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6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66화
166화 지하인의 기록 (1)
“있습니다만.”
“그래, 목석 같은 놈한테 애인이 있을…… 뭐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애인이……?”
“예.”
드물게 라비아타의 눈이 경악이 서렸다.
“서, 설마 네가 데리고 다니는 그 정령 꼬맹이는 아니지? 야 임마 그건――.”
“헛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셰인도 드물게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라비아타를 바라봤다.
“그럼 누구? 아니…… 잠깐. 혹시 그 엘프냐? 야, 귀쟁이가 몇 살인 줄 알아? 너보다 살아도 수십 배는 더 살았어!”
엘프라고 말하는 걸 보면 혹시 프리실라를 말하는 걸까.
셰인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니, 도대체 너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달라붙는 여자가 있는 거냐……?”
“…….”
셰인의 눈에 혐오에 이어 짜증이 서리기 시작하자 라비아타가 헛기침을 했다.
“크, 크흠. 뭐어…… 큼. 그런 눈으로 보면 어쩔 건데?”
“방금 제게 은혜를 모르지는 않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적어도 지금 보이는 태도가 은혜를 아는 사람 같진 않습니다만.”
“미안. 나 사람 아냐. 반인반용이지.”
“…….”
“흠흠…… 뭐,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말 돌리지 마시지요.”
“용의 비늘이 가진 힘은 드래곤의 비늘과는 조금 성질이 달라.”
셰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라비아타의 말에 셰인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일단 이거에 대해 설명하려면 앞서 용과 드래곤의 차이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드래곤의 역린을 흡수한 이후, 셰인 또한 아카식 레코드에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알아본 적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드래곤은 지상을 관리하는 관리자고, 용은 외부에서 지상을 보살피는 존재이지 않습니까.”
“호오…… 이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잘 알고 있네? 나도 할망구한테 그렇게 들었거든.”
“그런데 그게 제가 애인이 있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일단 계속 들어 봐. 하여튼 용과 드래곤은 그렇게 세계를 이루는 관리자로서 만들어진 종족이야. 창조신이 신화시대를 창조하면서 정했다고 하지.”
그러면서 라비아타는 자신의 신성을 손에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용과 드래곤은 바로 그 창조신의 피로 만들어진 피조물이라고 해. 즉, 뿌리가 같다는 말이지.”
“…….”
“지금 네 몸에는 그린 드래곤의 역린이 깃들어 있어. 그러니까, 너 또한 그 뿌리를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까.”
“그래. 그럼 이제 사전 설명은 끝났으니까 본격적으로 이 용의 역린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해 줄게.”
라비아타의 설명은 이러했다.
현재 셰인의 몸에는 드래곤의 역린이 깃들어 있다.
때문에 같은 뿌리에서 나온 용의 역린을 흡수해도,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에는 힘들었다.
거기서 라비아타는, 용의 역린을 그대로 흡수하기보다는 신체에 적용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발상을 떠올렸다.
“용의 비늘을 사람의 몸에 이식시킨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맞아.”
“흑마법사나 혈마법사들이 떠올릴 법한 발상이로군요. 그건 키메라 아닙니까.”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지. 어디서 팔 한 짝을 떼 오는 것도 아니고, 이건 신성이 깃든 물건이잖아.”
“흐음…….”
라비아타의 말처럼 그저 흘려 들을 수준은 아니었다.
“역린은 용의 정수가 깃들어 있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역할이 있어.”
“굳이 따지자면 자물쇠 같은 역할이었죠.”
“그래, 맞아.”
용과 드래곤은 창조신에게 세계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피조물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창조신의 힘을 일부 조절하기 위한 기관이 몸에 새겨졌고, 그게 바로 역린이었다.
“방금 말했지? 이대로 흡수하기만 해서는 최대한의 효율을 볼 수가 없다고. 그것도 세계가 정해 둔 하나의 방어 기제야. 동족상잔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지.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 하면…….”
