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80화
180화 반격 (4)
때는 나카르 사막에서 라비아타와 함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을 당시였다.
“용사에 관한 서적이 있나?”
아카식 레코드에 들어온 셰인을 반기던 중년의 남자, ‘사서’는 셰인의 질문을 듣더니 묘한 웃음을 지었다.
“용사라…… 재미있는 키워드를 들고 오셨군요?”
“뭔가 아는 모양이군.”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지요. 그리 깊은 수준의 지식은 아닙니다. 다만, 말씀하시는 용사와 제가 알고 있는 용사가 같은 의미인지까진 모르겠군요.”
그러면서 사서는 주변에 놓인 낡은 바이올린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전적 의미로 용사라는 것은 ‘용맹한 존재’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사서의 말처럼, 용맹한 존재는 세상에 제법 많았다.
하지만 클라인을 제외하면, 용사라는 호칭을 인류에게 부여받은 존재는 없었다.
“질문을 바꾸지. 신에게 선택받은 자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이제야 제가 알고 있는 용사라는 키워드에 부합하군요.”
그러자 사서가 안개에 둘러싸인 아카식 레코드를 바라봤다.
“수많은 차원에는 모두 시간의 흐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차원을 관리하는 신은 그 흐름을 항상 읽고 있지요. 그러다 자신의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것을 발견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용사를 선택합니다.”
“…….”
사서의 말에 셰인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이 깊어졌다.
처음에 셰인은 클라인이 성검의 선택을 받고 용사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검의 기운을 품은 클라인은 무명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하지만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은 분명 있었다.
남들은 평생을 바치더라도 얻기 힘들 수준의 마력량과 성장력. 이 둘은 성검의 선택을 받기 전에도 있던 것이지 않나.
‘그렇다면 클라인은 애초에 용사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었나.’
그리고 그 운명이 이끄는 대로 성검을 얻으러 갔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신이라는 작자는 여럿인 건가?”
“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러면서 사서는 무언가를 가늠하듯 셰인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했다.
“자격이 되시는군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신의 격만을 갖춘 이들은 셰인 님께서 아시다시피 신화시대에 여럿 있었습니다. 품고 계신 두 개의 신격 또한 거기서 비롯된 것들이지요.”
“…….”
“하지만 세계의 의지에 따라 선발된 신은 단 하나뿐입니다. 사실 신이라는 것은 세계의 의지가 뽑은 관리인 같은 개념이지요. 용사는 바로 그런 신에게 사명을 받고 탄생한 존재입니다.”
그 말을 듣자 셰인은 자연스럽게 신이라는 존재에게 반감이 들었다.
전생에 클라인이 용사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고통을 받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기에 지금이 존재한다.’
적어도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지금이 나은 게 아닐까.
결국 신을 탓할 이유는 없었다.
그럴 자격도 없었고.
그래서 셰인은 한 가지 질문을 더했다.
“그렇다면, 그 사명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이지?”
“으음…… 호오…….”
“…….”
“오,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위치가 위치인지라 쉽게 대답을 드리기가 어려운 사항이었습니다만…… 확인해 보니 여기까지는 허락이 떨어졌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혈연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셰인 님이 가지고 계신 역천의 운명 때문일까요. 아아, 저답지 않게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하지.”
이 책 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셰인조차 상상하기 힘든 시간을 살아온 사서이지 않나.
비슷한 경험을 해 본 경험이 있던 셰인은 담담히 그런 사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감사합니다. 아무튼 신이 용사에게 내린 사명, 그것은…….”
* * *
“분화(分化). 그게 네가 가진 힘의 근원이다, 클라인.”
“예?”
셰인의 뜬금없는 설명에 클라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화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세계가 허락하지 않은 힘을 분화시키는 것. 그리고 그걸 배제시키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검의 선택을 받은 이후로,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느냐? 흑마법과 혈마법을 상대하면서 달라진 게 있는 걸 너는 잘 알고 있을 거다.”
