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39화
139화 성녀와 성물 (3)
안타깝게도 파리마슈의 기대와 달리, 저 포탈은 상용화가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탈은 애초에 던전 혹은 요람에서 발동이 불가능한 마법이기 때문이다.
던전과 요람은 이 세계와 철저하게 분리된 봉인된 공간.
따라서 요람의 내부와 외부를 잇는 텔레포트 마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셰인이 이를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드래곤의 역린과 산왕의 신성을 엘프들의 공간이동 마법과 접목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셰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가…… 아쉽군.”
파리마슈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한 셰인의 설명에 아쉽다는 눈치를 보였으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포탈을 통해 들어오는 오크들이 가지고 오는 다양한 물건들은 파리마슈가 여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호오…… 이 혼자 둥둥 떠다니는 것은 무엇이오?”
“영상 기록 장치라는 마공학품이오. 스스로 떠다니며 현상을 기록하는 장치이지. 이렇게.”
“음……?!”
둥근 구 위에 펼쳐지는 영상에 파리마슈가 두 눈을 휘둥그래 떴다.
“인간 사회에서는 혹시 모를 도난이나 던전 탐사의 기록 등에 쓰이오. 오크들에게는 전투를 복기하는 차원으로 쓰도록 만들었지.”
“으음……!”
이렇듯, 셰인은 인류의 문명을 오크들에게 접목시켰다.
효과적으로 철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 주거나, 체계적인 사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그 결과, 2년이라는 세월 동안 오크들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문명화는 오크들에게 지식의 폭을 넓히도록 만들었고,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대단하군. 바깥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진 곳이오?”
“언젠가 시기가 되면 알게 될 날이 올 것이오. 요람의 개방은 모든 인류의 숙원이니.”
“요람의 개방이라…….”
실상 파리마슈 또한 인간들에 대한 적의가 적잖이 있었으나, 신기하게도 눈앞의 남자, 셰인과 대화를 할 때면 그러한 적개심이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다른 부족들도 놀라워할 것 같군. 그런데, 저 수레에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은 무엇이오?”
때마침 파리마슈가 가리킨 것은 워프를 통해 주기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푸른빛의 돌이었다.
“생명수. 그리고 우리가 무명에 대항할 가장 중요한 수단이오.”
“생명수……?”
파리마슈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자, 셰인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 * *
처음 셰인은 파리마슈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과 어떤 식으로 거래를 이어 나갈지 고민했다.
인류의 문명은 확실히 이곳의 부족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줄 테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이는 사치에 가까웠다.
있으면 좋지만, 필수로 필요하진 않은 것들.
실상 인류의 문명이 편의를 중심으로 성장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포션이나 최근에 발전하고 있는 엘프의 정기를 활용한 치료제를 생각했다.
하나 포션은 몰라도 엘프의 정기는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당장 인간 사회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지 않나.
이는 셰인에게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더라도 해결이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포션을 내놓자니, 포션보다 성능은 조금 떨어질지언정 이곳 부족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성능을 지닌 치료제는 이미 있는 상황.
때문에 셰인은 최종적으로 질 높은 무기를 주된 교역품으로 정해 뒀었다.
“저기, 여기 수인족들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그러던 찰나, 어느 날 디라일라가 그러한 질문을 해 왔다.
그 물음에 셰인은 곧바로 답했다.
“물이다.”
이곳 나카르 사막은 뭐니 뭐니 해도 수원(水源)이 가장 중요했다.
아무리 넓은 땅을 가지고 있더라도 풀 한 포기 기를 수 없는 땅뿐이지 않나.
물이 있어야 생명이 살아갈 수 있고, 그게 없다면 죽은 땅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자 디라일라가 조금은 밝아진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렇다면 물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그 방법을 얻기 위해 노력할 테지. 이곳의 부족들에게 물이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니.”
“저, 전쟁이요?”
“그래.”
“아…… 그럼 좀 위험한가.”
“무슨 말이지?”
이내 이어지는 디라일라의 말은 셰인도 놀라게 만드는 것이었다.
“저번에 그 고양이 수인이 말했었잖아요? 물을 만드는 돌이 있다고. 그게 수원석이라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디라일라는 자신의 지인(아르티아)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속성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게 제가 만든 수원석이에요.”
그러면서 디라일라가 내보인 것은 바로 푸른빛을 띠는 돌이었다.
