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4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46화
146화 사막의 경매장 (2)
“1순위는 계족이오. 속성이 담긴 보석이라니. 밖에서도 보기 드문 물건이로군.”
“으음……!”
“허어.”
“저런…….”
바투칸의 말에 한 부족을 제외한 나머지 부족들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2순위로는 우족이오. 질 좋은 철광석의 양이 많고, 마석의 품질도 뛰어나오.”
“후우!”
바투칸의 선택을 받은 우족은 그래도 2순위라는 사실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으로는 견족, 토족, 마족과 서족이오. 이렇게 정한 이유는, 우리 오크들의 수에 있소. 토족이 가지고 온 물품은 확실히 질이 좋으나, 양이 부족해서 우리 오크들에게 큰 도움을 주기엔 힘들 것 같군. 그에 반해 견족이 가지고 온 몬스터의 부산물들은 양도 양이지만, 다양성에서도 부족하지 않더이다.”
“끄응…… 인정하겠습니다.”
“흠흠…….”
3순위를 차지한 견족도 이의가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토족은 제법 뼈아프단 표정을 지었다.
반면 서족과 마족은 인정하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이에 바투칸이 추가적으로 설명을 이어 갔다.
“두 부족에서 가지고 온 물건도 품질 면에서는 떨어지는 것이 없었소. 하나, 품목의 다양성이 견족에게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소.”
“…….”
“후우…….”
설명을 들었음에도 마족과 서족은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그 이상 따지지는 못했다.
그래 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었고, 자칫 불만을 제기했다 거래가 불발되기라도 했다간 부족에 재앙으로 돌아올 터였으니.
결국 아쉬운 쪽이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판매할 수원석의 개수를 정하도록 하겠소.”
이어지는 바투칸의 진행에 부족의 대리자들은 신중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더 많이 얻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다른 부족이 받아 갈 양은 줄여야 했기에.
그렇게 이어진 길고 긴 조율은 사흘이라는 시간을 거쳐서 끝맺음을 지었고, 이내 거래 날짜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 * *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모래 위로 수많은 수인족과 자이언트 리저드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그 수가 십만에 다다르니, 이를 지켜보던 파리마슈는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늘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로군요.”
“여차하면 그럴 의도도 적지는 않을 거요.”
“으음.”
이만한 숫자의 수인족이 모였던 것은 역사적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뿐이었으니, 파리마슈의 표정에 근심이 드러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셰인의 말처럼, 이렇게 모인 이들은 수틀리면 창칼을 겨누길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파리마슈의 걱정과 다르게 특별한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도 전쟁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오크들. 착하다.”
“하지만 걸려 오는 싸움도 싫어하지 않는다.”
“거기, 목소리가 크다. 무슨 일이냐?”
“싸우지 마라. 평화가 최고다.”
수송을 위해 찾아온 수인족들의 수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십만의 오크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어지간한 말썽은 그들 선에서 마무리가 지어졌던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되는군요.”
“평화는 힘이 있는 쪽에서 만드는 것이니.”
“으음…….”
이어서 파리마슈는 오크들과 함께 수송 인원들을 각 부족에 맞게 정렬시키는 작업을 이어 갔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
수송대로 찾아온 이들이 밖에서 대기하는 사이, 각 부족의 대리자들이 호위와 함께 오크들의 기지 내부로 발을 들였다.
미리 작업을 해 둔 것일까, 지난번과 달리 천장에 붙어 있던 수원석 중 절반 이상이 뽑혀 한쪽 구석에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앞서 협상했던 대로, 계족에게 350개의 수원석이 지급될 것이오.”
수십의 오크들 가운데 바투칸이 앞장서서 말하자, 계족의 대리자가 손을 들었다.
예전과 다르게 공손해진 모습.
“음…… 그에 대해 하나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 와서?”
“부족장님과의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 늦어졌습니다. 혹, 가능하다면 수원석 대신 저 마도구를 구입해도 괜찮겠습니까?”
“흐음……. 영상 기록구라. 그 수가 많지는 않소. 우리 오크들도 중하게 사용하고 있는 마도구지.”
“그걸 어떻게든 얻고 싶어서 드리는 말입니다.”
그러자 바투칸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앞서 계족이 어떤 이유로 저 영상기록구를 노리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처는?”
“우리 계족은 예전부터 주술에 능했습니다. 인간들의 마법이라는 것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영상기록구일 필요는 없지 않소?”
“물론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영상기록구만큼 다양한 속성이 들어간 것은 없지 않습니까?”
“흐음…….”
그러한 계족의 설명이 있었으나, 바투칸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수원석의 거래는 단순히 그대 부족만이 걸린 일이 아니오. 나 또한 이 사막에 괜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소. 그러니 앞서 얘기한 대로 거래를 하시오. 영상기록구는 훗날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계족의 대리자는 조용히 물러났다.
이윽고 앞서 이야기가 오간대로 정해진 양의 수원석을 오크들이 운반하려던 그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바깥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나카르 사막의 성역은 이곳 수인족들에게 신성시되는 장소였지만, 그 말을 들은 라비아타는 면전에 이렇게 말해 줄 자신이 있었다.
“지랄.”
신성하다?
라비아타는 살면서 그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었지만, 적어도 이곳이 그런 것과는 거리가 억만 광년쯤 떨어져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진득한 늪을 걷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종아리까지 푹 담가진 그런 곳을.
라비아타쯤 되는 무력을 가진 존재가 그럴진대, 다른 이들이라면 어떻게 될까.
단언컨대 매 걸음마다 영혼을 이 공간에 빼앗기게 될 것이었다.
