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4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41화
141화 성녀와 성물 (5)
마족 수인의 갈기와 입술이 푸들푸들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수원석이다.
나카르 사막에서 성지를 탐험하는 탐험가가 하나라도 발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때부터 온갖 더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바로 그 수원석!
하나만으로도 작은 도시를 감당할 수 있는 수원석이, 이곳에는 마치 모래 위 자갈마냥 천장에 박혀 있었다.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비단 마족뿐만은 아니었다.
큰 귀를 가진 토(兎)족과 우족, 그리고 큰 부리가 위협적인 계(鷄)족과 견족, 동그란 귀와 얇게 찢어진 눈을 가진 서(鼠)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수원석이…….”
“수, 수만 따져 봐도 수천 개는 될 거 같은데?”
“이게, 이게 도대체…….”
그런 그들의 반응에 오크들은 흡족하게 웃었다.
그야 저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신의 대리자인 셰인이 가지고 온 물건이었으니.
물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한 소녀가 피눈물을 흘리며 밤새 고통 어린 비명을 질렀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이 병신 같은 입이 문제지, 입이 문제야! 크애애애액!!”
그렇게, 한 하프 지하인의 절규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그들 중 한 서족이 황급히 오크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이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구해 온 것이오? 찍찍.”
나카르 사막의 부족과 아룬비다의 오크들은 거리가 거리였던 만큼 대화가 쉽지 않을 줄 알았으나, 생각 외로 오크들의 언어는 이곳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오크들의 기원이 나카르 사막과 근접한 지역이었음을 떠올려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오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주웠다. 바깥에서 오는 길. 거대한 신전에 있었다.”
“거대한 신전……?”
“사막 밖에 있는 큰 산맥이었다.”
“찌익…….”
사막 밖이라면 자신들이 나가서 구할 방법도 없거니와, 저렇게 말한다면 수원석에 대한 주장권도 펼칠 수 없다.
방금 분쟁의 씨앗 하나를 가볍게 정리했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오크는 그 커다란 입술을 씰룩거렸다.
“여기는 사막이다. 물이 없다고 들었다. 필요하면 저거, 너희들한테 판다. 우리는 철이랑 가죽이 필요하다. 마석도 중요하다.”
“고, 고작 철이랑 가죽 따위로 수원석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거요?”
그 말에 다른 부족의 대리자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우리, 저렇게 많은 물 필요 없다. 우린 이 사막만 건너가면 된다. 하지만 사막은 위험하다. 무기가 많이 필요하다.”
“찍찍…….”
그러자 부족의 대리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물론 가죽이라면 몬스터 가죽도 넘쳐 나고, 더군다나 철은 이곳 사막에 과장 조금 보태면, 땅만 파도 나오는 흔한 광물이지 않던가.
어느 동굴을 들어가도 철이 나올 정도로 이곳 나카르 사막에는 철광석이 풍부한 지대였다.
하지만 반대로, 오크들(부족들의 입장에서는 돈족)의 숫자가 문제였다.
사막을 횡단한다는 그들의 말만 들어 보면 그야 철 정도는 줄 수 있겠으나, 그걸로 무기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그 무기의 끝이 자신들에게 향할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수원석을 판다는 건 그만큼 사막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들을 믿고 무기를 팔아도 되는 걸까?
다만, 대리자들은 여기서 이걸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가뜩이나 최근 나카르 사막에는 성녀의 출현으로 각 부족 간의 사이가 안 좋지 않은가.
안 그래도 이곳까지 오는 길에 대리자들끼리 파벌을 이루고 치열한 심리전이 오간 탓에, 그걸 막느라 파리마슈가 상당한 고생을 해야만 했다.
“친절히 답해 줘서 고맙소. 찍찍. 관련된 건 좀 더 고민해 봐야겠소.”
“천천히 해도 된다. 우리 오크, 착하다. 기다릴 줄 안다. 크흥!”
“으음…….”
