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6화
136화 메가 샌드웜 토벌전 (5)
메가 샌드웜의 토벌을 위해 파리마슈는 몇 가지 대비를 해 뒀다.
먼 거리를 이동해 지쳤을 메가 샌드웜을 유인할 수많은 가축이 그중 하나다.
나카르 사막 전역을 떠돌며 가축을 사들이는 아르가토 수원지의 특성상 수많은 가축이 있었기에 이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모아 온 초강력 진정제.
한 움큼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대형 몬스터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물건을, 제물이 될 가축들의 온몸에 덕지덕지 발라 놓은 것.
주술사들을 불러 와 기척을 죽이는 주술을 펼쳐 둬 효과적인 기습을 준비하고, 토벌에 참여한 용병들의 무기에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독을 묻혀 놨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끝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크오오오오오오――
어지간한 건물은 한입에 삼킬 정도로 거대한 메가 샌드웜이 포효와 함께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놈이 모래 속으로 숨어 버린다면, 아르가토 수원지는 앞으로 분노한 메가 샌드웜의 기습에 살 떨리는 나날을 보내게 되리라.
하지만 파리마슈는 앞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뒀다.
“주술을 발동시켜라!”
파리마슈의 명령에 주술사들이 바삐 움직였다.
일대에 박힌 수십 개의 토템이 일제히 공명을 시작하고, 드넓은 대지에 미세한 진동이 퍼져 나갔다.
“으윽…….”
“끄응…….”
몇몇 예민한 수인족들은 그러한 진동에 귀를 부여잡으며 옅은 고통을 호소했으나, 앞서 파리마슈에게 들었던 터라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이후 찾아올 사태에 대비했다.
귀가 예민한 수인족이 불쾌한 수준에 불과하다면, 진동을 통해 사물을 구분하는 메가 샌드웜에게 이것은 흡사 귀의 양 옆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크고오오오오―!!
그 대치 상황은 얼마 이어지지 않았다.
메가 샌드웜이 참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모래 밖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나왔다! 잡아 죽여!”
“아까처럼 아가미를 노려!”
앞서 대기하고 있던 토벌대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아나콘다에게 달려드는 개미처럼 느껴졌다.
“후으으으읍!”
“그만 좀 죽어라!!”
하나 개미의 턱은 아나콘다의 가죽을 뜯어 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고, 놈을 죽일 독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메가 샌드웜이 날뛰면 날뛸수록 앞서 섭취한 강력한 진정제가 놈의 힘을 빼앗아 갔다.
그 결과 토벌대원들에게 베인 상처에서 검게 죽은피가 흘러나왔지만, 그 사이에 토벌대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카바슈!”
“이런 젠장!”
메가 샌드웜의 꼬리 치기에 당한 십여 명의 토벌대원들이 허공을 날았다.
쿠션 역할을 하는 모래에 떨어진 그들을 향해 보조 역할을 하던 정찰대가 찾아갔으나, 이미 전신의 뼈가 바스라져 즉사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거대한 덩치를 가진 탓에 놈의 움직임을 한 눈에 파악하기 힘든 토벌대는 부디 놈의 발악이 자신이 있는 영역에 도달하지 않기를 바라야만 했다.
그때, 한 수인족이 검을 들고 거칠게 날뛰는 메가 샌드웜의 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1초에도 하늘과 땅이 뒤바뀌듯 날뛰는 메가 샌드웜의 위에서 저토록 자세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 누구?”
“뭐야. 어디 용병단이지?”
그러한 중년 수인의 행동에 토벌대의 시선이 쏠리기도 잠시, 그는 잠깐의 사이에 메가 샌드웜의 몸통에서부터 머리까지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수인의 행동에 여타 다른 토벌대원들의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저, 저 미친놈이!”
“정신 나간 수인인가?!”
“자살도 별 미친 방법으로 다하는군!”
그도 그럴 것이, 중년의 수인은 메가 샌드웜의 머리를 지나 놈의 아가리로 뛰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바위도 한 줌의 먼지로 만들 위력을 지닌 천여 개의 이빨은 분명 저 중년 수인의 온몸을 난자하리라.
