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9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92화
192화 복수 (1)
“그걸, 어떻게…….”
셰인의 손에 들린 벌레를 바라보는 호문쿨루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꿈을 먹는 벌레라. 이름이 썩 나쁘진 않다만, 전제가 잘 못 됐다. 이건 꿈을 먹는 게 아니라, 몽마의 정기를 빨아먹지.”
“뭐?”
“몽마가 차원을 건너올 때, 이 녀석도 함께 건너온다. 그리고 인간의 몸에 기생하면서 기억을 잠시 저장하지. 그리고 일정한 파장을 일으켜 몽마를 부른다. 몽마는 그 파장에 이끌려 사냥감을 찾는 거고.”
셰인의 설명을 듣게 된 호문쿨루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입술에서 흘러내린 피가 붉은 선을 만들며 목으로 흘러 내려갔다.
“……분명 몽마의 차원은 멸망했을 텐데.”
“생존한 몽마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상황이 역전된 지금, 셰인은 벌레를 품에 넣곤 다시금 호문쿨루스를 바라봤다.
“몇백 년의 계획이 어그러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하군.”
“…….”
흥분한 호문쿨루스가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발을 해 봤지만, 과연 수백 년을 살아오며 제국의 역대 황제들을 상대해 온 노괴답게 경거망동하는 법이 없었다.
“글쎄…… 분노가 일정 범위 이상을 넘어가면, 오히려 차분해진다고 했던가? 사실 그 동안 너무 순탄하다고는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호문쿨루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셰인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인격이 남아 있는 상태로는 그릇의 역할을 하지 못할 테니…… 하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거든.”
“재활용이라.”
“그래. 기쁘게 받아들이렴. 너는 이 마녀를 당황하게 만든 존재로서, 내게 기억될 거란다. 제국의 역대 황제들도 내 기억에는 오래 남지 않았거든.”
“별로 기쁘지는 않군. 어차피 곧 죽어 사라질 존재에게 기억된다고 해 봐야, 얼마나 기억될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선언하는 셰인.
호문쿨루스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걸까?
물론, 자신의 계획을 망가뜨린 주범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죽일 정도는 되지 않았다.
비록 검게 일렁이는 기운으로 인해 셰인의 기량을 측정할 방법이 없긴 했으나, 만약 자신을 죽일 수 있을 정도라면 지금처럼 평화롭게 수다나 떨고 있진 않을 테니까.
“그래…… 그 여유가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하네. 마침 잘됐구나.”
그러면서 호문쿨루스는 고개를 위로 올렸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어느덧 이차원에 퍼진 금은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며 이젠 이 공간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쁜 일이 있다면, 좋은 일도 있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때마침 밖에 또 다른 그릇으로 삼을 아이가 나타났으니 말이야. 오히려 아네이스, 그 아이보다 뛰어난 그릇이 될 거야.”
“…….”
“황금빛 마력이라…… 일반적인 마력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져. 아주 증오스러운…… 그래, 일단 너는 갈기갈기 찢어 가죽은 장식용으로 써 줄게. 널 기억한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밖에 있던 그 금발의 아이는, 어떻게 귀여워해 줄까?”
“…….”
“굉장히 꺼림칙한 기운을 품고 있으니, 역시 그냥은 보낼 수 없겠지. 그거 아니? 영혼을 깔끔하게 비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 한단다. 아네이스, 그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
“우선 그 아이의 가족을 몰살시키도록 할까? 자신의 어미와 아비의 피로 몸을 적신 후에, 이성을 되찾게 만들어 주면 어떨까. 후후, 분명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매몰되겠지. 아아, 그렇게 망가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구나. 그 뒤에는 차근차근, 그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죽일 거란다. 그렇게 마모되는 인격을 마력화시키고, 일제히 폭주시킬 거야.”
“…….”
“분명 어마어마한 재앙이 되겠지. 내가 한참 전부터 준비했던 아네이스, 그 아이보다 더 대단한……. 그리고 난, 그 재앙을 그릇으로 삼을 거란다. 이제 알겠니? 네가 처한 현실을.”
어느새 황홀경에 젖은 호문쿨루스는 침묵에 빠진 셰인을 바라봤다.
이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것일까?
고개를 처박은 채 땅만을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기껏 예쁜 로즈베리색 눈동자가 심연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공포에 젖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 저 아름다운 눈동자는 따로 뽑아서 보관해 두도록 하자.
분명 아름다운 장식물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찰나.
호문쿨루스는 순간 몰려오는 무형의 기운에 무심코 뒷걸음질을 쳤다.
“어……?”
