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85화
185화 정의와 마녀 (1)
결사대가 수도로 진입한 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결사대는 수도의 초입부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그 뒤에 내부로 진입할 작전을 정리했다.
“그런가. 역시 쉽진 않겠군.”
아나스타샤의 한마디에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에 남아 있던 강자들도 제법 그 수가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황실에 위치했던 ‘영광의 요람’이었다.
제국의 역대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안치소.
그만큼 그곳의 언데드는 강력할 것이다.
실제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경험담도 그들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사대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명예를 신성하게 여기는 기사들과 선배들에 대한 예우가 깍듯한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결사대이지 않나.
선대들의 시신을 헤쳐야 한다는 현실은 결사대의 사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이 자리에 있는 지휘관들의 표정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
그때,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역대 황제 폐하의 옥체를 이 손으로 처리해야 할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지.”
“……!”
당연하지만, 영광의 요람 최심부에는 역대 황제들의 시체도 안치되어 있다.
물론 황제의 전투 능력은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평균적인 기사의 수준은 될 테지만, 마스터에 다다르지는 못할 테니까.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다른 문제였다.
만약 위험한 순간에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전투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군들. 그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위대한 선조들의 육신을, 저런 언데드로 영락한 채로 방치할 수 없다는 걸.”
“……물론입니다.”
“결코 가만 두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지휘관들도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래서 이토록 진심을 다해 수도로 향했던 것이지 않나.
“만약 그 처지를 내가 겪게 됐을 때. 그리고 내 심장에 후손의 검이 박히게 된다면, 나는 오히려 웃을 것 같군. 그토록 강인한 이들이라면, 내가 없더라도 이 제국을 믿고 맡길 수 있을 테니까.”
“…….”
“…….”
“그러나 이것은 그저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비겁한 변명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나?”
그 말에 지휘관들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아나스타샤의 저 말 또한, 그들의 사기를 저해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게 변명이 되어도 좋다.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 해야지. 우리는 죄인이다.”
“황녀님…….”
아나스타샤는 두 눈을 감았다.
로즈베리 눈동자를 지닌 사내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아른거렸다.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죄를 지은 그 죄인은, 스스로의 처지를 부정하지 않고,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걷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셰인과 한차례 영혼이 이어졌던 아나스타샤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어깨에 걸린 짐보다도 더욱 무겁고, 질퍽거리는 책임감 앞에서, 그 사내는 지금도 묵묵히 저 지하의 더러운 수로를 떠돌고 있을 터.
그런 사내의 연인인 자신 또한, 현실을 피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선조님들의 시신도 지키지 못한 죄. 이 죄 앞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
“죄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해라. 그 방법은,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말에 침묵에 휩싸였던 지휘관들의 눈빛에 빛이 감돌았다.
아나스타샤의 말처럼, 자신들은 죄인이다.
그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나자, 방금까지 마음속에 남아있던 망설임은 마치 변명처럼 다가왔다.
“최선을 다해, 수도를 정화시키겠습니다.”
“좋아. 그럼, 결사대의 사기에 대해서는 그대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방법은 지금 그대들이 겪은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한번 작전을 검토하도록 하겠다. 시작은…….”
그렇게, 붉은 하늘이 깔린 수도의 한 저택에서는 밤이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질 일은 없었다.
* * *
찰박, 찰박.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풍기는 냄새는 고약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역했다.
그럼에도 클라인과 아네이스는 때때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이틀 동안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둘은 셰인에 관한 대화로 이어졌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그 사람이면…… 형님을 말하는 거야?”
“응.”
“어, 글쎄. 옛날에도 잘 몰랐는데, 요즘엔 더 모르겠어.”
“가족인데?”
그러자 클라인은 며칠 전 자신의 마력을 활용해, 상상치도 못한 기적을 일으켰던 셰인을 떠올렸다.
사실 그때처럼 셰인이 클라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을 보여 준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클라인은 그저 별 의심 없이 넘어갔다.
언젠가 셰인이 먼저 말해 줄 날을 기다리며.
“가족이라서 모르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하긴. 맞는 말이야.”
