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2화
132화 메가 샌드웜 토벌전 (1)
미라슈와 파리마슈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메가 샌드웜의 등장.
미라슈는 이곳까지 안전하게 온 만큼, 메가 샌드웜을 완벽하게 따돌렸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메가 샌드웜의 집착을 몰랐던 착각이었다.
놈은 근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용의 비늘이 내뿜는 기운을 느끼고 찾아오고 있었다.
이 얼마나 두려운 집착이란 말인가.
미라슈와 파리마슈는 자신들의 판단 미스로 인해 도시가 위기에 빠졌음을 모르지 않았다.
“부족장님…….”
그에 따라 미라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파리마슈를 바라봤다.
그만큼 메가 샌드웜이라는 이름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으니.
앞서 한 번 메가 샌드웜이 습격을 해 온 것도 그들의 기억 속에는 10년이 더 지난 일이다.
그 당시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으며 놈을 격퇴했으니, 이러한 불안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니 확실히 너와 함께 찾아왔다는 이들이 뭐 하는 이들인지 궁금해지는구나.”
파리마슈 또한 그런 미라슈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비록 피해가 있었을지언정 직접 메가 샌드웜을 토벌해 본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메가 샌드웜 그 자체보다는 녀석을 불러들인 용의 비늘을 가지고 사막을 횡단했음에도 멀쩡히 이곳까지 도달한 셰인과 디라일라에 대한 의문이 더더욱 깊어졌다.
“그들도 토벌에 참여한다고 했다지?”
“그렇습니당…….”
“흐음…….”
과연 이곳까지 무사히 도달한 게 순전히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들에게 있는 걸까.
물질적 증거가 없으니 이성적으로는 우연에 불과하다 생각이 들었으나, 자신이 가진 특유의 감은 그게 아니라고 외쳤다.
‘우연이라는 현상은 존재하지만, 그 현상이 일어나기까지의 필연은 존재하는 법.’
그렇다면 미라슈와 함께 온 그들은 용의 비늘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이고, 또 메가 샌드웜으로부터 그것을 숨길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야 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이들 중에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없다. 그렇다면…… 바깥에서 온 이들인가.’
파리마슈는 현재 자신들이 인간들의 신, 아카샤에 의해 요람이라 불리는 형태로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이는 모든 이종족이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인데, 파리마슈는 어쩌면 미라슈와 함께 온 두 존재가 ‘바깥’에서 온 이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이종족은 자신들을 요람에 봉인시킨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파리마슈는 그러한 본능을 이겨 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정신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떤 목적으로 온 것인가…… 그게 문제로군.”
“냐앙?”
옆에 있던 미라슈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자, 파리마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당면한 메가 샌드웜의 처리가 우선 사항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파리마슈는 의자에서 일어나 토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 * *
파리마슈의 장황한 개전 선언을 끝으로, 이번 토벌전에 참여한 전투 병력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르바슈는 정식으로 정찰팀의 팀장으로서 자신의 동료와 셰인, 디라일라를 데리고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북동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아르바슈는 혹시라도 셰인과 디라일라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않도록 임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구역에서는 주로 솔리스 거미가 서식합니다.”
솔리스 거미는 나카르 사막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몬스터였는데, 아르바슈와 그의 동료들도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잡아야 하는 상대다.
흡사 가위를 떠올리게 만드는 녀석의 날카로운 턱은 강철 따위는 두부처럼 갈라 버릴 힘을 지니고 있으며, 거미임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갑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몬스터 중에서도 제법 드물게 마력을 사용하는 몬스터인데, 녀석의 갑주는 마력의 보호를 받아 오러에도 쉽사리 파괴되지 않는다.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절지류가 그러하듯 이 녀석도 배가 약점이긴 합니다.”
물론, 그게 쉬울 리는 없다.
놈의 가위 턱을 피한다 한들, 그다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칼날을 연상케 하는 8개의 다리가 있을 테니까.
날카로운 다리는 수인족의 질긴 피부도 쉽게 꿰뚫어 버릴 만큼 위험하다.
“거기에 놈들은 대부분 혼자 다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암컷일 경우에는 때로 수천 마리의 새끼 거미와 함께 있을 때도 있으니까요.”
