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화
13화 학과 시험 (6)
소문으로 듣던 대로, 지휘학과의 문제는 난이도가 상당했다.
‘던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시로 들고 생도들의 판단력을 확인하는 건가.’
다만 어려운 점은, 문제에서 제시한 상황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었다.
셰인은 왜 학과 측에서 도서관의 출입을 허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이런 문제는 당장 생도 중에서도 제대로 된 답안을 내는 생도가 없을 터.
그러니 도서관의 출입을 허용하고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을 내준 것이다.
특히 가장 마지막 문제는 던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방법으로 클리어할지 제시하라는 문제였기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썼다간 모든 문제를 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찌 한다…….”
다만 셰인에게는 이 문제들이 별 어려울 게 없었다.
다섯 문제에 나오는 모든 던전의 특성과 클리어 방법이 셰인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니까.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당장 셰인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현재 인류에 알려진 던전의 지식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그걸 알아보기 위한 비교 검증이 필요했다.
자칫 잘못해서 아직 인류가 파악하지 못한 지식을 적어 넣었다간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건 셰인이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어디까지 당장 셰인이 원하는 것은 클라인의 곁에 서 있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명성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 이상의 시선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셰인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해당 문제들에 대해 알아보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
물론, 그렇다고 너무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논란은 생기되, 귀찮을 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정도로.
그 선을 지켜야 했다.
거기에, 도서관에 가서 만날 사람도 있었고.
그렇게 자리를 옮겨 도서관으로 향하자, 이미 몇몇 지휘학과 지원 생도들이 도착한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셰인의 등장과 함께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 왔다.
본래 있던 학과에서도 엘리트 소리를 질리도록 들린 녀석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은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할 속도로 던전을 클리어 한 셰인이 의심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셰인은 그러한 시선들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기록 서적을 펼쳤다.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은 새하얀 백지.
셰인은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서적과 관련된 키워드를 적어 냈다.
그러자 백지였던 서적에 관련 서적들의 이름이 스스로 적히기 시작했고, 셰인은 그중 하나를 체크했다.
그러고 다음 장을 넘겨 보니, 셰인이 체크한 서적의 시작 문구가 보였다.
아카데미 내에 등록된 대부분의 서적은 이 기록서적으로도 찾을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
셰인은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할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읽었을까.
이미 대부분의 생도들은 돌아가고, 단 몇 명만 남아 있는 새벽 늦은 시간.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싶어 기록서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난 셰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아, 알고 있었군요.”
셰인의 뒷자석에 앉아 있던 오스튼이 말을 더듬으며 마찬가지로 기록서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서 일정 주기마다 시선을 보내는데 그럼 그걸 모를까. 무슨 일이지.”
“자, 잠깐 대화 좀 나눌 수 있, 있을까요.”
도서관에 찾아온 두 번째 이유.
오스튼의 접근을 기다렸던 셰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자리를 좀 옮기도록 하지.”
* * *
전생에 타락한 뒤의 셰인이 오스튼과 만난 것은 단 한 번이었다.
그리고 둘에게는 그 한 번의 만남이, 수십 수백 번을 만나는 것보다 더욱 값진 만남이었을 것이다.
당시는 조직과 인간들의 전쟁이 한참이었다.
아니, 겉으로 보기에는 조직이 인간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을 때였다.
클라인으로 인해 황녀가 조직에 의해 포위된 도시에서 탈출하고 그 결과 인간들이 다시 결집되기 시작할 무렵.
조직의 제1군단장인 셰인을 향해 인간들이 접촉해 왔다.
내용인즉, 회담을 한 번 갖자는 제안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그러한 제안을 허락한 적 없던 셰인은 처음으로 받아들였고, 홀로 인간들의 진영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최근 황녀가 인간들에게 구출된 이후부터 조직의 진군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전부터 그러한 전황은 있었다.
아무리 조직에서 그에 대한 문제점을 찾으려 했으나,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받아들인 것이다.
고작해야 밟혀 죽을 때 꿈틀거리다 생을 마감하는 인간들이, 조직의 진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으니까.
그렇게 회담에 도착해서 처음 본 이가 오스튼이었다.
오스튼의 뒤로 황녀와 클라인이 보였다.
현명했다.
수만의 군대보다 클라인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셰인은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었으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오스튼이라고 합니다.”