그러나 실상 중년의 수인, 셰인은 미친 게 아니었다.
이 장소에 있는 그 누구보다 냉정했고, 거기에 그 누구보다 메가 샌드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으니.
셰인은 현 상황에서 메가 샌드웜을 처리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있었다.
“후우…….”
놈의 원통형 이빨이 사방에서 날카롭게 셰인을 노리고 들어왔다.
셰인은 차분하게 그런 놈의 이빨 위를 뛰어다니며 목표 지점을 찾아다녔다.
마치 곡예를 펼치듯 날카로운 이빨을 피해 다니던 그의 두 눈이 빛났다.
원통형 이빨을 지닌 놈의 입 속에서 유일하게 이빨이 나지 않은 자그마한 공간.
고작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그 공간을 발견한 셰인이 집중했다.
쉴 새 없는 메가 샌드웜의 몸부림에 위와 아래가 수시로 뒤집히는 공간 속에서, 셰인의 서클이 맹렬히 회전했다.
[관통], [전송], [진동], [중첩], [중첩], [중첩], [중첩], [중첩].오러에 휘감긴 검이 놈의 입천장을 관통했다.
메가 샌드웜의 입장에서는 고작 민물고기의 가시가 박힌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어지는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꺼운 살가죽이 뚫리고 뇌가 갈가리 찢기는 격통!
크그, 고고고고고고고오옥――!!
백여 년의 삶을 살아온 메가 샌드웜조차 뇌에 직접 닿는 고통에 내성이 있을 리가 없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마냥 메가 샌드웜은 몸부림조차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축 늘어져 경련을 일으켰다.
“뭐야?”
“진정제가 통하고 있나……?”
“알 게 뭐야! 일단 죽여!”
“와아아아아아아아―!!”
바깥에 있던 이들은 그 이변의 원인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각자의 무기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메가 샌드웜의 주요 약점인 아가미를 노리고 수백의 토벌대가 달라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메가 샌드웜을 죽일 최후의 한 방은 먹이지 못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덩치를 지닌 녀석이었으니.
이에 파리마슈는 준비해 둔 마지막 수단을 꺼내 들었다.
“용조창(龍爪槍)을 준비해라!”
그 외침에 준비하고 있던 병력들이 거대한 포로 둘러싸인 무언가를 벗겨 냈다.
그것은 거대한 발리스타였다.
높이만 해도 10미터, 길이는 30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발리스타.
투박함의 절정을 다다르듯, 일절의 장식품도 없는 발리스타에는 길이만 40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볼트가 장전되어 있었다.
키이이이이잉──
볼트의 뒤로부터 관통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불길한 소리를 내뿜으며 강렬한 진동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우족 수인이 달라붙어 각도를 조절하고, 끝내 메가 샌드웜을 향해 정확한 조준이 끝났다는 신호가 들린 직후.
“발사!”
파리마슈의 명령과 동시에 볼트의 끝자락으로부터 폭발 소리가 터져 나오며 볼트가 빛과 같은 속도로 사출 되었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가르고 볼트가 향한 방향은 다름 아닌 메가 샌드웜의 머리.
쐐애애애애액!
이윽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볼트는 그대로 메가 샌드웜을 관통하고 더 나아가 사막의 모래에 처박히며 굉음을 터뜨렸다.
“…….”
“…….”
“…….”
무시할 수 없는 발리스타의 사격음에 모든 토벌대원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메가 샌드웜에게 시선을 보냈다.
정확히 발리스타에 사출된 볼트에 의해 거칠게 뜯겨져 나간 듯 보이는 관통상.
그 부위로부터 검게 죽은피와 뇌수가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주, 죽었다!”
“놈이 죽었어!”
“우와아아아악!!”
이전까지 보이던 경련조차도 없이, 미동도 보이지 않는 메가 샌드웜의 완벽한 죽음.
이를 확인한 토벌대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승리의 환호를 아낌없이 내질렀다.
