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94)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94화
194화 복수 (3)
호문쿨루스가 허공에 수놓는 룬 마법으로부터 강렬한 마력이 새어 나왔다.
‘단순히 마력을 때려 박은 수준이 아니군.’
셰인의 감상처럼, 정교한 룬 마법 내부로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내뿜는 마력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정교한 움직임으로 가득 채워져 나갔다.
그 흐름 하나하나가 정교하기가 그지없다.
그 모든 것을 즉석에서 분석하며, 셰인의 마력도 꿈틀거렸다.
기회라면 제법 여러 번 있었다.
회귀 전, 진짜 마녀가 다루는 룬 마법을 훔쳐봤을 때는 뭐가 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가 전력 질주를 할 수 없듯이, 당시의 셰인 또한 진짜 마녀가 다루는 룬 마법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이곳에 와서 마녀가 다루는 룬 마법의 열화판인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을 분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셰인은 마치 막혀 있던 둑이 펑 터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이해의 흐름이 역행한다.
그저 분석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태까지 자신이 다뤄 왔던 룬 마법과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을 비교하며 차이점을 파악했다.
‘그래서, 그런 힘이…….’
깨달음을 얻은 로즈베리색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동시에 셰인의 심상에 룬 마법이 그려졌다.
손으로 직접 그릴 필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손으로 직접 그리는 수인은 흐름을 형상화시키기 위한 것.
그러나 룬 마법에 내포된 신격자의 ‘진의’를 깨닫는다면, 즉 신격자의 심상을 엿볼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더 이상의 수인은 필요치 않았다.
아직 진짜 마녀에 비하면 알고 있는 신격자도 그리 많지 않았고, 그들이 다루는 룬 마법도 모른다.
그저 자연 현상을 기록한 룬 마법만이 셰인의 전부였다.
그러므로 호문쿨루스와 같은 위력의 룬 마법은 불가능하나.
‘이해는 할 수 있지. 저 룬 마법을.’
그저 룬 마법이 그리는 회로만을 보는 게 아니라, 저걸 창조해 낸 신격자의 심상을 투영하고 분석한다.
그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했으니.
‘성격은 다소 음험하나, 성향은 중립. 조용한 것을 좋아하며, 또한 자유를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 그렇기에, 억압을 무력화시키는 신격.’
확실히, 수백 년을 살아온 노괴다운 판단이었다.
아네이스의 육체 안에서, 로버트에 의해 억압되어 있는 영혼들이 날뛰기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나.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완성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셰인은 서둘러 자신의 심상에 그리던 룬 마법에 프리실라의 정기를 뽑아 넣었다.
엘프의 정기는 강력한 생명력의 원천이요, 곧 자연의 기 그 자체나 다름없다.
필시 내부에서 날뛰는 영혼들의 이성을 어느 정도 되찾게 도와줄 터.
거기에 룬 마법은 [역전].
호문쿨루스가 그러했듯, 정교하게 짜여진 마력이 일정한 회로를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셰인과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허공에 부딪치는 두 마력의 파동.
“너……!”
그러자 수인을 끝마친 호문쿨루스가 경악에 차서 셰인을 바라봤다.
심상으로 그려 낸 룬 마법.
그건, ‘진짜’가 보였던 모습 중 하나였으니까.
분명 자신과의 전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걸, 이제 와서 꺼냈다?
그럴 이유가 대관절 무엇이란 말인가.
이유가 없다면, 그건 곧…….
‘나를 보고 깨우쳤다고? 내가 수백 년 동안 시도해도 할 수 없던 걸……!!’
그 순간, 호문쿨루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몸을 떨었다.
그것은 진짜를 향한 배신감도,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준비한 작업이 망가진 것에서 오는 분노도 아닌.
거대한 열등감이었다.
이윽고 셰인과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허공에서 부딪치고, 그 뒤에 아네이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셰인의 룬 마법이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을 역전시킨다.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찾아 주는 힘이, 반대로 자유를 억압시킨다.
반대되는 힘으로 인해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점차 힘을 잃어 갔으나.
그럼에도 호문쿨루스는 수백 년을 살아남은 여인.
그녀의 전력이 들어간 룬 마법은, 결코 가볍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셰인의 깨달음 또한 아직 채 룬 마법에 녹아들지 못했다.
아주 옅게나마 남은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에 아네이스에게 향했다.
본래라면 백염에 의해 불살라질 룬 마법이었으나.
자유를 향한 필사의 의지가 담긴 룬 마법은, 호문쿨루스가 가진 심상이 담겨 아네이스의 내부에 깃든 영혼들을 자극시켰다.