방금, 뭐였지.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호문쿨루스는 방금 자신이 느낀 기운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으나, 아주 짧은 시간이었던지라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질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순간적으로 느껴진 그 기운은…… 단언컨대 호문쿨루스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무언가였다.
그러면서 호문쿨루스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왜, 왜……?”
덜덜덜.
옅게나마 떨리고 있는 두 다리.
이게, 왜 이러지.
마치, 가슴 안쪽에서 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리는 듯한 감각.
생전 처음 겪어 보는 그 느낌이었다.
그렇게 호문쿨루스가 혼란에 빠져 있던 사이, 셰인이 입을 열었다.
“너는 참 운이 좋군.”
“뭐……?”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그때,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셰인이 고개를 들어 호문쿨루스와 눈을 마주했다.
분명 방금까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로즈베리빛의 눈동자.
그런데 어째서일까.
아름답다는 감상은 마치 담배 연기처럼 허공에 사그라지고, 그 대신 가슴에서 꾸물거리는 감각이 더욱 강해졌다.
저도 모르게 그 눈을 피한 호문쿨루스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너는 오히려 죽음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텐데.”
“……!”
그제야.
호문쿨루스는 알아차렸다.
자신의 가슴에서 꾸물거리는 이 느낌은, 바로 공포였다는 사실을.
그와 함께 이차원의 공간에 퍼져 나가던 금이 점차 그 간격을 넓혀 가기 시작했다.
차원이 무너지기 직전의 현상.
공간 사이에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하며, 호문쿨루스는 그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셰인의 발자취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감히 내 동생을 가지고 그따위 망상을 한 죄를, 고작 죽음 따위로 갚다니. 그건 하나의 축복이지 않겠더냐.”
그러니, 다가올 죽음을 감사히 맞이하라.
일그러져 가는 공간 사이에서 들려오는 셰인의 목소리와 함께, 둘은 무너지는 차원에서 추방되었다.
* * *
“하아, 하아…….”
어딘지 지친 듯 보이는 클라인은 거의 폐허가 되다 싶이 한 지하 수로의 어느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었다.
백염의 영향인 탓인지 평소보다 마력이 소모되는 양도 많았지만, 앞서 세르데타인에서 셰인이 펼쳤던 정체불명의 마법 이후 소진된 마력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다.
그 탓에 클라인은 평생 몇 번 겪어 본 적 없던 체력의 고갈을 느끼며, 바닥에 떨어진 책 중 하나를 내려다봤다.
흙먼지에 잔득 더러워진 누군가의 연구 일지.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앉아서 연구 일지를 펼친 클라인은 어느새 숨이 진정되었음에도 심각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이건…….”
어느 정도 내용을 정독하던 중.
갑자기 느껴지는 마력의 일그러짐에 클라인이 고개를 들자, 그곳에서부터 은빛 눈동자를 지닌 마녀와 자신의 형, 셰인이 튀어나왔다.
“형님!”
이미 전투 준비를 갖춘 클라인이 셰인에게 다가가자 셰인은 그런 클라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정대로 잘해 줬구나.”
“예. 그런데 저자는 분명…….”
“그래. 마녀다.”
“……이 책의 저자로군요.”
그러면서, 클라인은 자신의 손에 들린 연구 일지를 바라봤다.
그것은 호문쿨루스가 남긴 것으로, 그녀가 해 왔던 여러 실험들─수많은 아이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던 끔찍한 실험들이 적힌 일지였다.
방금까지 피곤에 물들어 있던 클라인의 눈빛에 적의가 감돌았다.
“이, 이게 도대체…….”
한편, 마녀는 사방이 무너지고 칼로 베인 듯, 뜯겨져 나간 자신의 영역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해야 몇 시간 자리를 비워 둔 사이, 아직 미로에 있어야 할 클라인이 탈출한 것으로도 모자라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 둔 모든 룬 마법이 파괴되었으니까.
* * *
호문쿨루스의 미로에 갇힌 이후, 클라인은 마리오네트를 쫓던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백염은 보이지 않았기에, 클라인의 기감은 자유롭게 주변을 훑었다.
‘여긴 던전이 아니야.’
뭐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만, 무작정 주어진 힌트만 뒤쫓은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리 판단한 클라인은 주변의 경계를 잊지 않은 채, 끊임없이 이 넓은 공간을 훑었다.
‘저지먼트 기사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어. 여긴 그때부터 있던 곳일 거고.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렇게 넓은 지하가 과연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잠시 그리 생각하던 클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황실에서 꽁꽁 막고 있었다고 한들, 이곳은 수도 한가운데 있는 장소다.
기술적 발전이 많은 만큼, 수로를 통해 이동하는 기술자들도 많을 터.
