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81화
181화 반격 (5)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혼자서 수십만 군대를 몰살시키는 마법사?
아니면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며, 일당백의 전투를 펼치는 기사?
그것도 아니라면 무수한 전쟁 병기?
물론 전쟁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것들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병사다.
전방에서 무수히 죽어 나가고, 지휘관의 잔혹한 선택에 따라 사지로 밀려 들어가는 등, 소모품처럼 쓰이는 병사들.
그러나 그들이 바로 전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이고, 이번처럼 수성을 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야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고작 몇 사람이서 수백 만이라는 숫자의 언데드가 제국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병사들에게 그만큼 전쟁에서 절대불변의 가치가 있는만큼, 인류애적인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다수의 지휘관, 그리고 아나스타샤와 셰인 또한 병사들의 생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값비싼 은으로 도금이 된 무기를 지급하고, 백병전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마법을 인챈트 할 수 있는 대포까지 구비해 뒀다.
그뿐이던가? 어지간한 기사들도 하나를 구비하기 힘든 엘프의 정기를 구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부어 사들였고, 그를 통해 병사들을 지켰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기본적인 병사의 중요성을, 과연 적이라고 해서 몰랐을까?
‘방심했다.’
전장의 상황을 살펴보던 셰인은 그리 생각했다.
지급된 무기로 전투를 이어 가기엔 언데드의 수가 너무도 많았고, 대포 또한 그 한계가 존재했다.
비상시를 대비한 엘프의 정기 또한, 병사들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모두 소모된 상황.
엘프의 정기만이 병사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 할 수 있었으나, 그 정기로 만들어진 풍경화가 빠르게 그 빛을 잃기 시작했다.
응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언데드 군단의 한복판.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진 심장에서 탄생한 아기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세르데타인의 성벽을 넘어 들려왔다.
“끄으으……!”
“아아, 아아아…… 아!”
가까스로 정신을 회복하고 있던 병사들이 다시금 머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마력으로 신체가 강화된 기사들조차 얼굴을 찡그린 채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동시에 셰인이 소리쳤다.
“저 소리는 마력을 교란시킨다! 마법사들은 모든 마법을 중단해라!”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방에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셰인의 마력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연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병사들을 돕기 위한 몇몇 마법사들이 뒤늦게 셰인의 목소리를 인식했지만 이미 늦었다.
정화 마법을 펼치기 무섭게 마법사들의 내부에서 마력이 멋대로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악!”
“끄으으으……!”
“이, 이봐! 자네 왜 그러나!”
“마력 폭주야!”
“이런 미친!”
마법을 쓰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멋대로 폭주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마법사들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지간히 마력 컨트롤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지금 마법을 쓰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으니.
결국 마력 폭주 현상을 겪은 마법사들이 심각한 내상과 함께 피를 쏟아 내고 쓰러지자,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기사들이 다가와 그런 그들을 후송했다.
“…….”
그리고 셰인은, 이 현상을 만들어 낸 존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두 개의 심장 중 아직 그 형태를 유지 중인 것과 다르게, 그 안에서 탄생한 아기의 생김새는 기괴했다.
십 미터에 다다르는 거대한 육체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온몸에 주름이 가득하다.
거기에 피부 전체가 울긋불긋한 핏줄이 올라와 그런 기괴한 생김새에 불쾌감을 더했다.
‘밴시의 아이. 저게 왜 여기에.’
처음 황성에서 터져 나온 붉은 기운. 거기서부터 시작된 의문은 셰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저 언데드는 전생에 질투의 자아가 만들어 낸 존재였다.
효과적으로 적의 병력을 광기에 빠뜨리고, 전쟁의 꽃이라 불리는 마법사들을 제압한다.
그런 게 질투의 자아가 각성하기 무섭게 등장한 것이다.
‘좋지 않은데.’
아직까지 적지 않은 수의 언데드가 남아 있는 상황.
셰인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클라인을 바라봤다.
방금 막 신의 힘을 펼친 탓에 클라인은 난생 처음으로 탈진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과거, 교만의 군단장 루치페의 마법을 한 차례 막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적으로 향하는 길이 뚫려 있긴 하지만, 아직 클라인이 전투에 돌입할 수 없는 그때.
“셰인.”
“……황녀님.”
“슬슬 내가 나서야 할 것 같군.”
“…….”
일반적인 지휘관이었더라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현 제국의 최고 통수권자인 아나스타샤가 직접 전장에 나선다니,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당장 기용할 수 있는 전투 인원 중 아나스타샤만큼 강력한 카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자리는 미미르가 책임질 수 있을 터. 저 괴물을 처리하려면 내가 나서야 한다.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저 말이 맞았지만.
