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5화
15화 괴물 사냥(1)
아카데미의 아티팩트 저장고는 굉장히 넓었다.
겉으로 보던 것과는 다르게 공간확장 마법이 펼쳐져, 아카데미 내부의 도서관만큼이나 넓은 공간.
그곳에는 하나하나 귀중해 보이는 아티팩트들이 투명한 유리 보관함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쭉 훑어보던 셰인은 벤자민을 향해 말했다.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하게. 물론 하나만 골라야 하니 제법 고민을 해 봐야겠지만 말일세.”
“예.”
이곳에 찾아올 생도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아티팩트 전시장 아래에는 해당 아티팩트의 사용처까지 적혀 있었다.
물론, 여기에 있는 아티팩트들은 그리 대단한 성능의 물건들은 아니다.
평범한 생도들이 사용하기에 과분한 정도는 맞으나, 그렇다고 제국이나 왕국의 저장고의 수준보다는 한참이나 뒤떨어졌다.
딱 생도들에게 생색내기 좋은 수준.
애초에 그 이상을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셰인은 실망하는 기색 하나 없이 천천히 훑어봤다.
‘굳이 아티팩트만 고를 필요는 없겠군.’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 혹은 부적이나 착용하는 액세서리 등이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셰인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설마 그걸 고를 생각인가?”
그런 걸 고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벤자민의 표정이 애매해졌지만.
셰인은 별 신경 쓰지 않고 답했다.
“예.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군요.”
며칠 전에 봤던 보랏빛 돌멩이.
마력의 근원이라 불리는 돌이었다.
몬스터에게는 천고의 비약이라고 불리는 돌.
그러나 반드시 몬스터에게만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정령에게도 이 마력의 근원은 말할 필요가 없는 영약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마력의 근원을 보는 셰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벌레들을 처리할 때 쓸 만하겠군.’
적어도 이 아티팩트 저장소에 있는 대부분의 아티팩트보다 확실한 성능을 보여 줄 터였다.
* * *
디라일라는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문을 볼 때마다 살짝 기가 죽었다.
‘좀 거시기하네.’
연합국의 중심에 있는 도시의 집인만큼, 내부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 또한 제법 명망 높은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다만, 이 집은 별장으로 사용되고 있던 터라 그리 넓은 집은 아니었다.
3층 높이의 건물.
디라일라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이제 겨우 10살이나 됐을 법한 소년이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디라일라를 반겼다.
“선생님!”
“아, 안녕하세요.”
소년은 지난달부터 디라일라가 과외를 봐주고 있는 어느 귀족 가문의 자제였다.
아주 옥이야 금이야 키워진 것인지 겉보기에도 귀티가 줄줄 흐르는 소년이 마중을 나오는 게 디라일라에게는 퍽 어색했다.
평소에 자신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한가득인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자신을 보는 눈에는 흥미가 가득하다.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려 해도 영 수다스러운 성격 때문에 진행이 더뎌질 때도 있었다.
“오, 왔구먼. 디라일라 양. 어서 오게.”
그런 소년의 뒤로 한 남성이 나타났다.
“넵. 안녕하셨나요, 가주님.”
“무얼. 그리 딱딱하게 굴 것 없네. 하하, 오늘도 우리 아들을 잘 부탁하네.”
“아, 알겠습니다.”
귀족의 자제가 아닌 가문을 책임지는 가주의 자리.
아무래도 인간들의 권위적인 성격을 많이 봐 온 디라일라의 입장에서는 영 부담스러웠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번 달 연구비를 얻으려면 어쨌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생활비나 등록금 같은 것은 전부 아카데미 측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고 있지만, 아무런 연줄도 없는 디라일라에게, 그것도 이종족이라는 꼬리표를 붙은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귀한 차를 얻었네. 이따 한 번 맛이라도 보겠나?”
“네? 아휴, 괜찮습니다.”
“하하, 사양은 사양하도록 하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가주가 자리를 비웠고, 그 뒤로 평탄하게 수업이 진행됐다.
“선생님, 선생님. 있잖아요~ 지난주에 제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고장 나서요…… 아버지한테 막 혼나고 그랬어요.”
“아하하, 그랬군요…….”
물론, 도중 아이의 수다가 이어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곧 새 장난감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라고 하셨어요! 헤헤.”
천진난만한 아이의 미소.
본래라면 모성애라도 일으킬 만큼 귀여운 그 미소에서, 갑자기 위화감이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디라일라는 방금 떠올린 기묘한 감상을 빠르게 털어 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이빨을 남들에게 보이기 어려웠다.
* * *
아카데미의 늦은 밤.
셰인은 조용히 언덕 나무 위에 앉아 그 아래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봤다.
연합국의 중심인 아르젠티아 수도는 언제나 밝다.
다섯 국가의 중진들이 모여 만든 국가이고 그런 국가의 수도이니만큼 발전의 속도가 여타 다른 도시들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빠르다.
