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6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69화
169화 무너진 수도 (1)
파리마슈와 미라슈의 아쉬움 가득한 배웅을 마지막으로, 사막에서의 길었던 여정이 마무리됐다.
라비아타는 아직 안정되지 않은 사막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사막 부족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방법을 찾기 위해 남기로 했다.
앞으로 무명과의 전쟁을 생각하려면, 아무래도 라비아타가 남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후아…… 이렇게 모래가 아니라 땅을 밟으려니까 뭔가 어색하네요. 하하.”
“신전에서도 겪지 않았나.”
“그땐 사실 정신이 없었잖아요. 좀 몽롱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가.”
나카르 사막으로 출발하기 전, 지정해 뒀던 좌표로 간이 워프 게이트를 설치한 셰인과 디라일라는 어렵지 않게 메자이아 대수림과 나카르 사막의 중간에 있는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오크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당분간 나카르 사막의 부족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으라 했다.”
“아항…… 그런데 생각보다 오크들이 뭐라고 해야 할까, 다른 부족들이랑 제법 친화력 좋게 잘 지내내요? 제가 봤던 오크들은 좀…… 호전적이었는데.”
디라일라가 봤던 오크들은 굉장히 난폭한 몬스터와 같았다.
굳이 아룬비다에서 겪었던 전쟁을 제외하더라도, 던전에서 만나는 오크들도 그리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셰인을 따르는 오크들은 다른 부족들과도 어렵지 않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이전까지는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지. 고대에 오크는 압도적인 수를 자랑했지만, 마력을 다루지 못해 약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그러다 어린 뱀파이어들이 잠들어 있는 요람을 건드렸다가 한 차례 멸족할 뻔했고, 북부에서는 애초에 있는 게 얼마 없었으니 밑으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오크들은 그저 선택지가 없었기에 그토록 난폭했던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결국 힘만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오크들은 결코 무식하거나 멍청한 종족이 아니다.
단지 그 방법을 몰랐을 뿐.
따지고 보면 인간들 또한 과거 처음 마력을 깨우치기 시작했을 무렵, 작은 땅덩어리로 인해 동족상잔을 했었다.
“듣고 보니 그것도 일 리가 있네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가는 디라일라의 뒷모습을 보며 셰인을 작게 웃었다.
‘신경 쓰이는 모양이군.’
그녀의 동족은 나카르 사막 너머, 거대한 산맥에 머물렀다고 알려져 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현재 셰인과 디라일라가 도착한 산맥조차 작은 동산처럼 보일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산맥 너머에 오크들의 고향이 존재한다.
자신의 여정에 오크 군단이라는 뒷배가 있으니 나름 든든했을 것이다.
그렇게 둘은 중간중간 짧은 대화를 나누며 산맥 아래로 내려왔다.
메자이아 대수림의 초입부에 들어선 순간, 발걸음을 멈춘 셰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하군.”
숲이 조용하다.
단순히 새의 소리라든가,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숲 전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던 것이다.
“어…… 그러게요. 뭔가 원시 정령들도 조금씩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디라일라도 마찬가지로 대지와 교감을 하며, 전에 없던 긴장감이 흐르는 것을 파악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이군.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와라.”
“네, 네!”
오리진을 일으켜 어둠 속으로 숨어든 셰인은 곧바로 프리실라의 거처로 향했다.
다만 그 이상 깊숙이는 들어가지 못 했는데, 전에 없던 보호 마법들이 줄줄이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도 난 것 같군.’
뿐만 아니라 여왕의 처소 주변으로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병력들이 개미 한 마리 지나다닐 수 없게 막아 둔 상태였다.
결국 문으로 들어가길 포기한 셰인은 창가로 향했다.
창가 또한 보호 마법이 펼쳐져 있었으나, 셰인은 자신의 기운을 은밀히 흘려보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실례하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셰인은 언제나와 같이 가면을 쓴 채 여왕의 처소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하아…… 오자마자 질문부터 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데요. 지금 같은 상황에 어디 있던 거예요?”
“나카르 사막으로 떠난다고 했을 텐데.”
“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여태 거기 있었다고요?”
“……무슨 일?”
