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9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95화
195화 수도 진격 (1)
치열했던 전투의 끝은 허무했다.
“아……? 내, 내가…… 이렇게?”
또옥─
차가운 침묵 사이로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유독 크게 들렸다.
호문쿨루스는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의 감촉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생전 겪어 본 적 없는 시리면서도 뜨거운 감각이 가슴에서부터 느껴지면서, 동시에 ‘고통’이 그 뒤를 따라왔다.
“아, 아파…… 너무, 너무……!”
아네이스의 검에 꿰뚫린 호문쿨루스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나, 뇌를 찔러 오는 고통은 그게 현실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가짜로서의 삶은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대신할 진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항상 호문쿨루스의 가슴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코앞에 둔 지금 이 순간.
호문쿨루스는 ‘진짜’ 느껴지는 고통이, 가짜 따위가 아님을 깨달았다.
“아아……!!”
살고 싶다.
생을 향한 이 갈망 또한, 결코 가짜가 아니다.
죽음의 앞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발악이 호문쿨루스를 뒷걸음질치도록 만들었다.
“나는, 나는……!!”
극도로 짧은 시간.
호문쿨루스는 스스로 살아온 수백 년의 삶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길어도 너무도 긴 시간.
가짜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이제 와서 너무도 소중한 것이 되어 버렸다.
“좀 더, 아직, 내게 시간을…….”
하지만 이미 마녀로부터 부여받은 심장은 꿰뚫려 버렸고 그녀의 시간은 점차 멈춰 갔다.
“살고 싶…….”
그 순간.
시선 끝에 로즈베리빛의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눈동자는 뭐라고 말했더라.
죽음은 축복이라 했던가.
이런 게, 축복이라고……?
살아생전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이딴 게……?
서서히 빠져나가는 영혼이 절규하며, 끝내 호문쿨루스의 육신은 영원한 끝을 맞이했다.
풀썩─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호문쿨루스가 쓰러지는 소리는 유독 컸다.
하나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그 육신은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보다도 더욱 공허했다.
* * *
쓰러진 마녀의 시체를 바라보던 일행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클라인이 상대한 그림자들은, 마녀가 죽자마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자취를 감췄고, 텅 비어 버린 공간에는 방금까지 이곳에 치열한 전투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끝…… 난 건가?”
그런 와중에 클라인의 중얼거림이 울려 퍼졌다.
“어. 끝났어.”
호문쿨루스의 죽음.
그걸 확인한 아네이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오늘, 자신은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아네이스는 결코 이 일을 숨길 생각이 없었으니까.
황실과 저지먼트 기사단 사이에 있었던 추악한 사실을 밝히는 것.
그게 자신의 정의였으니까.
로버트에게 입양된 이후로 누군가에게 안 좋은 시선을 받아 본 적 없던 아네이스였지만, 이번 사태가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서도 아네이스를 달갑게 보진 않을 것이다.
헤르타가 떠나기 전 했던 말처럼, 자신이 걷게 될 길은 가시밭길이 될 게 분명하다.
클라인도 그런 아네이스의 분위기를 보고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안 괜찮아. 그래도, 해야 할 일이니까.”
“…….”
클라인은 아네이스의 선택을 존중했다.
자신 또한, 마녀가 남긴 일지를 잠깐 읽은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클라인, 아네이스.”
그때, 셰인이 두 사람을 불렀다.
“현장은 내가 정리하도록 하마. 너희 둘은 위로 올라가서 부대에 합류해라.”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딱히 위험할 건 없지. 그리고 이 현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할 테고. 하루 안에 끝낼 테니, 안심하고 올라가도 괜찮다.”
사실과는 달랐지만, 아예 거짓말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 현장을 그대로 둬서 좋을 건 없었으니.
그런 셰인의 말에 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가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때.
셰인이 말했다.
“말했지? 죽음은 차라리 축복이었을 거라고.”
그런 셰인의 시선 끝에는, 기둥 뒤에서 기척 없이 꾸물거리고 있는 그림자 덩어리가 있었다.
* * *
황성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던 백염의 안개가 사라지자마자, 아나스타샤는 지체 없이 진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천여 명의 결사대들은 황성의 진입에 실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게, 숲의 거인…….”
저 멀리서 보이는, 10미터가 가볍게 넘는 거구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심상치 않은 기운을 흩뿌리는 언데드들이 황성을 배회하며 지키고 있었다.
필시 적을 발견하면, 인근에 있는 언데드들이 개떼처럼 몰려들 게 자명했다.
‘이대로 들어가는 건 자살 행위다.’
당장 황성 인근을 배회하는 언데드들 또한 하나하나 수준급의 기사처럼 보였다.
아마 영광의 요람에서 부활한 언데드일 확률이 높았다.
‘저런 적들이 수천 명.’
아나스타샤는 진군을 잠시 멈추고, 다시금 거리를 벌렸다.
언데드라면 어찌어찌 전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진 몰라도, 숲의 거인, 오우거의 왕만큼은 그게 불가능했다.
저 거대한 덩치라면 전투가 벌어지는 즉시 전법이고 뭐고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숴 버릴 테니.
하지만, 그럼에도 아나스타샤의 눈빛에서는 일말의 절망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조께서는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 전장을 승리로 이끄셨다.’
그동안 제국에 어디 위기가 없었겠는가.