셰인은 저 죽음이 가득한 공간에 아나스타샤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셰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대의 마법이 저 괴물의 울음소리를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아나스타샤는 저 울음소리가 병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필시 좋은 영향은 아닐 것이고, 십만이 넘어가는 병력을 한순간에 잃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끝내 아나스타샤에게 설득된 셰인이 몸을 돌리려던 그때.
클라인이 셰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런 클라인의 표정은, 방금 셰인이 아나스타샤에게 보였던 표정과 별다르지 않았다.
걱정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클라인. 몸을 추스리고 있어라.”
“큭…… 형님.”
“말했지? 믿어 보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윽고 클라인이 뒤로 물러서고, 셰인과 아나스타샤는 무수히 많은 언데드를 바라봤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구울과 데스 나이트가 성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대다수의 좀비들은 아직 신의 기운이 남은 대지를 밟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었지만, 구울과 데스 나이트는 충분히 움직일 여력이 있었다.
그때, 하얀나무 모험단의 말셀러스가 나타났다.
“저들은 우리가 막도록 하겠소. 차라리 저렇게 온다면 우리로서 환영할 일이지.”
수백만의 언데드가 한 번에 몰려오는 것보다, 적의 정예 병력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말셀러스의 제안에 아나스타샤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은 들어라! 하얀나무 모험단, 말셀러스 단장과 협력하여 제국을 위협하는 언데드로부터 이곳을 수호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기 언데드-‘밴시의 아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사들이었지만, 그들은 용맹한 목소리로 아나스타샤의 명령에 움직였다.
굳게 닫혀 있던 세르데타인의 성문이 열리고, 하얀나무 모험단이 하얀 오러로 서로를 연결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기사들은 그런 그들을 호위하듯 뒤좇아 갔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데드 정예 병력과 부딪치며 곧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그들의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셰인과 아나스타샤가 움직였다.
목표는 아직까지 끔찍한 울음소리를 터뜨리고 있는 ‘밴시의 아이’.
정교한 마력 컨트롤을 통해 마력 교란을 진정시킨 셰인의 마법이 두 사람을 감쌌다.
각종 버프 마법이 펼쳐지고, 동시에 룬 마법이 발동됐다.
[수축].공간과 공간 사이가 한순간에 접혀지며, 셰인과 아나스타샤가 전장을 가로질러 ‘밴시의 아이’ 근처까지 도달했다.
‘밴시의 아이’가 내뱉은 울음소리가 두 사람의 정신을 뒤흔들려 했지만, 둘 모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애초에 셰인을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고, 아나스타샤 또한 부동의 오리진으로 정신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그 즉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아기가 다른 톤의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남아 있던 하나의 심장이 급속도로 굳어가더니 껍질이 벗겨지듯 균열이 생겼다.
순식간에 깨져 나간 균열은 거대한 아가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밴시의 아이’ 다음으로 질투의 자아가 즐겨 쓰던 ‘저승길’이었다.
아가리로부터 순식간에 언데드들이 튀어나왔다.
‘여기서 확실히 승부를 보겠다는 건가?’
그걸 본 셰인은 이번 전쟁이 쉽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저것은 분명 수도와 연결되어, 그쪽에 있는 언데드들을 옮기고 있으리라.
어마어마한 사기와 함께 ‘저승길’에서 튀어나온 언데드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개체들뿐이었다.
필시 제국의 재앙이 시작되었던 영광의 요람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걸 보던 셰인의 눈이 잠시 빛났으나, 놀랍게도 ‘저승길’은 수많은 언데드를 내뱉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가능성은 두 가지인가.’
‘저승길’을 조종하던 질투의 자아가 셰인이 저걸 활용해 반대로 황성에 찾아오는 것을 막아 버렸거나, 클라인의 마력으로 만들어 낸 일격에 의해 충분히 힘을 비축하지 못해 금방 사라졌거나.
어쩌면 둘 모두 포함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엘프의 정기로 만들어 낸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밴시의 아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으니.
“먼저 가지.”
부동의 오리진으로 신체를 강화한 아나스타샤가 거대한 두 개의 대검을 쥐고 움직였다.
그런 그녀의 상대는 ‘저승길’을 통해 나온 듀라한이었다.
유령마를 타고 나타난 목 없는 기사가 한쪽 손에 자신의 머리를 든 채 나타나 어마어마한 사기를 흩뿌렸다.
가히 마스터 수준의 기운이었다.
히히히히힝─!
유령마의 울음소리와 함께 듀라한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마치 말과 하나가 된 것처럼 아나스타샤의 공격을 피한 듀라한이 랜스가 들린 팔을 뻗었다.
