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4)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4화
14화 학과 시험 (7)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일주일 후.
필기시험이 끝나고, 생도들의 시험지를 확인하던 벤자민은 당혹스러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올해의 지휘학과 시험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다.
스피드런 형식의 커스 고블린 던전도 그랬고, 필기시험 또한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난해한 던전을 위주로 골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생도들이 그러한 필기시험에 어려움을 표했고, 개중에는 모든 문제를 풀지조차 못한 생도들도 더러 보일 정도였다.
특히나 벤자민은 이번 시험에서 오스튼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유는, 이 필기시험이 단순히 던전의 클리어 방법만을 유도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던전의 특성 이해.
커스 고블린 던전은 그나마 던전 중에서도 제법 쉬운 쪽에 속했다.
이유는 그나마 던전의 생리가 물리 법칙에 의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인류가 발견한 던전 중에는 그러한 물리 법칙조차 무시하는 던전들이 등장한다.
사막의 땡볕 아래 얼음 폭풍이 부는가 하면.
사나운 북극 지방에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사막이 펼쳐지기도 한다.
심할 때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으로 인해 시간 축이 무너져 고대의 어느 시대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이는 단순히 뛰어난 지휘력만으로는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문제다.
던전에는 다양한 기현상들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뛰어난 지휘관이라면 이러한 기현상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해결법을 찾아야 하니까.
다만 이러한 기현상들을 이해하려면 마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마력을 다룰 줄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오스튼은 그런 마력을 다루는 게 불가능했다.
거기에 셰인 또한 마찬가지.
비록 셰인은 2서클에 해당되는 마법사였지만, 그럼에도 마력친화력과 감응력이 모두 부족하지 않았던가?
당연히 둘 모두 이번 시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벤자민은 판단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런 벤자민의 예측을 과감하게 부정했다.
“어렵군, 어려워. 이런 시각에서의 이론은 처음 보는데.”
“그렇다고 이걸 맞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습니까?”
“아니아니, 그런 결론을 내기에도 억지입니다. 당장 이론적으로 봤을 때, 메자이아 대수림의 마력 패턴을 생각하면 아예 가능성이 없지도 않잖습니까?”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오스튼 생도의 논리대로라면 ‘놓지 않는 늪’의 현상도 이해가 됩니다.”
“단순히 입자의 밀집도로 생각할 게 아니라, 입자의 성질에 변화를 주는 마력을 예측한다라. 예, 저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력 에너지와 입자 밀집도가 아닌 마력으로 인한 입자의 성질 변화라면 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대한 이론이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당장 벤자민의 앞에 있는 이들은, 이번 필기시험을 제출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전문가들이었다.
던전을 연구하는 마탑의 마법사, 학자, 현직 베테랑 모험단의 단장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오스튼이 제출한 시험 문제의 답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저들은 모두가 자신들의 분야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위세 높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아직 채 성인도 되지 못한 소년이 낸 문제의 답에 대해 저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토론을 하고 있다니.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오스튼의 시험지에 나온 ‘놓지 않는 늪’의 현상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기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던전은 너무 많았고, 그 던전들에도 평범한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이 샐 수 없을 만큼 있었을 뿐.
반면, 셰인의 시험지에 대해서는 그러한 전문가들조차 입을 다물었다.
“이건…….”
“어렵군요.”
“무슨 시험지를 마탑 논문급으로 내놓았는지.”
“정말 이걸 일주일 만에 풀어 낸 게 맞습니까?”
셰인의 시험지는 빽빽한 글자와 함께 여벌의 문서가 5장이 추가로 등장했다.
“그래서 다른 문제들은 평범하게 풀어 낸 것에 반면, 이 문제만큼은 이 정도의 정성을 들였군요.”
“그러니 이건……. 당장 우리로서도 이 이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탑의 수석 마법사가 결국 백기를 들었고, 이론적인 부분에서만큼은 가장 뛰어난 마법사의 사실상 항복선언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벤자민 수석교수님. 아무래 이 문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이젠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도 않은 벤자민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다른 문제들만 하더라도 전부 정상적으로 풀어냈으니, 합격에는 문제가 없겠군요. 성적순위의 발표만 조금 늦게 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신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겠습니다.”
그러면서, 벤자민은 셰인이 낸 시험지를 조심스럽게 마탑 출신의 마법사에게 건넸다.
[메자이아 대수림의 대우기(大雨期) 공략법]현재 인류가 요람 탐사의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5대 요람 중 하나인 메자이아 대수림.
하루만에 강의 위치가 바뀔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의 비가 쏟아져 토벌대가 항상 애먹게 만드는 요람의 비밀이, 아카데미 필기 시험지에 풀려 버렸다.
* * *
사흘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합격자 명단이 나왔다.
그러자 생도들 사이에서 의아함이 생겨났다.
“왜 성적표 공개가 미뤄진 거지?”
이러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러 소문을 불어왔고, 그에 대한 해답은 금방 밝혀졌다.