야심한 밤하늘.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 밤이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셰인은 잘 알고 있다.
이 도시의 지하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벌레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그 벌레들은 연합국의 밑바닥부터 갉아먹으며, 다섯 국가의 연합에도 자신들의 더러운 이빨을 들이밀 것이다.
훗날, 그게 자신들에게 어떤 독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채로.
‘어차피 훗날 모두 죽을 벌레들.’
그렇다면 미리 정리해 주는 게 맞지 않겠나.
셰인은 당장 이 평화로운 시기에 찌들어 아카데미에서 하하호호 웃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양지에서의 신분을 만들기 위한 행위일 뿐.
음지에서는 또 다른 신분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밤의 어둠보다 훨씬 어두운 기운이 셰인의 생각에 호응하듯 그런 그를 에워쌌다.
곧, 일말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이 언덕 아래.
어느 한 저택을 향해 내려갔다.
* * *
중년의 귀족은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차를 한 입 머금었다.
고급스러운 차라는 명성에 걸맞게, 혀를 감미롭게 감싸 오는 향이 중년의 귀족에게 퍽 마음에 들었다.
“아쉽구나. 많이 마시지 못한다는 게.”
“……건강에 해롭습니다.”
중년의 귀족 바로 앞에 선 기사가 충직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항상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은 맛이 좋길 마련일세. 나는 참을성이 없어서, 간간이 이렇게 맛이라도 봐야 하는 편이지.”
“…….”
기사는 귀족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당장 중년의 귀족이 마시고 있는 차는, 마화초라는 식물의 잎사귀를 재료로 쓰는 차였다.
이름에 걸맞게 마력에 양의 기운을 주입하는 식물이지만, 그 독기가 강해 음용자의 마력이 꼬이도록 만든다.
하지만 향이 좋은 터라 귀족들에게 이따금 기호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장난감은 어찌 됐나?”
“예, 제압해서 지하실로 옮겼습니다.”
“그렇구먼. 정말 운이 좋았지. 안 그런가? 그리도 튼튼한 이종족이라니. 쉽게 찾아보기 힘든데 말이야.”
“그래도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아카데미의 생도에다가, 그녀의 뒤에는…….”
기사가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지만, 중년의 귀족은 그가 무얼 걱정하는지 이미 파악했다.
“무얼. 자네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애초에 아카데미는 어디까지나 그녀를 보조해 주는 것뿐이지, 보호의 명분까지는 있지 않으니까. 더욱이 아카데미의 바깥에서는 말이지. 오히려 사라지면 더 좋아하지 않겠나? 귀찮은 돈벌레가 없어졌다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일세.”
“그렇습니까.”
“그래. 어차피 그 장난감의 뒷배도 이쪽 세계에서…… 이미 죽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으니.”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하하, 자네는 언제나 진지한 게 문제일세. 그래도 다행이지. 저번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아들 녀석이 심심하길래 좀 가지고 놀라고 했더니 그새 망가질 줄 누가 알았겠나?”
“제대로 도련님을 보필하지 못한 제 죄입니다.”
“이런, 그게 어디 자네 잘못인가? 심지어 자네에게 맡겨 둔 일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제법 튼튼한 장난감이니, 저번처럼 아들 녀석에게 망가지진 않겠지.”
그러면서 귀족은 자연스럽게 주제를 옮겼다.
“그보다, 오시기로 했던 손님은 어떻게 됐나?”
“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하십니다.”
“역시 바쁘신 분들이란 말이지. 그래도 소중한 고객이니, 우리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
“일단 상품만 보여 드리고, 교육은 따로 시켜야 할 걸세. 자네가 좀 바쁘겠어.”
“가주님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언제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하하, 알겠네. 역시 자네만큼 믿음직한 기사가 얼마나 있겠나. 슬슬 손님 맞을 준비를 해 두지.”
“예, 알겠습니다.”
* * *
셰인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무엇일까?
자신의 타락?
조직의 무력?
둘 다 아니다.
셰인은 이제 타락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었고, 조직의 무력 또한 군단장의 지휘에 앉아 본 경험이 있으니 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단 하나.
셰인조차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인류의 타락이다.
전생에 인류가 조직에 의해 무너진 것은, 조직에서 보인 말도 안 되는 무력도 큰 존재감을 차지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제국을 포함한 다섯 국가가 무너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년이 안됐다.
그중에 첫 번째 조직의 침공으로 무너진 왕국은 일주일조차 걸리지 않아 왕의 목이 성벽에 걸렸더랬지.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왕국이 무너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반년.
남은 제국과 하나의 국가만이 4년하고도 반년을 채워 조직에게 맞서 대항했으나,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 결과 수많은 인간들이 죽어 나갔고, 모든 국가가 멸망에 이르렀다.
