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6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62화
162화 해방의 자격 (2)
방금 주고받았던 공방.
셰인은 자신의 공격을 용족의 사내가 가볍게 막아 내는 순간부터 계획을 변경했다.
검술 자체는 둘 사이에서 용족의 사내가 조금 더 높은 수준이었지만, 오리진이 통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셰인도 가만히 당했던 것은 아니다.
셰인이 가진 무기 중에서 오리진이 가장 강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던 것도 아니었으니.
용족의 사내에게 맞고 날아가기 직전, 셰인의 손에서부터 룬 마법이 펼쳐졌다.
일렉트릭 스파이크(Electric spike).
[가속], [관통]파지지직-!
질투의 검도 어렵지 않게 막았던 용족의 사내가 일순간 몸이 경직됐다.
웬만한 몬스터라 하더라도 단번에 꿰뚫려 죽었을 공격이다. 하나 결과는 찰나의 순간 움직임을 멈춘 게 전부였다.
과연 용의 피를 허락받은 종족이라는 걸까.
마법에 대한 내성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마법과 검술을 섞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그 둘을 내 홀로 감당하기엔 벅차.’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셰인이 입을 열었다.
“아르카네.”
“예, 주인님.”
“이걸 받아라.”
“이 검은…….”
셰인과 영혼이 이어져 있는 아르카네는 그가 넘긴 검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에 옅게 몸을 떨었다.
“제가 정녕 써도 괜찮은 것입니까?”
“검에 담긴 기억을 흡수해라. 필요한 정보만 정리해 뒀으니, 기억의 혼선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시간은 내가 끌도록 하지.”
질투의 검을 미련 없이 아르카네에게 넘긴 셰인은 서클을 돌리며 용족의 사내를 바라봤다.
“이름이 뭐지?”
“아버지께 받은 이름은 칼리페다.”
“칼리페라.”
칼리페는 셰인이 시간을 끌 속셈으로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꺼이 거기에 어울려 줬다.
목숨을 건 시험이었지만, 결국 시험이니만큼 상대의 전력을 확인해야만 했다.
“칼리페. 그 이름을 기억하도록 하지.”
“제법 오만하군.”
칼리페는 코웃음을 쳤다.
방금의 공방에서 자신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적중시키지 못했음에도 저런 유유자적한 모습이라니.
“분석에는 자신이 있다. 내가 질 것 같지는 않군.”
“그런가? 그렇다면 보여 봐라. 네가 과연 아버지를 해방시킬 자격이 있는지를.”
셰인의 주변으로부터 회오리치는 마력.
칼리페가 양손으로 검을 쥐었다.
셰인이 검을 들고 있을 때도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마법을 펼치기 시작한 셰인은 칼리페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까 그 저릿한 마법보다 더한 게 있는 모양이군.’
마법에 대한 내성이 대단한 칼리페였지만, 그럼에도 찰나의 순간 셰인의 손에서 발현된 마법은 칼리페의 신체를 잠시나마 멈춰 세웠다.
‘룬 마법이라.’
칼리페는 그 이유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룬 마법.
신화시대를 겪고, 고대로 넘어와 마법을 깨우친 몇몇 마법사들이, 신화시대에 존재했던 다양한 신격을 마법으로 정립한 결과물.
용으로부터 받은 신격을 지닌 칼리페가 주춤했던 이유였다.
짧은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셰인은 마법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첫 시작은 아까와 같은 전격 계열의 마법이었다.
일렉트릭 스톰 필드(Electric storm field).
[확장], [팽창], [전도]‘분석에는 자신이 있다는 말이 허풍은 아니었군.’
일대 대지 밑으로 푸른 스파크가 튕기며 영역을 차지했다.
그 광경을 본 칼리페는 셰인이 노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칼리페의 검술에는 렘의 권능으로 용의 신성이 발현된 상태다.
그렇게 발현된 용의 신성은 수속성을 띠고 있었는데, 상성상 뇌속성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잔재주로는 아버지를 해방시킬 수 없다.”
