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4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43화
143화 그들은 지금 (1)
때는 셰인이 사막으로 출발하고 한 달이 지났을쯤이다.
제국의 두 송이 꽃 중 하나인 1황녀 올리시아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서류를 확인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예전엔 갖지 못했던 정보의 파도가 올리시아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흐음…….”
옆에 있던 베른슈타인 후작 가문의 차남, 오스튼도 그런 그녀를 보조하며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오히려 보조는 제가 한다고 해야 할까요.’
오스튼의 정보 습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인지라, 수준급 인재인 올리시아조차 오스튼을 가까스로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이따금 오히려 오스튼이 올리시아를 배려해 속도를 조절한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그런 오스튼과 시간을 보내고 있던 올리시아는 당장 필요한 서류 작업을 마치고는 피곤하다는 듯 눈두덩이를 어루만졌다.
“휴우. 이걸로 오늘 일정은 끝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아, 바빴네요. 그나마 오라버니가 조용한 게 다행이에요.”
“음…….”
그 말에 오스튼이 얕은 신음을 내뱉자, 올리시아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남들에게는 말더듬이처럼 위장하고 있는 오스튼이지만, 한 번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땐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사람이다.
올리시아의 밑에 있는 귀족들도 오스튼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숨을 죽일 정도인데, 그런 오스튼이 드물게 저런 모습을 보이니 올리시아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요?”
“걱정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괜찮으니 말해 보세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오스튼은 무엇이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베이스로 시작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또 이 결과로 인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한다.
그 정확도는 예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오스튼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러나 그런 오스튼에게도 최근, 고민이 생겼다.
언제나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자신에게 언제서부터인가…… 풀이도 없는 답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풀이가 없는 답이요?”
“예. 무언가 일이 벌어지기 전, 그러니까 과정도 없이 결과부터 예측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으음……?”
그 말을 들은 올리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일어날 사건을 떠올린다니?
이건 예지의 영역이지 않나.
평소 오스튼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올리시아는 더더욱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래서 저도 혼란스러운 겁니다.”
언제나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파악하고 진위 여부를 따지는 오스튼이다.
그런데 과정도 없이 결과를 도출하다니.
“왜 이러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얼추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자리에 없으니 답답하군요.”
“물어볼 사람이라면?”
“그 남자입니다.”
“아…….”
그 말을 듣자마자 올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
클레이튼 R 셰인.
어느 순간부터 나타나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올리시아의 진영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인재가 된 사람이다.
“그 원인이라는 건 뭔데요?”
“제가 마력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네에.”
마력불능자.
선천적으로 마력을 쓰지 못하는 돌연변이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오스튼 또한 그런 마력불능자로, 그 때문에 후작 가문의 차남으로 태어났음에도 가문에서 버리다시피 한 사람이 되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오스튼은 여태껏 마력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아 왔었다.
셰인의 말을 듣기 전까지.
“언젠가 그가 저에게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정말 마력불능자가 맞느냐고.”
“…….”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오스튼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생각해 보니, 오스튼은 여태 자기 자신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만 파악했지 왜 그런 가치가 만들어졌는지는 이해하려 시도한 적이 없었다.
이상하지 않나.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원인을 파악하는 능력, 더 나아가 그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게 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재능이 맞다.
그런데, 그걸 어느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깨우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냉정하게 판단한 결과,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날부터 저는 틈틈이 관련된 정보를 모았습니다. 자료가 그리 많진 않았으나, 다행히 관련된 서적을 몇몇 손에 넣을 수 있었지요.”
후작가의 이름으로 유명한 도서관에 의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전설과 더불어 먼지 쌓인 고서가 가득한 동네 서점까지.
올리시아의 밑으로 들어온 이후에는 황실의 도서관까지 찾아가며 시간을 보내 온 결과, 오스튼은 자기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상단전. 일반적으로 전사들이 쓰는 하단전과 마법사의 서클이 담긴 심장, 중단전이 아닌 또 하나의 단전이 존재한다더군요.”
“그건…… 저도 처음 듣네요.”
“아주 오래전, 과거에 있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저도 그걸 읽을 땐 단순한 소설에 불과하다 판단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셰인으로부터 고서 한 권이 도착했다.
여기저기 떼가 탄 그 책은 셰인이 지하도시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서적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전설은 아니더군요. 아직 제국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존재하던 고서에는, 머리에 마력을 쌓는 방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굉장히 오묘하고 어려운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마치, 오감이 마비된 상태에서 어질러진 저택을 청소하라는 수준의 난해한 문제들.