설명을 이어 가면서 아르바슈는 셰인과 디라일라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아르바슈가 팀장이 될 수 있던 이유는, 특유의 눈치 빠른 판단력 덕분이었다.
이번에도 아르바슈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셰인과 디라일라의 반응을 보며 정보를 수집했다.
‘남자 쪽은 별다른 표정에 변화가 없어서 의중을 알기가 힘들군. 그래도 여자 쪽은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고 있다. 설명을 듣고도 긴장보단 호기심을 느끼고 있어.’
그렇다면 최소한 솔리스 거미에 당할 수준의 실력자는 아니라 판단해야 했다.
‘여자는 무기가 없다. 그렇다고 무술을 배운 몸처럼 보이지는 않아. 걸음걸이도 마찬가지. 마법사라고 생각해야겠어. 남자는 못 보던 검을 들고 있군. 검을 수련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셰인에게서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던 아르바슈는 이번 작전이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여자는 몰라도 남자는 신중하다. 주는 음식도 조심해서 먹을 거야.’
가능하다면 독으로 제압을 하고 싶었으나, 오히려 그랬다가 들키면 돌이키기 힘들어진다.
‘수틀리면 죽여야겠어. 시체라도 들고 가면 조직에서 기억을 되살릴 방법 정도는 있을 테니.’
빠르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아르바슈는 다시금 설명을 이어 갔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우리의 주 역할은 몬스터의 서식지를 토벌팀에 알리거나 메가 샌드웜의 흔적을 찾는 것이기에, 조우한 몬스터와 필요 이상의 전투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물론 적은 수의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그 수가 많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렇군. 그렇다면 메가 샌드웜의 흔적은 주로 어떤 식으로 남소?”
셰인의 질문에 아르바슈는 금세 답했다.
“놈은 소리도 내지 않고 모래 아래를 돌아다닙니다만, 그렇다고 아예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전조 현상이 있거든요.”
“전조 현상이라.”
나카르 사막의 몬스터들은 메가 샌드웜의 기척을 읽는 데 도가 튼 이들이다.
때문에 만약 그 근처에 메가 샌드웜이 출현한다면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대피를 하는데, 그에 대한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에 디라일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흔적을 발견하면 이미 늦은 거 아니에요? 바로 근처까지 왔다는 건데.”
“물론 위험성은 올라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몬스터들의 감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서, 얼추 반나절 거리에서도 놈의 기척을 느끼고 도망칩니다. 거리적으로는 여유가 있다는 말이죠. 거기에 흔적을 발견했다고 해서 놈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녀석은 은근히 게으름뱅이니까요.”
메가 샌드웜은 한 번 움직일 때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만, 그만큼 이동 중에 쓰이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제법 많은 휴식을 취한다.
때문에 사냥에 나서기 전에는 항상 휴식을 취하는데, 이때 보통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때가 바로 골든 타임입니다. 놈도 많은 이들이 모인 도시를 공격하려면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할 테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메가 샌드웜을 찾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닌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메가 샌드웜은 기초 대사량을 극도로 낮춰 자신의 기척을 완벽히 숨기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흔적만 찾는다면 토벌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적어도 놈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알 수 있다면 대비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설명을 모두 듣게 된 디라일라는 이내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일행은 뜨거운 사막의 태양빛을 받으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어느 날.
아르바슈의 목소리가 더러운 땅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일이 이렇게 됐다. 어쩔 수 없잖아. 그치?”
두 팔에서 느껴지는 포승줄은 평범한 밧줄이 아니다.
대상으로부터 마력을 제한시키는 이 밧줄은, 얼마 안 되는 셰인의 마력을 빼앗고 있었다.
그러나 마력을 쓸 수 없다는 무력감보다는, 팀에게마저 이용당하고 버려진다는 자신의 처지가 셰인을 더 무력하게 만들었다.
“뭐, 인간의 욕심이 어디 하루 이틀이야? 그래도 그 욕심 덕분에 우리가 한몫 챙기게 됐네.”
지독한 무관심이 어린 목소리는 타이라의 것이다.
욕심? 맞다.
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카르 사막에 얽힌 비사를 풀어내느라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사막을 횡단하며 정보를 모아 왔다.
