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5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59화
159화 완벽한 그림
갑작스러운 그 변화를 눈치챈 이는 파리마슈뿐만은 아니었다.
각 부족의 몇몇 지휘관들은 낮에 파리마슈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전해 들었기에, 충분한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지휘관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라! 눈앞에 있는 저들이 우리의 가족으로 보이나!!”
“지금…… 뭐라고?”
“아슈카가 저 앞에 있는데, 죽은 내 동생이 저기에 있단 말이다.”
“감히 성녀님께……!”
“이, 이 미친 것들이……!! 뭣들 하는 거야!”
렘의 환영에 넘어간 추종자들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렘을 성녀라 믿고 있던 몇몇 이들은 오히려 지휘관에게 적의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렇다 할 대처도 하지 못한 채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노출되고 말았다.
“저, 저게 무슨…….”
그러자 지휘관들의 사기가 급격히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뭣들 하는 것이냐! 내가 했던 말을 잊은 것이야!”
“흡……!”
“하, 하마터면……!”
눈앞에 펼쳐진 광기의 현장에 노출된 지휘관들은 파리마슈의 외침을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파리마슈 님은…… 이 상황을 예견하고 계셨던 건가?”
“그때 그 조언이 이런 의미였군…….”
정신을 차린 지휘관들은 감정을 수습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앞서 파리마슈는 이번 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결코 마음이 꺾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혹여 동료들에게 이상 현상이 일어날 시, 당황하지 말고 스스로의 의지를 다스리는 데 집중하라는 말도 했었다.
“저 여자가…… 성녀라고?”
강인한 전사들이 단번에 무장이 해제되어, 끔찍한 몰골의 악령들을 가족이라 부르며 다가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성녀란 이는 그저 웃고만 있었으니, 이는 분명 사술이 틀림없었다.
이제 부족 연합과 악령 군단과의 간격이 거의 줄어든 상황.
그때, 한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우르부라크를 위하여!!”
“저 음탕한 여자를 죽여라!”
“우리 오크들은 이따위 현혹에 당하지 않는다!”
“신의 대리자가 백 배는 더 무섭…… 강인하시다!”
“우리의 힘을 증명하라!”
렘의 본체가 아닌 분신체의 능력만으로는 이곳 나카르 사막의 오크들을 현혹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오크들은 귀찮은 정도였지 이번 일에 큰 차질이 생길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오크들을 향해, 눈이 풀린 부족의 전사들이 떨어뜨렸던 무기를 주워들었다.
“감히 우리의 성녀를 부정하는가!”
“오늘 이 검에 피를 묻히겠다!”
“과거, 왜 돈족이 이 사막에서 살아남지 못했는지 가르쳐 주도록 하지!”
이어지는 내전에 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직 넘어오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결국 시간문제에 불과할 뿐이죠.”
그러면서 렘은 저 멀리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파리마슈에게 시선을 던졌다.
“안타깝게도, 대의를 위해 한 명쯤은 희생을 해야겠지만요.”
아직까지 전의를 잃지 않은 파리마슈. 그런 그를 굳이 살려 둘 필요는 없었다.
저런 눈을 하고 있을수록, 무언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을 테니.
또한 지금 자신의 본체와 싸우고 있을 가면의 사내를 떠올리면 이곳에 아무런 안배도 해 두지 않고 떠나지는 않았을 터.
“이제 남은 문제는 본체 쪽인가요…… 일이 귀찮아지는군요. 저 오크들보다도 말이에요.”
그렇게 낮은 한숨과 함께, 렘은 파리마슈의 뒤로 이동하는 그림자를 바라봤다.
모든 게,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 그런 착각을 하고 있겠지.
“……?! 무슨!”
순간.
본체가 바라보고 있는 가면의 사내가 분신체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것을 깨달은 분신체의 평정은 완벽하게 깨지고 말았다.
물론,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본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파리마슈의 목을 노리는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 * *
계족의 부족장은 그간 렘이 혹시 몰라 준비해 둔 비장의 수였다.
여태까지 평화를 가장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소화시켜 감화시킨 다른 부족들과 다르게, 계족의 부족장과 그 대리자에게는 진심을 발휘해 자신의 발밑에 두었다.
“성녀님의 적은, 살 가치가 없다.”