바위 따위는 가볍게 부숴 버릴 일격이 들어왔으나, 아나스타샤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을 받아 내며 대검을 휘둘렀다.
랜스는 아나스타샤의 갑옷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 채 튕겨 나갔고, 아나스타샤의 대검은 듀라한의 허리에 처박혔다.
사생결단이나 마찬가지인 일격에 듀라한이 허망하게 사라졌지만, 아나스타샤는 쉴 새 없이 다음 적을 맞이했다.
영광의 요람에 잠들어 있던 시체는 무수히 많았고, 그만큼 수준급의 언데드들도 넘쳐 났다.
잠깐 사이 ‘저승길’에서 튀어나온 언데드들이 아나스타샤를 노리고 들어온다.
그때, [관통]과 [중첩x5] 룬 마법이 적용된 마력탄이 그런 언데드를 꿰뚫고 지나갔다.
그중 몇 발은 그대로 언데드를 뚫고서 ‘밴시의 아이’에게 향했다.
콰과과광─!
─────!!
뒤늦게 ‘저승길’에서 기어나온 리치들이 시전한 방어막이 그런 ‘밴시의 아이’를 보호했지만, 다섯 번 중첩된 관통의 마력탄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다.
‘밴시의 아이’는 무력하게 마력탄에 관통되었다.
10미터가 넘어가는 거체는 마력탄에 관통되자마자 꿀렁꿀렁 피를 흘렸다.
고통이라도 겪는 걸까, 아기의 울음소리가 찢어지듯 갈라지자,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의 기세가 더욱 강화되었다.
‘밴시의 아이’가 가진 또 다른 특성이었다.
순식간에 고위 언데드들에게 포위된 셰인과 아나스타샤.
외부에서 함부로 힘을 드러낼 수 없는 셰인과, 대지의 정령에게 마력을 꾸준히 주입해야 하는 아나스타샤, 단 둘이 상대하기엔 적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설상가상 사기가 강화되어 엘프의 정기로 만든 마법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자 몇몇 병사들의 눈빛에 광기가 스며들었다.
“크으으으……!”
“주, 죽여야 해……!”
“그분의 적은, 모두……!!”
셰인이 가장 경계하던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서로를 향해 겨누고 있던 것이다.
이미 성 내부에 있던 기사들 대부분이 바깥으로 나간 탓에 그들을 말릴 조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병사들이 서로의 심장에 무기를 들이대려던 그 순간.
아아아아아──♪
어딘가에서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마치 별빛 가득한 밤하늘이 내려앉은 숲이 떠오르는 노랫소리.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음성이 ‘밴시의 아이’가 우는 울음소리를 억누르고, 폭주 상태의 마력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광기에 물들었던 병사들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기 시작했다.
“죽…… 어, 어?”
“내가 방금 뭘…….”
“근데 이 노랫소리는 뭐야?”
정신을 차린 병사들의 시선이 노랫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수십 개의 포탈과 함께,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인영이 보였다.
“끊임없이 생명력을 먹어치우는 존재들이여. 이제 우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노랫소리가 퍼지는 한가운데.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죽은 대지 위로 생명력을 흩뿌리는 여인이 말했다.
“제국에 큰 빚을 지울 기회로군요.”
눈부신 외모와 함께 프리실라가 미소를 지었고.
“왕국을 위엄을 톡톡히 보여 줘라!”
화려한 갑옷을 착용한 채, 수많은 병력을 등지고 명마의 위에 용맹한 목소리가 전장을 스치고 지나갔다.
과거 셰인의 밑에서 지하도시를 수색하고, 끝내 자신을 암살하려던 왕을 끌어내려 당당히 하이엘 왕국으로 돌아간 기사단장.
애덤이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포탈을 뒤로 한 병사들이 주변을 신기하다는 듯 둘러봤다.
“아룬비다보다는 따뜻함다. 근데 여기가 진짜 수도임까?”
“저기 저게 세르데타인 성이다, 이 촌놈아.”
“뭐, 촌놈? 이게 뒤질라고.”
아룬비다의 특수 수색대, 케빈과 맥고완, 해커츠의 뒤로 무수한 아룬비다의 병력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밖으로 나왔군요.”
“예…… 나왔습니다.”
“지, 진짜 세르데타인 성벽……?”
“그 지옥을 드디어 탈출한 건가……!”
“올리시아 황녀님의 말이 정말이었군……!”
“저주받을 언데드를 처리하고 수도를 탈환한다!”
지옥과 같았던 수도의 생존자들까지, 포탈을 타고 세르데타인에 나타났다.
반격의 서막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