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88)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88화
188화 정의와 마녀 (4)
이 세상은 차별적이다.
작게는 인간들 사이의 재능에서 그러하고, 크게는 타고난 격의 차이가 그러하다.
한 마녀는 그 차별의 격차를 줄이고 싶었다.
어째서 나약한 자들은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는가?
어째서 나약한 종족들은 신격을 갖추지 못하는가?
어째서 신격이 없다는 이유로, 신격자들의 장기말이 되어야 하는가?
그러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 결과 마녀는 신격을 마력으로 대체할 ‘룬 마법’에 대해 연구했다.
다행히 마녀에게는 오랜 수명이 허락되어 있었고,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킬 재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첫 신격을 마력으로 치환했을 당시, 마녀는 전신을 감싸는 환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신격자들에게 한낱 개미와도 같았던 존재가, 동등한 위치에 오른 격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환희가 오만으로 변질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녀는 신격자를 뛰어넘어 신의 힘을,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의지조차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 했다.
그 첫 시도가 바로 ‘창조’였다.
마녀는 자신의 또 다른 육신을 만들고, 그곳에 새로운 영혼을 창조하여 넣고자 했다.
처음 만드는 영혼이니만큼, 그녀는 자신의 영혼과 외형을 베이스로 두고 만들어, ‘호문쿨루스(Homunculus)’들을 완성시켰다.
다만, 창조는 신이 세계의 의지에 허락을 맡고 행할 수 있는 권능.
신과 세계가 허락하지 않은 창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우주의 법칙에 위배되는 행위였다.
때문에, 마녀는 세계의 의지에 따라 즉시 배제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존재의 가치를 빼앗긴 것이다.
자신이 이루어 낸 역사임에도 자신의 존재가 배제되었고, ‘성장’을 향해 나아가던 삶에서 ‘성장’이 박탈되었다.
즉 그녀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고, 죽지도 못한 채, 매일 같이 반복되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세상에 그녀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
신은, 그리고 세계와 우주는 마녀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은 것이었다.
신격을 지니지 않는 이상, 마녀를 기억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은 단 하나. 마녀에게 허락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탄생시킨 호문쿨루스였다.
마녀는 그런 호문쿨루스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그리고 마녀는 훗날 자신의 판단을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를 바닥에 버리고 간 행위였어.”
명백한, 실수였다고.
* * *
이차원의 공간은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발밑으로 느껴지는 바닥이 존재했지만, 내려다보면 그저 검은 공간만이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었다.
시선을 앞으로 향하자, 마찬가지로 검은 공간이 일대를 가득 채웠다.
분명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셰인은 건너편에 서 있는 마녀…… 아니, 호문쿨루스가 제대로 보였다.
그 어떠한 색도 갖추지 못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색’을 허락받은 듯한 느낌.
호문쿨루스는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놀랐어. 어느 정도 그 여자와 연관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직접 만났었을 줄이야. 분명 요람 안에서 쥐 죽은 듯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만났니?”
“네가 알 바는 아니지.”
“하, 이렇게 찬밥 취급 받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나. 혹시 그 여자의 제자라도 되는 거니?”
“네 목을 가지고 간다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하, 그런 거래로구나.”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진짜’ 마녀는 자신을 상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다.
불쾌한 냄새가 가득한 지하 수로에 불과했지만, 그곳은 엄연히 자신에게 있어서 하나의 ‘성’이었다.
수백 년의 시간을 들여서 만든 자신만의 왕국.
모든 것이 자신의 손 아래서 조율되는 장소.
“차라리 워프 같은 마법으로 이동했다면 상대하기가 더 쉬웠을 텐데…… 아예 다른 차원이라니. 그 여자다운 스케일이구나.”
호문쿨루스의 감탄 속에는 진한 질투의 감정도 다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감정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단하면서…… 겁쟁이 같은 년.”
