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9화
19화 메자이아 대수림 (1)
클라인은 굉장히 흐뭇한 눈빛으로 제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팀에 넣어 달라는 건가?”
“엉. 안 될까?”
그도 그럴 것이, 아카데미에서 흔히 요즘 애들의 말로 ‘아싸’ 중의 아싸로 취급되는 자신의 형에게 팀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한편, 셰인은 셰인 나름대로 당황스러웠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디라일라였으니까.
“……왜지?”
지금은 셰인이 디라일라를 구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비록 필요로 인해 디라일라를 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디라일라와 접촉하는 건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경계심이 많은 디라일라의 성격상 천천히 관계를 쌓아 나갈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디라일라가 셰인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셰인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게, 너도 알다시피 내가 최근에 좀 거시기한 일을 당했잖아.”
한창때의 소녀가 거시기라는 말을 한다는 게 심히 유감스러운 부분이었으나,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셰인이 아니라 옆에 있던 클라인이었다.
“아…… 그랬지요. 살리에르 백작. 그자가 그런 짓을 일삼는 사람일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저지먼트 기사단의 일원마저 한 분 희생됐다 했죠?”
“어, 어. 그치. 응.”
실상은 전혀 달랐지만,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그러했다.
디라일라가 구출된 새벽이 지난 다음 날 아침.
세간에는 대대적으로 특종 기사가 터졌다.
바로 살리에르 백작이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지하도시의 한 축을 주름잡던 일원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그의 냄새를 맡은 저지먼트 기사단원 중 한 명이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차에 전투가 발생.
그 자리에서 살리에르 백작과 그런 백작의 수호기사 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저지먼트 기사단원은 그 과정에서 독에 중독되어 사망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에는 아카데미 소속의 이종족 생도가 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까지 기사에 면밀히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 빨리 알려진 거지?’
물론 디라일라는 하루아침에 사방에서 이어지는 관심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기사의 내용대로였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살리에르 백작에게 납치되어 감금됐었고, 그 여파로 기절한 상태였다고.
저지먼트의 기사단원이 희생된 일이다.
당연히 황실 직속의 수사관이 등장했고, 디라일라는 잔뜩 기가 죽은 채로 그런 그들의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는 디라일라의 기억을 읽는 마법을 펼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는 아카데미 총장에 의해 무산되었다.
타인의 정신에 얽히는 마법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물론, 그 모든 것을 꾸민 이는 셰인이었다.
연합국의 유명 신문사에 어느 정도 날조한 내용을 풀어낸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정보를 알리면 황실측에서도 디라일라를 해코지하지 못할 테니까.
거기에 아카데미에서도 이번 일을 상당한 스캔들로 보고 있었다.
감히 연합국 아카데미에서 보호하고 있는 이종족 생도가 납치를 당했다니!
아카데미에서 황실 직속 수사관으로부터 디라일라를 보호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다.
“아, 아무튼 그때 그 일로 좀…… 아무한테나 기대기가 어렵더라고.”
“이해합니다. 분명 힘드시겠지요. 하지만 인류에는 그런 말종과 같은 인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라일라 양.”
그러면서 클라인은 안타깝다는 눈동자로 그런 디라일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이에 사방에서 느껴지는 눈총!
“헉.”
그 순간 디라일라는 아카데미 여생도들에게 위험도가 격상됐다.
“그런데 그게 나를 찾아온 것과 무슨 상관이지?”
“그게, 들어 보니까 넌 사람들한테 영 무관심한 거 같고…… 그게 이종족이든 사람이든 똑같을 거 같아서. 그리고 너 실력도 대단하다고 들었고.”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셰인에 대한 이미지는 제법 나아진 상태였다.
물론 여전히 동생을 질투했던 적이 있는지라 사람들의 눈빛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지만.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인 연합국 아카데미에서, 엘리트만 모인다는 지휘학과 1등을 차지한 사실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사람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잖아?”