의문이 담겨 있던 클라인의 표정에 이번에는 놀라움이 깃들었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실제로 클라인은 이틀 전 리치와의 전투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검으로 리치의 흑마법을 베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었다’라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과거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키메라를 상대하고, 더불어 무명의 이종족 테러 사태가 있을 때는 그러지 않았다.
하나 지난번 리치와의 전투에서는 베었다기보단 셰인의 말처럼 ‘배제’시켰다는 감각이 느껴졌던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건 네가 타고난 힘이다. 베첼리 왕국에서 가져온 그 검은 바로 네가 가진 힘을 일깨우는 능력을 지녔지.”
사실 성검의 역할은 그게 끝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신의 힘이 깃들었던 만큼 다른 명검들 보다 튼튼하다는 것 정도일까.
“형님은 그걸 도대체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클라인. 이제부터 내가 보여 주는 것은, 네가 가진 힘을 내 성향대로 해석한 거다. 너는 너만의 해석을 하고, 그 힘을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진 못했지만, 여태까지 셰인의 말을 들어서 일이 잘못된 적이 없던 클라인은 일단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제 보여 주마. 신이 선택한 용사가 가진 힘의 편린을.”
* * *
셰인은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마력을 컨트롤하는 데 전심전력을 다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군.’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웅장한 클라인의 마력은, 거대한 바다와도 같았다.
수평선 너머로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확실히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라 해야 할까.
고작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만큼 성장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도 비정상적인데…… 나중에 알아 봐야겠군.’
거기까지 생각한 셰인은 서클을 움직였다.
드래곤의 역린과 산왕의 신성, 그리고 용의 역린까지 더해진 셰인의 육체는 넘치는 클라인의 마력을 가까스로 통제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틀어졌다간 둘 모두 큰 내상을 입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셰인은 전혀 망설임 없이 클라인의 마력을 조율하고, 그 내부에 숨어 있는 진짜 신의 신성을 분석했다.
그러자 방대한 정보의 파도가 셰인의 뇌를 강타했다.
마치 너에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폭력적이다 싶을 수준의 정보량이 해일처럼 덮쳐들었다.
주륵─
막대한 양의 정보로 인해 뇌에 과부하가 오고,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를 버티며, 셰인은 방법을 달리했다.
이 정보들은 자신에게 허락되지도 않은 것이고, 셰인이 탐내던 것도 아니다.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이 찾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느낌으로 헤집던 과정에서 셰인은 자신이 원하던 키워드를 기어코 찾아냈다.
분류를 마친 셰인은 곧바로 마법을 영창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리진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보는 눈도 눈이거니와 애초에 클라인의 힘은 셰인이 가진 오리진조차 분화시키고, 배제한다.
즉,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셰인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룬 마법이었다.
‘이걸 이 시점에서 쓸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는데.’
룬 마법. 신화시대에 신성을 언어의 마법으로 변형시킨 희대의 걸작.
그렇기에, 클라인이 가진 신성의 일부를 강제로 각성시키기에 이만한 방법도 없었다.
셰인은 과거 자신이 한 번 시도했다가 일평생 봉인해뒀던 룬 마법 하나를 떠올렸다.
‘그나마 클라인의 마력이 있으니 버틸 수 있을 것 같군.’
계산이 딱 떨어지니 행동은 신속했다.
클라인의 마력을 휘두르며, 셰인의 룬 마법이 허공에 천천히 아로새겨진다.
심상치 않은 마력의 소용돌이.
황금빛 마력은 마치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붉은빛의 하늘을 자신의 색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보기만 하더라도 신성함이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의 해일이 하늘 위로 승천하자, 그 광경을 목도한 이들이 당장의 상황도 잊어버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대체.”
“마법……? 저게 마법입니까?”
전장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지시를 전달하던 아나스타샤와 미미르도.
“뭐, 뭐야?”
“무슨 마력이 이렇게…….”