“흡수하는 게 아닌 신체의 일부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겠군요.”
“맞아.”
“흐음…….”
처음에는 흑마법사들이나 떠올릴 법한 발상이었기에 그리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비아타가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제법 일리가 있지 않은가.
라비아타의 이론대로라면, 역린은 스스로에게 정해진 한계를 일시적으로나마 깨부수는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가 없지는 않으리라.
“내 경우에는 몇 개월 동안 앓아누웠었지. 그 경우에는 일반적인 부상과 다르게 포션 따위론 치료되지 않아. 오로지 시간만이 최고의 해결법이지.”
“그렇습니까?”
일단 들어만 봤을 때는 제법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듯했다.
사실, 셰인도 슬슬 자신의 힘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강하다, 약하다의 기준이 아니다.
셰인은 지금 자신의 그릇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릇의 내용물이야 셰인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 성장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기분이라 해야 할까.
‘그 부분은 서클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신성이다.’
셰인의 목표는 결국 무명이라는 조직의 수장인 ‘그자’였다.
그러나 무명에 몸을 담고 있던 시절에도 알지 못했던 그의 행적은, 당장 셰인조차도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였으니.
그런 자를 죽이기 위해서는 신성이라는 힘이 필수였고, 이를 성장시킬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하지만 신성과 관련된 정보는 아카식 레코드에서도 셰인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능한 빨리 그 여자를 만나야겠군.’
고대 룬 마법.
처음 셰인이 회귀했을 때부터 곧잘 써 오던 이 마법은, 신성을 마력으로 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했다.
회귀 이후부터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그 여자는 지금 무명의 손에 넘어간 요람에 있었다.
그녀를 만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그 사이의 공백을 메꿔 줄 방법을 라비아타가 제시해 온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감입니다. 해 봐서 나쁠 건 없겠군요.”
“그래? 잘 선택했어. 조금 수치심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말이야.”
“……?”
“어쨌거나 신체에 이식하는 거잖아. 결국 내가 직접 네 몸을 구석구석 봐야 한다는 말이지.”
“…….”
순간, 셰인은 지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자신도 저런 비슷한 말을 해 본 적이 몇 번 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나 이외에 다른 여성의 나체를 보게 된다면 죽을 줄 알아라.’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나스타샤의 협박 같던 그 말도 떠올랐다.
‘내가 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것이니 괜찮을 것 같긴 하군.’
단 한 번만이라도 입장을 반대로 생각했더라면 결코 도출될 수 없을 결론을 낸 셰인은 라비아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연구하도록 하시죠.”
“어어? 어…… 네 애인이 생각보다 개방적인 건가? 괜찮다고 하니 알겠다. 그러면 언제 시작할까?”
“나카르 사막에서도 정리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동안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신성이 담긴 물건을 신체에 이식하는 데 그렇게 빠르게 끝낸다고?”
“예.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진 않군요.”
조금도 의심치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셰인을 보며, 라비아타는 생각했다.
‘나를 보던 마법사들이 이런 느낌을 받았으려나?’
재수없다고.
* * *
“지하인이라…….”
늦은 저녁.
어느덧 전쟁이 끝난 지 일주일가량 지났을 무렵, 파리마슈는 가장 급한 사안들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차에 찾아온 디라일라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나 또한 지하인을 직접 본 적은 없소. 전대 부족장이셨던 내 아버지조차도 본 적은 없으셨지.”
“하아…… 그런가요.”
파리마슈의 말에 디라일라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사라진 헤르메스 모험단의 흔적을 찾기 위해, 디라일라는 과거 자신이 깨어난 고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사실 디라일라의 이런 노력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지하인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고대에도 그리 자주 발견되는 종족이 아니었던 것이다.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엘프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이따금 질 좋은 광석을 찾으러 올 뿐 깊은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기에 필요한 정보는 수집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허탕을 쳤다는 생각에 디라일라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무렵.
