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5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50화
150화 성전 (2)
차가운 밤하늘에 떠오른 태양은 지상에 펼쳐진 어둠을 물리쳤다.
쿠와아아아…….
꾸우우…….
그에 따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있을 리 없는 악령들이 고통을 호소하듯 괴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공포는 태양이 떨어져 내릴 때 더욱 강렬해졌는데, 그때까지도 그들은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작은 태양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
――――!!
“윽……?!”
이루 말할 수 없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천지가 뒤집히듯 흔들리는 풍경.
서족의 정찰대, 레미는 눈앞에 있는 악령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두 귀를 막으며 고통을 견뎌 냈다.
끝내 두 눈을 감았던 레미가 뒤롤 돌아봤을 때.
“요, 용께서…… 분노하셨다.”
주제도 모르고 지상에 올라온 지옥을 정화한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질까?
태양이 떨어진 위치는 마치 거인이 밟고 간 듯,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고, 열기를 견디지 못한 모래는 녹아내려 반듯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레미는 그 셀 수도 없던 악령들이, 한 눈에 봐도 절반이 사라진 것을 보고는 용이 분노했음을 의심치 않았다.
“후우! 이제 좀 속이 시원하네. 요즘은 영 이렇게 싸울 일이 없었단 말이지.”
[어째 악령들이 불쌍하게 느껴지는데?]“성불한 거야.”
[강제로 말이지…….]이그니스의 농담에 잠시 어울려 줬던 라비아타는 아까부터 이쪽을 향해 거룩한 표정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한 서족을 바라봤다.
“그쪽이 서족의 정찰대인가?”
“그, 그렇습니다! 태양의 성녀시여…….”
“고작 며칠 만에 그놈의 성녀라는 소리가 많이도 퍼져 나갔다.”
[또, 또 부끄러워하네.]“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끄에엑! 용이 정령 잡는다!]아무래도 태양의 성녀께서는 부끄러움이 많으신가 보다.
레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그니스의 목을 조르던 라비아타는 다시금 레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봐, 너희 부족한테 가서 전해. 내가 조금 지연시켰지만, 놈들은 계속 움직일 거야.”
“오오…… 예언입니까?”
어차피 그쪽으로 악령들이 움직이고 있던 걸 봐 놓고는 무슨 지랄 맞은 예언이란 말인가.
라비아타는 잠시 눈을 감으며 무언가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그래, 예언이다. 죽기 싫으면 빨리 움직여.”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양의 성녀님!”
서둘러 인사를 마친 레미는 자신의 동료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라비아타는 셰인에게 받은 푸른 보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번에 많이는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만.”
“아무래도 한 번에는 안 되겠는데? 여러 번 습격을 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그 녀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음…… 나도 못 느끼겠는데.]영적 능력이 뛰어난 정령, 그것도 최상위 정령에 속하는 이그니스조차 현재 셰인이 어디에 몸을 감추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은밀함이 그야말로 절대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뭐, 이렇게 몇 번 날뛰다 보면 되겠지. 숫자도 충분한 것 같고.”
이번 한 번의 공격으로 절반이라는 숫자의 악령을 정리했지만, 다음 날이 되면 금방 되살아날 녀석들이다.
물론 보석이 기운을 흡수한 만큼 그 수가 적어지겠지만, 무명에서도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터.
지금처럼 라비아타의 습격이 수차례 이어지면 무명에서도 반드시 반응이 올 것이라 셰인은 예측했다.
“그 문제는 이미 녀석이 말한 대로 하자고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단장이 그렇게 말한다면야.]그 뒤로 물러서며, 라비아타는 두려움에 떨듯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악령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직 마력에는 제법 여유가 있긴 한데…… 기운을 흡수하지 못하면 그것도 헛지랄이지.”
그 말을 끝으로, 라비아타는 사막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그 뒤로도 낮에는 셰인이 건네준 푸른 보석의 기운을 갈무리하고, 밤에는 악령을 소탕하는 형식으로 라비아타의 일상이 이어졌다.