말은 그렇게 했으나, 셰인에게 있어서 이는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일단 디라일라는 훗날 셰인에게 있어 중요한 일을 해 줘야 할 인물이었으니 가까이 있을수록 좋았다.
“오케이, 그럼 앞으로 너랑 같이 던전 가는 거지?”
잠시 고민하는 척 연기를 하며 끝내 디라일라를 받아들이자, 그녀가 눈에 띄게 밝은 표정을 지었다.
디라일라는 디라일라대로 셰인의 뒷배는 믿음직스러웠으니 말이다.
연합국에서 셰인과 클라인의 가문, 클레이튼 가문은 모든 상인들이 한 다리씩 거쳐 가는 거대 귀족가이지 않나.
이미 앞서 살리에르 백작에게 한 차례 데이기도 했고, 저지먼트 기사단원인 다이라의 충격적인 정체도 봤던 터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색안경을 끼고 봤다간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있겠냐.’
물론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그걸 내색하진 않았다.
“그나저나 저지먼트 기사단원의 희생이라니. 아마 그래서 요 며칠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거겠지요, 형님?”
“음. 아마도.”
클라인의 물음에 셰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을 보이지 않다니? 누구 얘기하는 거야?”
셰인의 팀에 들어가게 된 게 확정되면서 디라일라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네이스 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린트베르크 J 아네이스.”
“아.”
아네이스.
저지먼트 기사단의 전대 단장의 딸.
그녀는 며칠 전, 저지먼트 기사단원 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도 장례식장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일 터.
셰인은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중에도 얼굴에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알아서 잘하겠지. 우리가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음, 냉정하게 말하면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하.”
그 말에 클라인은 씁쓸하게 웃었고, 디라일라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네이스는 디라일라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어느 정도 대화도 주고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때까지 디라일라에게 아네이스는 나름 괜찮은 사람에 속했다.
적어도 자신을 색안경 끼고 보는 일은 없었으니까.
만약 지난 사태가 없었더라면, 디라일라는 한 번쯤 그녀의 팀에 들어가 보기 위해 찔러 봤을 터.
그러나 디라일라는 이후 그녀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 애초에 그리 친하지도 않았지, 참.’
그래, 깊이 생각할 거 없다.
디라일라는 그리 단정 짓고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봤다.
* * *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아네이스의 몸을 차갑게 만들었음에도, 아네이스는 자신의 발 아래 있는 무덤을 바라봤다.
이로써 두 번째 이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네이스는 이 감정이 도저히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인은 독살…….”
백사자의 오러라면 어지간한 독은 대부분 막을 수 있을 터였으나, 정체 모를 독에 당한 다이라의 시신은 마치 온몸의 수분을 전부 빼앗긴 듯 비쩍 마른 미라 같은 상태였다.
아네이스는 다이라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어려서부터 아네이스는 저지먼트 기사단원들과 관계가 깊었다.
아버지의 곁에서 검을 배울 때면 기사단원들은 거기에 껴서 그녀의 대련 상대가 되어 주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했다.
모두 피가 이어진 이들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는 그녀에게 삼촌이요, 오빠였고, 가족이었다.
그랬던 이 중 다이라는 마치 나이 많은 큰아빠 같은 사람이었다.
허허로운 말투 하며, 그가 휘두르는 검에서는 언제나 그 특유의 말투처럼 여유가 묻어나오곤 했었다.
그런 그가, 정의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
“정의롭게, 죽었다고.”
아네이스는 장례식 도중에 줄곧 들어왔던 그 말을 떠올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정의를 위해 죽은 다이라에 대한 믿음을 보였으나, 아네이스는 줄곧 가지고 있던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정말 정의를 위해서였나요?”
차마 다른 이들에게는 물을 수 없던 그 물음을, 이제는 땅 아래 묻힌 다이라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 * *
“마력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답해 볼 사람이 있습니까?”
지휘학과 교수 자하드의 물음에 생도 중 한 명이 손을 들어 답했다.
“마력이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입니다.”
“그리고요?”
