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1화
131화 아르가토 수원지 (3)
“휴우. 도대체 이 귀찮은 일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거야?”
아르가토 수원지의 어느 한 여관.
타이라는 털이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그리 불평했다.
“대업이 이뤄질 때까지지.”
“그놈의 대업. 질린다, 질려. 언제까지 저런 어중이떠중이들을 정리하는 역할만 해야 하는 건데?”
아르바슈는 굳이 저런 타이라의 불평에 뭐라 하지 않았다.
실상 아르바슈 또한 지금 상황이 답답한 건 매한가지였으니.
그러나 팀장으로서 사기를 조절해야 할 필요는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외부에서의 일이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잖아. 그래도 그만큼 이쪽에 지원이 많다고 하니까, 진짜 얼마 남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 아르바슈의 말에 타이라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줄곧 침묵하던 미타노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이들은 어쩔 생각이오?”
“왜 또 물어. 이미 정리하기로 했잖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외지인이라니. 수상하다고.”
아르바슈의 말에 타이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미타노스는 어딘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수상하다는 말에는 동의하오. 그러나 우리만으로 그들을 치는 게 정녕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구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단 말이지.”
“흐음? 감이라…….”
이종족들 사이에서 이 ‘감’이라는 것은 쉽게 무시할 게 못된다.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안 그래도 녀석들이 뭔가 있을 것 같긴 하고. 그런데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어.”
그러나 그들은 이미 한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그들끼리 하던 용병 시절이 아닌 마당에, 고작 감이 좋지 않다고 상부에 보고한다?
머저리 취급받기 딱 좋지 않겠는가.
미타노스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어떻게 할 예정이오?”
“놈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봐야겠지. 우리가 여기 하루 이틀 있던 것도 아닌데, 어디서도 저런 녀석들은 본 적이 없어.”
나카르 사막은 광활한 지역이지만, 그에 반해 서로 교류를 해 나가는 수인족의 수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적어도 무명의 명령에 의해 사방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 사이에서 셰인과 디라일라는 처음 보는 인상이었다.
“그대의 기억에 없다면 우리처럼 이름 없는 마을에서 태어난 이들일지도 모르겠군.”
“그건 아냐. 불가능한 일이지. 우리 같은 태생에 놈들처럼 깔끔한 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어?”
“음, 듣고 보니 그것도 맞구려.”
생각해 보면 자신들 또한 마을에서 막 나왔을 무렵, 거지 차림을 하고 돌아다니지 않았던가.
거기에 아르바슈의 발언에 힘을 실어 주는 증거도 있었다.
“그 이빨이 뾰족했던 녀석. 아마 이곳 출신이 아닐 거야.”
디라일라처럼 이빨이 뾰족하면서도 털이나 비늘이 거의 없는 이종족은 이곳 나카르 사막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즉, 놈들은 나카르 사막 밖에서 들어온 놈들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지 않겠소?”
“그래도 되지만, 언제까지 이 지긋지긋한 정보원 노릇만 할 거야? 그래가지고 조직의 간부가 되는 일은 어림도 없다고.”
“나는 찬성이야. 보니까 그 꼬맹이는 맹한 구석이 있는 게 이용하기 쉬워 보이던데. 그런 꼬맹이나 데리고 다니는 남자 쪽도 별거 없겠지. 그렇게 강하다면 우리 제안에 그렇게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였겠어?”
그때, 아르바슈가 추가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조직에서도 쉬쉬하고 있는 건데…… 외부에서 일이 틀어진 이유가 어떤 가면을 쓴 수상한 놈 때문이래.”
“가면?”
“어. 그놈이 바깥의 인간들 세계에서 조직의 이름을 거론했나 봐. 그거 때문에 작전이 몇 개나 취소되고 요람 쪽으로 병력이 모인다고 하더군. 이런 시기에 이곳 나카르 사막에 찾아온 외지인이라니. 어쩌면 그 가면을 쓴 놈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호오…….”
만약 아르바슈의 말처럼 일이 흘러간다면 조직에서도 자신들의 공을 가볍게 생각하진 않을 터.
“이번 일로 공로를 인정받으면 하다못해 성녀님의 밑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어?”
그 말에 미타노스와 타이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이들은 이후의 작전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똑똑똑.