라비아타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그러는 사이에 라비아타의 무위를 확인한 서족과 인근 부족들은 태양의 성녀가 세상을 정화하고 있다며 온갖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마슈는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용해 부족사회에 다시금 여론전을 시전했다.
그가 한 말의 내용은 단순했다.
그저 태양의 성녀가 악령을 정화하기 위해 용께서 내려 주셨다는 간단한 얘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다른 부족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전의 성녀는 여태까지 부족을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면, 라비아타는 순수하게 악령과의 전투에만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의 성녀가 수만의 악령을 홀로 상대하고 있다!”
“용께서 내려 주신 성녀님이야!”
“우리는 이대로 꼬리 말고 도망만 칠 생각인가?”
이는 파리마슈의 바람잡이들이 한 활약도 있었지만, 본래 호전적인 사막의 부족들을 흥분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때문에 묘족과 같이 이전 성녀와 대립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던 견족이 가장 먼저 악령 토벌 작전에 합류했다.
그 뒤를 이어 여타 다른 부족들도 조금씩 악령 토벌작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왔다.
무엇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서족이었다.
당장 자신들의 영역에 악령들이 들이닥칠 테니까.
뿐만 아니라, 오크의 대표로 바투칸이 수원석과 병력을 지원하기로 나섰다.
오크의 전력은 일전 수송대가 직접 겪었던 만큼 든든한 것이었고, 악령 토벌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다름 아닌 물의 수급이었는데 그것도 해결됐다.
악령이 가진 부족들의 거부감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고, 이는 그들이 단합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음욕의 군단장, 루시드 렘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읊조렸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로군요.”
지난 몇 년 동안 이곳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부족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은 렘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었건만.
상대는 그걸 고작 몇 번의 움직임으로 가능케 만들었다.
“흐하하! 그렇게 간만 보다가 결국 스스로의 지지기반도 줄어 버렸군. 다 된 밥을 고스란히 갖다 바친 꼴이야.”
“닥치세요, 블레이크.”
“거봐. 괜히 뺨은 밖에서 맞고 화풀이는 여기서 한다니까.”
“불난 집에서 부채질이나 하는 자가 할 소리입니까?”
“큭큭, 이럴 때보면 인간들의 속담이라는 것도 제법 맞는 구석이 있군.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러자 렘은 섬뜩하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일전에 제가 한 말을 기억하나요?”
“무슨 말? 설마 나보고 나서라는 건가?”
“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예. 그 태양의 성녀라는 여자를 막아 줘야겠습니다.”
그 말인즉슨, 블레이크와 그의 군단의 이미지를 희생시키고 그를 통해 여론전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가 태양의 성녀를 막을 수 있다면 그건 더 좋은 일이었고.
“취지가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지. 날뛸 수만 있다면. 드디어 몸 좀 풀겠어.”
“그래도 조심하세요. 홀로 수만의 악령을 상대한 존재입니다.”
“용의 기운에 쪽도 쓰지 못하는 그 쓰레기들이 문제지. 그러고 보니 그와 관련된 이슈는 아직 해결 못한 건가?”
“아뇨, 거의 다 되어 갑니다. 내일부터는 그렇게 허술하게 당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야. 이쪽도 마음 편히 날뛸 수 있겠군. 그런데 이럴 거면 차라리 일을 크게 벌이는 게 어때? 물론 내가 저쪽의 성녀를 죽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내 군단을 움직여도 될 거 같은데.”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군요. 더 이상 지체돼서 좋을 게 없으니. 허락하겠습니다.”
“참나, 누가 보면 내 위에 있는 줄 알겠군.”
짧은 불만을 내비치며 블레이크는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던지고는 밖으로 나갔고, 홀로 남은 렘은 그런 블레이크의 뒷모습을 천박하다는 듯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전쟁의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 * *
“그 녀석, 정말 모르는 게 없잖아? 진짜 무슨 신기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악령 군단을 토벌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나흘째.
본래라면 벌써 서족의 본거지로 도착했어야 할 시간이었으나, 라비아타의 지속된 방해로 인해 악령 군단의 진격은 점차 늦춰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라비아타는 금세 눈치챘다.
