요.”
“음.”
그 말에 셰인은 잠시 바투칸을 바라봤다.
정하면 정할 거지 왜 자신에게 물어보냐는 것이었다.
“신의 대리자이시지 않습니까. 많은 아이들이 대리자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 나는 정하지 않을 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말했지. 너희 오크들은 신 따위를 믿을 종족이 아니라고.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전지전능의 신에게 바라지 마라. 너희 스스로가 마력을 느끼고 그것을 살려 지금이 되었듯, 무언가에 의지하려 하지 마. 그러면 성장이 더 늦어질 뿐이다.”
그 말에 바투칸의 두 눈이 깊어졌다.
실상 맹목적인 신앙은 때로 뜻하지 않는 진보를 이루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은 법.
이전까지의 오크들은 산왕이 내려준 혈마력이라는 힘에 심취했고 그게 전부라고 믿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믿던 신이 사라진 그 순간부터, 오크들은 한계를 직면했다.
셰인은 오크들이 또다시 그런 미래를 밟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그저 신 비스무리한 것으로 추앙받는 게 싫다는 감정도 다분했지만.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하면, 제가 직접 선택해도 되겠습니까?”
“그게 종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이 된다면 그리해라.”
“그리하겠습니다.”
그 말에 셰인은 마지막으로 오크들의 근거리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라일라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
이제 나카르 사막으로 향할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