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7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77화
177화 반격 (1)
“황성에서 뿜어져 나온 그 끔찍한 기운은 도대체…….”
아직 깨어나지 못한 정찰조의 마법사가 촬영해 온 영상 속, 붉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황성은 누가 보더라도 불길함이 감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일대에 있던 백만이 넘는 숫자의 언데드들이 굉분하듯 소리를 치고 있는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병사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침낭에 들어간 시각.
세르데타인에 모인 지휘관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심각했다.
그러던 중, 잠시 밖에 나가 있던 정찰대 지휘관이 들어와 브리핑을 시작했다.
“방금 들어온 보고입니다. 수도 길목에 퍼져 있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퇴각했다고 합니다. 이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붉은 기운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닿은 언데드들의 기세가……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끄응…….”
“이런 흑마법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습니까?”
“여태까지 이와 관련된 정보는 없었습니다.”
“아카샤시여…….”
이 자리에 모인 몇몇 지휘관들은, 며칠 전 아나스타샤가 가했던 일침을 떠올렸다.
적에 대해 모르니 더욱 알아야 했던가.
새삼 1황녀가 공허하게 외쳐 왔던 그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의 표정이 암울해졌다.
그때, 무겁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지휘실에 울렸다.
“예전에.”
“음?”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셰인이었다.
줄곧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몇 번이고 황성의 영상을 돌려보던 셰인이 입을 열자 몇몇 지휘관들의 표정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아무렴, 그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고든이라는 흑마법사를 상대했던 게 바로 셰인이지 않던가.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발견한 고든의 연구지가 있었습니다.”
“연구지라면…….”
“혹시?”
그들이 기대했던 대로, 셰인은 황성에서 퍼진 기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에 관해 설명하기 전, 무명이라는 단체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소.”
“일전 대륙을 상대로 테러를 일으켰던 간악한 자들이라지.”
나름 정보에는 빠삭한 이들이었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고든 또한 그 무명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간부였지요. 그곳에서 그는 흑마법과 혈마법을 연결짓는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혹시 그곳에…….”
“예. 무명의 또 다른 간부가 저런 비슷한 힘을 쓴다는 기록이 적혀 있더군요.”
“왜 여태까지 그 연구지에 대해 숨기고 있던 것이오?”
한 귀족 중 한 명이 그리 묻자, 셰인은 그 귀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물건이 있었다고 말한들 누가 믿어 주겠습니까?”
“존재하지도 않는 물건이라니?”
“고든의 연구지는 일정 구역 밖으로 가지고 나가자 불에 타올랐습니다.”
“끄응…….”
그러자 의문을 가졌던 귀족도 입을 다물었다.
그런 게 있었다 말한다 한들, 증거로 제시할 수 없었으니 셰인의 말대로 누구도 믿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럼, 그 현상은 정확히 무엇이지?”
그때, 줄곧 듣고 있던 아나스타샤의 물음에 셰인이 답했다.
“탄생입니다.”
“탄생?”
“예. 저주받은 인격의 탄생.”
질투의 자아가 다시 한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셰인조차 예상치 못한 방향이었다.
* * *
지휘관들과의 회의가 끝나고, 셰인과 단둘이 남게 된 아나스타샤.
그녀는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전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셰인. 저주받은 인격이라는 게 정확히 뭐지? 회의에서 들었던 것만으로는 정확히 판단이 되질 않는데.”
“……오로지 순수악을 머금고 태어난 인격입니다.”
“순수악?”
그 말에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저 악의로만 점철된 인격입니다. 무엇이든 자신의 것이 되어야만 한다는 압도적인 소유욕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기에 흑마법 혹은 혈마법이 가진 약점을 극복한 존재입니다.”
“약점이라…… 아룬비다에서 그대가 보여 줬던 그것인가?”
여기서 ‘그것’이란, 오크 군단의 남하 사태 당시, 혈마력에 취해 있던 오크들을 셰인이 손쉽게 제어했던 것을 의미했다.
흑마법과 혈마법은 해당 마력에 대한 소유권이 약하다.
때문에 셰인은 그런 흑마법과 혈마법을 상대할 당시 그 소유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전투를 이어 왔었다.
그리고 전생의 셰인은, 질투의 자아는 그런 약점을 극복했던 존재였다.
끔찍할 정도의 소유욕, 그것 단 하나만으로.
“예, 맞습니다. 단순히 말하자면, 이제 언데드들을 통솔하기 위한 얕은 수법은 쓰지 않을 겁니다.”
이미 언데드에 대한 완벽한 지휘권은 저쪽이 차지했다.
이전처럼 리치를 활용해 지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고. 그것은 앞서 있던 전투에서처럼 지휘관을 잡는다고 언데드의 진군이 늦춰질 일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더욱 힘들어지겠군.”
“예. 아마 쉴 새 없이 몰아칠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지금도 계속해서 들어오는 정찰병들의 보고에 의하면 아직까지 언데드들의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또 완전히 좋기만 한 현상은 아니었다.
“길어야 하루. 그 뒤에 놈이 움직일 겁니다.”
“굳이 하루나 걸리는 이유는 뭐지?”