“정말 모르고 있었네요…….”
그러자 프리실라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국의 수도가, 무너졌어요.”
* * *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 아래.
의지할 수 있는 불빛이라고는 여기저기 폭발이 일어나면서 타오르는 건물들이 전부였다.
심심치 않게 사람의 핏자국이 흩어진 도로 위로, 한 여인과 청년이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얼마나 더 가면 되는 거죠?”
“앞으로 세 블록 남았습니다!”
“큭……!”
무너져 가는 제국의 수도를 볼 때마다 자신의 가슴마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지만, 여인은 끝까지 발을 멈추지 않았다.
-흐아아악――!
-사, 살려 줘! 아무나, 제발!
-워, 원하는 게 무엇이냐! 왜 우리에게…… 크아악!
아직까지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던 걸까,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한 육신보다, 수많은 죽음을 보아 온 지난 시간보다, 저 목소리들이 여인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럴 때마다 앞서 달리던 사내가 소리쳤다.
“황녀님!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제국의 1황녀. 제페르 디 아르샤 올리시아는 충혈된 눈을 한 채 오스튼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래, 맞다. 여태까지 저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던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지키는 황실의 기사단은 이미 전멸했다.
모두, 오스튼의 말을 따르지 않은 대가였다.
‘제가…… 부족했던 탓이죠.’
그렇기에 올리시아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두 블록 남았습니다!”
“……네!”
저 멀리 목표로 하던 건물이 보였다.
뛰어가면 2분 안에 도착할 건물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몇 분이라는 시간이 이리도 소중했던 적이 있었을까.
목 끝까지 올라온 숨을 몰아쉬며 계속해서 달렸다.
하지만.
크아아아아――
여태까지 주변에서 들려오던 비명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괴성이 바로 옆 골목에서 들려왔다.
“크윽?!”
“꺅!”
순간 오스튼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괴성의 주인이 휘두르는 대검에 둘 모두 한 줌의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크르르르르…….
괴성의 주인은, 다름 아닌 언데드였다.
불길한 마력을 전신에 두른 채, 썩기 시작한 피부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올리시아와 오스튼은 입을 다물고, 그런 언데드의 모습을 바라봤다.
척 보기에도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저 언데드의 몸에 튀긴 핏자국은 분명 제국 수도의 주민들의 것일 터.
놈은 금방이라도 두 사람의 피를 뭍힐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물론, 그걸 지켜만 볼 리가 없는 존재가 없었다면 분명 그리됐으리라.
“거슬려.”
올리시아의 그림자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여린 목소리와 함께, 달빛을 떠올리게 만드는 은은한 은발의 소녀가 나타나 간단하게 손을 휘저었다.
무척이나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이어진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2미터는 될 법한 거구의 언데드가, 온몸의 피를 쏟아 내며 쓰러졌다.
“마시지도 못하겠네. 더러워.”
진혈의 흡혈귀, 에블린이 쓰러진 언데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또 도움을 받았네요. 고마워요, 에블린.”
“괜찮아. 주인님의 명령이었으니까. 그런데 힘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 길어 봐야 한 번 정도야. 흡혈하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어.”
그 말처럼, 에블린은 셰인에게 흡혈한 마력으로 두 사람을 엄호해 왔다.
만약 에블린이 없었더라면 이곳까지 오는 길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황녀님. 바로 가셔야 합니다.”
“후우, 알겠어요. 바로 가도록 하죠.”
에블린이 다시 그림자로 들어가고, 두 사람은 서둘러 목표로 했던 건물까지 앞으로 한 블록.
하지만 그들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죽은 언데드의 기운에 이끌린 것일까.
어느새 주변에 등장하는 언데드의 모습이 점차 늘어났다.
주변에 울려 퍼지던 비명 소리도 어느새 사라지고, 생자의 기운을 찾아 움직이는 언데드들이 올리시아와 오스튼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에블린. 방법이 있을까요?”
[전부 정리하기엔 힘들어.]“그럼, 발을 묶는 정도는요?”
[일부라면 가능해.]“후우…… 그렇군요.”
목표로 하는 건물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오스튼. 신호를 주면 건물까지 달려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겠군요.”