“마력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일차원적으로는 물, 불, 바람, 흙이 됩니다.”
“또?”
“어…… 그리고 그러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환경은 던전의 불가해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자하드의 말에 일어선 생도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방금 생도의 말처럼 마력이란 이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입니다. 때문에 우리 지휘자들은 모두 마력에 정통해야 하지요.”
전쟁이 목표인 지휘자와, 던전을 탐험하는 지휘자는 결이 다르다.
둘 모두 적을 상대해야 함은 맞으나, 던전은 거기에 환경적 요소가 추가된다.
“자, 방금 말한 생도의 대답을 인용해서…… 그 불가해한 환경을 지닌 지역을 꼽자면 어디가 있겠습니까?”
“메자이아 대수림입니다!”
생도 중 한 명이 그리 답하자, 대부분의 생도들이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예. 메자이아 대수림. 인류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요람 중 하나죠.”
그러면서 자하드는 칠판에 마법도구를 활용하여 몇 가지 영상을 재생시켰다.
“보다시피, 메자이아 대수림은 어마어마한 우기로 인해 토벌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죠.”
현 인류는 마력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능을 손에 쥐었다.
때문에 고작 ‘비’라는 환경 하나만으로 던전의 공략이 완전히 막히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던전 토벌에 애를 먹는 이유는, 그 비가 평범한 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메자이아 대수림에는 강산성의 비가 내리거나, 혹은 맞는 것만으로도 신체를 무겁게 만드는 비, 영하의 온도를 지닌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모두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다.
영하로 내려가면 우박이 내려야지, 왜 비가 되어 내린단 말인가?
그러나 이 불가해한 일들은 모두 마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때문에 지휘자들은 그러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도 재빠른 대처를 할 줄 아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때, 생도 한 명이 손을 들어 물었다.
“그럼 그러한 환경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를 데리고 다니면 되지 않습니까?”
“좋은 질문이군요. 확실히 인간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홀로 할 수는 없는 존재지요. 하지만 지휘자의 판단 일분일초에 따라 전장의 상황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접 상황을 인지하고, 파악하고,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하죠.”
탐험가의 지휘자는 단순히 지휘 하나만 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때문에 여러분들은 이제부터라도 던전에 대한 기본적인 마력과 구조 이해가 필요로 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있는 생도들 대부분이 마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력이 있는 이들이다.
그런 실력마저 없었으면 이 지휘학과에는 발도 들이지 못했을 테니까.
자하드는 한쪽에 조용히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어느 한 생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예를 들면 이번 시험에서 오스튼 생도와 셰인 생도처럼, 던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다면 팀을 꾸릴 때보다 높은 수준의 팀원을 끌어들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다른 모험단에서 스카우트, 또는 협업 제의가 올 수도 있죠.”
그러면서 자하드는 셰인을 향해 시선을 보내왔다.
……이윽고 수업이 끝나고.
‘마력과 던전의 고찰’의 교수, 자하드가 셰인을 따로 불러냈다.
“부르셨습니까, 교수님.”
“아, 셰인 생도. 어서 오세요. 일단 축하한다는 말부터 해야겠군요.”
“축하 말입니까?”
“예. 일단 이것부터 한 번 읽어 보시죠.”
자하드의 개인 연구실에 도착한 셰인은 그가 건네는 서류를 보고 읽었다.
“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했다.
협업 제의.
아까 수업 시간에 들었던 것처럼, 이따금 아카데미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생도들은 외부에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협업 제의를 받기도 한다.
최근 셰인이 시험에서 낸 짧은 논문은 메자이아 대수림 지역의 대우기에 관한 내용이었고, 아무래도 모험단 중 하나가 이런 셰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왔군요.”
“아무래도 상대측에서 그만큼 조급하다는 거겠죠. 어떻게, 한번 만나 보겠습니까?”
자하드의 물음에 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자이아 대수림.
5대 요람 중 하나에 포함되는 그곳에는 셰인도 빠른 시일 내에 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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