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7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75화
175화 세르데타인 방어전 (4)
─────!!
한 참매가 강렬한 울음소리를 내며 활활 타오르는 밤하늘을 갈랐다.
“저게…… 뭐지?”
그와 동시에, 끊임없이 대포를 쏘던 병사의 뺨에 빗물이 흘러내렸다.
그만 느낀 것이 아니었는지, 별안간 내리는 비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비가 아니었다.
마치 밤하늘을 채우는 별이 움직이듯, 참매의 다리에 묶인 반짝이는 무언가에서부터 물이 흘러나오고 있던 것이다.
셰인이 앞서 디라일라에게 주문해뒀던 수원석이 푸른빛을 뿜어내며 전장을 적시고 있었다.
“언데드가, 느려졌어!”
“지금이야! 공격해!”
이변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병사들이었다.
방책을 넘어 들어오는 스켈레톤을 상대하던 병사들은,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느려진 것뿐만 아니라 스켈레톤의 힘마저 줄어든 것을 깨달은 병사들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굉장한 성능이로군.”
“예. 엘프들의 정기가 언데드들의 약점이 될 줄은 몰랐군요.”
“한두 푼이 들어간 게 아니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은이 함유된 무기부터 수원석, 그리고 수원석에 포함된 엘프들의 정기는 모두 셰인이 가문에 요청하여 공수한 물건들이었다.
저기에 들어간 비용만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렇게 클레이튼 가문이 가진 금력의 위력을 잠시 지켜보던 아나스타샤는 보다 시선을 멀리 던졌다.
저 먼 거리에서 흑마력으로 보호막을 펼친 리치가 붉은 안광을 터뜨리며 성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군.”
아나스타샤가 무겁게 읊조린 것처럼 리치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새 언데드 대군의 뒤로 생긴 검은 안개 속.
리치 열 마리가 추가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 리치 무리의 주변으로 흑마력이 모이면서, 진한 사기(邪氣)가 전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전장에 새싹을 틔울 듯하던 엘프의 정기가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죽음의 기운이 몰아쳤다.
그아, 그아아아!!
크르르르르─!
그러자 방금까지 지친 듯 보이던 언데드가 언제 그랬냐는 듯,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집중 포화로 인해 육편이 되어 버린 시체의 파편을 사정없이 입으로 쑤셔 넣는 언데드들.
이윽고 시체를 주워 먹는 좀비들의 주변으로 퍼져 있던 흑마력이 흡수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투둑, 투두둑!
시체를 집어먹던 언데드 좀비의 살갗이 찢어지며 붉은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급격히 늘어나는 근육이 살을 찢고 튀어나오며, 동시에 손의 크기도 거대해졌다.
이빨은 마치 상어의 그것처럼 빼곡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미미르가 아나스타샤에게 신호를 보냈다.
“구울(Ghoul)입니다!”
키야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전장에 울려 퍼지는 수천 마리의 구울이 괴성을 내지른다.
“수비 중인 병력을 뒤로 물린다! 준비된 기사 앞으로!”
아나스타샤의 명령이 각 지휘관들의 통신구를 통해 퍼져 나갔다.
전방에서 후퇴 명령을 기다리던 병사들이 신속하게 빠져나가고, 대기 중이던 기사들이 앞으로 뛰쳐나왔다.
동시에 수십의 대포알이 화염을 머금고 성벽을 향해 돌진해 오는 구울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피해는 극히 미미했는데, 날렵한 움직임으로 모두 회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차 하는 순간 방책 앞까지 도달한 구울들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넘어 내부로 진입했다.
“제국에 영광을!”
“죽은 자들에게 안식을!”
“황녀님께 충성을!”
각자의 다짐과 함께 기사들이 방책을 뛰어넘어 들어온 구울들과 전투를 펼쳤다.
수백의 기사들과 수천의 구울.
그때, 뒤에서 종군 마법사들의 주문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을 걷는 바람이여, 순례자의 길을 인도해 주시오! 헤이스트(Haste)!”
“여행자에게 평온한 잠자리가 깃들어라, 디클리어리(Dicleary)!”
“강인한 전사의 용맹이 거인을 무너뜨리리라, 스트롱 브레스(Strong bless)!”
수백 명의 기사들을 감싸는 형형색색의 마력들.
중갑을 착용한 기사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구울의 손톱에 흐르는 독기가 신체로 침범하는 것을 막아 내며, 오러가 담긴 무기가 구울의 신체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압도적인 숫자 차이로 인해 한순간 밀리는 듯 보였으나, 마법사들의 버프 마법을 받은 기사들은 종횡무진 방책 내부로 침입한 구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서 병사들이 그러하듯, 구울로부터 기사들의 피해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수십의 구울들이 휘두른 손톱이 갑옷을 뚫고 들어왔다.
아차 하는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쓰러지는 기사들이 나타날 때마다 기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했다.
한편, 그러는 사이 열하나의 리치들이 다시금 흑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쓰러졌던 기사들의 주변으로 마력이 모이는 것과 동시에, 죽은 기사들이 몸을 일으켰다.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심연에서 일어난 기사들이 붉은 귀화를 흘리며 방금까지 등을 맞대고 있던 동료를 향해 무기를 들었다.
“젠장……!”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사들은 스스로의 명예를 저버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구울의 공격에 쓰러진 기사의 심장을 파괴하고, 머리를 깨부순다.
그 이전에 일어난 데스 나이트를 향해 다수의 기사들이 붙었다.