둘은 숨소리도 삼킨 채 주변 상자 뒤로 몸을 숨겼다.
그르르르-
아각, 가아아아-
접근하는 언데드의 수는 총 열셋.
[좌측에서 오는 녀석은 강해. 발을 묶어 두기엔 힘이 부족할 거야.]에블린의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확인해 보자, 한 언데드는 황실 기사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올리시아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언젠가 황실에서 마주쳤을 때, 항상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기사 중 한 명이었다.
[주변에 죽은 시체의 피 냄새로 한 차례 유인할 거야. 녀석의 시선이 저쪽으로 끌리면, 다른 녀석들의 발을 묶을게. 그때 움직여.]‘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곧이어 에블린의 말처럼 이쪽으로 다가오던 기사 언데드가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비릿한 혈향에 이끌리듯, 기사 언데드와 그 주변에 있던 몇몇 언데드의 발걸음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우측에서 오는 녀석들은 이미 여기를 눈치챘어. 이대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어. 바로 지금.]에블린의 신호에 맞춰 오스튼과 함께 올리시아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소리를 듣고 우측에서 오던 일곱 마리의 언데드가 곧장 반응하려 했지만, 온몸의 피가 얼음처럼 굳어 버리자 놈들은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두 사람은 그런 언데드들의 사이를 뚫고 그대로 목표했던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을까.
그아아아아아아――!!
뒤로부터 기사 언데드의 괴성이 들려왔다.
[들켰어. 서둘러. 저 소리를 듣고 다른 녀석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어.]“이런……!”
생전 겪어 본 적 없던 살기가 뒤에서부터 느껴졌다.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뒤를 돌아본 올리시아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는 기사를 발견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말라붙은 피로 엉망이 된 황실 문양의 검이 둘을 단숨에 쪼개 버릴 기세로 다가왔다.
이대로 목표했던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엔 불가능하다.
그리 판단한 올리시아가 품에서 보석 몇 개를 꺼내 들었다.
평소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인챈트된 보석이었다.
“핫!”
그중 푸른 보석을 언데드가 달려오는 경로로 던졌다.
마음 같아서는 기사 언데드에게 맞추고 싶었으나, 여태까지 겪어 본 언데드들의 수준을 떠올리면 분명 어렵지 않게 막을 것이다.
그을린 바닥에 푸른 보석이 닿자마자 순식간에 그 일대가 얼음의 대지로 뒤바뀌었다.
거대한 고드름이 기사 언데드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멈췄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파훼됐고, 뒤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보석을 던졌다.
보랏빛 보석이 다시 한번 기사 언데드의 주변으로 떨어지자, 놈은 몇 배로 무거워진 중력으로 인해 몸을 주춤거렸다.
가뜩이나 무거운 중갑이 금방이라도 언데드의 육신을 짓뭉갤 듯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마법의 지속 시간이 길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앞서 에블린이 막은 언데드와 기사 언데드의 괴성에 모여든 언데드들까지 몰려오고 있는 상황.
[이젠 나도 힘들어…….]“달려요, 오스튼!”
“이제 목적지가 바로 앞입니다!”
목표로 했던 건물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럴수록 둘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언데드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히고 만다.
소지하고 있던 호신용 인챈트 보석도 모두 소비한 상황.
에블린의 도움도 더 이상 바라기 어려운 바로 그때.
“악을…… 처단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갔다.
단 일검.
은밀하면서도 태풍처럼 몰아치는 그 검에 두 사람을 끈질기게 괴롭히던 언데드들이 정리되었다.
유일하게 서 있는 것은 기사 언데드뿐.
학살의 장에 갑자기 난입한 인물은, 그런 기사 언데드를 보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먼저 움직이세요. 저건 제가 정리하고 갈게요, 황녀님.”
“아! 아네이스! 도움에 감사해요!”
“황녀님! 어서!”
“네, 네!”
그렇게 두 사람이 목적지로 향하고, 홀로 기사 언데드와 대치한 여인, 린트베르크 J 아네이스는 언데드보다 더 감정 없는 눈으로 검을 휘둘렀다.
“금방 따라갈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