그 말에 아네이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라서, 모르는 게 있지.”
“…….”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를 날릴 계기가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
“……백염.”
이틀 내내 지하 수로를 수색하던 끝에, 드디어 백염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안개가 펼쳐진 공간에 도착했다.
“정말 지하에 원인이 있는 모양이야.”
“응. 바깥으로 안개가 빠져나가고 있어.”
몽글거리는 새하얀 안개가 맨홀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없어.”
“그러네.”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든 두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안개 내부로 진입했고, 그들의 뒤를 좇던 검은 그림자가 함께 안개 내부로 진입했다.
앞이 잘 보이진 않았으나, 기감을 펼친 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앞으로 나아갔다.
클라인이 앞장을 섰고, 아네이스가 뒤에서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아직까지 느껴지는 기척은…… 잠깐.”
“……언데드?”
“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데.”
가시거리가 그리 넓진 않았지만, 둘의 기감에 걸린 것은 통로에 멍하니 서 있는 언데드였다.
다만, 여태껏 둘이 봐왔던 언데드와 다르게 앞에 존재하는 언데드는 무언가 이상했다.
일단 언데드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흑마력이나 사기가 느껴지질 않았고, 생긴 것도 얼핏 봐선 스켈레톤처럼 느껴졌지만 다시 보니 미라에 가까운 형태였다.
“스켈레톤처럼 생겼는데, 느껴지는 기세는…… 데스 나이트보다 높아.”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지?”
“그야 실험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
마지막에 대답한 목소리는 높은 톤을 가진 젊은 여성의 것이었다.
즉, 둘 모두 모르는 제3자가 나타난 것이다.
갑자기 난입한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투 태세에 들어간 두 사람은, 안개 너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특히 클라인은 더욱 날이 선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백염으로 이루어진 안개 내부에 있었다고 한들, 클라인의 기감은 여전히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그런 그가 적이 코앞까지 올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눈앞의 인물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누구십니까.”
“후후, 눈에 살기는 가득한데, 존대는 해 주는구나? 듣던 대로 예의 바른 아이네.”
“…….”
“글쎄, 따로 이름을 부여받은 삶을 산 건 아니라서 말이지. 그냥, ‘마녀’라고 부르면 된단다.”
“마녀? 그럼 묻겠습니다. 저 언데드는, 당신이 만든 것입니까?”
“어머나. 적이라고 단정 지은 사람한테 그걸 묻는구나? 속아도 괜찮다는 걸까?”
“물음에 답하십시오.”
“후후, 그래. 나도 내가 만든 작품을 부정할 생각은 없단다. 저건 내 작품이 맞아.”
“그럼 이 사태를 일으킨 주범도, 당신이겠군요.”
“빙고란다?”
그 즉시 클라인의 검이 휘둘러졌다.
백염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도 클라인은 마력을 어렵지 않게 형성시켰다.
그걸 본 마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밖에서 일으켰다는 기적이 그거로구나? 정말 궁금한데…… 아쉽게도 지금 그걸 탐구할 여력은 없을 것 같네. 참 아쉬워.”
그러나 마녀는 그런 클라인의 검을 여유롭게 피해 냈다.
장소가 협소한 지하 수로인 만큼 공격의 경로를 예측하기 쉬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녀의 몸은 마치 연기처럼 흐물거렸다.
“혹시 나중에 널 연구할 시간이 온다면 좋겠구나. 지금은…… 그래. 숨어든 쥐새끼와 함께 좀 나가 줬으면 한단다. 곧 내 실험을 끝마칠 시간이 찾아올 것 같거든.”
그런 마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아네이스였다.
“어서 오렴, 마지막 재료야.”
그와 동시에, 클라인과 아네이스가 서 있던 공간에 마법진이 펼쳐졌다.
둘이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마법진은 둘 사이에 벽을 만들어 공간을 차단시켰다.
뒤늦게 클라인이 마력을 일으켜 무형의 벽을 부수려 했으나 행동으로 나서기 직전, 클라인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간 전이 마법이다. 섣불리 파괴하려 하지 마라.]“……!”