굳게 닫아 둔 창문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그들은 회의를 멈추고 아르바슈가 앞장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작은 사막새 한 마리가 멀뚱히 앉아 있었다.
“조직에서 들어온 정보다.”
사막새의 발끝에 달린 자그마한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떼어 낸 아르바슈는 새에게 물 한 컵을 내려놓았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사막새가 한참 물을 마시고 있는 사이, 이내 두루마리를 펼쳐 내용을 확인한 아르바슈의 두 눈이 커졌다.
“이거, 우리 계획이 어쩌면 더 잘될지도 모르겠는데?”
아르바슈의 두 눈에 열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셰인은 아르바슈의 말대로 임무 게시판 앞에서 대기를 하며 디라일라와 가볍게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식사를 거의 마쳐 갈 때쯤, 디라일라가 셰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디라일라의 그 물음에 셰인은 조용히 주변에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펼치고 말했다.
“뭐지?”
“메가 샌드웜이 등장할 줄 알고 있었죠?”
일전, 처음 아르가토 수원지에 도착했을 무렵, 셰인은 분명 말했었다.
큰 의뢰는 금방 들어올 것이라고.
그 말을 기억했던 디라일라는 도대체 어떻게 메가 샌드웜의 등장을 알고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
“그래, 알고 있었지.”
“어떻게 알고 있던 거예요? 여행 도중에 그런 낌새는 전혀 못 느꼈는데.”
그런 디라일라의 질문에 셰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사막에서 만났던 미라슈라는 수인은 이곳 아르가토 수원지의 수장이자 묘족의 부족장인 파리마슈의 딸이다.”
“엑?”
“그리고 그런 미라슈의 아비인 파리마슈는 최근 성녀의 소문이 퍼지면서 고민이 깊어졌지. 그동안 각 부족끼리의 상행을 도맡으며 부족 사이에 의견을 조율했을 터인데, 갑자기 성녀라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어…… 그럴 만하죠.”
때문에 파리마슈는 오랜 시간 자신이 찾아다닌 하나의 성물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 역할을 맡은 것이 미라슈였을 터.
다만 셰인이 전생의 기억을 더듬은 결과, 미라슈는 본래 아르가토 수원지에 돌아오지 못하고 사막에서 사망한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셰인과 만나게 되면서 무사히 수원지에 도착할 수 있던 것이다.
“미라슈가 말했었지. 분명 메가 샌드웜의 서식지를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놈의 공격을 받았다고. 그 이유는 미라슈가 가지고 있던 성물 때문이다.”
“성물이라면…….”
“용의 비늘.”
“요, 용의 비늘이요?”
“그렇게 놀랄 건 없다. 겉으로 보기엔 별 쓸모없는 비늘에 불과하니까. 다만, 용의 기운이 담겨져 있어 메가 샌드웜의 신경을 건드렸을 뿐.”
“이상하네. 우리가 있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잖아요?”
“내가 그 기운을 막았으니까.”
“아?”
그걸 막고 싶다고 막을 수 있나?
디라일라가 그런 의문을 가지긴 했으나, 셰인은 두 절대자의 기운을 몸에 담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나는 드래곤의 역린, 다른 하나는 산왕의 신성이었다.
셰인은 산왕의 신성으로 용의 비늘이 내뿜는 기운을 막았고, 그 결과 메가 샌드웜은 당시 셰인과 일행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아무튼, 이곳에 온 이후 나와 멀어졌으니 내가 그걸 막을 방법은 없지.”
“아…… 그래서 알았던 거구나.”
그제야 궁금증이 풀린 듯, 디라일라는 편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며 입을 헹궜다.
한편 설명을 마친 셰인은 방금 자신이 언급했던 파리마슈에 대해 떠올렸다.
‘가능하다면 이번 일로 그 자와 연결될 끈을 얻고 싶군.’
이곳 아르가토 수원지의 주인이자 묘족의 부족장인 파리마슈는 신중하고 경계심이 많은 자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마음을 얻는다면 많은 부분에서 협력을 받을 수 있을 터.
나카르 사막에 배치되어 있는 2개의 군단과 전쟁을 치르려면 파리마슈와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좀 조심히 움직이시네요.”
“무슨 말이냐.”
