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5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52화
152화 성전 (4)
불이란 빛과 많은 연관이 있는 속성이다.
따라서 라비아타 또한 그와 관련된 마법을 연구해 왔고.
실제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빛의 굴절을 통한 환영.
하지만 하나하나가 라비아타의 마력을 머금은, 물리력이 담긴 환영이다.
어지간한 마법적 계산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니고서야 따라 할 수도 없는 수준의 마법이기에 라비아타 또한 이그니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극히 까다로운 마법.
“이거, 이만한 미인들에게 둘러싸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수백의 라비아타가 적의를 내뿜는 모습에도 블레이크는 씩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문제는 나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라는 거군. 좋다, 와라!”
슈와아아아악-!
수백의 환영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서로의 몸이 겹치는 것도 개의치 않고 단숨에 공격에 들어갔다.
수백이라는 숫자의 환영이 일권을 내지르는 순간, 강렬한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반구 형태의 장막이 만들어져 블레이크를 가뒀다.
장막 내부로 연쇄적인 폭발이 수차례 일어나기를 반복, 뒤이어 연기가 완전히 가셨을 때.
콰앙, 콰아앙!
콰아아아앙―!
내부에서 블레이크의 마력이 불의 장막에 균열을 일으키더니 이내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장막이 터져 나갔다.
“후우, 마법사라는 놈들이 이렇다니까.”
장막으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자 내부의 산소가 모두 연소됐다.
만약 공격이 조금이라도 더 지속됐다면 그대로 질식해 죽을 뻔했다.
“안 되지,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당해 버리면 말이 안 되지. 흐흐.”
“의외로 쭝얼쭝얼 말이 많은 성격이구나?”
“이 정도로 버티는 상대가 어디 있었어야 말이지. 죄다 비실비실하더군.”
“그 말은 동감해 주지. 이쪽도 때리는 맛이 제법 쏠쏠하거든.”
“크크크. 또 기대가 된단 말이다. 너 같은 녀석들이 죽을 때 짓는 표정이 어떠할지 말이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블레이크가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수백의 환영 중 진짜를 고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방금의 데미지가 몸에 축적되고 집중력이 상승되니 블레이크의 오감이 더욱 민감해졌다.
불의 마력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진짜 기척을 느끼는 게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거기냐!!”
권풍을 날려 주변의 환영을 물리치고, 가장 끝에 머문 라비아타의 앞에 도착한 블레이크가 마력이 담긴 일격을 내질렀다.
처음과 비교해 그 파괴력이 월등히 상승한 공격은 이제 폭발력으로도 제지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주먹이 일권을 내지른 순간 주먹으로부터 오는 감각에 블레이크가 미소를 지었다.
이건, 제대로 들어갔다.
[크으…… 아파 죽겠네. 아무리 영체라지만 아픈 건 아픈 거라고…… 단장, 이 값은 반드시 받을 줄 알아.]“음……?!”
블레이크의 일격이 만든 마력이 흩어지자 보인 것은, 웬 처음 보는 미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는 가슴 한가운데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움직이더니, 블레이크에게 혀를 내밀며 씩 웃었다.
[왜, 정령 처음 보냐? 크큭.]“이런……!”
그런 블레이크가 뒤를 돌아본 순간.
세상은 다시금 밤을 되찾고 있었다.
* * *
“쿨럭……!”
그것은 그야말로 찰나라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의 순간이었다.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하늘에 떠 있던 작은 태양은 사라지고, 밤의 달은 자신의 색을 되찾아 고고히 빛을 뿌리고 있었다.
주변으로 넓게 퍼져 있던 불의 장벽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수백이라는 숫자의 환영은 마치 강렬한 태양에 녹아내리는 눈처럼 흔적도 없이 그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 대신.
다시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라비아타가, 눈부시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응축된 주먹을 내질렀다.
찰나의 찰나.
극도로 짧은 그 순간, 블레이크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저 주먹은 위험하다.
맞았다가는 치명상은커녕 죽음을 면치 못할 수준의 뭔가가 담겨 있다.
하나 느리다.
세상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현상 속에서 오로지 라비아타만이 시간에 저항하듯 움직이는 것처럼 느린데.