훗날 남은 인류를 그러모아 당시의 1황녀가 새로운 국가를 선포하기 전까지, 인류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본래라면 조직의 무력으로도 모든 국가를 무너뜨리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연합국의 존재가 바로 조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 터.
그러나 조직은 그 사실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을 공들여가며 연합국에 암세포를 퍼뜨렸다.
그 끝에 조직이 등장할 무렵, 연합국의 존재 의의는 무색해졌고.
이는 인류의 멸망을 보다 빠르게 다가오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이 암세포들만큼은 당장의 셰인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 암세포가 이 시점에서 너무 많이 퍼져 버린 까닭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그것들을 하나하나 박멸해야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놈들을 하나하나 색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당장 놈들을 모두 불살라 버릴 능력조차 셰인에겐 없었으니까.
하지만, 놈들의 사이사이에 연결된 신경 세포 정도는 한 번이라면 정리해 볼 만한 가능성이 있었다.
고풍스러운 풍경의 저택을 바라보며 그리 생각했다.
‘계속 날 감싸고 있어라.’
[예, 주인님.]셰인의 주변으로 그 어떠한 목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으나, 그 영혼에게만 들리는 자그마한 소리가 존재했다.
어둠의 정령.
아카데미에 오기 전, 셰인에 의해 소멸된 썩은 나무 정령의 남은 찌꺼기.
너무도 하잘것없는 존재감이라 셰인조차도 자신의 내부에 남아 있는 그것을 발견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며칠 전, 실기시험을 끝마치고 자신의 방에서 심상세계를 살피고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그저 찌꺼기에 불과했기에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성장조차 노릴 수 없는 하찮은 존재였으나.
셰인이 가지고 온 마력의 근원을 먹이며 다시금 어둠의 정령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셰인에 의해 한 번 소멸된 탓에 과거의 기억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못했고, 이미 종 자체가 썩은 나무 정령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그저 어둠 덩어리.
셰인은 녀석에게 이름조차 붙여 주지 않았다.
거창하게 정령이 불리고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녀석은 통로였다.
셰인의 내면에 깃든 어둠을 물리적으로 현현하도록 만드는 통로.
그 어둠을 통해 몸을 숨기고 저택 내부로 들어온 셰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겨운 냄새로군.”
저택 내부의 창고.
귀족이 머무는 저택치고는 경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쉽게 들어왔으나, 셰인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러운 취미를 가진 귀족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노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니던가.
당장에도 셰인의 코에 냄새 따위는 그저 창고의 먼지와 나무상자의 냄새뿐이었지만.
보다 깊은 지하 밑으로 음습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느껴졌다.
종류는 아주 다양했다.
죽음, 절망, 저주, 증오, 포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희열.
누군가의 희열이었다.
이러한 감정들만 보더라도 셰인은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암세포다운 취미로군.”
현재의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일까.
바로 이종족이다.
대부분의 이종족들은 과거 아카샤에 의해 봉인되었고, 지금은 던전에서만 볼 수 있는 이들.
그러나 아카샤의 대봉인이 끝나기 전의 인류는 이종족들 사이에서 벌레 이하의 삶을 살아갔다.
그랬기에, 이제는 힘을 갖추기 시작한 인류는 그런 이종족들을 혐오했다.
회귀 전, 디라일라가 괜히 조직에 들어온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종종 대봉인의 봉인에서 풀려나온 이종족이 보였고, 과거에는 그들을 노예로서 부려 먹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제국의 입장이 달라져 이종족들의 독립된 나라를 인정하고, ‘이종족 노예제도’를 폐지했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본래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거기에 더한 쾌감을 느끼는 족속들이 아니던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극히 일부 그러한 쾌감만을 쫓아가는 삶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이들이 만들어 낼 풍경이야 뻔했다.
다시 한번 어둠에 감싸인 셰인은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오늘 낮에 봤던 구릿빛 피부의 소녀가 쇠사슬에 걸린 채 체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씨발, 진짜 살다 살다 별 꼴을 다 본다, 정말.”
걸쭉한 욕 한마디.
그러나 그 목소리에서는 셰인이 과거에 알던 그 자존심 가득한 목소리도, 현재의 활기찬 목소리도 아닌.
무언가를 포기하기 직전인 것처럼 위태로운 목소리였다.
셰인은 이런 형태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던 것 같았다.
[인류의 배신자는 무슨 헛소리 하고 앉았네. 애초에 같은 인간 취급을 해 준 적도 없었으면서…….]오크조차도 한 잔에 별나라로 보내 줄 독한 술을 병째로 입에 들이부으며 자신의 삶을 한탄했던 어느 날 고성의 밤. 한 여인의 목소리와 지독하게도 닯아 있었다.
“디라일라.”
아무런 무늬도 없는 동그란 가면 너머로, 셰인은 전생의 자신이, 그리고 자신을 지독하게도 싫어했던 어느 한 소녀의 이름을 아무런 감정 없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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