그렇게 그들은 이에 대한 정보도 머릿속에 정리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돼먹은 동굴인지, 동굴 내부는 마치 개미굴처럼 통로와 거대한 공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쪽에는 바깥에서부터 사냥하고 손질을 해 둔 식자재들이 널려 있었고, 또 다른 공동에는 삼엄한 경계와 함께 지켜지고 있는 무기 창고도 보였다.
하나하나가 덩치 큰 오크들의 수준에 맞게 무거운 것들뿐이었다.
“잠시 무기를 자세히 봐도 되겠소?”
그에 이번에는 무기에 관심이 많은 우족 수인의 대표자가 거수해 물었고, 이번에도 오크들은 창고에서 꺼내온 무기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호…….”
우족 수인은 이곳 나카르 사막에서 무기를 잘 만드는 장인으로 소문이 난 수인이었다.
다른 종족들과 달리 손톱과 날카로운 이빨이 없는 우족 수인은 거대한 뿔과 함께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를 주로 이뤘기 때문이다.
그런 우족 수인이 보기에도 오크들이 가지고 온 장비는 결코 부족함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오크들은 그 혹독한 아룬비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직접 제련해 왔기에 대장장이 기술에도 제법 조예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기술에는 인간들이 개발해 온 비법도 함께 깃들어 있었다.
그것도 제법 이름 난 장인에게 사 온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인간들은 요람의 공략이라는 지상과제와 함께, 같은 인간들끼리도 수없이 전쟁을 펼치지 않았던가.
때문에 인간들의 개발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장인들이 그리 쉽게 비법을 공유하느냐고?
-이, 이게 무엇이오? 웬 수표…… 헉. 설마 나를 감히 돈으로 사겠다는 것이오! 잉. 그런데 왜 아무런 숫자도 안 적혀 있지?
-원하는 가격을 적어 보시오.
-……?!
적어도 셰인은 돈으로 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고 믿는 이였다.
그리고 현실도 그러했다.
결국 무기 장인은 감동의 눈물 적신 수표를 가져가고 철 제련법을 셰인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음모오. 대단히 튼튼한 철이오. 무게감도 적당하고, 손잡이의 상태도 훌륭하군.”
우족 수인은 자신들의 주특기도 아닌 글레이브를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아쉽다는 눈치로 다시금 오크에게 건넸다.
“우리, 의뢰도 받는다. 의뢰하면 무기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런데 많이는 안 된다. 우리도 바쁘다.”
“의뢰를 받는다 했소? 모오오!”
우족 수인은 자신들의 기술이 바깥으로 유출될까 두려워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 것에 반해, 오크들은 애초에 이 사막에서 오래 머물 생각도 없었기에 이런 일에는 가감 없이 개방을 선언했다.
그 뒤로도 수인족들은 오크들이 가진 다양한 마도구(물론 셰인이 공급해 온 것들이다)에 두 눈을 빛냈다.
특히 영상 기록구를 관심 있게 보는 이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
거대한 부리를 지닌 계족 수인이 웃으며 말했다.
“카각! 카가가각! 영상 기록구라니? 신기한 물건이로다. 이것도 판매하는 것인가? 다른 마도구라는 것들도 궁금하군.”
계족 수인의 물음에 이번에는 오크도 아쉽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가진 수가 한정되어 있다. 마도구. 귀한 거다. 그래서 팔지 않는다.”
“아쉽군…… 칵칵.”
처음에는 셰인도 마도구를 주된 교역품으로 들여 올까 싶었으나, 마도구는 그리 많은 수요가 없을 듯했다.
많아도 많아도 부족한 물과 다르게, 마도구는 특정 계층이 사치에 쓰일 수준에 불과했으니.
실제로 대부분의 수인들은 처음 보는 마도구에 큰 흥미를 보였으나, 이내 사막의 생존에 그리 많은 도움을 받기엔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금세 관심을 꺼 버렸다.
유일하게 계족 수인만이 끝까지 저 마도구에 흥미를 가진 듯 보였는데, 누군가를 상대하는 데 도가 튼 파리마슈는 계족 수인이 품고 있는 감정이 단순 흥미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진즉에 깨달았다.
다양한 감정 중 두 개가 특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어째서?’