“이전에는 막 암살도 하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굳이 그 무명의 사람들하고 함께 다니려고 하시니.”
확실히 디라일라가 봐 왔던 셰인은 여태껏 암살로 사건을 컨트롤 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여기서 노출되면 안 되니까.”
마음 같아서는 셰인도 이전처럼 가면을 쓴 채 아르바슈를 포함한 삼인방을 처리한 채 곧바로 파리마슈에게 찾아가고 협력을 강요하고 싶었으나, 이번에는 굳이 성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이전까지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던 이유는 무명 또한 움직임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이다. 놈들은 인간 사회에 수많은 세작을 뒀지만, 그걸 막무가내로 활용하진 않았지.”
그만큼 무명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깨닫는 것을 경계해 왔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지금은 녀석들이 이곳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을 설득하느라 굳이 힘을 쓰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데 만약 가면의 사내가 혼자 나타났다고 하면 어떨까. 혹은 그와 비슷한 흔적이라도 찾는다면?”
“아…….”
분명 무명은 나카르 사막에서의 상황이 조금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셰인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무명에게 있어서 가면의 사내는 사사건건 자신들의 계획을 망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데다, 심지어 교만의 군단장마저 살해한 인물이지 않던가.
마냥 2개의 군단이 움직이는 것을 과한 걱정이라 치부할 이유가 없었다.
“아직 오크들이 머물 장소도 찾지 못한 마당에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러한 설명을 듣게 된 디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 얼굴은요? 저도 녀석들한테 알려졌을 법한데.”
“자의식이 강하군.”
“으극.”
“요람의 내부와 외부는 그 정도로 깊게 연관하지 않는다. 심지어 군단장들 사이에서도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는 모르는 수준이지. 적당히 어느 지역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정도다.”
그러니 디라일라의 얼굴이 이곳에 퍼져 있을 일은 없다.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별 탈이 없다면 다행이지 않나.
디라일라는 어딘가 김이 샌 표정으로 임무 게시판을 바라봤다.
그러자 직원 한 명이 굳은 얼굴로 임무 게시판을 향해 걸어갔고, 술집에 모인 수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 * *
메가 샌드웜은 나카르 사막에서 거대한 사신이라 불릴 만큼 위험한 몬스터다.
그 크기도 크기지만 무엇보다 사막의 모래 밑에서 소리도 없이 움직이기에, 그 거대한 아가리가 바로 발밑에 도착할 때까지도 대부분의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거기에 크기가 보통 큰 녀석이 아닌지라 일격에 죽일 수도 없어서, 사막의 부족들은 메가 샌드웜을 사냥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한다.
“저희가 맡은 역할은 정찰입니다.”
그만큼 위험한 몬스터의 토벌 작전이니만큼 아르바슈의 두 눈에는 진중함이 깃들었고, 일행들은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주로 메가 샌드웜의 흔적을 찾거나, 혹은 주변에 다른 위험 요소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지요.”
그중에서도 정찰은 그러한 준비 단계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도 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은밀한 메가 샌드웜의 흔적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위험도만 따지자면 가장 높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슈는 직접 그러한 임무에 지원했다.
“상당히 위험할 것 같군.”
“하하…… 아무래도 위험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적지 않으니까요. 이곳 사막에서 안전만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맞는 말이군. 그럼, 정찰 범위는 어디서부터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찰 범위의 경우에는 아르가토 수원지를 중심으로 북쪽부터 동쪽으로 내려가 남쪽입니다. 저희가 맡은 구역은 다행히도 북동쪽이고요.”
마지막으로 메가 샌드웜의 흔적이 발견된 구역은 남쪽에 가까웠으니, 탐색 도중에 메가 샌드웜과 조우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대신 정찰조로서 혹시 모를 악령의 출현이나 여타 다른 구역의 몬스터가 있다면 직접 토벌해야 하므로 공이 적지도 않으니.
적당히 리스크가 있고 또 적당히 리턴이 있는 일이었기에, 이번 토벌이 끝난다면 적지 않은 포인트를 한 번에 모을 수 있을 터.
“임무의 시작은 지금 이 순간부터이니, 곧 떠날 채비를 갖춰야 할 겁니다.”
그렇게, 메가 샌드웜의 토벌전이 그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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