그러나 놀랍게도 오스튼은 점차 그 방법을 해결해 나갔고, 그럴수록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예지로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예지였길래 그렇게 당황하고 계신 건가요?”
“그건…….”
오스튼은 두 눈을 낮게 깔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태까지 나온 대화도 유출돼선 안 될 내용들이었으나, 이후 이어질 말은 더욱 주의해야 했기에.
그때, 올리시아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한 은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처럼 붉은 눈을 가진 진혈의 흡혈귀.
에블린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느껴지는 마력도 없고.”
“그렇습니까…….”
피 냄새와 마력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민감한 흡혈귀가 하는 말이었기에, 오스튼은 안심하고 다음 말을 내뱉었다.
“제국이…… 더 나아가 저 황실이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 * *
그날 오후.
아나스타샤는 올리시아의 부름을 받고 곧장 그녀에게로 향했다.
2년 전, 아룬비다를 성공적으로 지킨 아나스타샤는 그 공을 인정받아 현재 제국을 지키는 총사령관의 밑에서 배움을 청하고 있었다.
“어머, 얼굴이 핼쑥해진 것 같네요, 샤샤.”
올리시아의 그 말에 아나스타샤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음…… 차라리 전장에 나가서 싸우는 게 편할 것 같더군.”
총사령관의 밑에서 그녀가 배우고 있는 것은 전장을 보는 눈이었다.
그것은 아룬비다에서 모든 전투를 직접 나서서 해결해 온 아나스타샤에게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덕분일까, 아나스타샤의 말투가 보다 무겁게 변한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 거지?”
“아무래도, 전쟁의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전쟁이라…….”
언뜻 현 제국은 평화로워 보였으나, 정세를 보는 눈이 부족한 아나스타샤가 보더라도 지금의 제국은 위태로웠다.
“귀족들이 문제인가?”
“아마 그것도 한몫하고 있겠죠.”
일전에 있었던 테러 사태 이후, 수많은 귀족이 숙청을 당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엄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로 인해 제국에서 적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던 여러 귀족 가문이 몰락에 가까운 결과를 맞이했고, 그 빈틈은 무시할 수 없는 크기였다.
물론 올리시아도 이 문제를 모르고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으나,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건물을 받쳐 주는 기둥이 썩어 가는 상황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황제의 권력이 강해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현재 황제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백성들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퍼져 나갈 정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황제가 아직까지도 자신의 후계자를 정해 두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황태자, 제페르 디 와이어트 새뮤얼은 지난 테러 사태 이후로 귀족들에게 신임을 잃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귀족들은 다음 황제가 올리시아라 생각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황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었으니.
“답답한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라. 그럼 무명 쪽인가?”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아마?”
적어도 아나스타샤가 아는 올리시아는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자신을 불렀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올리시아의 목소리에서는 확신이 없었다.
“아직은 오스튼이 그와 관련해서 더 알아보고 있어요. 단서가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빨라도 몇 달 내에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하네요.”
“몇 달이라…….”
“그 사람이 있었더라면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음…….”
그 사람.
셰인을 뜻하는 그 말에 아나스타샤도 고개를 끄덕이려다, 이내 문득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엄연한 황실의 핏줄이야.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맡겨서는 안 돼.”
“어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 제 착각일까요?”
“…….”
올리시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나스타샤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뭐, 그래도 맞는 말이에요. 제국은 우리가 지켜야 함이 맞으니까요.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그래도 어느 정도 시기를 특정할 방법은 없나?”
“그걸 위해 오스튼도 필사적이랍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실마리는 잡은 모양이니까, 금세 좋은 소식을 알려 올 거예요.”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대비할 준비를 해야겠군.”
“대비라면?”
“어느 정도 병력이라면 내 재량껏 움직일 수 있어. 물론, 모든 지휘 권한이 내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든든하네요. 확실히, 아룬비다에서 겪은 일이 도움이 많이 되네요.”
“그래.”
어느 정도 불안이 해소된 올리시아는 문득 이야기의 주제를 바꿨다.
“아룬비다를 말하고 보니 떠오르네요. 숙부님은 잘 지내고 계실까요?”
“글쎄. 다른 건 몰라도, 북부의 귀족들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
“하긴…… 들려오는 소문만 해도 살벌하긴 하죠.”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나스타샤는 안심할 수 있었다.
둘의 숙부이자, 이전까지는 지하도시를 주름잡던 포 패밀리의 일원. 금광 엘도라트.
본명 제페르 디 퀘이어트 엘라인은 그야말로 파죽의 기세로 북부를 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저지먼트 기사단의 일원, 린트베르크 J 아네이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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