아직 광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병사들을 치료하던 디라일라와 아르티아도.
“허헛…… 우리의 어머니시여. 저게 바로 ‘그분’의 힘인 것입니까?”
“단장님?”
몰려올 언데드들을 대비하고 있던 하얀나무 모험단도.
“어찌 저런 신성함이…….”
“신께서 제국을 지켜봐 주고 계신다.”
구울들과의 전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기사들도.
“시, 신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고 계신다…….”
“용사, 그는 용사야!”
광기에서 벗어나 불안증세를 겪고 있던 병사들마저도, 모두 경외감이 느껴지는 빛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빛은.
“신호…… 인 걸까요?”
“……예. 맞습니다, 황녀님. 이제 움직이셔야 합니다.”
“……드디어.”
저 멀리.
수도에서 주도면밀하게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올리시아와 오스튼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이윽고.
로즈베리 눈동자를 지닌 사내의 손짓이 아래로 향하는 그 순간.
끝을 모르고 위로 넘실넘실 올라가던 황금빛 기운이 하늘을 가득 채웠을 때.
이를 목도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단어만이 떠올랐다.
저것은, 신께서 내리는─
─신벌이라고.
* * *
셰인이 그토록 클라인의 마력에서 찾아다니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좌표 지정’이었다.
클라인의 힘이 분화에 이은 배제라면, 그 힘의 출처는 당연히 신이 될 터.
신은 클라인이라는 신의 사자를 내려 보내고, 지상에 자신의 힘을 현현시킨다.
셰인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좌표 지정을 클라인의 마력에서 뽑아내고, 이를 언데드 군단의 머리 위로 지정시켰다.
그리고 속에 들어간 셰인의 룬 마법은.
[전달], [필도(必到)].반드시 닿는다, 라는 신화시대의 룬 마법.
그리고 이 룬 마법이 모방한 신은 바로 인간들의 신, 아카샤였다.
감히 세계의 관리자인 ‘신’의 힘을 현현시킨 대가는 셰인조차 엄두를 내기 힘들 수준이었지만.
‘클라인이 곁에 없다면 다신 쓰기 힘들겠군…….’
드래곤과 용의 역린, 그리고 산왕의 신성을 품은 셰인의 영혼이 뒤흔들린다.
당장이라도 육신이 세계와 분리될 것 같은 어지러움 속에서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셰인은, 자신과 클라인이 만들어 낸 광경을 지켜봤다.
하늘을 뒤덮은 황금빛 해일이 일점으로 모여든다.
그 목표는 세계의 의지를 거스른 존재, 언데드를 향해서다.
세계의 의지를 거스르는 존재들은 한 점의 반항도 할 수 없을 거대한 힘.
그게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찍히는 순간.
마치 벌레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걸까.
다섯 개의 살덩어리 심장으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먼 거리에 있었음에도 셰인은 그 기운이 품고 있는 끔찍하고도 절대적인 힘의 편린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은 셰인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기운이었다.
‘어째서 그자의 기운이……?!’
경로상의 모든 언데드의 사기를 소멸시키고 나아가던 신벌이 다섯 개의 심장에서 잠시 멈칫거렸다.
셰인이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신의 기운 또한 의문을 보이는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의아함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셰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 직후.
“커헉……!”
곁에 서 있던 클라인이 피를 토했다.
전신에서부터 힘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
그것은, 클라인을 용사로 임명한 신이 클라인이 가진 힘 그 이상을 사용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때문일까.
사아아아아아아─
세상을 환하게 밝히던 황금빛 기운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기며 바닥에 처박힌 세 개의 심장과 다르게, 아직 옅게나마 맥박이 뛰고 있는 두 개의 심장이 남아 있었다.
이윽고 황금빛 기운이 모두 사라졌던 그때.
심장은 마치 번데기가 껍질을 깨듯 살점이 녹아내리며 그 안에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고깃덩어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10미터 크기의 아기가, 세상의 종말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