“훨씬 더 흉폭해졌어. 그 녀석이 했던 말대로야.”
[그 인간한테 신성이 느껴지긴 했는데 진짜 무슨 예언이라도 하나 봐.]“성녀는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이 해야 했는데. 아니, 그럼 성자가 되는 건가?”
라비아타와 이그니스가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악령 군단은 지금도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라비아타가 소환한 태양이 하늘에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령들은 고통스러워할지언정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는 느껴 볼 수 없던, 살을 찌르고 들어오는 지독한 살기만을 내뿜을 뿐이었다.
“준비를 해도 단단히 한 모양이야. 그런데 저래봐야 공중을 공격할 수단은 없지 않아?”
해서 라비아타가 그대로 태양을 내리꽂으려던 찰나.
“흐하하하하핫!!”
하늘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누군가 라비아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흣……!”
갑작스러운 기습이었으나, 라비아타는 어렵지 않게 몸을 틀어 그 공격을 피했다.
머리의 반 정도 되는 거대한 크기의 주먹이 라비아타를 스치고 지나쳐 모래사막에 처박히자, 일대가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며 거대한 모래 먼지가 피어올라 하늘 높이 치솟았다.
“진짜 예언이라도 하는 것 같다니까.”
[오늘쯤 습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이 정도면 나도 무서울 정도야.]라비아타는 모래먼지가 피어오르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인사가 좀 늦었군.”
그런 먼지 사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스킨헤드의 머리에 다부진 근육을 가지고, 거대한 주먹으로 어깨를 돌리며 나온 존재.
블레이크였다.
“생김세가 그 녀석이 말한 거랑 똑같이 생겼네. 그쪽이 분노의 군단장인가 그건가?”
“이런, 자기소개도 하기 전에 밝혀졌군. 맞다. 제4군단장. 블레이크다.”
“군단은 어디로 가고 혼자 오셨나?”
“무얼. 원래부터 내 군단은 수가 적기로 유명했지. 내가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야.”
“쯧. 다른 곳으로 움직였나 보군.”
군단장이 홀로 이곳에 왔다면, 그에 따른 군단은 지금쯤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할 터.
그러나 블레이크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나. 지금 일어날 화끈한 싸움이 중요한 거지. 크흐흐!”
“그래, 이미 일어난 일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각설하고, 덤벼라.”
“흐하하핫! 이거 화끈해서 좋군!”
그 말과 함께 블레이크의 모습이 사라지나 싶더니, 어느새 라비아타의 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흐읍!”
그와 동시에 그의 주먹으로 마력이 일렁이다, 내지르는 동작과 함께 마력이 앞으로 터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공격에 라비아타도 발 밑으로 불의 장막을 펼쳐 날아오는 공격에 대응했다.
순식간에 펼쳐진 15겹의 장벽.
블레이크의 주먹에서 터져 나온 마력은 그런 불의 장벽을 7장이나 뚫어 냈다.
동시에 터져 나간 장막이 마치 불로 이루어진 비처럼 모래사막 위로 떨어져 내렸고,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다.
블레이크는 그 불바다 속에서도 태연하게 움직이며 다시 한번 주먹으로부터 마력을 쏘아냈다.
하지만 또다시 일어난 불의 장막에 마력이 틀어막히자, 블레이크는 그 안에 모습을 감춘 라비아타를 향해 도발적으로 소리쳤다.
“언제까지 위에만 있을 거지?! 내려와서 화끈하게 붙어 보자고!”
“이쪽도 바라던 바야.”
“――?!”
어느새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몸이 경직된 블레이크는, 정확히 자신의 옆구리를 통해 들어오는 충격에 수십 미터를 날아가 모래로 이루어진 언덕에 처박혔다.
“이야, 오랜만에 주먹을 쓰니 이거 속이 확 풀리네. 요즘 이걸 쓸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 사이 용의 비늘이 돋아난 라비아타는 불길에 휩싸인 주먹을 꽉 쥐며, 블레이크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봤다.
“어때. 좀 화끈하신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