“무명이다.”
무명(無名).
당시 셰인의 이름이 아닌 조직의 이름.
이름이 없다는 의미의 이름이라니.
아이러니 했지만, 누구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회담은 딱히 평화라든가, 항복 따위의 선언이 오가진 않았다.
서로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발버둥.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1시간의 회동이 끝났을 때.
셰인은 오스튼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
이름에 담긴 역사.
그가 걸어온 행적.
셰인이 가진 어둠은 인간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감응력은 모든 군단장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월했다.
그러니 적어도 회귀한 뒤의 셰인은 단언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말더듬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뿐일 것이라고.
심지어 오스튼 본인보다도 말이다.
* * *
“던전을 클리어한 방법을 어떻게 떠올렸는지가 궁금하다?”
셰인의 그러한 물음에 오스튼이 어수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드, 듣고 싶습니다.”
오스튼의 말에 셰인은 굳이 숨기지 않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배웠지.”
“배, 배웠다 하심은?”
“머리를 쓰는 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배웠다.”
“누, 누구보다 뛰어난 사, 사람…… 말입니까? 그, 그게 누구인지 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스튼의 두뇌는 전생에 그랬듯 셰인이 조직을 찌르기 위해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그리고 오스튼의 오감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그만큼 경계심도 많다.
다만.
전생처럼 타락의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오스튼의 감정에 대한 온전한 파악은 불가능했으나, 어느 정도는 구분이 가능했다.
일정한 경계심과, 참기 힘든 호기심.
당장은 모종의 이유로 저런 멍청한 모습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을 만큼.
여기서 너무 갑작스러운 정보의 공유는 녀석에게 혼란만 가져다줄 뿐이었다.
천천히.
하지만 녀석이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지 않도록.
셰인은 그에 가장 어울리는 답변을 내놨다.
“그런 걸 주고받을 만큼 우리가 서로를 잘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아, 그, 죄,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됐다. 대신, 놀이를 하나 제안하지.”
“노, 놀이 말입니까?”
“그래. 이번 필기시험에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나.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심플한 방법이지.”
“승자에게 보, 보상이 있는 겁니까?”
“말했잖나. 이건 놀이라고. 내기가 아니다.”
셰인의 말에 오스튼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눈을 빛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는 좋습니다.”
* * *
방으로 돌아온 오스튼은 평소 멍해 보이던 얼굴은 어디로 가고, 차가운 냉소를 띄웠다.
“놀이라…….”
클레이튼 R 셰인.
지난번 실기시험 이후, 오스튼은 그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해 알아봤다.
대부분의 정보들은 주로 오스튼도 평소 알고 있던 내용에 불과했다.
동생을 시기하고, 그로 인해 많은 무리수를 두기도 했던 사람이라거나.
평소의 오만한 성격으로 주변인들에게 차갑게 대한다거나 등.
그러나 그런 정보들 중 비교적 최근에 나온 정보가 있었는데, 외곽에 위치한 마을 주변에서 던전 웨이브가 바로 그것이었다.
클라인을 위주로 한 기사단들이 던전 웨이브를 토벌하고 마을을 구했다는 내용.
대부분 클라인의 위용이 다시 한번 아카데미에 퍼지는 내용이었지만, 오스튼은 그보다 셰인의 활약이 더욱 놀라웠다.
썩은 나무 정령의 출현, 어둠의 정령에게 잠식당한 트윈 헤드 오우거를 단 일격에 보내 버렸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생도들은 헛소문이라 치부했지만, 오스튼이 봤을 때 단순히 헛소문으로 취급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사회는 능력주의 사회다.
트윈 헤드 오우거라면 숙련된 기사들도 각오를 하고 덤벼야 했고, 베테랑 용병들도 출혈을 감수하고 사냥해야 하는 몬스터.
거기에 어둠의 정령까지 깃든 놈을 단 일격에?
연합국 아카데미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고, 찾아보면 분명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당장 오스튼의 머릿속에도 열댓 명의 생도가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분명 작년까지만해도 셰인의 실력은 트윈 헤드 오우거는커녕 고블린 부락조차 혼자 정리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
‘사람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나?’
그뿐이던가.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동안 동생 클라인과 말 한마디 나누는 걸 본 적이 없던 셰인이다.