언데드의 흑마력으로 강화된 데스 나이트는 생전의 기사보다 강력한 힘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전방이 악전고투를 벌이는 사이, 후방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끊임없는 포격으로 인해 언데드의 피해가 상당해지기 시작하자, 다시 한번 리치의 흑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전방으로 돌진한 구울들과 다르게 리치의 주변으로 남은 구울들이, 갑자기 주변의 언데드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리치의 흑마력이 그런 구울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다시 한번 언데드의 변태(變態)가 이어졌다.
찢어진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그 위에 살점이 뒤덮인다. 살점은 다시 한번 근육으로 찢어지고, 그 행위가 수차례 반복하기를 얼마.
구오오오오오오──!!
그 결과 탄생한 수백 구의 시체 거인이 포효를 내지르며 쿵쿵 발걸음을 울렸다.
한 마리 한 마리가 30미터에 다다르는 거대한 덩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는 성벽의 포병들이 대포를 쏘아 댔지만,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한 시체 거인은 조금 뒤로 밀릴 뿐, 아무런 피해도 없이 묵직한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저런 괴물이……!”
“오, 신이시여…….”
그 광경에 성벽 위의 병사들이 절망하고 있던 그때, 다시 한번 창공을 가르는 참매가 물을 흩뿌렸다.
그러면서, 방금까지 기사들에게 버프 마법을 쏟아붓고 있던 마법사들이 모여 대규모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변으로 성벽을 감싸는 거대한 보호막이 펼쳐지며 참매가 흩뿌리는 수원석의 비가 닿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던 중, 성벽 안에서 한 여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녀를 중심으로 가공할 마력이 모이자, 리치들의 시선이 단번에 이끌렸다.
“꿰뚫어 퍼지는 재앙, 일렉트론 체인 디제스터 (Electron chain disaster).”
파지지지지지직──!
여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푸른 빛줄기가, 끔찍한 마력을 품은 채 물줄기가 쏟아지는 전장으로 뻗어 나갔다.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에 뻗어 나간 뇌격이 일대를 푸르게 태워 나갔다.
아직까지 먹히지 않은 좀비들과, 저 멀리서 다가오던 구울들, 이윽고 성벽을 향해 다가오는 시체거인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기세로 나아가던 뇌격은, 흑마법사들의 저지가 있고서야 멎었다.
그러나 바닥에 뿌려진 수원석의 물기는 여전히 그런 뇌격의 힘을 품은 채, 땅에 발이 닿아 있는 모든 존재를 괴롭히고 있었다.
간혈적인 경직과 함께 눈에 띄게 늦춰진 언데드 군단의 진격.
하지만 여전히 그 발걸음을 막지 못하고 있던 그때, 셰인이 높게 날아오른 여인에게 말했다.
“클라인은 준비됐다는군. 그쪽은?”
“최고의 컨디션이야.”
여인, 아르칸 T 아르티아.
마법연합 총관의 손녀이자, 지난 시간 클라인과 함께 다양한 전적을 쌓아 온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셰인에게 말했다.
“그러는 그쪽은?”
“이미 끝났다.”
“좋아, 그럼 보여 줘 보자고. 내려치는 천벌을.”
양팔을 펼친 아르티아가 마력을 조종하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검은 하늘 위로 별자리마저 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열하나의 리치들이 마력이 모이는 하늘로 고개를 돌리고는, 흑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지는 하늘로부터, 무언가가 올 것을 대비하려는 것이다.
아직 바닥에 남은 뇌격의 힘이 마치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줄기처럼 하늘을 향해 상승한다.
뇌격으로 이루어진 비가 역행을 시작한다면 이러한 풍경일까.
그 끝에 먹구름으로 흡수되는 뇌격은, 먹구름 안에 모인 아르티아의 마력과 융합되어 갔다.
그런 먹구름 아래로 셰인의 룬 마법이 펼쳐졌다.
10중첩, 관통, 가속.
마법진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관문이, 형용하기 힘든 파괴력을 머금은 먹구름 아래로 펼쳐진다.
그와 동시에 리치들이 전력을 다해 펼친 흑마법이 펼쳐졌다.
수백 겹의 검은 보호막이 그들의 위를 감쌌다.
그리고.
───────!!
천벌이, 지상으로 내려쳤다.
* * *
셰인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병력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전쟁과 다르게 언데드하고의 전쟁은 상대하는 쪽이 불리한 경향이 많았다.
체력적으로 지치는 인간들과 다르게, 언데드는 낮이든 밤이든 쉴 새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극도로 경직된 시간이 하루 이상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숙련된 기사나 마법사라면 모를까, 일반 병사들은 채 반나절이 되기 전에 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틈을 만들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했고, 셰인은 아르티아와의 협력으로 그 방법을 찾아냈다.
천벌이 내려친 지상은 마치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듯, 그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만큼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고, 그 일대는 검게 탄 무언가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사이 드문드문 보이는 거대한 형체의 숯덩이에게 균열이 일어나며 무너져 내렸다.
수만 마리의 언데드를 씹어 삼키고 탄생한 시체 거인은, 그 끔찍한 위용을 선보이기도 전에 숯덩이가 되어 여전히 스파크가 튀는 대지 위로 쓰러졌다.
그 충격으로 일대의 언데드들이 시체 거인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나스타샤가 통신구를 통해 외쳤다.
“전군, 진격하라!”
기사들이 막고 있던 구울들도 어느새 정리가 되어 가던 와중.
와아아아아아아아──!!
17만의 병력이 성벽 밖으로 뛰쳐나와 가까스로 천벌을 피해 있던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마지막으로, 한쪽 성벽 끝에서 대기하던 하나의 황룡이 전장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