“겁쟁이라…… 힘의 한계를 깨닫고 난 이후에는 여러 형태의 변화가 찾아오기 마련이지.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혹은 또 다른 길을 찾아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오만해지거나.”
“……꼭 수백 년은 살아온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글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진 나도 모르겠군.”
스스로의 내면에 갇힌 곳에서 시간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었으니.
“너는 세 번째에 해당하는 것 같군.”
“어머, 내가 오만하다는 거니?”
“주제를 모르고 한계 이상의 힘을 탐내고 있으니. 그게 오만한 거다.”
하나 호문쿨루스는 셰인의 말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자못 여유로운 듯 입을 열었으나, 그 목소리에서는 옅은 분노가 느껴졌다.
“너는 ‘우리’를 모르니까 그런 헛소리를 내뱉을 수 있는 거란다.”
“아니, 주어진 가치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오만이다.”
“후우…… 가짜로서 태어난 존재의 삶에 대해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니? 가치는 남이 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정하는 거지.”
신격을 농락하고, 신의 자리를, 더 나아가 세계의 의지를 능욕하려 했던 한 마녀가 만들어 낸 마지막 결과물, 호문쿨루스.
그 과정에서 진짜 마녀는 결국 신과 세계의 의지에 의해 철퇴를 맞았고, 자신이 만든 호문쿨루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이었다.
“아니, 가치는 남이 정한다. 다만 정해진 가치를 바꾸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지. 다른 무언가와 비교할 게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정해지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내린 너의 가치는, 단 한 푼도 남겨져 있지 않군. 길가의 돌멩이만도 못 해.”
“……뭐라고?”
호문쿨루스의 표정에 일그러짐이 생겼다.
“그 가치를 정해 주는 타인을 재료로 연명한 그 삶에,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지?”
“……아아, 그래. 이게 분노라는 거구나. 너무 오랜만에 느껴 보는 거라 깜빡했어.”
호문쿨루스의 주변으로 룬 마법이 떠올랐다. 비록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지 않은 탓에 ‘성’에서의 위력보다는 낮아졌을지언정.
신격이 담긴 룬 마법은 한낱 인간에겐 재앙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셰인의 주변으로 공간이 깨져 나갔다.
오러가 아니라면 방어조차 할 수 없는, 일방적인 파괴 행위.
하지만 백염과 탐욕의 오리진으로 이루어진 셰인의 불꽃은 깨져 나간 공간의 마력을 흡수함으로서 공간을 원상복구시켰다.
“우리는 죽음 따위가 두려운 게 아니란다. 우리는…… 가짜로서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뿐이지.”
그러면서, 호문쿨루스의 손 위로 수십, 수백 개의 룬 마법이 펼쳐졌다.
당장 셰인이 한 번에 받아 내기도 힘들 수준의 압도적인 물량.
그것을 본 셰인은 혀를 찼다.
“단순히 외부에만 룬 마법을 설치한 게 아니었군.”
그녀가 일으키는 룬 마법은 그녀의 몸에 새겨진 것들이었다.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룬 마법이 일제히 발동하려 하자, 이차원이 뒤흔들렸다.
이 차원이 감당키 힘든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나를 죽이는 건 확신할 수 없으니, 아예 이차원을 붕괴시키겠다는 건가.’
수백 년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판단이 재빠르다.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에 대응해 셰인도 마력과 오리진을 일으켰다.
‘이미 분석은 마쳤다.’
셰인의 전신으로부터 검붉은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호문쿨루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내가 몇 년을 걸려서 만든 걸…… 고작 며칠 만에?”
지하 수로를 가득 채우다 못해 지상으로 올라왔던 백염의 안개.
며칠이라는 시간은 셰인이 안개가 일어난 구조 방식을 파악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소화시키는 데 충분하고도 넘칠 시간이었다.
일대로 퍼져 나가는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더욱 빠르게 확장되었다.