그 목소리에 반응하기 무섭게 마법진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빛이 클라인을 집어삼켰고.
이내 빛이 사라졌을 땐, 클라인의 모습도 함께 사라진 뒤였다.
“자, 그럼 방해꾼은 내보냈으니, 실험을 시작하자꾸나?”
마녀가 고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홀로 남은 아네이스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뒤로, 비쩍 마른 미라의 두 눈에 푸른 귀화가 일렁거렸다.
* * *
후드득.
공간 전이를 당한 클라인이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여전히 새하얀 안개가 껴 있는 지하수로 어딘가.
클라인은 마지막에 자신을 감쌌던 마법진을 떠올렸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마법진이 아니다.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형태의 기형적인 문자.
그것은 분명.
‘룬 마법이라고 했었지.’
자신의 형, 셰인이 주로 쓰던 마법이지 않던가.
거기에 마지막에 자신의 머릿속에 울렸던 목소리는, 분명 셰인의 것이었다.
그때, 클라인의 머릿속에 다시 한번 셰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클라인.]“형님? 어디계십니까?”
[난 지금 밖에 있다. 그 마녀에게 당해서 내쫓겼구나.]“아…… 따라오고 계신지도 몰랐습니닷?!”
그 순간, 클라인은 자신과 아네이스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도중에 셰인과 관련된 말을 하지 않았던가.
-어, 글쎄. 옛날에도 잘 몰랐는데, 요즘엔 더 모르겠어.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린 클라인이 지금의 상황도 잊어버린 채 얼굴이 붉게 변해 버렸다.
[너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마녀가 나타날 줄은 몰랐구나. 그것 때문에 대응이 늦었다.]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성장한 클라인의 기감을 속이려면, 셰인도 상당한 거리를 벌려야만 했으니까.
“어, 그, 그렇습니까? 다행…… 아니, 그런데 어떻게 따라오신 겁니까……?”
[원래부터 너희와 함께 가기로 했다. 황녀님께서도 알고 계신 일이지. 설마 마법적 지식이 없는 너희만 보냈겠느냐. 다만,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만큼 내 존재를 숨기는 게 더 유리할 거라 판단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아.”
셰인의 말을 대충 이해한 클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는 자신이 했던 말을 셰인이 듣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느라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뿐이지만.
[아무튼, 나는 밖으로 튕겨져 나왔으니 다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러니 네가 대신 움직여야 되겠구나.]“물론입니다.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마녀가 만들어 둔 미로를 뚫어야겠다. 다행히 그 마녀가 너를 완전히 포기한 것 같진 않으니.]“저를 말입니까?”
[시간은 끌면서, 가능하면 포획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만큼 네가 가진 힘에 탐구욕이 샘솟는 모양이지.]“……제가 가진 힘 말입니까.”
[그에 관한 건 나중에 시간이 될 때 따로 설명해 주마. 지금은 우선 이 상황을 타파하는 데 집중하자.]“알겠습니다.”
이어서 셰인의 설명을 듣게 된 클라인은, 지체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새하얀 안개가 시야를 방해했지만 그런 클라인의 발걸음에는 일체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편, 일행들과 떨어진 셰인은 주변을 훑어봤다.
“잘된 것 같군.”
여전히 새하얀 안개가 가득한 공간.
클라인에게 말했던 것과 달리, 셰인 또한 여전히 지하 수로에 머물고 있었다.
마녀가 둘을 강제로 이동시키기 직전, 셰인이 그녀의 마법에 간섭해 좌표를 바꾼 것이다.
“마녀라…… 의심은 했다만, 정말 있을 줄은 몰랐군.”
전생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조금씩 밝혀졌으나, 셰인은 당황하지 않았다.
“본체가 있는 방향은…… 이쪽인가.”
오히려 뜻하지 않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룬 마법을 창조한 진짜 ‘마녀’와 거래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때 말했던 게 이런 거였나?”
과거, 진짜 ‘마녀’와 만났던 기억의 일부를 떠올리며, 셰인이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정확했다.
마녀의 환영체가 다룬 마법에 간섭하면서 마력을 역추적. 본체의 위치를 찾아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