“아아……!”
이윽고, 새하얀 백염이 아네이스를 잠식했다.
* * *
아네이스를 감싸는 백염의 장막이 흔들린다.
그녀의 심상 속. 로버트가 아네이스를 감싸기 위해 만든 장막 너머로 호문쿨루스의 룬 마법이 펼쳐지며 바깥에 있던 기사단의 영혼을 휘감았다.
───!!
동시에 울부짖는 영혼들.
자유를 향한 갈망에, 더 나아가 억압을 풀고자 하는 생존 본능이 그들의 폭력성을 일깨웠다.
[흡……!]그걸 일제히 감당하던 로버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여태까지 잘 막고 있던 그도, 결국은 이곳에 갇힌 하나의 영혼에 불과했으니.
스스로가 일깨운 이성과 백염 덕분에 그 영향은 덜했으나, 외부의 영혼들을 막기 위한 백염 또한 크게 흔들렸다.
“다, 단장님?”
동시에 자신의 심상으로 돌아온 아네이스는 심각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곧바로 눈치챘다.
[그 마녀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린 모양이다.]“아……!”
바깥의 상황을 떠올린 아네이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을 보호하는 로버트의 표정도 좋지 못했던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저들의 동요에 자신도 휩쓸릴 가능성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육신을 잃고 이성마저 잊어버린 그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네이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그들 또한, 그녀의 삶에서 절반 이상을 함께 해 온 이들이었기에.
“제가…… 해결할게요.”
[……네가?]“네. 한 번에는 힘들겠지만…… 한 명씩이라면.”
[…….]그런 아네이스의 말에 로버트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둘 모두, 아니. 이곳에 남은 단원들의 영혼 또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테니.
[알겠다. 너는 항상, 내 믿음을 따라 왔으니.]결국 로버트는 백염을 조종해 한 기사단원의 영혼을 내부로 진입시켰다.
[어……?]동시에 백염을 통과한 영혼은, 마녀의 룬 마법으로부터 일시적으로나마 이성을 되찾았다.
언뜻 어디선가 푸른 숲내음이 나는 듯했다.
“헤르타 삼촌.”
[아네이스……? 그러고 보니 난…….]헤르타. 처음 아네이스가 쓰러뜨린 레버넌트이자, 저지먼트 기사단원이었다.
[그래, 결국…… 마녀의 수작에 이런 결과를 맞이했구나.]스스로의 영혼을 내려다보던 헤르타의 영혼이 어딘가 씁쓸하게 웃었다.
마치 이런 결말을 예상한 듯한 모습이었다.
[내게 뭘 원하는지 알겠다, 아네이스. 검을 들어라.]“헤르타 삼촌…….”
마스터에 다다른 헤르타는 금방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영혼으로 만든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그런 헤르타의 모습에 착잡한 감정에 휩싸인 아네이스를 뒤로하고, 헤르타는 새하얀 영혼, 로버트를 향해 소리쳤다.
[으하핫. 그래도 다행이지 않수, 단장? 빌어먹을 마녀의 수작에 놀아나다 죽는 게 아니니까. 이건 나름의 숭고한 희생인 셈이지.] [그리 생각하더냐.] [물론이오. 나뿐만 아니라, 저 밖에서 양반들도 그리 생각하겠지. 단장…… 아니, 대니얼 그 인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후, 그래도 가는 길에 녀석들과 인사는 할 수 있겠군.] [이렇게나마 단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오. 그리고…… 베나타 부단장의 마음 좀 받아 주쇼. 어차피 둘 다 뒈져 버린 마당에. 으하핫!]그러면서, 헤르타는 아네이스를 바라봤다.
[언데드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됐을 때의 기억이 언뜻 나는구만. 쯧, 내 살면서 그렇게 형편없는 검술을 펼친 건 처음이야. 아네이스, 내가 바깥에서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해 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말하라.]헤르타는 아네이스의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유쾌한 분위기를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검을 들어 자세를 잡았을 때는, 날카로운 예기가 당장이라도 날아올 듯 위협적이다.
“……알겠어요.”
서로 검을 든 기사가 마주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네이스는 헤르타의 저 모습 또한 자신을 향한 배려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게, 아네이스와 저지먼트 기사단의 전투가 다시 한번.
제대로 펼쳐졌다.
* * *
레버넌트는 마녀가 직접 만든 만큼, 훌륭한 개체였다.
일반적인 언데드와 다르게 생전의 경험이 몸에 고스란히 드러났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휘두르는 검에는 감정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감정 없이 목적만이 존재하는 검.