룬 마법이 섞인 전류가 발 아래로 기어오르며 전신에 퍼지려 했으나, 칼리페는 자신의 신성에 의지를 담아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셰인도 고작 이 정도 마법을 펼치려고 말을 걸며 시간을 끌었던 게 아니다.
어스 볼케이노(Earth Volcano).
[속성 변환]전력이 흐르는 대지가 흔들렸다.
일대의 대지가 셰인의 마법에 호응하며 분노를 내비치듯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기둥은 금속성을 띠고 있었다.
용의 신성을 다루는 칼리페의 앞에서 수속성 마법은 펼칠 수 없었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마법이었다.
룬 마법을 통해 금속성으로 변환시킨 대지의 기둥 사이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칼리페는 그 기둥 사이에 전류로 이루어진 감옥에 갇혔다.
플라즈마 저지먼트(Plasma judgment).
[확산], [관통], [속성 합성]하늘 위로 푸른 기운이 끔직한 에너지를 갖춘 채 칼리페가 자리한 위치로 내려찍혔다.
푸른 기운이 내려치는 그 모습은, 가히 하늘의 천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렘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검사로서의 셰인도 강력했지만 마법사로서의 셰인도 굉장히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했다.
만약 저 마법이 자신의 악령 군단 위로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영역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뿜어내던 셰인의 권능(교만의 오리진)이 저 번개에 깃들어 떨어졌다면, 분명 대부분의 악령들이 증발했을 것이다.
하나 칼리페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신성이 담긴 검을 하늘 위로 치켜세우더니, 한 차례 휘둘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셰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려치는 번개의 크기와 비교하면 고작 한 줌의 먼지 같은 존재가, 그만한 번개를 그대로 흘려 보내 버렸다.
검이 피뢰침 역할을 하며, 수속성이 담긴 신성을 허공에 날려 보내며 번개를 유도한 것이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미스릴조차 녹아내릴 강도의 마법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물론 셰인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세워둔 기둥들을 통해 번개의 흐름을 강제로 조종하려 했지만, 이미 용의 신성과 합쳐진 번개는 셰인의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흑마법사와 혈마법사들이 이런 기분이었겠군.’
신성은 마력에 있어서 완벽하게 우위를 차지하는 기운이다.
만약 신격을 모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룬 마법이 아니었다면, 이보다 더 처참한 결과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게 끝인가?”
“…….”
셰인은 칼리페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방금 일으킨 마법의 여파로 사방에 퍼져 나간 전력을 조종해 솟아오른 기둥에 전달했다.
속성 합성.
금속성이 깃든 대지의 기둥에 뇌속성이 품어졌다.
자체적으로 전격을 뿜어내는 탓에 칼리페를 가둔 감옥이 더욱 정교해지고, 대지에 깃든 전류도 보다 강렬해졌다.
“실망이군.”
고작 인간이 보여 주는 무위로는 훌륭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수준이었지만, 그래 봐야 그 정도다.
칼리페가 신성을 뿜어내며 돌진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예고 없이 셰인의 마법이 발현됐다.
썬더 스톰(Thunder storm).
[관통], [신속], [확산]뇌속성 마법 중에서 간판격 마법이었으나, 셰인의 손에 의해 펼펴진 마법은 고작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콰과과과광!!!
세상이 멸망하는 장면이 이러할까.
수십, 수백 줄기의 번개가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내려쳤다.
하나하나가 바위도 뚫어 버릴 위력으로 내려치는 번개는 아까처럼 칼리페가 하나하나 쉽사리 전도 시킬 수도 없을 만큼 내려쳤다.
그렇게 수 분 동안 내려치던 번개가 멎었을 때, 바람이 불어오며 흙먼지가 흩어졌다.
그곳에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 칼리페가 서 있었다.
“더 보여 줄 게 없는 건가? 운명을 거스른 존재여.”
“…….”
잠시간의 침묵 끝에 셰인이 입을 열었다.
“수속성이 담긴 신성이라…… 꽤 성가시군.”
“아버지께서는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셨다. 물은 생명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 또한 물은 방어 요소로도 훌륭하다.”
모든 생명체가 삶을 이어 가려면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강은 그 하나만으로도 방어적 요충지가 되기에 충분했고, 과거의 용은 나카르의 수많은 수인족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 주었을 것이다.
