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5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51화
151화 성전 (3)
거칠 게 없는 사막의 밤바람이 하늘 높이 치솟은 모래먼지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저 주먹에 맞고 날아가 만들어진 흔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구덩이 안에서 스킨헤드의 남자, 분노의 군단장 블레이크는 양팔을 늘어뜨린 채 밤하늘을 바라봤다.
방금, 태양의 성녀라 불리는 저 여자의 주먹은 그저 마력을 머금은 평범한 주먹이 아니었다.
먼저 속도.
라비아타의 팔꿈치에서 터져 나온 불꽃으로 인해, 주먹의 속도는 음속에 버금갈 정도로 빨랐다.
그뿐이던가, 어퍼컷을 치듯 비스듬히 쳐 올린 그녀의 펀치는 상승하는 불의 속성에 따라 블레이크의 체내로 마력을 침투시켰다.
탐욕스럽게 자신의 장기를 집어삼키려는 라비아타의 마력을 억눌러 낸 블레이크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 흐하하하핫.”
불이라는 속성에 대한 이해도가, 그 정수가 담긴 주먹이었다.
이 정도로 속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대는 참 오랜만이었다.
“이런 화끈한 싸움을 기다렸지. 좋다, 좋아!”
차가운 사막의 밤바람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타오르는 대지 위로 블레이크가 일어섰다.
이에 라비아타가 이어질 공격을 대비했고.
이내 블레이크가 지면을 박찼다.
콰아아앙!
단 한 번의 발돋움으로 포탄처럼 날아가는 블레이크.
블레이크의 큼지막한 주먹이 라비아타의 머리를 터뜨릴 기세로 뻗어졌다.
퍼엉―!
공격을 막아 낸 라비아타의 신형이 뒤로 쏘아지듯 날아갔다.
금세 자세를 회복하고 허공에 발판을 생성한 라비아타가 블레이크를 향해 도약했다.
“크하하핫!”
되갚아 주겠다는 듯 똑같이 포탄처럼 날아오는 라비아타의 공격에 몸을 비틀어 피하고, 그대로 라비아타의 뒤를 잡는다.
다시 한번 주먹이 라비아타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려는 순간.
파앙―!
우측 하단으로부터 폭발음이 들려왔다.
불꽃의 추진력을 담은 라비아타의 뒷발차기가 블레이크의 관자놀이를 향했다.
이대로 무시하고 공격할 것인가, 피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 중 블레이크는 전자를 선택했다.
하나 발차기에 실린 기세가 살벌했는데, 라비아타의 발꿈치가 블레이크의 머리에 정확히 올려꽂혔다.
콰앙―!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블레이크의 자세가 무너져 라비아타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갔던 공격이 무산으로 돌아갔다.
“흐흐흐!”
그럼에도 블레이크는 고통에 겨워 하기는커녕 오히려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회복했고, 라비아타 또한 자세를 고쳐 다시금 공격에 들어갔다.
이후부터 빠른 난타전이 펼쳐졌다.
라비아타의 주먹이 블레이크의 얼굴을 노리고 들어온다.
블레이크가 그 주먹을 쳐 내고 반대쪽 손으로 쭉 펴진 라비아타의 팔을 노려 왔다.
관절을 아예 박살 내 버릴 기세였다.
파앙―!
또다시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블레이크의 공격이 흘려지고, 그사이 라비아타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턱을 노리고 들어오는 어퍼컷.
그러나 블레이크의 커다란 손이 그걸 막고, 오히려 라비아타의 손을 움켜쥐려고 한다.
아예 압도적인 힘으로 잡아 뭉개 버릴 셈이었으나.
파앙―!
또다시 폭발음이 들려오며 라비아타의 주먹이 재빠르게 회수됐다.
“그거 꽤 성가신 능력이로구만…….”
아까부터 터지는 소리.
그건 라비아타가 만들어 낸 마법의 일환이었다.
처음 블레이크의 주먹이 라비아타의 가드를 뚫고 머리를 노리고 들어갔을 때.
라비아타는 자신의 머리와 블레이크의 주먹 사이에 폭발 마법을 발현시켜 거리를 벌렸다.
다른 마법사라면 스스로의 마법에도 피해를 입었을, 위험천만한 회피 방법이었지만 말도 안 되는 화염 내성을 지닌 라비아타에게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행위였다.
그 뒤로도 라비아타는 모든 공격에 추진력을 얻기 위한 폭발도 일으켰고, 반대로 공격을 피할 때도 공격이 들어오는 부위의 간격에 폭발을 일으켜 회피하거나, 혹은 블레이크의 공격 경로를 비틀었다.
반면 블레이크는 공격을 할 때마다 폭발이 터져 나온 탓에 신체에 데미지가 점차 쌓이고 있을 터.
“아주 이기적인 공격 방식이야…….”
단 한 번만 라비아타에게 공격이 닿으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한편, 라비아타는 그녀 나름대로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고 있어.’
수 차례의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 라비아타는 아까부터 전투의 흐름이 자꾸 흩어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기분의 정체는 블레이크에게 있었는데, 전투가 시작된 이후부터 줄곧 블레이크는 실시간으로 성장하듯 라비아타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왔다.
가장 처음 기습이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면, 체감상 반 배는 빨라진 듯한 느낌.
그게 실시간으로 늘어 가고 있는 탓에, 그에 맞춰 마법을 발현시키는 라비아타로서는 성가시기가 이를 데 없었다.
또 맷집은 왜 저렇게 좋은지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이기적이긴 누구보고 이기적이래.’