“생도 중 한 명의 답안 때문이라고?”
그 소문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추측성 소문도 소문이거니와, 설마하니 셰인이 그러한 결과물을 내놨다는 것이 생도들 사이에서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그런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기 위해 디라일라가 교내 게시판 앞에 섰다.
그의 옆에서는 평소처럼 음침한 얼굴의 오스튼이 함께 있었다.
“오올~ 오스튼. 진짜 합격했네?”
“으, 응. 어려운 건 아, 아니었으니까.”
“크크…… 어렵지 않기는. 올해 지휘학과 시험 완전 불지옥이었다던데. 합격자가 고작 20명 정도밖에 없잖아.”
“…….”
오스튼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었고, 디라일라는 그런 오스튼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디라일라와 오스튼의 관계는 그리 신기할 게 없었다.
이종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받는 디라일라와, 당장 가문에서 버림받은 오스튼은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제법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야. 네가 붙었으니까 나 좀 네가 하는 지휘에 껴 줘.”
“어, 내가? 너, 너 정도 실력이면 다,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고 있지 아, 않을까?”
“참말로 그렇겠다, 야.”
오스튼의 말에 디라일라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애당초 이종족인 자신을 데려다 써 줄 만한 지휘학과 생도가 있기나 할까?
그나마 떠오르는 것은 폴론이었지만, 그 인간의 패거리에 들어가서 좋은 꼴은 못 볼게 뻔했다.
‘아니면, 내가 내 처지에 너무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건가?’
까득.
그런 생각에 디라일라는 습관적으로 이빨을 갈았다.
이놈의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도저히 적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단장님이 계실 적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쩝, 미안. 방금 한 말은 무시해 줘.”
디라일라는 그리 말하며 등을 올렸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오스튼의 지휘 아래로 들어간다 한들 이종족인 자신이 있다면 오스튼도 다른 생도들을 영입하기 힘들어질 게 아닌가.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기에, 디라일라가 포기하려 할 때.
“글쎄. 세상에는 내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 많더라고. 아마 한 명은 그런 너를 알아보고 있지 않을까?”
뒤에서 들려오는 오스튼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그런 디라일라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어, 방금 뭐라고?”
“으, 응? 아, 아무것도 아, 아냐.”
돌아서서 본 오스튼은 평소처럼 음침한 얼굴에, 말을 더벅이며 멍청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방금 말을 안 더듬은 거 같았는데.
하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생도들의 북적거림으로 인해 잘 들리지 않았기에, 디라일라는 별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아! 저기 클라인이다!”
“옆에 셰인도 있네.”
“그러게. 그러고 보니 그 머저리 셰인도 지휘학과에 합격했네?”
“소문으로는 클라인보다 점수는 좋다던데.”
그때 바로 옆에서 다른 생도들의 대화가 들려와, 디라일라는 저도 모르게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클라인.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아카데미에서, 그런 시기질투조차 허무도록 만드는 천재 중의 천재.
듣자 하니 이번 지휘학과의 실기시험에서는 그럭저럭 평범한 점수로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들었다.
‘저런 인간 밑으로 들어가면 편할 텐데…….’
그러기엔, 클라인은 이미 아카데미에서 흔히 요즘 애들이 하는 말로 인싸 중의 인싸였다.
자신은 아싸 중의 초 아싸였고.
클라인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그의 추종자들에게 무슨 협박을 들을지 예상이 된 디라일라는 벌써부터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셰인은 최근 아카데미에서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지휘학과의 실기시험에서 저 오스튼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 디라일라에게는 놀라운 부분이었고.
생도들 사이에서는 전 저지먼트 단장의 딸인 린트베르크 J 아네이스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부분에서 상당히 고평가되고 있는 듯했다.
듣기로는 여전히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은 그대로라고 하는데…….
‘그래, 차라리 저 인간한테 지휘를 받으면 편할지도 모르겠네.’
적어도 같은 인간이나 이종족이나 차별 없이 무시하는 성격은 똑같을 테니까.
‘에휴, 어쩌다 내 신세가 이래 됐는지.’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디라일라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방금 했던 생각 때문일까, 셰인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향했고, 발걸음도 이쪽으로 향했다.
그런 셰인의 뒤로 클라인이 따라왔다.
평소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는 일이 드문 셰인이, 웬일인지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머문 게 신기해서였다.
디라일라는 그 시선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도 여기저기서 눈칫밥 먹은 경험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셰인의 시선에서 느낀 것은, 아주 미약한 동정…… 인가?
뭐지. 나를 알고 있나?
싶은 생각을 할 때.
“시험은 잘 준비했나?”
그런 셰인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디라일라가 아닌 뒤에 서 있던 오스튼이었다.
어느새 셰인의 시선은 디라일라에게 떨어져 오스튼에게 향해 있었다.
“네, 네. 셰, 셰인 님도 시험은 잘 치, 치셨습니까?”