그 결과 조직에 도움이 될법한 큼직큼직한 정보를 물어다 왔고, 그 덕에 팀은 군단장의 관심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됐소. 그대의 운명은 여기까지구려.”
반면 조금의 죄책감이 담긴 목소리는 미타노스의 것이다.
그러나 셰인에게 오히려 그 죄책감은 더욱 역겹게 다가왔다.
이종족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이들 또한 인간과 하등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그저 신체적으로 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게 인간과 동일했으니.
그토록 인간을 혐오하던 셰인은 비로소 자신이 머물 그늘 따위는 없음을 깨달았다.
“뭐, 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쩌겠어. 너는 너무 나댔다고.”
“……내가 정보를 모아 오는 게 그렇게나 방해됐나?”
셰인의 그 물음에 아르바슈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얇은 눈에는 시기와 분노, 그리고 빈정거림이 얽혀 있었다.
“아니. 팀의 실적이 올랐으니 오히려 도움은 됐지. 그런데 윗분들이 우리한텐 관심이 없고 너한테만 신경을 쓰고 있잖아? 팀장에 대한 존중도 없냐고.”
존중? 웃기는 이야기다.
셰인은 분명 모든 정보를 아르바슈에게 넘겼다.
그걸 상부에 보고하는 것은 아르바슈의 일이었고.
만약 자신이 아르바슈를 존중하지 않았더라면 그를 거치지 않고 직접 보고했을 것이다.
거기에 셰인은 알고 있었다.
보고 중 일부는 아르바슈가 셰인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이 한 일인 것마냥 보고 했다는 사실을.
“흥, 꼴에 머리가 좋다는 거 하나만 믿으니까 그런 거지. 실전에 나서는 우리가 목숨 걸고 일을 해결해도, 정작 그 공은 네가 전부 가져가잖아.”
그렇기에 정보를 더욱 철저하게 모았다.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은 방해물에 불과할 테니.
그래서 몬스터의 서식지와 서식지의 환경 조사, 거기에 몇 번이고 목숨을 걸어 몬스터를 포박하고 해부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노력을 해 왔다.
그 덕에 팀의 전투는 언제나 정보의 우위로 안전을 챙길 수 있었지만, 돌아온 결과가 고작 이것이다.
“……그렇소. 우리도 이렇게 말단에 있다가 끝날 생각은 없으니. 결국 이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겠소? 적자생존. 적응한 자만이 세상에 살아남는 법이지. 인간인 그대의 한계라는 것이오. 먼 과거 조상들이 그러했듯 말이지.”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역겨운 위선자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면죄부를 쥐기 위해 끝까지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사실, 뭐 이런 이유는 다 필요 없어. 그냥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거든. 그야 넌, 인간이잖아?”
“고작 인간 따위가 뭘 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거냐고.”
“이게 종의 한계라는 것이오.”
어릴 때부터 한 마을에서 살다가 나온 녀석들이라 그런가, 참 죽도 잘 맞았다.
그렇게, 셰인은 자신의 가슴 한편에 무언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없겠군.”
* * *
잠에서 눈을 뜬 셰인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밤의 사막이 으레 그렇듯, 밖으로부터 거친 바람 소리가 들려오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런. 잠에서 깨셨습니까? 이거 죄송합니다. 조금 소란스러웠나 보군요.”
방금까지 묘족의 주된 무기인 손톱을 정리하던 아르바슈가 멋쩍게 웃었다.
하루 종일 사막을 돌아다니며 몬스터의 이동 흔적이나 서식지를 찾아다니던 그들은 어느 한 동굴을 찾아 야영을 결정했다.
그사이에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는데, 근처에 때마침 자이언트 전갈의 서직지를 발견하여 상부에 보고한 것이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수가 상당히 많았던지라 일행들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아마 곧 있으면 동이 트면서 이른 새벽과 함께 토벌대 중 일부가 자이언트 전갈들을 밀어내기 위해 찾아올 것이다.
하여 내일 또다시 정찰을 이어 가기 위해 일행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미안해 할 것 없소. 그저 내가 예민할 뿐이니.”
“하하, 그러시군요.”
셰인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마저 손톱을 정리하는 아르바슈를 응시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 저 얇은 눈 속에는 무슨 생각이 깃들어 있을까.
아니,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이번에도.
결국 너희는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