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0화
130화 아르가토 수원지 (2)
여태까지는 전생에 셰인과 얽힌 이들은 대부분 굵직굵직한 무명의 간부들이었지만, 이곳 나카르 사막에서는 그렇지 않다.
나카르 사막은 전생에 셰인이 무명으로 몸을 담은 이후부터 긴 시간 동안 활약했던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눈앞에 있는 실눈의 회색 묘족 사내와 다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견족 여인, 그리고 건장한 우족 수인의 남자는 전생에 셰인과 꽤 관련이 깊은 이들이었다.
‘내 팀원들이었지.’
특히 회색 묘족의 사내, 자신을 아르바슈라 소개한 이 묘족은 전생에 팀장이기도 했다.
“하하, 이렇게 된 거 서로 통명성이라도 해 볼까요? 저는 아르바슈입니다. 용병단을 이끌고 있죠. 여기 둘은 제 단원들입니다.”
“타이라야. 잘 부탁해?”
“방금도 말했지만 미타노스라 부르면 되오. 후허헛.”
그렇게 셋은 붙임성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 앉고서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주문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셋의 팀장 역을 맡고 있는 아르바슈는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저희도 이 도시에 들어온 지는 아직 반년이 안 됐습니다. 이거, 시민권을 따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하하.”
“엥? 그런데 같은 묘족 아니세요? 그럼 시민권은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디라일라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아르바슈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그런 오해를 자주 받기는 합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저는 타 지역의 묘족입니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죠.”
“아하…… 그런 경우도 있구나.”
“의외로 이런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다들 부족 생활에 만족하는 건 아니니까요. 여기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죠.”
“이봐, 남의 과거사를 그렇게 막 풀지 말란 말이야.”
“후허헛. 나는 괜찮소.”
“이쪽은 안 괜찮다고.”
틱틱대는 견족 수인, 타이라가 그리 말하자 아르바슈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사과했다.
“미안, 미안. 좀 봐줘. 아무튼, 어쩌다 우연히 만나서 이렇게 용병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년 전부터 이곳 아르가토 수원지에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최근에는 좀 흉흉한 일도 많아서…….”
“흉흉한 일이라면?”
“아, 외지인이라 아직 소식을 못 들으신 모양이군요. 최근 부족 간에 불화가 좀 있습니다. 성녀님께서 나타났다고 하시는데, 그걸로 인해 상당히 시끄러운 모양이더군요.”
그 말에 디라일라는 잠깐 아는 척을 하려다가, 셰인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디라일라는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셰인의 기색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셰인이 입을 열었다.
“성녀라…… 나도 들어 본 적 있소. 실제로 성지에 다녀오고, 성물을 가져왔다지?”
“하하, 이거 거기까지 알고 계시는군요.”
그 뒤에도 삼총사는 번갈아 가며 대화를 이어 갔다.
주로 아르바슈가 최근 나카르 사막의 동태를 설명하면, 미타노스와 타이라가 맞받아치는 형식이었다.
그렇게 음식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술을 잔뜩 마신 동료들과 함께 얼굴이 불콰해진 그들은 셰인과 디라일라에게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와…… 그 많던 음식을 다 먹었네요. 확실히 수인족이라 그런지 먹성이 어마어마하네.”
“뭐, 옛날부터 그랬던 녀석들이지.”
“어? 역시 아는 사람이었어요?”
“놈들은 날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그래, 알고 있던 사이지.”
“으음…….”
그러나 척 보기에도 셰인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디라일라는 마저 남은 음식을 욱여넣으며 우물거렸다.
“혹시 그쪽 사람들인가……?”
“맞다.”
“헉, 진짜요?”
“네가 물어 놓고 놀라면 어쩌자는 거냐.”
“아니, 그냥 한번 찔러 본 거죠. 흠흠…….”
그럼 예전에 저 사람들이랑 알고 있었다는 건, 이 남자도 한때 무명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건가?
디라일라가 새로운 정보에 놀라고 있을 때, 셰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오늘처럼 우연을 가장한 채로 계속 다가올 거다.”
“왜 그런데요?”