물론 그게 약하다는 말은 아니었으나, 들어오는 기백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병사들에게 사기가 중요한 것처럼, 검을 휘두르는 자의 기백은 그 검을 받는 자로 하여금 영혼을 흔들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방금, 헤르타가 휘둘렀던 검처럼.
[하하하…… 이거, 진짜 짜릿하구만.]그러면서 헤르타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아네이스의 검을 내려다봤다.
[소름 끼치도록 내 검술을 빼앗아 놓고, 그걸 자기 색으로 입혔어? 이걸 어떻게 이기라고. 하하…….]그리 말하는 헤르타였지만, 그런 헤르타를 상대하는 아네이스도 자잘한 부상이 많았다.
그만큼 힘겨운 전투였던 것이다.
아네이스는 점차 흐릿해져 가는 헤르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헤르타 삼촌…….”
[……아네이스. 괜히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다. 결국, 너도 피해자잖냐.]“…….”
[이성은 없었지만, 나름 기억력은 좋거든. 누구도 걱정 없는 정의가 너의 정의라고?]“……네.”
[좋구만. 젊음의 패기라는 건가? 어려운 길일 거다.]“…….”
[그래도, 그만큼 영광스러운 길이겠지. 기억해라. 네가 걷는 그 영광의 길에, 나 헤르타가 함께 하고 있다는걸.]“……반드시, 기억할게요.”
[으하하! 그래, 그거면…… 됐…….]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헤르타의 영혼이 불살라지며 아네이스에게 깃들었다.
‘혼’은 자유를 되찾고, 남은 ‘영’이 온전히 아네이스의 것이 되었다.
젊은 나이에 마스터까지 다다른 강인한 헤르타의 영은, 아네이스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마지막까지, 유쾌한 녀석이로군.]“……네. 맞아요.”
그렇게, 한 명의 기사단원을 떠나보낸 아네이스는 로버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또다시 들어오는 기사단원의 영혼.
아네이스는, 다시 한번 검을 들어 올렸다.
방금 막 전투가 끝났음에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반드시, 이길게요.”
* * *
[대니얼. 그 녀석은 그 꼴이 되고서도 호탕한 척을 하고 갔구나.]“……그러게요.”
수십 명의 기사단원, 그리고 부단장인 베나타와 단장인 대니얼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과 결투를 마친 아네이스의 격은, 그녀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했다.
몸 이곳저곳에 난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이곳은 결국 심상 세계.
상처는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누구의 걱정도 없는 정의. 헤르타, 그 녀석의 말처럼…… 어려운 길이지.]“…….”
[베나타는 특히 그런 너를 걱정했고.]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여인과의 마무리를 지은 로버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어딘가 후련함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표정에 근엄함이 어렸다.
[네가 걷게 될 길에는 앞으로도 수많은 악의로 점철되어 있을 거다. 스스로의 정의가 때로는 의심될 정도로.]“각오하고 있어요.”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럼, 마지막 가르침을 내리도록 하마.]그러면서, 새하얀 영혼의 손끝에 검이 만들어졌다.
수십 년을 저지먼트 기사단장으로서 살아온 자의 검은, 그저 손에 들린 것만으로도 검명을 토해 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
동시에 회복을 마친 아네이스도, 검을 들었다.
결연한 표정 속에서 자신을 믿고 사라진 단원들의 ‘영’과, 그걸 품은 아네이스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것은 짙고도 짙은.
“노력해 볼게요, 아빠.”
가족애였다.
* * *
마력의 소용돌이로 인해 휘몰아치던 먼지가 가라앉고, 그 사이로 누군가의 신형이 보였다.
“아네이스!”
기어코 그림자들에게까지 도달한 클라인이 잠깐 남은 틈을 통해 아네이스의 이름을 외쳤다.
클라인 또한 호문쿨루스가 만들어 낸 룬 마법의 기운을 본능적으로 읽어 낸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하지만 아네이스의 목소리가 흙먼지로 이루어진 연기 속에서 울렸다.
“아빠가 말했어. 피로 이루어진 검이 아닌, 단단한 검이 되라고.”
“……?”
“하지만, 결국 내 정의는 피로 시작되었지.”
“너……!”
흙먼지로 가득한 곳에서부터 새하얀 백염이 피어났다.
주변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불꽃은, 이내 주변의 흙먼지를 불태우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내 정의가 아니야.”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네이스는, 이제 호문쿨루스에게 남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건, 내 복수야.”
그와 함께.
철혈의 검이 수백 년을 살아온 호문쿨루스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