셰인이 일으킨 검붉은 안개가 룬 마법에 담긴 마력을 집어삼키기 전에 터뜨릴 심산인 것이다.
그러나 셰인도 이를 가만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팽창].순식간에 늘어난 안개가 룬 마법에 닿기 시작했다.
그에 호문쿨루스가 혀를 차며 손가락을 튕겼다.
신격의 힘은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가령, 시간을 빠르게 가속시키거나 혹은 정지시키는 개념이 맞닿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서로 충돌하는 만큼 파워 게임이 시작되고, 결국 둘 중 하나가 승리를 거머쥐겠지만 그만큼 에너지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호문쿨루스는 짧은 시간 순차적으로 룬 마법이 발현되도록 만들었지만, 그렇게 하기 이전에 셰인의 검붉은 안개가 마력을 집어삼키는 게 빠를 터.
결국 호문쿨루스는 룬 마법에 담긴 마력을 순수한 에너지로 변화시켰다.
아무런 물리력은 갖춰지지 않았으나, 에너지 자체에 담긴 질량은 이차원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셰인의 안개와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이차원을 가득 메운 그 순간.
쩌저저저적──!!
이차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 *
격렬한 진동을 일으키며 이차원을 채워 나가던 에너지가 진정되고, 셰인의 검붉은 안개가 이차원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호문쿨루스는, 어디선가 소환한 의자에 앉아 셰인을 바라봤다.
“솔직히 놀랐단다. 나도 수백 년의 세월을 통해 연구했지만, 그 힘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거든.”
그러면서 허공을 부유하는 검붉은 안개를 가리켰다.
“정령이라…… 재미있네. 인간들이 쓰는 그 특유의 힘을 정령으로 소화해서 실체화시킨다. 그래, 나는 떠올려 보지 못한 발상이야.”
그러면서 호문쿨루스는 품에서 꺼낸 곰방대에 불을 붙여 입에 가져다 댔다.
“나이로 따지면 이제 겨우 성인이 된 인간이 이 정도의 성취를 지니다니. 참 신기하단 말이지. 인간이란 존재는.”
그녀의 폐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나온 연기가 셰인의 검붉은 안개와 뒤섞였다.
전신에 남겨진 룬 마법을 모두 소진했음에도, 호문쿨루스는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이차원을 완전히 파괴시키지는 못했지만, 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이다.
“길어 봐야 몇 시간 정도인가.”
“맞단다. 본래라면 고작 이 정도로 파괴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미 흔들려 있더구나.”
호문쿨루스의 말처럼, 이차원은 셰인이 펼치기 전부터 어느 정도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무리 없이 이차원이 만들어진 것부터가 기적에 가까운 일.
‘루치페. 놈에게 피격당했을 때로군.’
루치페가 죽기 직전에 일으킨 파괴 마법. 그 당시 셰인은 육체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받았었다.
아마 과거 진짜 마녀가 셰인에게 심어 준 룬 마법도 그때 흔들렸을 터.
결과적으로 지금 눈앞에 있는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이차원은 붕괴를 맞이하고 있었다.
셰인의 말처럼 앞으로 버텨봐야 몇 시간 정도 호문쿨루스를 붙잡고 있을 따름이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런 호문쿨루스의 주변으로는 다양한 룬 마법이 빙글빙글 돌며 하나의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확실히, 호문쿨루스가 공격은 포기하고 단순히 방어에만 집중한다면, 아무리 셰인이라 해도 뚫기 어려움이 있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이차원의 붕괴 속도만 가속시킬지도 모른다.
이대로 이차원이 깨지고 현실로 돌아간다 한들, 맞이해 주는 것은 수백, 수천 개의 룬 마법으로 도배된 그녀의 성일 터.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호문쿨루스가 미소를 지었다.
셰인이 물었다.
“질문이나 하나 하지. 네가 말하는 그릇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거지?”
그런 셰인의 질문에, 호문쿨루스의 입이 천천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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