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4)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4화
134화 메가 샌드웜 토벌전 (3)
디라일라의 마력이 사방으로 퍼진 순간 일대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리더니 천장과 벽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 변화에 가장 먼저 적응한 이는 셰인이었다.
모래 위에서 자세를 잡기 힘들었던 여태까지와 다르게, 새로 나타난 단단한 대지가 발을 받쳐 주니 셰인은 그야말로 바람과 같이 움직였다.
오러를 담은 셰인의 검이 솔리스 거미를 향해 휘둘려졌다.
끼익―!
그러나 마력에 예민한 솔리스 거미는 그런 셰인의 움직임에 곧바로 반응했다.
셰인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두 개의 앞발로 양옆을 노리며 들어왔고, 전방으로는 거대한 턱이 당장이라도 셰인을 두 동강 낼 기세다.
뿐만 아니라 놈의 둔부가 미타노스를 노렸던 것처럼 아래로 튀어나와 셰인에게 조준하니, 이대로 후방에 빠진다 한들 놈의 공격을 피할 방도가 없을 터.
하나 셰인은 그런 솔리스 거미의 행동을 앞서 보기라도 한 것처럼 땅을 박차 도약했다.
그 직후 셰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꽁무니를 전방으로 향하느라 휘어 만들어진 갑각의 빈틈이었다.
제아무리 견고한 놈의 갑각이라 한들, 저렇게 한계까지 구부린 상태에서는 연약한 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셰인의 검이 놈의 빈틈을 향해 찌르고 들어간다.
끼이이이익―!!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놈의 비명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르바슈와 타이라도 합세했다.
타이라는 아까 셰인이 놈의 다리에 만들어 둔 상처를 노렸고, 아르바슈는 마력을 회복시키는 약까지 삼켜 가며 솔리스 거미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으음…….”
디라일라는 일행들의 전투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셰인의 오러에 의해 배가 진창이 된 솔리스 거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 디라일라는 아까부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이렇게 힘들지……?’
방금은 제법 마력을 쓰긴 했지만, 디라일라도 지난 2년 동안 상당한 성장을 이루지 않았던가.
셰인으로 인해 알게 된 성장법과 더불어 꾸준히 마석을 섭취해 온 디라일라는 이전과 다르게 쉽게 마력 부족을 겪을 수준은 진작에 넘어섰다.
그럼에도 고작 마법 몇 번 썼다고 이렇게 지치다니?
그런 의아함을 떠올리고 있을 때, 전투의 양상이 급변했다.
키이이에에에에엑―!!
앞다리 하나가 완전히 잘려 나가고, 배에 몰린 내장이 진탕이 되면서 죽음이 다가왔음을 느낀 솔리스 거미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아르바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몬스터의 괴성에는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아르바슈는 몬스터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면서 이후 벌어질 일을 예상해야 했으나, 방금 솔리스 거미가 낸 소리는 아르바슈도 처음 들어 보는 괴성이었다.
‘무슨……?’
그때, 사방으로부터 사각사각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아르바슈는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새끼 거미!’
그러나 그 소리를 듣기 시작한 아르바슈는 당황하기보단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이곳이 새끼를 친 솔리스 거미의 굴임을 또 다른 팀원인 정보원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암수가 함께 있는 상황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다행히 저 외지인으로 보이는 수인이 활약해 준 덕분에 위기는 이미 모면했다고 봐야 한다.
‘슬슬 약의 효과가 퍼지기 시작했을 텐데…….’
그러면서 아르바슈의 눈길이 후방에 있던 디라일라에게 향했다.
직접 마법을 쓰는 아르바슈는 마법사가 얼마나 변칙적인 존재인지 잘 알기에 그녀를 가장 귀찮은 대상으로 지정해 둔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혼탁해진 눈으로 전투 상황을 지켜보단 디라일라가 머리를 짚고 흔들거리더니 이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아……?”
그 모습을 확인한 아르바슈가 비소를 지었다.
‘됐군.’
이제 남은 일은 거미줄에 묶인 미타노스를 구출하는 것뿐.
‘그나저나 솔리스 거미가 거미줄을 쓴다는 건 처음 알았는데.’
가끔 저 둔부의 꽁무니로 찐득한 액체를 배출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거미줄을 뽑는다는 것은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성체는 거의 죽어 간다. 이제 남은 건 진정제로 약화된 새끼들만 뚫고 나가면 돼.’
아르바슈가 생각했던 것은 몬스터를 이용한 차도살인이었다.
처음에는 두 외지인을 생포할 예정으로 반마력 구속구를 챙겨 왔으나, 예상과 달리 변수가 너무 많이 생겨났다.
‘어차피 뼈는 남을 테니 뼈만 들고 간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기억을 복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했으니.’
아르바슈의 두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흣.”
한편, 마지막 발악을 시작한 솔리스 거미의 성체가 휘두른 발에 셰인이 크게 뒤로 물러났다.
검으로 막긴 했으나, 누가 보더라도 마력의 컨트롤이 흔들리는 모습.
이내 지친 듯 검을 땅에 꽂으며 숨을 고르는 것까지 확인한 아르바슈가 소리쳤다.
“타이라!”
“아아, 그래, 알겠다고!”
아르바슈처럼 셰인과 디라일라의 동태를 확인하던 타이라는 곧장 솔리스 거미로부터 거리를 벌리고 거미줄에 묶인 미타노스에게 향했다.
반면 아르바슈는 룬어가 담긴 단검을 들고 솔리스 거미에게로 걸어갔다.