그렇기에 계족의 부족장은 여태까지는 중립을 가장하면서도, 호시탐탐 정보를 취득하고 그것을 렘에게 넘겨 왔다.
중간중간에는 암살 명령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계족의 부족장, 데르카슈는 마지막 암살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자이언트 전갈의 극독이 담긴 단검을 든 채, 기척을 죽여 파리마슈의 뒤를 향해 다가갔다.
평소의 파리마슈라면 이렇게 쉽게 뒤를 내주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성녀에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광으로 알아라. 지금 이 순간 성녀께서 내리는 고통은, 미래의 합일을 위한 초석이 될 테니.’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을 한 채, 파리마슈의 근처까지 다가간 데르카슈가 짧은 도약과 함께 팔을 뻗었다.
푸욱―!
* * *
처음 셰인이 언데드를 소환해 낸 순간부터 렘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정확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마치 완벽한 그림 위로 먼지 한 톨이 내려앉은 기분이라 해야 할까.
그때까지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가면의 사내는 분명 렘조차 인정할 정도로 강했지만, 그것뿐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이곳 나카르 사막에서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해 온 그림은 그리 쉽게 망가질 리가 없었으니.
뿐만 아니라 충분한 경계와 계획을 수렴해 뒀기에, 렘은 실패에 대한 상상은 애초에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죠?”
겉으로 보기에는 사자(死者)와 생자(生者)로 나눠진 두 군단이 맞붙는 것처럼 보였다.
수백만이라는 숫자의 군단이 전장 위로 어지러이 움직인다.
그러나 이 전쟁은, 결코 말단 병사들 간의 수준 낮은 전투가 아니었다.
눈을 돌릴 때마다 발에 치일 정도로 강자들이 넘쳐 난다.
인간들의 기준에 의하면 마스터 3품에 해당되는 실력자들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았다.
그보다 더 많은 익스퍼트의 실력자들 또한 모두 실력이 무르익은 이들 뿐.
현 인류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전력이 한데 모여 하는 전쟁은, 과격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렘은 얼마 되지 않은 사건의 발단을 떠올렸다.
* * *
처음에는 중년의 기사로 보이는 언데드 한 명 뿐이었다.
과거 돈족의 부족장 중 하나인 전사와 검 대 검으로 겨뤘다.
결투 초기에는 호각을 이루는 것처럼 보였으나, 점차 밀리기 시작한 것은 부족장 전사였다.
이쪽과 다르게 중년의 기사는 부족장을 상대하면서 상대의 능력을 가늠하고, 검법을 수정하며, 실시간으로 ‘성장’했다.
그 사실이 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언데드.
죽은 자들에게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가 내린 정의였으며, 진리다.
이는 직접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렘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진리가 눈앞에서 부정당했다.
그렇게 기세를 탄 기사의 검이 부족장의 심장을 찌르고 들어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즈음 아르카네도 다른 전사의 이마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렇게, 렘은 또다시 과거 죽은 악령을 불러내어 전장에 일으켜 세웠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날 때마다 그 숫자는 2배씩 불어났다.
렘의 영역에 갇힌 영혼들이 이 뜨거운 전장을 겪고, 직접 나서길 염원했다.
렘은 그걸 막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했으니.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완벽했던 렘의 그림 위로 쌓이는 먼지가 점차 늘어났다.
렘이 소환하는 악령의 수만큼, 셰인의 언데드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콜로세움도 감당할 수 없는 숫자가 되고, 결국 렘은 영역을 조종해 드넓은 초원으로 전장을 바꿨다.
그리고 그게, 지금의 풍경이다.
“주인님의 명령이다.”
“모조리 죽여라.”
“역천의 사자들은 패배를 모른다.”
아무런 감정의 고저도 느껴지지 않는 언데드들이 악령 군단을 향해 달려든다.
드넓은 초원 위로 무수히도 많은 악령의 피가 바닥을 적신다.
몇몇 언데드들도 악령의 저항에 목이 떨어지고, 심장에 검이 박혔지만 금세 다시 일어서서 싸운다.
목이 떨어진 이들은 마치 듀라한처럼 머리를 들고 검을 휘둘렀으며, 심장에 검이 박힌 이들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검이 박힌 채로 상대방에게 달려든다.
같은 죽은 자들 사이에서도 그 질이 다르다.
“어떻게 제 군대가…… 아니, 그보다 도대체 이만한 숫자의 언데드를, 어떻게 제 영역에서……?”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사실이 렘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하고 있었다.