“이걸 이렇게…… 마력을 부여하면. 아, 됐다. 이렇게 돼요.”
디라일라의 마력을 머금은 푸른 돌은 옅은 빛은 내뿜더니, 표면에서 물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셰인도 이번만큼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떤 원리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지?”
“음…… 그게, 저도 이걸 말로 표현하기엔 좀 어려운데, 그래도 설명해 보자면…….”
마력은 세상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다.
그러한 마력에는 다양한 속성이 부여되는데, 그중에서 생명과 가장 연관이 깊은 것은 응당 수속성이다.
다만 이 마력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속성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 분해되어 나온 마력은 다시 아무런 속성이 담겨 있지 않다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속성이 바뀌는 것이다.
다만, 인류는 아직 이 마력을 완벽하게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마법 또한 이미 정해진 속성을 모아서 펼치는 것이지 않던가.
마력은 어디까지나 세계의 의지에 따라 속성이 정해진다는 것이 인간들이 도출해 낸 결과였다.
그리고 인간은 세계의 의지를 거스를 방법이 없었다.
하나 디라일라는 달랐다.
“무속성의 마력에 속성을 부여한다고?”
“어, 따지고 보면 그렇죠. 근데 조금 개념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속성을 부여한다기보단,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 줄 아는 거니까요.”
“흐음…….”
디라일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 설명했지만, 셰인은 여기서 종족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무속성에 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원석을 섭취한 것만으로 똑같은 속성의 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무한에 가깝다고 봐야 하지 않나.
물론 디라일라가 설명을 덧붙였다.
“근데 이게 진짜 수원석 정도로 대단한 물건은 아니에요.”
기존의 수원석이라는 돌은, 아주 오랜 기간 수속성 마력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물건이다.
때문에 그것 하나만으로도 자그마한 도시가 몇 년은 사용이 가능할 정도의 수원을 제공하지만, 디라일라가 만든 수원석은 그 정도로 오랜 기간 사용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디라일라가 만든 수원석의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특히, 물이 귀한 이곳 사막에서는.
* * *
파리마슈는 디라일라가 만든 수원석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졸도하기 직전까지 숨이 차올랐다.
“그럼 이, 이게 모두?”
포탈이라는 원거리 이동 수단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수원석은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저만한 수원석이 있다면, 이 넓은 나카르 사막에서 살지 못할 곳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만한 물량을 한 번에 풀 생각은 없소. 처음에는 천천히 소문처럼 퍼뜨릴 예정이오.”
“…….”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윤 중 일부 수수료는 그쪽에게 넘길 예정이오만, 어떻게 생각하오?”
“지, 진정 그걸 우리에게 맡길 생각이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소? 이 일을 이쪽에서 맡게 된다면 전쟁은 불가피한 일이니.”
비록 사막에 살아가는 부족들이 서로 어느 정도 소통을 하고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힘의 율리대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부족들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셰인과 오크들이 이만한 수준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과연 부족들은 거래를 하려고 할까, 전쟁을 하려고 할까?
그 과정을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은 오로지 파리마슈와 그의 부족들밖에 없었다.
“무, 물론 그리한다면 우리야 더할 나위가 없소. 흐음…….”
그러자 동시에 파리마슈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정국에, 이 수원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셰인은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현재 무명의 움직임이 어떤 것 같소?”
“……냉정하게 따져 본다면, 여러 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게 현 실정이오.”
그랬다.
무명은 현재 성녀를 기반으로 각 부족들을 통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본래라면 오랜 시간 이어져 왔던 부족 간의 전쟁과 그로 인한 불화로 결코 불가능할 것 같은 통합.
그게 성녀라는 이름 앞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종교가 가진 힘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다만, 파리마슈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명백한 외부의 침범이었다.
지난번 성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도 파리마슈는 성녀가 진짜 성녀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무명은 그저 외부의 세력이었고, 그들에 의해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이 합쳐지는 것은 그저 외부의 침입을 막지 못해 일어난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가 그걸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오.”
그만큼 무명은 효과적인 수단으로 침략을 시도했다.
이를테면 문화 침략이라 해야 할까.
누구도 죽지 않는 평화로운 방법.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기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파리마슈는 직접 그 현장을 봤기에 더욱 그러했다.
“적들이 이쪽에 불리한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들의 기만을 섣불리 알렸다간 오히려 전쟁만 일어날 터.”
