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9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93화
193화 복수 (2)
새하얀 안개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 정도로 강력하다고……?’
그리고 그것은, 수백 년을 살아온 호문쿨루스마저 놀라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아네이스를 바라보는 호문쿨루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얼핏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듯 보였으나, 그 속에는 거대한 분노가 백염처럼 이글거리고 있는 아네이스의 눈동자에는 분명한 이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로버트, 그 인간은 도대체 뭘 어떻게…….’
셰인에 의해 로버트가 준비했던 수가 먹혀들었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원 마스터 수준인 수십 명의 기사단의 영혼을 흡수했음에도 저렇게 뚜렷한 이성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일말의 이성이 남아 있다면 모를까, 그녀의 상식으로는 아네이스의 상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자 동시에, 방금 이차원에서 추방되기 직전 느꼈던 서늘함이 다시금 등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하…….”
그러나 호문쿨루스는 방금 자신이 느낀 감정을 부정하듯 애써 웃어 보였다.
자신의 반의반도 못 산 어린 것들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다.
“어지간히 우습게 보인 모양이야.”
헝클어진 머릿결을 정리하며, 호문쿨루스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래,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꾸나.”
그와 동시에, 호문쿨루스의 주변 허공에 룬 마법이 수놓여졌다.
본격적인 전투의 신호탄이 울렸다.
* * *
첫 시작은 클라인이었다.
호문쿨루스로부터 모이는 마력에 반응해, 그 흔적을 뒤쫓았다.
지난 몇 시간 동안 부숴 왔던, 이젠 익숙해진 마력의 움직임.
클라인이 가진 놀라운 마력감응력은 룬 마법의 패턴을 본능적으로 파악해 움직이도록 만들어다.
이내 셰인이 쓰던 [팽창]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호문쿨루스의 [팽창]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늘렸다.
바로 앞에 있던 호문쿨루스의 신형이 저 멀리까저 뻗어 나갔다.
“흐읍!”
마법사에게 거리를 주는 게 얼마나 불리한지 잘 알기에 클라인은 땅을 박차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금빛 오러가 형형색색 빛을 뿜어내며 일대로 뻗어 나가자, 호문쿨루스가 눈을 빛냈다.
제국에 제대로 안착하기 전, 호문쿨루스 또한 수많은 전투를 경험해 왔다.
많은 전사들은 마법사가 거리를 벌리는 순간 최대한 붙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그리고 호문쿨루스는 그런 상태의 적이 얼마나 취약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일어나렴.”
팽창된 공간으로 인해 늘어진 호문쿨루스의 그림자에서부터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셰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자신의 그림자에도 룬 마법을 숨겨 뒀군.’
룬 마법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셰인과 다르게, 호문쿨루스는 룬 마법을 정말이지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클라인은 자신이 도약하는 경로에 위치한 그림자로부터 마력이 흐르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발 아래로 마력을 폭발시켜 경로를 바꿨다.
그러기 무섭게 방금까지 클라인이 있던 자리로 가시가 솟아나며 그런 클라인을 추적했다.
“……!”
바닥에 착지한 클라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수십 개의 가시가 클라인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으나, 클라인의 황금빛 오러가 대부분의 가시들을 차단하고, 몇몇 뚫고 들어온 가시는 클라인이 직접 쳐냈다.
그사이, 셰인의 마력탄이 호문쿨루스를 향해 날아갔지만 [반사] 룬 마법에 모조리 튕겨나갔다.
‘귀찮게 하는군.’
탐욕의 오리진을 일으킨다면 저런 룬 마법이야 금방 먹어치우겠지만 클라인이 함께 있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녀석이 알게 해서는 안 돼.’
이미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인물들이 제법 있었지만, 셰인은 클라인에게만큼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었다.
한편, 아네이스의 신형은 어느새 클라인보다 앞서 가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움직임 자체는 굉장히 느렸으나, 백염으로 이루어진 안개 속에서 아네이스는 호문쿨루스의 [팽창]으로부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아네이스의 신형이 저만치 떨어져 간다.
그에 압박감을 느낀 호문쿨루스가 마찬가지로 거리를 벌였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클라인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호문쿨루스의 공격을 피하고, 막으며 쉴 새 없이 달려들었다.
“큭……!”
결국 입술을 씹은 호문쿨루스가 방법을 바꿨다.
백염을 두른 아네이스와 폭력적이다 싶을 수준의 마력량을 보이는 클라인 앞에서는 단순한 룬 마법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한참 가시를 뱉어 내던 호문쿨루스의 그림자가 다시 제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자, 이내 7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꾸물꾸물 움직이던 조각들이 점차 크기를 키워 가며, 호문쿨루스와 비슷한 체형으로 바뀐 것이다.
만들어진 그림자로부터 실처럼 긴 선이 호문쿨루스와 연결되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호문쿨루스의 인사에 그림자들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안 좋아서 불러냈어. 도와줘.”
과거, 자신이 흡수한 또 다른 호문쿨루스들의 영혼이, 그림자에 스며들어 각자의 룬 마법을 준비했다.
한 번 합쳐졌던 영혼이 분리된 탓에 수명이 크게 깎여 나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칫 방심했다간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었으니.
8명의 그림자가 각자의 룬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만에 다시금 세상에 나타났지만, 룬 마법을 다루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신격의 힘이 담긴 룬 마법이 목표물을 정했다.
백염을 두른 아네이스는 급하게 만든 룬 마법으로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없었고.
셰인의 사정을 모르는 그림자들은 셰인이 다루던,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검붉은 기운을 경계했다.