전투의 시간만 따지고 보면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지만, 실제로 이번 전투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파리마슈가 많은 준비를 해 두긴 했으나, 보통 메가 샌드웜은 며칠이나 시간을 투자해서 사냥해야 하는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진정제와 독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본래라면 메가 샌드웜이 몇 차례 회복을 위해 도망을 쳤어야 정상이었고, 토벌대는 그사이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며 놈을 수색하고, 또다시 전투하는 과정이 수차례 이어져야만 했던 것이다.
때문에 메가 샌드웜을 토벌한 기록 중 가장 빨랐던 기록은 일주일이었다.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해 뒀던 파리마슈 또한, 많아 봐야 이틀에서 사흘 정도 기록을 단축하리라 예상했으나 정작 결과는 당일에 바로 전투를 끝마칠 수 있었다.
이에 파리마슈는 발리스타가 불을 내뿜기 직전을 떠올렸다.
“방금, 분명 누군가 놈의 아가리로 들어갔었는데.”
멀리 있던 탓에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분명 한 수인이 메가 샌드웜의 몸을 타고 그대로 놈의 입을 향해 들어간 것을 봤었다.
그러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메가 샌드웜은 파리마슈조차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
‘혹, 그자가?’
미라슈가 말했던 두 외지인 중 한 명인 걸까.
파리마슈는 문득 얼마 전에 들어왔던 정찰 보고를 떠올리고는, 죽은 메가 샌드웜의 머리를 지켜봤다.
그리고 머지않아, 들어갔을 때처럼 깔끔한 상태로 메가 샌드웜의 입에서 걸어 나오는 한 수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확실히 성능 하나는 제대로군.”
토벌대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는 사이, 셰인은 메가 샌드웜의 입으로부터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와 메가 샌드웜이 쓰러진 자리를 보자, 그곳에는 지금도 메가 샌드웜의 머리로부터 혈액이 자그마한 강줄기를 이룰 정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기야, 그 크기가 제국의 수도에 존재하는 거대한 시계탑을 서너 개는 합친 크기이니만큼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던 그때, 셰인은 자신을 향해 던져 오는 시선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파리마슈가 강렬한 눈빛을 한 채 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상은 잘 들어맞은 것 같군.”
셰인은 그런 파리마슈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응시했다.
그러던 순간.
셰인의 눈이 한순간 휘둥그레 뜨였다. 그와 동시에 파리마슈를 향해 달려가는 셰인.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은밀한지, 파리마슈의 호위들은 셰인이 코앞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뭐 하는……!”
“흐읍?!”
뒤늦게 반응한 그들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기 직전. 셰인을 중심으로 무형의 기운이 폭사되었다.
그러자 파리마슈를 포함해 그의 호위들의 몸이 굳어 버렸다.
마치 거대한 절대자를 눈앞에 마주한 듯한 기분.
“잠시 실례하겠소!”
“……?!”
그러나 파리마슈는 오히려 그런 호위들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인물이었다.
뒤늦게 셰인의 손짓에 반응한 파리마슈가 반항하듯 셰인의 손길을 뿌리치려 했으나, 셰인은 마치 환영과 같은 손놀림으로 파리마슈의 저항을 무위로 돌리고 그의 관자놀이에 손을 올렸다.
“윽……!”
마력이 주입됨과 동시에 파리마슈가 쓰러지고, 그런 그를 받쳐 든 셰인은 곧장 천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제야 드래곤의 역린이 내뿜는 기운에 몸이 굳어 있던 호위들이 정신을 차렸다.
“부족장님!”
“당장 쫓아가!!”
갑작스러운 정체 모를 수인의 습격.
이에 호위들도 지체 없이 천막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
그들의 충성심이 곧 그들을 살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방금까지 파리마슈와 그의 호위들이 있던 천막 아래로 거대한 무언가가, 대지를 울리는 포효 소리를 내며 천막을 한입에 집어삼킨 것이다.
“메, 메가 샌드웜……!!”
“흐어어억?!”
방금 막 토벌한 메가 샌드웜과 크기 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또 한 마리의 메가 샌드웜의 등장은, 승리감에 취해 있던 토벌대를 단숨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