과거, 용이 타락하여 그 모습을 감춘 이후, 남은 부족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해 왔다.
그 당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파리마슈는, 종교로 인한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또 잔혹해질 수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셰인 또한 거기에는 이견을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리마슈의 생각에 변화를 주어야 할 필요성은 있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함에 있어서 유혈 사태를 피할 수는 없소.”
“전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오?”
“이미 전쟁은 시작됐소.”
“하지만 굳이 피를 부르는 일은…….”
파리마슈의 저러한 걱정은 셰인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오랜 시간 부족들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던 파리마슈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쟁은 가장 피하고 싶은 마지막 수단일 테니까.
그러나 이는 파리마슈가 무명의 목적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반대로 묻겠소. 무명이 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면서까지 나카르 사막의 부족을 삼키고 싶어 하는 것 같소?”
“……?”
그러고 보니, 파리마슈는 적들이 어째서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성녀의 존재가 너무 강력해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이오. 인간과 이종족 사이의 전쟁.”
“……!”
“물론 인간과 이종족 사이에서의 전쟁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오. 하지만 그것도 자의가 섞인 전쟁이어야 하지, 타의로 점철된 전쟁에 무슨 의미가 있소?”
셰인은 전생에 나카르 사막의 부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광신도들이었다.
성녀의 절대적인 믿음으로 만들어진 광신도들.
자신들의 죽음이 곧 용에게 보이는 충성이라 생각하고, 만들어진 환영에 현혹되어 불에 날아드는 불나방마냥 달려든다.
“무명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은 이용하기 좋은 수단이오. 맹목적인 신앙심은 그 어떤 명령이든 수행하도록 만드는 군대가 될 것이고, 죽은 이들은 망령이 될 것이오. 거기에 무명에서는 현재 그러한 악령을 이용할 방법까지 모색 중이지.”
“아, 악령을?”
파리마슈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악령의 근원은 그대들이 말하는 성역에 있다지. 그럼 현재 유일하게 성역을 드나들 수 있는 존재가 누구요?”
“……!!”
이미 성녀가 성역을 드나든다는 것은 널리 퍼진 사실이다.
그런데 그 성녀가 노리는 게 바로 악령이라고?
“그걸…… 어떻게 믿소? 그리고, 그대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오?”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말해 줄 수 없소. 대신…… 믿게 해 줄 수는 있을 것 같군.”
그러면서 셰인은 파리마슈가 가지고 있는 그들의 성물, 용의 비늘을 가리켰다.
“잠시 그 성물을 빌려도 되겠소?”
“…….”
그 말에 파리마슈는 얼떨결에 성물을 셰인에게 넘겼다.
“……역시.”
“……?”
파리마슈에게 용의 비늘을 받은 셰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드래곤의 역린이 가진 기운을 움직였다.
그러자 붉은빛을 띄우던 용의 비늘에서부터, 보랏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그건?”
“성녀가 가진 기운이요. 모든 생명체를 현혹시키는 힘이지.”
“……?!”
“이상하다 생각한 적 없소? 아무리 메가 샌드웜이 용의 기운을 잘 느낀다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찾아온다니. 그렇다면 애초에 용의 비늘이 있던 장소에는 메가 샌드웜이 항상 있어야 정상이오.”
“그러고 보니…….”
미라슈가 용의 비늘을 찾아낸 것은 어느 고대 유적지였다.
그러나 고대 유적지에서 메가 샌드웜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놈에게 미라슈가 쫓기기 시작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메가 샌드웜의 서식지에서부터였다.
“애초에 이 용의 비늘은 성녀의 손을 탔던 것이오. 용의 비늘에 성녀가 가진 현혹의 힘이 곁들었으니. 놈들이 찾아오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지.”
“그럼 그때 두 번째 메가 샌드웜이 등장했던 것도?”
“맞소. 성녀가 직접 데리고 온 것이오. 그렇다면 재차 묻겠소. 성물에 자신의 기운까지 불어넣는 성녀가, 과연 악령이라 해서 다루지 못할 것 같소?”
“…….”
일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자 파리마슈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렇게 된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물론, 필요하다면 흘려야 할 것이오. 하지만, 반드시 피를 흘리라는 법은 없소.”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적들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하고자 하면,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지 않소?”
“그게 무슨 말이오?”
그에 파리마슈가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이어지는 셰인의 말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쪽에서도 성녀를 배출하면 그만이지 않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