“진짜 지랄 맞은 곳이구만…….”
셰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과거 라비아타의 선조, 용이 타락하며 만들어진 공간이라 했다.
스스로의 영혼이 지상에 붙어 있을 수 있도록 시간을 붙잡아 둔 공간이라 했던가.
그 영향은 라비아타도 피할 수 없던 것인지라, 끊임없이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신이 이곳과 별개의 존재임을 각인시켜야만 했다.
다행이라면, 나침반도 통하지 않는 이곳의 지리는 과거 사막이 되기 전의 나카르 지역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라비아타는 파리마슈에게 받은 고대의 지도에 의지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이고서야 목적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고대의 수인족들이 용을 모시기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진 신전의 입구.
“염병. 더럽게 크구만.”
척 봐도 어지간한 성보다는 거대해 보였고, 마력을 퍼뜨려 보자 지하에서 무언가 끈적한 것이 느껴졌다.
“쯧…… 여기까진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저 지하에는, 분명 라비아타의 선조들이 봉인되어 있을 터.
그러나 라비아타는 본능적으로 이 이상 깊게 들어가는 것은 자살 행위라 판단했다.
지금 당장도 용의 영혼이 붙잡고 있는 시간선에서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지하까지 들어갔다간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자신 또한 지하에 봉인될 게 자명했다.
“일단 확인을 한 건 좋은데……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라비아타와 계약한 불의 정령, 이그니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그러게. 어려운 일이네, 단장.]“야, 너 그래도 몇백 년은 살아온 정령이잖아. 좀 아는 거 없어?”
[헐. 평소에는 그런 취급 해 주지도 않으면서 이럴 때 나이를 거론하는 거야?]“이게 확.”
[폭력 반대!]“나 힘드니까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봐.”
능글맞은 이그니스였지만, 실제로 라비아타가 많이 지친 모습이었기에 그도 이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음…… 단장. 영혼이라는 게 정확히 뭐라고 생각해?]“……글쎄. 그에 대한 정보는 아직 제대로 얻은 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라비아타도 영혼에 대한 연구는 제법 흥미가 있어서 찾아 다닌 적이 있었다.
당장 본인 또한 이 육신의 수명이 다하면 영혼이 선대 용의 영혼이 있는 이곳에 봉인될 처지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다방면으로 영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봤지만, 고대에도 이에 관한 정보는 그리 흔치 않았다.
아주 가끔씩 발견되는 신화시대에 다다른다면 모를까.
[영혼이라는 건 말하자면 마력 같은 거야. 마력도 평소에는 무속성으로 있다가 세계의 의지에 따라서 자신만의 속성을 찾아가잖아? 그리고 역할이 끝나면 다시금 무속성으로 돌아가고.]“뭐, 그렇지.”
[영혼도 마찬가지야.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가 새로운 생명과 함께 잉태되지. 그게 바로 생명의 순환이란 말이야.]“근데 그걸 왜 이제 말하냐? 내가 한참 관련된 정보를 찾으려고 개고생할 땐 입 다물고 있더니.”
그 말에 라비아타도 금방 수긍했다.
수많은 던전을 돌아다니며, 격에 맞지 않는 정보를 터득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겪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이곳에 봉인된 선조들의 영혼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보다 앞서 하나만 더 말해 볼게. 육신을 잃은 영혼은 금방 자연으로 돌아가 생명의 순환이 된다고 했지?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고. 죽었음에도 영혼을 간직한 채 움직이는 언데드. 그렇다면 언데드는 어떻게 탄생한 존재이지?]“사무친 원한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거잖아.”
[맞아. 단 한 사람의 원한만으로는 언데드는 만들어지지 않아. 수많은 원한이 모이고 그 힘이 현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거대해져야 하지. 혹은 인위적인 방법을 쓰거나.]인위적인 방법.
흑마법을 가리켜 하는 말에 라비아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금 이그니스가 말했다.
[그런데 고대시대 이전, 신화시대에는 사실상 언데드라는 개념이 없었어. 그때는 애초에 죽음이라는 개념보다는 승천, 즉 우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었거든. 하지만 신화시대가 끝나고, 고대시대가 되어서 죽음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았지. 그 이유는 원한에 있었어. 신화시대에 있던 신들의 전쟁 당시에 ‘원한’이라는 개념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고, 그때부터 ‘승천’은 더 이상 그 의미를 잃고 ‘죽음’이라는 의미가 탄생하게 된 거야.]“신화에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라…….”
라비아타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봤던 그린 드래곤 또한 죽음이라기보단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에 다다른 라비아타가 두 눈을 빛냈다.
당장 이그니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좀 감이 와?]“선조께서는 용이셨지. 용은 신화시대부터 존재해 온 종족이었고. 그럼 죽음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말이네.”
[맞아. 용은 죽음이 아닌 승천이라는 개념에 속한 존재야. 그런데 그런 존재가 원한을 품고 죽음을 맞이했어.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일일까?]“……살해당했다, 라는 거냐?”
[빙고. 지금 단장의 선조는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고 원한이라는 형태로 죽음을 맞이했어.]그 말에 라비아타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고대서부터 존재해 온 용을 죽인 존재가 있다니?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상태를 해결할 방법이 뭔데?”
[용을 죽인 존재가 직접 해결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비슷한 격을 지닌 존재가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그 말인즉.
지금의 라비아타로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또 그 수상쩍은 인간한테 물어봐야겠는데?]“아오, 이런 거 성격에 안 맞는데.”
이그니스의 말에 라비아타는 순순히 인정했다.
지금의 상황을 이겨 내려면, 이곳의 정체를 애초부터 알고 있던 셰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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