그러나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클라인과 함께 다니는 경우도 많았고, 아주 드물긴 해도 클라인을 향해 미소를 보일 때도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그저 사람이 바뀌었다 할 수준으로 치부할 정도가 아닌 것이다.
거기에 뛰어난 오성을 지닌 오스튼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분명, 그에게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흥미의 영역이었고, 오스튼은 그저 흥미만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충분한 경계심 또한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셰인과의 대화는 그런 경계심의 벽마저 금이 가게 할 정도로 흥미를 돋웠다.
‘놀이라고?’
셰인의 뜬금없는 제안.
오스튼은 셰인이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계심을 셰인 또한 알아본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친해지자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자는 형식으로 이번 필기시험에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지 따위의 말을 꺼낸 것이다.
언뜻 보면 이상할지도 몰랐다.
친구라면 그냥 서로 대화 몇 마디 주고받고 친해지면 되는 거 아닌가?
아카데미에서도 교실에서 금방금방 친구들을 사귀고 파벌을 만드는 이들이 있지 않았나.
굳이 이런 번거로운 짓까지 해 가며 서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오스튼에게는 충분히 필요한 일이었다.
남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친해지기엔, 오스튼의 오성은 너무 뛰어났다.
후작가의 자제로서 그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만나 왔고, 오스튼의 뛰어난 오성은 그런 이들의 인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돈 한 푼에도 덜덜 떠는 사람.
가진 돈으로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
그런 사람 옆에서 아부를 떠는 사람.
쥐꼬리만 한 권력으로 세상을 위시하려는 사람.
수많은 권력을 가지고도 더 욕심내는 사람.
오스튼의 눈으로 봤을 때 인간들의 세상은 ‘욕심’이라는 것 하나로 돌아가고 있었다.
욕심은 곧 질투를 유발하고, 질투는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그 감정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것들이라, 자칫 잘못하면 그 감정들로 인해 인간성을 잃어버린다.
물론 인간성 따위가 없더라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은 언제나 넘쳐 난다.
그러나 오스튼이 봤을 때, 최소한의 인간성은 반드시 필요했다.
인간성이 없어지면,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남는 것은 파멸뿐.
마력이라는 힘이 없는 오스튼은 그런 인간들의 곁에 있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을 부리려면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바보 연기였다.
굳이 평범함을 연기하지 않고 바보 연기를 하는 이유 또한, 타인의 관찰을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본래 사람이란 족속은 자기보다 못한 이들에게 감정의 벽을 허물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 쉬우니까.
당연히 평범함을 연기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무시받고 귀찮은 일들이 생겨났지만, 반대로 오스튼은 그런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바로 며칠 전까지는 말이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셰인을 만나기 전까진.
오스튼은 5년의 아카데미 생활 동안 셰인을 여러 번 봐 왔고, 그에 대한 파악도 끝난 상황이었나.
그러나 아카데미의 휴식기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을 무렵부터 달라진 셰인은, 오스튼이 조금도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서 돌아왔다.
아예 처음부터 파악하기 힘든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변하는 경우는 없었기에.
오스튼은 책상 앞에 앉아 시험 문제를 내려다봤다.
“이런 놀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죠.”
오스튼은 팬을 들어 시험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한편, 같은 시각 그처럼 책상 앞에 앉은 셰인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어렵군.”
처음에는 현 시대 인류의 수준에 얼추 맞을 정도로만 문제를 풀 예정이었다.
그러기 위해 도서관에 갔던 게 아니던가.
그러나 오스튼과 만나게 됐고, 놀이라는 것을 제안하고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본래라면 이런 제안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오스튼에 대해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시대의 오스튼은 아직 어수룩한 경계심이 남아 있었다.
어수룩한 경계심.
차라리 명백한 경계심이라면 거래라도 가능했지만, 미래의 오스튼과 달리 당장의 오스튼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필기시험 점수 따위나 논하는 놀이를 제안했던 것이고.
그러자 오스튼은 흥미를 보였다.
분명 그 오스튼의 흥미라면, 적당히는 끝나지 않겠지.
쓸데없는 관심은 귀찮고 때로는 위험마저 초래할 테지만.
그 정도 귀찮음과 위험 따위, 미래의 오스튼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떠올리면 감수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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