“갓 태어났기에 아직 무엇도 깨닫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언데드를 통솔하고, 숙주가 되는 존재로부터 기억을 계승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겁니다.”
“숙주가 되는 존재라…… 그렇다면.”
“아마, 그 대상은 황태자, 새뮤얼이 될 테지요.”
“그렇군.”
자신의 가족을 죽여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나스타샤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미 이 사태가 일어난 이후부터 줄곧 각오하고 있던 사항이었으니.
그렇게 아나스타샤와의 대화를 끝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셰인은 창문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예상보다 빠르다.’
처음 수도에서 언데드가 창궐했을 당시만 해도 셰인은 단순히 무명에서 준비해 온 흑마법사들의 소행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질투’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면,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더욱 빨랐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분명 전생의 기억 때문이리라.
“불안한 모양이로군.”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확인한 셰인이 감정을 다스리려 할 때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려 왔다.
“……정말 불안한 모양이야.”
방 밖으로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셰인이 쓰게 웃을 때쯤, 방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안에 계십니까?”
“그래, 들어와라.”
이내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리치들과의 전투를 끝마치고 정비를 하고 온 클라인이었다.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클라인을 보자, 셰인은 방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던 불안감이 조금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클라인. 대단한 활약을 했더구나.”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도 형님과 아르티아의 마법이 없었더라면 그 정도까지는 힘들었을 겁니다.”
쑥스럽다는 듯 웃는 클라인이 그리 말했지만, 이미 클라인의 무력을 본 병사들은 그 무용담에 취해 사기가 충천하고 있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무얼. 마법 한 번 쓰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네가 더 걱정이지. 컨디션은 어떠냐.”
“저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번 전투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한 클라인은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런데 형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조금……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너에게도 그리 보인 모양이구나.”
클라인의 말에 셰인이 옅게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지휘실에서 아나스타샤 또한 셰인에게 묻고 싶은 듯하다가, 이내 말을 줄였으니까.
그래도 연인 관계인 만큼 셰인도 그런 아나스타샤의 분위기를 읽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말하지 못했을 뿐.
“그냥, 나도 조금 불안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불안감 말입니까?”
“그래.”
클라인은 그런 셰인을 잠시 의외라는 듯 보다가도,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불안합니다, 형님.”
“네가?”
“하하…… 저도 사람이지 않습니까.”
“사람.”
“예. 이렇게 중요한 전쟁을 앞에 두고 누가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
“저도 들어 본 적 있습니다. 마법사는 언제나 냉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하나로 귀결되겠습니까? 냉정함 밑에 불안함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하하, 그렇구나.”
별거 아닌 말이었지만, 그런 클라인의 말을 듣고 셰인의 얼굴에 어느새 자그마한 미소가 떠올랐다.
회귀 이후, 여태까지 어깨에 놓인 짐이 무겁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 온 업보가 있었으니,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생에 셰인이 만들어 왔던 가장 큰 업보, ‘질투’가 다시금 눈앞에 나타나자, 여태까지 의식하지 않아 왔던 짐의 무게가 떠오른 모양이다.
‘여전히 달라질 건 없지.’
무명을 상대하며 결국 언젠가 ‘질투’와 마주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단지 예상보다 빨랐을 뿐.
‘결국 달라질 건 없다.’
이미 이번 사태를 진압하기 위한 계획은 시작되고 있었다.
내일이면 바로 실행할 수 있을 터.
이제 와서 ‘질투’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아 봐야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스스로가 가진 업보를 받아들이면 될 뿐이었다.
* * *
전투가 끝난 이후, 그날 하루 동안에는 별다른 이변은 생기지 않았다.
아침이 밝아 오고, 다시금 해가 질 때까지도 수도의 언데드들은 특별한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보급은 꾸준히 들어왔고, 돈 냄새를 맡은 연합국 소속의 모험가들이 세르데타인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서도 제국 소속의 학생들이 지원에 나섰다.
추가된 병력의 수만 보자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으나, 병력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이전보다는 확연히 보충된 전력이었다.
그중에는 명성 높은 모험단, 말셀러스 단장이 이끄는 하얀나무 모험단까지 포함되었기에, 병사들의 사기는 더더욱 높아졌다.
그렇게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시간이 이어지고.
병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지휘관들이 이후 벌어질 전쟁에 더불어 수도를 탈취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다음 날 새벽.
언데드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보고입니다! 수도의 언데드들 대다수가 이곳 세르데타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합니다!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정찰대의 지휘관이 가지고 온 보고에 사람들은 이내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전 병력, 적의 습격에 대비하라. 이곳 세르데타인을 방어하고, 수도를 향해 진격한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붉은 기운을 두른 언데드 무리.
앞서 했던 전투에서 봤던 것과 달리, 언데드들은 하나하나 심상치 않은 기운을 피우며 세르데타인의 성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를 활용해 움직이던 올리시아가 오스튼에게 물었다.
“방금 그곳이 마지막이었나요?”
“예, 황녀님.”
“하아…… 다행히 시간은 맞출 수 있었군요.”
황녀로서의 품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꾀죄죄해진 올리시아.
오스튼도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이제, 반격에 나설 차례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