칼리페가 두른 신격은 그 역사 자체만으로도 비슷한 성능을 보였다.
방금 전, 번개가 내려치던 공간에서 칼리페는 물로 이루어진 막으로 모든 번개를 막아 냈다.
지금도 그의 주변으로 흐르는 물의 기운이 땅에서 흐르는 스파크로부터 칼리페를 보호해 주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하나의 권능이었다.
‘아마 뇌속성이 아니더라도 저만한 효과는 보일 테지.’
용족으로서 가진 자체적인 마법 내성에 더불어 용의 권능까지 사용하는 칼리페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괴물처럼 보일 정도였다.
만약, 셰인에게도 신성이 없었더라면 말이다.
대화를 마친 칼리페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던 찰나, 칼리페는 그가 고대서부터 키워 온 본능이 반응하는 대로 허공에 도약했다.
바로 직후에 그가 있던 공간으로 푸른 전격이 훑고 지나갔다.
이전과 다르게 막지 않고 피한 이유는, 처음 셰인이 칼리페의 검을 막지 않으려 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막지 못할 공격이었으니까.
“신격……?!”
여태까지 무료한 표정을 하고 있던 칼리페가 경악했다.
같은 신격을 가지고 있는 칼리페로서, 셰인에게는 단 먼지만큼의 신격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셰인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대한 기둥들 사이로 신격을 품은 뇌전이 번쩍였다.
한 번은 도약으로 피했으나, 허공에 있는 사이 다시 한번 뇌전이 번쩍였다.
“크으윽!”
허공에 있더라도 피할 방법은 있었으나, 후속으로 날아온 뇌전은 칼리페가 어찌하기도 전에 적중했다.
우르르르릉──!!
용의 권능으로 펼친 여러 겹의 막이 전격을 막아 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일부는 그 막을 뚫고 칼리페를 꿰뚫었다.
아까와 다르게 룬 마법으로만 발현된 것이 아닌, 신격이 담긴 전격은 칼리페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것도 잠깐에 불과했지만, 칼리페는 얼마 만에 겪어 보는지 모를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바닥에 착지했다.
또다시 아무런 전조도 없이 뇌전이 칼리페를 노리고 들어왔다.
“흐읍!”
하나 칼리페 또한 고대에 용을 지키던 전사. 같은 공격에 또 당할 정도로 허술할 리 없었다.
한 번의 뇌격을 피한 칼리페가 허공에서 검을 휘둘렀다.
쏴아아아아아─!
푸른 물결이 파도치듯 검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수십 개의 기둥을 양단시켰다.
“후우…… 방금 그건, 뭐지? 분명 느껴지는 신격은…….”
“산왕. 그리고 원 포 올(One for all.). 그린 드래곤의 신격이다.”
“어떻게 한 존재가 두 신격을 지닐 수 있는 것이냐?”
“글쎄.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군.”
앞서 셰인은 아카식 레코드에서 신격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다만 아직 셰인의 격으로는 읽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격에 대한 정보는 귀했고, 셰인은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분석력을 통해 쓰임새를 바꿔 나가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칼리페가 그랬듯, 신격만의 속성을 살리는 일이었다.
산왕의 거칠고 폭력적인 신격은 공격에 안성맞춤이었고, 그린 드래곤의 신격은 자연에 스며드는 은밀함이 주특기였다.
‘실전에 쓴 건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방법은 알았으나, 그간 신격은 셰인의 뜻대로 움직이길 거부했다.
셰인이 품긴 했지만, 아직 셰인에게 그만한 격이 없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렘의 권능을 흡수하고 권능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분석을 어느 정도 마친 지금, 그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가. 이 정도면 자격은 충분한가?”
“……아직 아니다. 두 개의 신격을 다루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나, 그 정도로는 놈을 상대할 수 없다.”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오셨군.”
칼리페가 놈이라 칭한 존재. 그 존재는 셰인도 익히 알고 있는 존재였다.
무명의 정점에 있는 존재.
그가 바로 나카르를 수호하던 용을 죽인 자의 정체였으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