“우리가 외지인이니까. 그리고 사막에 있던 것치고 지나치게 깔끔하지.”
“아하…… 저번에도 여기 종업원이 우리 보고 깔끔하다 하지 않았나? 의외로 이런 거에 민감하네요. 좀 주의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일부러 그런 거다. 적당히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 있는 외지인처럼 보일 테니까.”
현 시점에서 셰인은 이곳 나카르 사막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본래라면 지금쯤 나카르 사막은 절반가량 무명의 손에 넘어갔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외부에서도 무명의 계획이 전부 틀어지고, 그런 와중에 전생과 다르게 현재 무명에는 셰인과 디라일라가 없지 않던가.
전생에 셰인이 직접 나카르 사막에서 캐낸 정보는 무명에서 결코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디라일라 또한 지금 성녀라고 불리는 여자 곁에서 무력적으로 날뛰고 있을 시점이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셰인은 일부러 외지인인 척하고, 무명의 조직원들이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전생에 셰인과 같은 팀을 이뤘던 아르바슈와 그의 팀원들이 찾아온 게 아니겠나.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그러자 디라일라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까지 한참 친근감 있게 떠들고 가던 사람들이, 그 이종족 테러를 일으킨 조직의 일원이었다니.
‘도대체 왜 같은 이종족을……?’
이제 와서 디라일라는 인간과 이종족을 따로 구분 짓지 않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이었다.
현재 무명이 이곳 나카르 사막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 또한 이종족을 자신들의 병력으로 흡수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종족 노예를 그저 자살 테러의 재료로 소모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물론, 셰인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무명은 당시 나름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자신들의 꼬리가 밟히지 않는 선에서 철저히 일을 진행한 것이다.
이는 무명 또한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무명 내부에서 비밀리에 치부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그걸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겠지.’
당장 디라일라의 꺼림칙한 표정만 보더라도 무명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저 감정을 진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우리도 슬슬 일어서지.”
“아, 넵.”
식사를 마친 셰인과 디라일라는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향했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 *
얼추 아르가토 수원지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셰인과 디라일라는 그 사이에도 꾸준히 자잘한 임무를 수행하며 당장 쓸 금액을 마련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무명의 조직원, 아르바슈와 그의 동료들과 세 번을 더 마주치며 합석했고, 오늘로서 네 번째가 되었다.
“하하, 이거 또 만나게 됐군요. 인연이 보통이 아닌 모양입니다.”
“음. 그렇군. 그대들도 의뢰를 끝마치고 돌아온 길이오?”
“아, 맞습니다. 최근 상단을 호위하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지라, 지금은 일종의 휴식기지요.”
“우리도 하루 빨리 상단 호위를 시작했으면 좋겠군. 그렇게 되면 포인트가 좀 모일 텐데 말이오.”
“오호…… 제법 포인트에 욕심이 있는 모양이로군요?”
“당연한 일 아니겠소. 시민권은 이곳 아르가토 수원지에 찾아오는 이들이 모두 바라는 것일 터인데.”
그러자 아르바슈가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이쪽 업계에 알음알음 퍼지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소문이라…… 어떤 걸 말하는 거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 보시오. 일단 들어 봐서 나쁠 건 없으니.”
“이후 제가 말씀드리는 정보에 따르는 금전적 보상의 30퍼센트를 요구합니다.”
“흐음…….”
셰인이 잠시 고민하는 척하자, 아르바슈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속도가 생명인 정보이기도 하고, 이것도 나름 힘들게 얻은 정보거든요. 이 정도 받지 않으면 이쪽도 수지가 맞지 않는지라.”
“그런데 여기서 그 말을 한 것부터 이미 충분한 정보 아니오?”
“물론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본 탓을 해야겠지요. 하핫.”
“그렇군. 그럼 이쪽에서 한번 물어보도록 하지. 왜 우리인 거요?”
그 말에 아르바슈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생각보다 철저하군.’
하기사, 아르바슈가 생각해도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된 용병이 이런 제안을 해 오면 그 저의부터 의심하리라.