현재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묘족을 제외한 여섯 부족 중 공식적으로 성녀의 휘하에 들어간 것은 다름 아닌 토족이었다.
뛰어난 기동력에 더불어 큰 귀로 50미터 밖의 소리까지도 알아차리며, 진동에도 민감한 토족 수인.
그러나 가진 바 전투 능력이 다른 부족들과 비교해 상당히 떨어지는 그들은 부족의 크기도 작은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장 먼저 성녀 측에 붙었다.
거기에 온순한 우족과 견족이 최근 저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계족은 달랐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립을 표해 왔기 때문이다.
성녀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으나, 그들에게 섣불리 합류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저 계족 수인은 파리마슈의 감에 걸릴 정도로 마도구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영상 기록구에 집착하는 듯 보였다.
그런 계족의 대리자를 보며, 파리마슈는 며칠 전 셰인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 * *
“마도구에 관심을 갖는 종족, 그중에서도 영상 기록구에 집착하는 종족은 분명 가짜 성녀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소.”
“왜 그런 겁니까?”
“영상에는 환영도, 꿈도 기록되지 않으니까.”
“아!”
실로 셰인의 말처럼.
저 영상 기록구는 성녀의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 * *
그 뒤로 오크들의 거처를 쭉 돌아본 수인족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생각이 많아진 얼굴로 돌아갔다.
이후 그들의 배웅까지 마친 파리마슈는 어느새 자신의 방으로 은밀하게 들어온 셰인과 마주했다.
“계족이라…….”
파리마슈의 의견에 셰인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계족의 스파이 노릇은 셰인의 전생에 없던 일이었다. 계족은 끝까지 중립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셰인의 개입으로 바뀐 것인지, 계족의 대리자가 무명의 밑으로 들어갔다.
아직 대리자 한 명뿐이지만, 한 부족의 대리자라면 그만큼 부족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의미였고, 그런 대리자가 무명의 밑에 있다면 바로 위에 있는 부족장 또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 전체가 집어삼켜지진 않았군.’
셰인은 그리 생각하는 한편, 이게 안심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명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듯했기 때문이다.
계족은 애초에 다른 부족을 집어 삼키기 위함이 아니라, 이쪽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에 불과했으니.
“최근 도시에 계족 수인 용병이 늘지는 않았소?”
“으음……. 그러고 보니 1할 정도는 늘었습니다. 거기에, 계족의 부족장이 보내 오는 교역 의뢰도…… 잠깐. 설마!”
파리마슈도 한 부족을 이끄는 부족장인 만큼, 계족에서 보이는 행동이 무엇인지 금세 깨달았다.
“이쪽을 염탐하기 위함이로군.”
“그런데 왜 굳이 이런 방법을 쓰는 겁니까? 어차피 성녀 측으로 넘어간 이들의 수가 결코 부족하진 않을 터인데.”
“쓰이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방식이라…… 아, 그렇군요.”
이번에도 파리마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현재 성녀는 온건한 성향을 베이스로 두고 다른 부족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마당에 다른 종족을 염탐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거니와, 이미 성녀 측으로 넘어간 이들을 스파이로 쓰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만큼 무명에게 거슬렸다는 것이로군.”
새로운 성녀에 관한 소문과, 뜬금없는 오크들의 등장.
그게 무명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을 터이다.
그럼에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테니 답답했을 터.
“이걸 받으시오.”
“이건……?”
셰인이 넘긴 것은 조그마한 오르골 형태의 마도구였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오. 그곳에 마력을 넣으면, 그대가 꿈을 꾸게 될 때 요란한 소리가 울릴 거요.”
“오…….”
과연 성녀와 함께 찾아온 인물답다고 해야 할까.
파리마슈는 마치 눈앞의 남자가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 주는 전설 속 정령처럼 느껴졌다.
물론 셰인은 그 누구보다 루시드 렘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방비를 미리 해 둘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 두면 적어도 몽마에게 정보를 빼앗기는 일은 차단할 수 있겠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에 크게 만족한 파리마슈가 인사를 건넸고, 셰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이야기를 마치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꿈은 파리마슈가 아닌 셰인에게 찾아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