미지로부터 오는 옅은 공포, 말도 안 된다는 현실 부정,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오는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그런 렘에게 셰인의 목소리가 닿았다.
“확실히, 대단한 권능이지.”
본래 음마에게는 이만한 영역을 구축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루시드 렘은 자신이 가진 권능과, 음욕의 오리진을 활용하여 여기까지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켰다.
이는 렘의 권능에 대한 분석을 마친 셰인조차 따라 할 수 없는 종류의 힘이었다.
종족 자체가 가진 권능은, 마치 지상에 사는 들개가 바다에 들어가 아가미 호흡을 할 수 없는 이치와 같았으니.
하지만, 비슷한 결과라면 만들 수 있었다.
“너무 대단한 권능이라, 너에게는 오히려 과분하다고 생각이 되는군.”
“과분…… 하다고요?”
그러자 렘이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셰인을 노려봤다.
“제가 이 힘을 얻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잘도 입을 나불거리는군요.”
“확실히 그 부분에서는 인정하지. 하지만 결국, 자신의 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과분하다는 거다.”
“큭…….”
그 말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렘이 입술을 깨물었다.
셰인의 말처럼, 렘은 셰인으로부터 흐르는 다양한 기운들 사이에서 오리진을 찾아냈지만, 교만의 오리진으로 감춰진 또 다른 오리진들의 능력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렘은 아까부터 자신의 완벽한 그림에 쌓이는 먼지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모르고 있지 않았다.
“거기에 어설프기까지 하군. 하긴 매번 숨어서 상황을 조종할 줄만 아니, 본인이 처한 상황을 돌아볼 능력까진 있을 리가 없겠지.”
“뭐라고요? 아니, 잠깐…….”
그제야 셰인의 말뜻을 이해한 렘은 다시금 자신의 영역을 둘러봤다.
“여, 옅어졌어.”
셰인의 말처럼.
자신의 영역이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그 크기는 여전하지만, 영역을 이루고 있는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
그제야 렘은 처음으로 교만의 오리진으로 이루어진 언데드 군단의 전투를 제대로 마주했다.
언데드 군단의 공격이 악령들에게 닿을 때마다, 아주 은밀하게 악령의 기운이 언데드 군단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탐욕……! 그 빌어먹을 돼지의 능력이 왜 여기서?!”
“이제야 깨달으셨군.”
최상의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최강이라 알려진 렘에게도, 껄끄러운 상대는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섭취하고,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오리진을 가진 탐욕의 군단장.
놈은 렘의 영역마저 먹어치우는 능력을 가졌기에, 그녀에게도 탐욕의 군단장은 귀찮은 상대였다.
그제야 렘은 셰인의 군단이 왜 자신의 영역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자신의 힘을 빼앗아 쓰니,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 정체가 뭐죠?”
이렇게까지 몰려 본 적이 없던 렘의 물음에 셰인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것까지 내 입으로 말해 줄 필요는 없겠군.”
“……좋아요. 인정하겠어요. 이대로 가면…… 제 계획이 송두리째 뽑혀 나가겠군요.”
하지만 달리 말해서 탐욕의 군단장은 렘에게 껄끄럽고 귀찮은 상대일 뿐이지, 두려워할 상대는 아니었다.
“일이 조금 거칠어지겠지만…… 이제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겁니다.”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
“…….”
이어지는 셰인의 말에도 렘은 표정 변화 없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전장에 변화가 생겨났다.
방금까지 셰인의 언데드 군단에 밀리고 있던 악령 군단의 기세가 달라진다.
보랏빛 기운에 휩싸인 그들은 방금까지 밀리고 있던 상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언데드 군단을 몰아쳤다.
뿐만 아니라, 아까까지 그 어떤 공격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움직이던 언데드 군단이 상처를 무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기 시작했다.
영역의 주도권을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렘이 눈치채지 못했기에 당했던 것이지, 한 번 이변을 알아차린 지금, 렘은 셰인이 빼앗아 간 영역의 주도권을 다시금 흡수하고 있었다.
영역 내에서는 그 무엇도 가능한 렘의 권능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언데드 군단이 속수무책으로 밀려 나가는 와중에도, 셰인은 가면 너머로 비소를 지었다.
‘도발은, 잘 먹혀 들어간 것 같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