이런 넓은 공간이 여태 발견되지 않았을 리 없다.
‘공간 계열의 마법이라면 어떨까.’
앞서 클라인은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차례 겪어 본 적이 있지 않던가.
아카데미의 지휘학과 시험 당시 경험했던 인조 던전이 바로 그러했다.
그곳에서도 전투 인형이 움직이며 생도들을 압박해 왔고, 나름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었다.
그때는 던전을 모방했고, 클리어 하기 위한 힌트가 있었지만 이곳은 어떠한가.
누군가를 가두기 위한 악의로 점철된 장소다.
대놓고 주어진 힌트를 무작정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지극히 당연한 판단을 내린 클라인의 기감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다양한 정보들이 클라인의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단순히 소리와 냄새, 촉각에서 들어오는 정보뿐만이 아니라, 마력의 흐름마저도 클라인의 기감에 걸려들었다.
마력이란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자연 그 자체다.
흔한 땅에도, 벽에도, 공기에도, 물에도, 불에도. 그 무엇이든지 간에 마력은 스며들어 있다.
때문에 마력에 민감한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마력의 움직임을 일정 부분 차단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라인의 극도로 예민해진 기감은, 그런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기록했다.
자신의 모공에도 스치고 지나가는 마력이 느껴질 만큼 집중하던 무렵.
클라인의 벽안이 어둠 속에서 빛을 냈다.
“저기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방향을 바라봤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지하 수로의 벽.
그곳을 지나가는 마력도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했으나, 극도로 예민해진 클라인에게는 달랐다.
“형님이 쓰던 마법이랑 비슷하지만 어딘가 달라.”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룬 마법을 펼치는 셰인과 다르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은 작정하고 기감을 넓힌 클라인에게도 겨우 걸려들 만큼 은밀했으며, 또 농후했고, 치밀했다.
“이걸 파괴하면 되는 건가.”
만약 이곳이 공간 마법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면. 이런 걸 함부로 부숴도 되는 걸까.
잠시 고민하던 클라인은 과거 셰인과 아카데미를 다녔던 시절을 떠올렸다.
[형님. 그런데 만약 공간을 다루는 마법에 걸려든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술자를 찾아 죽이던가, 마법을 구성하는 틀을 부숴 버리면 된다.] [그렇게 함부로 부숴도 되는 겁니까? 막 차원의 틈에 갇힌다거나…….] [차원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는 다른 차원에 오래 머물지도 못하지. 허락되지 않았거든.] [허락…… 말입니까?] [뭐, 거기까진 깊이 알 필요가 없다. 그저, 우리의 영혼이 이 차원에 소속된 이상,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만약 그런 방법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공간 마법을 일부러 비트는 것만으로도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겠느냐. 그런 이치다.]그러면서, 셰인은 이어서 말했다.
[만약 그런 공간에 갇힌다면, 가장 먼저 술식을 찾아내라. 그리고 모두 부숴 버려라. 준비된 마법사는 두려운 존재로 군림하지만,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마법사는 기사들에게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될 테니.]세상에서 가장 믿는 형님의 말을, 클라인은 그 누구보다 잘 실천할 계획이었다.
* * *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생각보다 빨랐구나, 클라인.”
“아, 아닙니다. 형님.”
저 호문쿨루스가 상당한 정성을 들여 만든 룬 마법.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찾는 문제는 넘기더라도, 해체하는 데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것을, 클라인은 고작 몇 시간 안에 해냈다.
신격의 힘이 담긴 룬 마법은 단순히 무식하게 때려 부순다고 부서지는 것이 아니다.
소름 끼치는 마력 적응력으로 룬 마법 사이의 간격을 파악하고, 빈틈을 파고들어 간격을 넓힌 것일 터.
룬 마법은 쉽게 파괴되진 않으나, 마력 간의 배치가 중요하기에 클라인은 그 약점을 금방 찾아서 해체했다.
그러자 호문쿨루스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당혹감과, 분노. 그리고 일말의 두려움까지.
수백 년을 살아오며 이렇게까지 자신의 계획이 일그러진 적이 없었건만.
고작 이십 년을 겨우 산 애송이들에게 그 모든 것을 부정당하다니.
“감히…….”
이젠 그릇이고 뭐고, 격분만이 호문쿨루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나갈 무렵.
“왔군.”
“……!”
셰인이 반응하기 무섭게 클라인도 뒤를 돌아봤다.
방금까지 느껴지지 않던 은밀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스스로의 존재감을 폭발시킨 것이다.
마치, 수십 명의 베테랑 기사들이 일제히 살기를 뿜어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고개를 뒤로 돌렸을 때.
아네이스의 주변으로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오며 일대를 잠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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