파리마슈가 재차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오.”
“네?”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용께서 죽음을 맞이하시기 전, 그러니까 이 나카르에 초록이 가득했던 시절에는 제법 교류가 있었다고 들었소. 당시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들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소식에 다리알라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 정말요? 어디요? 어디 있는데요, 그 기록?”
“아마 성역에 있을 거요.”
“성역이라…….”
“원하는 정보를 얻길 바라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친 디라일라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셰인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최근 며칠 동안 할 일이 있다며,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찾아오지 말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디라일라에게 이보다 중요한 일도 없었다.
쾅쾅쾅!
서두르는 마음에 디라일라는 셰인의 방문을 두드리듯 노크하며 문을 열었다.
“저, 저기요! 급한 일이 있는데 안에 계세요오우오아아아악―?!”
“……문이 부서지게 노크를 하면서 대답도 안 듣고 들어오는 건 어디의 예절이지?”
“하하핫, 그러게. 아무리 나라도 이런 꼴을 남한테 보이는 건 좀 부끄러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벽이며 바닥, 천장 할 것 없이 온갖 복잡한 마법 수식으로 가득찬 방 내부였다.
나름 아카데미에서 수석을 차지할 수 있을 만큼 마법에 대한 조예가 깊은 디라일라조차 하나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수식들.
그러나 그런 수식 따위는 디라일라의 눈에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구를 치워 버린 방의 중앙에 동그란 마법진 위로 서로 몸을 포개고 있는 셰인과 라비아타.
거기까지도 충격적인데, 더 놀라운 것은 둘 모두 태어난 모습 그대로, 나체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죄, 죄죄죄, 죄송합니다아아악!!”
“하아…… 기다려라.”
어느새 오리진의 검은 기운으로 얼굴을 가린 셰인이 마법을 일으켜 디라일라가 나가려던 방문을 닫았다.
“왜왜왜, 왜왜 그러세요호?!”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니 진정해라. 방의 꼴을 보고도 모르겠나.”
“맞아. 이건 어디까지나 위대한 마법의 진보를 위한 한 걸음일 뿐이지. 하하핫!”
“마마, 마법이요? 아니, 세상에 어떤 마법이 홀라당 벗고 해요?!”
“그런 게 있다. 너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나.”
“어어……?”
그러자 가뜩이나 붉어진 디라일라의 얼굴이 터질 듯 변했다.
“그,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생각보다 빠르게 수긍하는 디라일라의 모습에 라비아타가 짜게 식은 표정으로 셰인을 바라봤다.
“야, 너 다른 여자 몸을 그렇게 막 보고 다니냐? 애인이 그걸 허락해?”
“이상한 생각하지 마십시오. 어디까지나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원시 정령과의 교감을 시켜 줘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걸 시켜 준다고 시킬 수 있는 거였나……?”
“지금 우리가 하는 것도 일반적인 마법사의 관점에서 보면 논외 아닙니까.”
“하긴, 그것도 그러네.”
둘의 태평한 대화에 디라일라는 다급해진 호흡을 가다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뭘 하시는지 궁금하긴 한데…… 그보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무슨 부탁이지?”
“부족장님의 말을 들어 보니 성역에 고대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고 들었거든요…… 거기서 저와 같은 지하인들의 기록을 좀 보고 싶어요.”
“별로 어려운 건 아니군. 라비아타 님. 그곳에 관련된 기록을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아, 감사합니다!”
볼일을 마친 디라일라는 황급히 방 밖으로 나갔다. 둘의 나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라비아타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하던 일이나 마저 할…… 응? 무슨 생각에 그리 잠겨 있어?”
“……별거 아닙니다. 디라일라가 말한 기록에 저도 제법 관심이 있어서 말이지요.”
“가서 확인한 건 어려운 게 아니니까. 같이 가서 보자고.”
“예. 알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