그럼에도 어째서.
‘왜 몸이 안 움직이는……!’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라비아타의 속도에 비해 현저하게 몸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블레이크의 착각이었다.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느려지지도 않았다.
그저 극도로 민감해진 블레이크의 오감이, 그의 생존본능이 필요로 의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었을 뿐.
블레이크는 지금 이 현상이 어째서 일어났는지 몰랐다.
보다 정확히는.
‘내가, 여기서……!’
몸이 굳은 지금의 이 현상이 두려움에 의한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블레이크의 판단은 한 발 늦을 수밖에 없었다.
두 눈을 뜬 채로 막대한 에너지가 담긴 저 주먹이 블레이크의 가슴으로 향한다.
주먹이 닿기 전, 에너지로 인해 만들어진 빛이 살갗을 뚫고 근육을 소멸시켜 그대로 그의 심장에 닿았다.
튼튼하기가 오거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블레이크의 피부는 마치 용암에 닿은 눈처럼 일말의 저항감도 없이 사그라진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라비아타의 주먹은 그대로 블레이크의 심장을 뚫고 반대편 등으로 튀어나왔다.
에너지는 그러고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 일직선을 그으며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가끔 있더라고. 내가 화염 마법만 쓰니까, 진짜 그것만 쓸 줄 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겠어?”
수없이 많은 던전을 찾아가, 수없이 많은 상황에 처해 봤던 라비아타다.
그중에는 화염 속성에 내성이 높은 놈들도 있었고, 라비아타는 어렵지 않게 그들을 정리해 왔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는 말이 있다지? 세상의 모든 흐름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던가?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야. 마법도 그렇거든. 결국 모두 똑같이 마력이라는 자원으로 이루어지지. 그렇다면 마력은 정확히 뭘 만들어 낼까? 바로 에너지야. 내가 화속성을 쓰든, 뇌속성을 쓰든 간에 결국 에너지라는 명제 하나로 귀결된다는 말이지.”
화염이라는 속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라비아타는, 스스로의 마법에 화염이라는 속성을 제외하는 것조차 해낼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쉬운 과정은 아니다.
마력이라는 것은 언제나 속성으로서 세상에 존재하려고 했으니.
그렇기에 시간이 필요했고, 그걸 위한 밑그림이 필요했다.
라비아타조차 오랜 시간 깨달음을 얻어야만 해낼 수 있던 마법.
무염(無炎).
막대한 에너지를 품은 작은 태양을 더욱 축소, 압축시키고 그 막대한 에너지를 주먹에 담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후우…….”
이 마법은 라비아타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지라, 어느새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친 라비아타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역시 패는 손맛이 있다니까.”
블레이크의 육체가 완전히 쓰러진 것을 확인한 라비아타는 다시금 화염을 일으켜 블레이크를 불태웠다.
심장이 멈춘 이상, 마력을 운용치 못할 테니 그 잘난 화염 내성도 이젠 소용이 없을 터.
살이 타는 냄새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자 라비아타가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리려는 찰나.
“크아아아아아아악――!!”
방금까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던 블레이크가 비명과 함께 일어서자 라비아타도 곧장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느새 검은 화염에 타오르고 있는 블레이크의 모습이 보였다.
“……참나. 요즘 것들은 심장이 부서져도 되살아나나?”
“분노의 오리진이 가지고 있는 힘입니다. 쌓여 있던 분노를 모두 신체 재생력으로 바꾸는 능력이지요.”
“……그래서 여태 숨어 있던 거구만?”
“예.”
블레이크가 가진 비장의 한 수.
강력한 한 방으로 쓰러뜨려도, 놈은 한 번. 신체를 재생시킨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셰인은 끝까지 기회를 두고 지켜봤다.
자신이 섣불리 나서면 블레이크는 분명 후퇴할 테니.
언뜻 블레이크는 무모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냉철하게 상황을 이해할 줄 아는 한 명의 지휘관이다.
전생에도 그런 기질이 있었으니 이번 생에도 그럴 터.
그렇기에 어둠 속에서 줄곧 숨어 있다가, 라비아타가 완전히 녀석을 무력화시킬 때까지 지켜봤다.