“너 역할은 여기서 끝이다.”
여태까지 사람 좋은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비정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옴과 동시에, 그는 품에서 마력 회복의 알약을 꺼내 삼켰다.
“쯧. 이 아까운 걸 두 개나 먹었군.”
그런 마력의 움직임을 느낀 솔리스 거미가 다시 한번 거대한 턱을 벌리며 아르바슈에게 달려들던 순간.
마법이 발동되며 솔리스 거미의 움직임이 그대로 멎었다.
물리력을 마력으로 치환해 적의 움직임을 제압하는 룬 마법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그만…… 응?”
타이라가 미타노스를 묶은 거미줄을 어느 정도 처리한 모습을 확인하던 아르바슈는 어느새 반대편 입구로부터 들어오는 솔리스 거미의 새끼들을 발견했다.
하나하나가 사람의 상체와 비견될 정도로 큰 새끼 거미들이 비좁은 입구를 날카로운 턱으로 갈아 대며 어미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래도 자식으로서의 도리가 있다 이건가?”
움직이지 못하는 어미에게 향하는 새끼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아르바슈는 무릎을 꿇은 셰인에게 다가갔다.
“뭐,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
“너무 저희를 원망하지는 마십시오. 원채 세상이 이런 법이지 않습니까? 약한 자는 도태되는 법입니다.”
그러면서 아르바슈는 고개를 숙인 셰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단검의 끝으로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 분명 이전과 많은 것이 달라졌음에도, 상황은 이렇게나 똑같이 흘러가니까. 이럴 때면 나도 때로 운명이라는 게 실존함을 깨닫는다.”
“가면……?”
중년의 수인족 얼굴을 하고 있던 셰인의 얼굴은 어느새 새하얀 민무늬 가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르바슈는 며칠 전 자신이 팀원들에게 말했던 외부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너는……!”
경악한 아르바슈가 뒤로 물러서다 넘어졌다.
방금까지 무릎을 꿇고 있던 셰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그때와 다를 바가 없군. 언제나 자기 자신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변수조차 스스로의 영역 안에 일어나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하는 셰인의 말에 아르바슈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물들었다.
날 알고 있나?
분명 반마력 알약도 삼켰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지?
아니, 애초에 이자는…….
도대체 누구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것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설명해 주마. 솔리스 거미는 평소 거미줄을 쓰지 않지만, 새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솔리스 거미는 다르다. 놈은 체내에 생성되는 체액을 거미줄로 바꿔 새끼들을 감싸는 알로 만드니까. 아직 체내에 거미줄이 남겨져 있는 거다.”
“…….”
“또 암컷과 수컷이 함께 있는 이유는 근처의 메가 샌드웜 때문이다. 놈들은 훨씬 먼 거리에서부터 메가 샌드웜의 기척을 느끼니까. 새끼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던 거다.”
“마지막으로, 새끼 거미들은 메가 샌드웜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한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그건 바로…….”
생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던 솔리스 거미의 특성을 속사포처럼 내뱉는 셰인의 모습에 아르바슈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그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패륜 행위지.”
“이, 이봐! 아르바슈! 저 새끼들……!”
때마침 타이라의 비명 같은 외침에 아르바슈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제 어미의 살점을 뜯어먹고 있는 새끼 거미들이 있었다.
“뭣…….”
“솔리스 거미는 모성애와 부성애가 지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자식을 위해 제 한 몸을 희생시킬 줄도 알거든.”
“……왜 갑자기?”
아직 눈앞에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어미의 살점을 뜯어먹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에도 아르바슈는 그 이유를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
끼이이…….
끼에에엑―!
끄륵! 끄륵!
제 어미의 살점을 뜯어먹던 솔리스 거미의 새끼들에게 빠른 변화가 찾아왔다.
방금까지 성인의 상체 정도 수준에 불과했던 거미들이, 일제히 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변화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10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3번의 탈피를 끝마친 녀석들은, 성체인 어미 솔리스 거미와 근접한 수준의 몸집으로 성장했다.
“저 방식은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스스로의 몸을 희생시켜 자식들을 급성장시키는 거다. 물론 저렇게 되면 끊임없이 동족 포식을 이어 가야만 하지. 포식을 하지 않으면 하루도 채 살아남지 못하니까. 대신, 유전자는 남기거든. 그야말로 메가 샌드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발버둥인 셈이지.”
그리고 급성장한 새끼들의 첫 타깃은 금방 정해졌다.
그는 아직 거미줄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타노스와,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손톱을 세웠던 타이라였다.
“이익……!!”
탈피를 막 마친 새끼 거미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온몸에 소름이 끼친 타이라는 서둘러 남은 거미줄을 잘라 내려 했으나, 속도는 여전히 더디기만 했다.
“야, 이 새끼야! 너도 좀 움직여 보라고!”
“크르륵…….”
“……?!”
그러나 가장 위험에 처한 미타노스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피거품뿐이었다.
또다시 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설명하는 걸 잊었군. 솔리스 거미에게 독이 없다는 건 많은 사막 부족들의 착각이지. 정확히는 수컷만 없고, 암컷에게는 따로 독 샘이 존재한다. 바로 새끼를 낳을 때 쓰는 거미줄에 묻히기 위함이지. 다른 포식자가 새끼를 먹다가 죽는 걸 노리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 형태거든.”
저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아르바슈와 그 일행들에게는 마치 삶과 죽음에 통달한 사신의 사형 선고처럼 느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