“첫 번째로는 저희가 만난 날 말씀드렸던 것처럼, 두 분의 차림새가 깔끔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아르가토에 들어와서 여관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임시 시민권이 필요한데, 그쪽과 일행 분은 여관에서 씻지도 않았음에도 몹시 깔끔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사막의 생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리가 있군.”
“두 번째로는 두 분이 임무를 완수하고 오는 시간입니다. 처음 아르가토에 온 이들치고는 임무를 수행하는 속도가 저희보다 빠르더군요. 그 말은 제가 말씀드리는 정보에 필요한 전투 능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단 두 분이서 그만한 능력이라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우리보다 더 익숙한 이들이 없지는 텐데 말이오.”
“하핫…… 그만큼 그들의 몸값이 비싸지 않겠습니까?”
“그럴듯하군. 흐음…….”
그러면서 셰인은 좀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 이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흡사 노련한 용병이 의뢰를 받는데 심사숙고하는 모습처럼 보였으나, 셰인은 처음부터 저 제안을 받을 생각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는 아르바슈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무엇일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좋소. 받아들이지.”
“휴우, 받아 주셔서 다행입니다. 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자리가 별로 좋은 것 같지 않군요. 하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차는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조용한 식당을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해 준다니 고맙소. 사양하지 않도록 하지.”
“뭐야, 둘이 속닥거리더니 얘기 다 끝난 거야?”
그때 견족 수인 타이라의 물음에 아르바슈가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자리를 옮긴 그들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본론을 꺼냈다.
“곧 있으면 메가 샌드웜이 이 근방에 출현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녀석이 도착할 시기는 어림잡아 3일 정도 남았지요.”
“메가 샌드웜……?”
그러자 디라일라는 잠시 셰인을 바라보다가 아차 싶어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 어, 엄청 큰 샌드웜이라고 들었는데요.”
“예. 그리고 이곳 나카르 사막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로 꼽히는 놈이기도 하지요. 다만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놈은 어지간해서 서식지를 벗어나는 경우가 없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이 근방까지 놈의 흔적이 발견됐다더군요.”
“그럼 적어도 내일 안에 메가 샌드웜의 토벌 의뢰가 올라오겠군…….”
셰인의 그 말에 아르바슈가 과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겁니다. 다만, 문제는 그 토벌 의뢰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지요.”
“자칫 다른 임무를 수행하느라 자리를 비우면 그대로 놓칠 수도 있겠어.”
“하하, 이해력이 정말 빠르시군요. 이거, 제가 할 말이 줄어들어서 멋쩍습니다.”
뒷머리를 긁으며 아르바슈가 그리 말하자 셰인은 피식 웃었다.
“좋은 정보요. 확실히, 임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만큼 포인트를 높여 줄 것이고, 또 그만큼 사람도 몰리겠지. 시간 싸움이겠소.”
“정보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만큼 반가운 일도 없지요. 해서,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자면, 만약 내일 제 생각대로 토벌 임무가 올라온다면 함께 팀을 이루지 않겠습니까? 이유는 아까 설명했던 것 그대로입니다.”
“괜찮을 것 같군. 그만한 정보를 직접 입수했으니 흔적을 찾으며 공도 쌓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전력을 보탬과 동시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니. 거래로는 정확하군.”
“이래 봬도 묘족 아니겠습니까? 손익 계산에는 철저한 편입니다. 하핫.”
아르바슈는 얇게 뜬 눈을 빛냈다.
이래저래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계획대로 셰인과 디라일라를 끌어들였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허헛! 이거 인연이 이렇게까지 이어지는군.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잘 부탁하겠소.”
“흐응. 그래도 도중에 방해만 되지 말아 달라고?”
“어허, 타이라 양. 동료는 서로 돕는 것이오. 벌써부터 그런 태도는 팀워크에 독이 될 뿐이지 않소.”
“누가 그걸 모르나? 그냥 한 말이지.”
팀원인 미타노스와 타이라 또한 그런 아르바슈의 연극에 동조하며, 나쁘지 않은 진행 성과에 속으로 기뻐했다.
물론, 이들 중 가장 기뻐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셰인이었다.
‘죽을 장소를 알아서 찾아 주는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