“그래도 운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순조롭게―.”
셰인이 말을 더 잇기도 전에.
“역시, 혼자서는 안됐군요.”
허공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셰인은 곧바로 교만의 오리진을 일으켜 자신과 라비아타를 보호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네요.”
“…….”
달을 등지고 모습을 드러낸 음욕의 군단장.
루시드 렘이 보랏빛 눈동자로 셰인과 라비아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보네? 가짜 성녀.”
그에 대답한 사람은 라비아타였다.
앞서 한 번 렘을 봤던 라비아타는 적의를 숨기지 않고 양손에 불꽃을 피웠다.
“그 말은 부정하고 싶군요. 저는 결국 그들의 진짜 성녀가 될 테니까요.”
“하, 종교쟁이들은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하는 게 종특이냐?”
“딱히 이해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아무튼……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겠죠.”
“어딜!”
이제 와서 렘이 등장한 이유를 깨달은 라비아타가 손에 피운 불꽃을 쏘아 보냈으나. 불꽃은 그대로 렘을 지나쳐 허공으로 사라졌다.
“……뭣.”
“오늘은 여기까지.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네요.”
“야! 누구 마음대로!”
참다 못한 라비아타가 직접 나서려 했으나, 렘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방금까지 비명을 지르던 블레이크 또한 모습을 감췄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라비아타는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 했다.
“이거, 한 방 먹었군요.”
“하아…… 죽어라 싸운 놈을 그대로 놓쳤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 엉?”
진심으로 짜증이 난 듯 라비아타가 눈썹을 찌푸렸지만, 셰인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이쪽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분노의 군단장은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검은 불꽃은, 그렇게 쉽게 해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리진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요.”
“오리진이라…… 그 불길한 검은색 기운을 말하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흐음…….”
라비아타가 보기에도 그 불길한 기운은 쉽게 해소할 수 있는 게 아닌 듯 보였기에,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어차피 라비아타의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니었으니.
“이제 남은 일을 해결할 일만 남았습니다.”
“쯧, 알겠어. 그럼 가기 전에 하나만 더 던지고 가야겠군.”
그동안 하늘에 떠 있던 작은 태양으로 인해 근처로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던 악령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라비아타는 사납게 미소를 지었다.
“꿩 대신 닭이라 했다.”
또다시 밤하늘에 작은 태양이 떠올랐다.
* * *
“크아아아아아악―!”
다 쉬어 버린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진다.
살이 녹아내리고, 또 재생하길 반복하는 와중에 블레이크는 끝없이 이어지는 그 고통에 몸부림을 쳤지만 그럼에도 그의 몸을 불사르는 검은 불꽃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력을 먹어치우고 있군요. 아주 지독하네요.”
공동에 섬뜩한 탄내가 가득한 탓일까.
렘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마음 같아서는 잠 재워서 저 시끄러운 소리라도 없애고 싶었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저걸 없애려면 마력을 완전히 소진시키는 수밖에 없어요. 하아…… 그때까지 생명을 연장시키는 건 제 역할이 되겠군요.”
마력을 완전히 소진시키려면 블레이크를 잠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렘은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블레이크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지만, 무명은 이미 고든과 교만의 군단장을 잃었다.
이미 인간의 세상에서 상당한 손해까지 본 마당에, 이 이상의 전력을 잃을 수는 없었다.
결국 대의를 위한 관점에서 블레이크는 반드시 필요했기에, 렘은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으며 블레이크의 치료에 전념을 다했다.
“……제 불찰이기도 하네요. 설마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는데…….”
마력을 모두 소진시켜 불꽃을 잠재운다 하더라도, 블레이크의 내부에 남아 있는 열기는 계속해서 그의 마력을 탐욕스럽게 삼킬 것이다.
그 말은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니, 더 이상 사막에서 블레이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도, 합일은 이뤄질 것입니다.”
렘은 그리 두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되뇌듯 읊조렸다.
* * *
“태양의 성녀시여…… 서족의 부족장이 전사했다고 합니다…….”
악령의 사냥을 끝마치고 돌아온 셰인과 라비아타에게 전하는 파리마슈의 보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단 하룻밤 사이.
서족의 부족이 멸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