그들 또한 첫 요람을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었고, 또 이겨 냈다.
아나스타샤는 자신이 그들과 비교해도 훨씬 좋은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많은 수의 언데드가 있긴 하지만, 이쪽에는 마법사가 충분해.’
과거에는 마법사의 숫자가 부족했던 탓에 기사들의 희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지난 며칠 동안 아나스타샤는 제국 소속의 마법사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그들의 대규모 마법이라면 처음부터 유효한 타격을 주고 시작할 수 있으리라.
‘기사단과 마법사들이 언데드를 상대하는 동안, 숲의 거인을 끌어들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양동 작전이었다.
물론 위험성은 다분했다.
과거에도 숲의 거인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필요했고, 며칠 동안 놈의 체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작업을 해야만 했으니까.
별동대를 투입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하지만 반대로 압도적인 숫자로 상대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저 거대한 덩치의 공격을 피하려면 공간에 여유가 많아야 하는데, 아군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게 힘들어 질 테니.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라면…….
‘클라인.’
세르데타인에서의 수성 당시, 셰인이 클라인의 마력을 뽑아 일으킨 기적은 지금 생각해도 전율이 일 정도였다.
다만 그 직후 클라인이 크게 지친 듯 보였고, 지금도 클라인은 지하에서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던가.
‘당장 움직이기보단 검성이 합류하고 체력을 보충해 두는 편이 좋겠군.’
가능하다면 그 시간 동안 간간이 적 언데드의 숫자를 줄여 두고 싶었지만, 섣부른 자극으로 놈들이 황성에서 벗어났다간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까지 판단을 마친 아나스타샤는 결국 회군을 명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새하얀 안개가 사라진 이후, 마법사들은 마법을 통해 황성의 외부를 살펴보며 실시간을 보고를 해 왔고, 아나스타샤를 포함한 참모진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렇게 아나스타샤가 세운 계획의 뼈대 위로 디테일한 살점이 붙어지고 있을 때쯤.
클라인과 아네이스가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 * *
“둘 모두, 고생이 많았다. 그런데 셰인은?”
“형님은 현장을 수습하고 돌아온다 하셨습니다.”
“그런가. 아무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군. 오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황성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클라인,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아나스타샤는 방금 있었던 회의에서 클라인이 맡게 될 역할을 쭉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듣게 된 클라인이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영광입니다. 다만, 아직 제 마력이 회복되지 않은 터라…….”
“엘프의 정기를 요청하도록 하지. 그대는 작전 날짜가 될 때까지 최대한 회복에 전념하도록.”
“감사합니다.”
이야기가 일단락되고 나서, 아나스타샤는 클라인을 내보내고 홀로 남은 아네이스와 자리를 가졌다.
“아네이스. 그대에게는 내가 할 말이 참 많군. 아니, 이럴 땐 없다고 해야 하나.”
“…….”
“황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바마마와 저지먼트 기사단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하니, 제국의 빛 아래 그런 그림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군. 이런 자리에서 급하게 지어 낸 말 같지만, 그대에겐 면목이 없다.”
본래라면 평화롭게 마을에서 친부모들과 함께 살았어야 할 아네이스의 삶은 제국의 정의라는 이름의 욕심에 의해 철저하게 박살 났다.
또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저지먼트 기사단원이 되어 살아왔고.
아나스타샤의 삶 또한 순탄한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살아왔다.
반면 아네이스는 여태까지 자신의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망가지고, 또 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삶이지 않았나.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아나스타샤는 그 절망감이 어떨지 알 수 없었기에, 섣불리 아네이스를 위로하지 못했다.
“괜찮아요.”
“…….”
“대신, 부탁이 있어요.”
“뭐든 말해도 괜찮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주도록 하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네이스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자신이 책임지고 세상에 밝힐 것이며, 또한 올리시아에게도 알릴 생각이었다.
물론 정치적 부분을 담당하는 올리시아의 머리가 상당히 아프겠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제국은 아나스타샤와 올리시아의 손에 운영이 될 터.
아직 둘 중 누가 황제의 자리에 앉게 될지 정해지진 않았으나, 누가 되었든 저지먼트 기사단과 얽힌 비사는 반드시 밝혀낼 생각이었다.
“……고마워요.”
“표정을 보니 조금 놀란 것 같군.”
“어려운 일을 바로 받아 주셔서 놀랐어요.”
“그런가. 하지만 어쩌겠나. 아무리 내가 몰랐다고 한들, 나는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자리에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 하나 잘 만나서 인생의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하지만 부모의 좋은 부분 덕을 보고 살아갔다면, 또 부모의 안 좋은 부분도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아나스타샤에게 그 상황은 바로 지금이었다.
비록 그녀는 아룬비다에 있던 세월이 많았지만, 어찌 됐던 윤택한 황실에서 자라 왔다.
그 윤택함이 누군가의 고통과 비명에 의해 세워진 것인지도 모른 채.
그렇다면 이제 갚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 아나스타샤의 말에 아네이스는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대도 휴식을 취하고 있도록. 염치없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아네이스가 마저 자리에서 떠난 이후. 아나스타샤도 다시금 업무로 돌아갔다.
클라인이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셰인이 돌아올 때까지도 그녀가 처리해야 할 업무는 산더미처럼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 뒤로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셰인이 복귀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