아무리 공격을 이어 가도 상대가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는데, 반대로 이쪽은 상대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허용했다간 부상을 면치 못한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녀의 입장에서도 결코 유리한 게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미안해 단장. 당장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네. 하필이면 화산족이라니.]화산족.
말 그대로 화산에서 사는 이종족이다.
그들은 뛰어난 신체 능력에 더불어 어마어마한 화염 내성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눈앞에 있는 블레이크는 그 수준이 라비아타와 버금갈 정도였다.
때문에 아까부터 라비아타도 스스로의 장점인 화염을 쓰기보다, 그 충격파를 이용한 물리 공격을 이어 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블레이크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기가 힘들었다.
시간 또한 라비아타의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블레이크가 어디까지 강해질지는 아무도 몰랐으니.
그리고, 이는 어둠 속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셰인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대로는 놈을 물러나게 만들기 힘들겠어.’
블레이크는 무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분노의 오리진은 분명 위협적이다.
분노, 즉 스트레스라는 개념은 생명체라면 무엇이든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스트레스가 어떠한 상황에서 벌어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는 생존성과 연관이 깊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만악의 근원이라 생각하지만,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위협이 가해질 때 생기고, 이는 곧 생명유지를 위한 힘으로 이어지니까.
대표적으로 집중력과 판단력이 크게 향상되고, 민첩함과 반사 신경이 상승한다.
블레이크가 가진 분노의 오리진은 바로 그것을 극대화시켜 신체를 강화시키는 부류다.
다만 다른 오리진과 비교하면 별거 없어 보이지만, 이는 무지(無知)해서 나올 법한 판단이었다.
‘강화에 상한선이 없다는 건 가장 거슬리는군.’
전투 시간이 아무리 길어져도 지치는 법이 없고, 부상을 당한다 해도 행동에 제약이 없다.
설사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하더라도, 놈에게는 비장의 수가 섞여 있었으니 뒤가 없는 한 방은 반대로 역공에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야말로 일대일 전투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상대지. 전투 경험도 많은 탓에 자신의 유리함을 살리는 데 특화되기도 했고.’
그런 블레이크에게 효과적인 한 방을 넣으려면, 셰인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번 나카르 사막에서 분노의 군단장을 무력화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으니.
한편, 전투의 양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파앙! 파앙! 파앙!
시간이 갈수록 블레이크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공격에 정확도가 높아지니 라비아타도 놈의 공격을 회피하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이윽고 선택의 기로에 선 라비아타가 먼저 판단을 끝마쳤다.
퍼어엉―!
둘의 사이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 그 충격으로 거리가 벌어졌다.
이전과 다르게 라비아타는 곧바로 붙지 않았고, 이에 블레이크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한계가 드러나나?”
“한계는 무슨. 귀찮아서 그러는 거지.”
하지만 이대로 난타전을 이어 가는 것은 쓸데없는 오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라비아타는 모르지 않았다.
“뭐가 됐든 마법사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되겠지. 마법사치고는 제법 터프했지만 말이다. 흐흐.”
그러면서 블레이크가 다시금 거리를 좁히기 위해 땅을 박차려던 그때, 라비아타가 먼저 움직였다.
“흐응. 이렇게 쓰는 거였지, 아마?”
파괴된 장막으로 인해 만들어진 불길이 라비아타의 마력을 머금기 시작하자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거센 불길이 점차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고, 일부 불길은 반경 100미터를 감싸듯 휘감긴다.
“쯧. 이래서 마법사들은.”
마력을 모으는 시간을 제외하고 무영창에 가까운 능력을 쓰는 마법사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다.
블레이크는 아직 하늘 위에 떠 있는 작은 태양을 의식하며, 거세지기 시작하는 불길을 바라봤다.
어느새 불길은 라비아타의 모습마저 집어삼켰기에, 블레이크는 기감을 살려 주변을 수색해 봤지만…… 아까처럼 불속성의 마력과 동화된 라비아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벗어나야겠군.”
불속성에 내성이 있긴 하지만 이걸 버티는 도중에도 블레이크의 마력은 점차 줄어든다.
장기전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으나, 용의 후손인 라비아타와 마력의 총량으로 대적할 생각은 없었기에, 일단 후퇴를 결정할 때.
불의 장벽을 넘으려던 블레이크는 짧게 혀를 찼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반경 100미터를 둘러싼 불의 장벽은 그저 평범한 장벽이 아니었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불꽃.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은 불길한 검은빛이 섞여 존재감을 과시했는데, 블레이크는 본능적으로 저 불꽃에 닿았다간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런 블레이크의 판단은 현명했다.
‘확실히 감은 뛰어나군.’
어둠 속에 숨어든 셰인은 그런 블레이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 속으로 중얼거렸다.
블레이크의 생각처럼, 저 불꽃은 평범한 불꽃이 아니었다.
라비아타의 마법과 셰인의 오리진이 섞인 탐욕의 불꽃이었으니.
한 번 저기에 닿았다가는 상대방의 마력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며 더욱 불길이 거세질 터.
‘죽진 않겠지만,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하겠지.’
한편, 호전적일 것 같은 블레이크지만 그 또한 한 명의 군단장으로서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저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지, 망할.’
뭐가 됐든 간에 될 수 있는 한 여기서 라비아타를 죽이거나 혹은 행동 불가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저 불길을 뚫고 가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결국 후퇴를 취소한 그가 다시금 뒤를 돌아봤을 때.
“하, 이래서 마법사 놈들은 상대하기 귀찮다니까.”
점차 거세지던 불길이 사람의 형태를 취하더니, 어느새 수백의 라비아타가 그런 블레이크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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