그러므로 당장 공격에 효과적인 클라인이 주된 표적이 되었다.
여태까지 단순한 공격으로 들어오던 룬 마법과 다르게, 다양한 저주들이 겹쳐서 들어왔다.
흑마법사의 그것과 다르게, 그림자들이 다루는 룬 마법은 과거에 존재했던 신격자들의 힘이다.
그러므로 부정한 힘이 아니기에, 클라인의 오러는 이전 리치들의 저주를 베었을 때처럼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만들고, 육체를 나태하게 만들며, 전투 의지를 상실케 만든다.
하나하나 대응하자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저주들이었으나, 그 수가 워낙 많았다.
“하아, 하아……!”
위협적인 룬 마법을 검으로 막아 내고, 저주는 오러의 줄기를 통해 쳐 냈지만 막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이미 지칠대로 지친 클라인의 육체는 의지와 다르게 빠르게 한계에 다다랐다.
그런 클라인의 머리에, 셰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급하구나, 클라인.] [……형님.]셰인의 말대로. 지금의 클라인은 조급했다.
눈앞에 있는 마녀, 호문쿨루스가 일으켰던 악행.
그녀가 가진 거대한 악의로 하여금, 클라인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혹여나 그 악의가, 아네이스를 넘어 자신과 형님에게까지 끼치게 될까 봐.
[전투는 너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걸 홀로 감당하려 하지 마. 이곳에 있는 나와 아네이스 또한, 각자의 책임을 등에 지고 있으니까.] […….]조급하다, 그 말이 클라인의 심중을 관통했다.
어느 순간인가, 전투가 일어나면 조급해지는 습관이 생겼다.
그게 언제부터였을까.
처음으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치명상을 입었던 때였을 것이다.
한참 대륙 전역에 이종족 테러 사태로 떠들썩하던 시기, 시골에서부터 자신을 좇아 온 알렉스가 입었던 중상.
그로 인해 팀원들의 믿음에 큰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게 클라인에게는 하나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세르데타인에서의 전쟁 또한, 알렉스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지 않았던가.
분명 엄청난 활약을 하긴 했지만, 아직 알렉스는 클라인의 밑에서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 고작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혹시 이번에는 그 대상이 셰인이나 아네이스가 되진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마법사도 마찬가지지만, 최전선에서 싸우는 기사 또한 평정심이 중요하다. 넌 가장 중요한 걸 놓친 채 전투에 임하고 있어.]아무리 대단한 육체를 가진 클라인이라 하더라도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다.
셰인은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검을 휘두르는 클라인을 바라봤다.
저렇게 마음이 여렸던 클라인이, 전생에는 수많은 친구와 동료들을 잃어 가며 전장의 용사가 되지 않았던가.
셰인은 클라인에게 그런 경험을 시켜 주고 싶지 않았다.
[마무리는 아네이스에게 맡기고, 너는 저 그림자들을 상대해라. 본체는 무언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으니, 나는 그걸 상대할 준비를 하도록 하마.]그러니, 믿음을 심어 줘야겠지.
고작 저런 가짜에게 당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 * *
심신이 안정된 클라인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그림자들의 룬 마법을 받아쳤다.
그러자 반대로 조급해진 것은 그림자들이었다.
클라인은 느릿하게나마, 분명히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
신에게 허락 받은 삶을 살고 있는 호문쿨루스라면 모를까, 그림자들은 이미 죽은 몸.
본래라면 세계의 의지에 따라 인도되었어야 할 영혼을 합쳤던 탓에, 신의 기운이 담긴 클라인의 마력은 위협적이었다.
……?!
……!!
……!
결국 8명의 그림자 중 둘은 더 큰 마법을 준비하기 위해 뒤로 빠지고, 남은 여섯이서 클라인을 압박했다.
남은 마력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전력을 다해서.
한편, 셰인은 호문쿨루스의 본체를 바라보며 분석에 들어갔다.
호문쿨루스가 쓰는 룬 마법은 진짜 마녀에 비하면 분명 손색이 있었으나, 그렇다고 오리진을 사용할 수 없는 셰인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무리 백염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아네이스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을 정면에서 막기엔 힘들 터.
클라인 또한 슬슬 마력이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이상 시간이 끌려 좋을 게 없었다.
‘형태는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현상형이다. 기운의 흐름은…… 정신계.’
그렇다면 그 타깃은?
셰인은 여전히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팽창된 공간을 홀로 횡단하고 있는 아네이스를 바라봤다.
어느새 호문쿨루스와의 거리가 제법 줄어들었다.
‘아네이스는, 아마 한계일 거다.’
마스터에 다다른 자들은 각자의 정신에 영역을 구축한다.
그것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영혼이 세밀하게 성장한 결과이며, 독자적인 힘을 가진다.
그런 마스터의 영혼을, 무려 수십이나 흡수한 아네이스가 완벽하게 멀쩡할 리가 없다.
분명 그녀의 양아버지, 로버트가 무슨 수를 썼던 것일 터.
그로 인해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전투의 흐름을 지켜보며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은 호문쿨루스 또한 알아차린 상황이었다.
‘저 정신의 벽만 무너뜨리면……!’
폭주한 아네이스로 인해 전장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상황을 보다가 도주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터.
호문쿨루스는 자신이 가진 룬 마법 중, 정신을 파괴하는 신격을 지닌 것을 골라 최대한 정교함에 신경 썼다.
‘수백 년이야, 수백 년! 진짜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친 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는 없었다.
호문쿨루스의 눈빛에서 살기가 짙어지며, 이윽고 룬 마법이 허공에 수놓이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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