“그런 편이지. 기대해도 좋다.”
“재, 재미있어지겠군요.”
오스튼은 그리 말했고, 셰인은 슬쩍 시선을 디라일라에게 옮겼다.
다시금 시선이 옮겨졌을 때는 아까와 같은 동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평소처럼 무감정한 표정이었다.
“메, 메이어 디라일라입니다. 우, 우리와 같은 5년차 새, 생도이죠.”
“그런가.”
갑자기 옆에서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한 오스튼의 행동에 디라일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때, 가만히 서 있기도 뭐 했던 디라일라가 입을 열었다.
“아…… 마법학과 디라일라야. 그, 수업에서도 몇 번 얼굴은 본 거 같은데. 맞지?”
“기억이 나는군.”
“어…… 그래. 그렇다고.”
“…….”
디라일라는 왠지 이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셰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한편 셰인의 동생인 클라인은 무언가 감동받은 듯한 표정으로 셰인을 바라봤다.
“형님…… 드디어 친구가 생기셨군요.”
라는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무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셰인은 말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클라인도 오스튼과 디라일라에게 매력적인 웃음을 보이며 형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곤 셰인을 따라갔다.
“야, 야. 오스튼. 왜 갑자기 저 인간한테 날 소개한 거냐?”
“으, 응? 아…… 그, 그냥? 디라일라 너 나, 나 말고 다른 사람하고 아, 알고 지내는 일이 어, 없으니까.”
“와, 씨. 이렇게 뼈를 때리네.”
“그, 그래도 알고 지내서 소, 손해 볼 건 없을 거야.”
“아~ 그러세요?”
디라일라는 잠시 당황했지만, 별 상관없는 헤프닝이라 생각하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 이 별 의미 없는 해프닝보단, 오늘 하루 일정을 걱정해야 함이 올바를 테니까.
“난 과외 수업이나 하러 가야겠다…….”
* * *
셰인은 오랜만에 복도를 걸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다지 연상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조직에 있었을 당시 봤던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되니 자연스레 떠오를 수밖에 없는 기억이었다.
[야, 나보고 널 지원하라는데?] [그런가.] [그런가? 그런가아? 제길, 내가 니 속셈을 모를 줄 알고? 우리 쪽 애들 방패막이로 세운 뒤에 그 더러운 시체로 일으켜 세울 작전이라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나는 상부에 그런 지시를 바란 적이 없다.] [지랄하지 마! 왜 우리 우월한 지하인들이 너처럼 시체나 가지고 노는 음침한 새끼 밑에서 굴러야 하는데? 됐고, 네가 위에다 말해라. 내가 말해도 알아 처먹질 않으니까.] [원한다면 그리 해 주지. 어차피 결과가 달라질 거 같진 않지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냐?] [모든 조직원들은 죽으면 내 군단에 소속된다. 네가 어딜 가든, 너희 지하인들이 전선에서 죽는다면 내 휘하로 온다는 말이다.] [이 새끼가!]참, 여러모로 트러블이 많았던 사이였다.
애당초 7대 죄악에 속하는 군단장들 모두 서로 사이가 좋은 일은 드물었지만.
특히나 셰인과 3군단장과는 사이가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질투를 담당하고 있는 셰인과, 교만을 담당하고 있는 디라일라가 어떻게 한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상극 중에서도 상극.
인류의 배신자 디라일라는, 전생의 셰인과 더 없는 물과 기름에 속한 인물이었고.
[야. 시체박이야.] [날 그딴 이름으로 부르지 말도록.] [그럼 날 인류의 배신자라느니 그딴 명칭부터 좀 치우지?] [난 그런 식으로 부른 적이 없다만.] [그럼 네가 밑에 것들한테 명령하든가. 니 명령이면 애새끼들이 깜빡 뒤지드만.] [뭐 하러 그런 귀찮은 일을 하나.] [망할놈.]서로에 대한 혐오가 확실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이기도 했다.
[인류의 배신자는 무슨 헛소리 하고 앉았네. 애초에 같은 인간 취급을 해 준 적도 없었으면서…….]언젠가 디라일라는, 마셔봐야 취하지도 않을 술을 머금으며 셰인의 고성 꼭대기에서 그리 중얼거렸다.
그러니 당시의 디라일라과 지금의 디라일라를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념에 잠시 잠겼던 셰인은 어느새 도착한 거대한 문 앞에 섰다.
“이곳입니까?”
“맞네, 아카데미의 아티팩트 저장고일세.”
아티팩트 저장고.
그리 대단한 물건이 잠든 곳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급하게 올 이유는 없었으나.
디라일라를 보며 동시에 떠오른 이 시기에 있었던 어느 한 사건이 떠올라, 이곳에 찾아오기로 했다.
‘조금 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군.’
생도 5년차 초기.
당시 디라일라는 소리 소문 없이 아카데미에서 사라졌었던, 그때는 금방 사그라들었던 작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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