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화
2화 단초 (1)
클레이튼 L 클라인.
17살이라는 나이에 훤칠한 키.
반짝이는 금발에 푸른 벽안의 눈동자에는 옅은 망설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유인즉, 자신의 형님 셰인 때문이었다.
아카데미에서의 방학 이후, 형님은 방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의 1학기가 끝나기 전, 동급생에게 처절할 정도의 패배를 했다는 소식 때문일 것이다.
그 뒤로 한 달이 다 되어 갈 동안 재차 셰인을 찾아갔으나, 돌아오는 것은 적의에 찬 냉담뿐.
둘의 아버지 클레이튼 J 로웰도 그런 형님을 내버려 두라는 말만 하고 신경을 끈 상태였다.
아버지는 둘이 어린 시절부터 자식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
클라인은 그 이유를 잘 알았다.
여러 사건사고 속에서 로웰은 자식을 포함한 인간 자체에 감정을 쏟으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 클라인에게는 가주의 후처인 어머니가 있었지만, 자신의 형님인 셰인에겐 본처였던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기에.
형님은 크게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마저도 그런 형님을 경계하는 상태였으니.
형님은 이 저택에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랬기 때문일까, 형님은 언제나 자신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나까지 형님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형님에게 남을 이가 없어.’
그렇기에 클라인은 포기하지 않고 형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후, 좋아.”
오랜만에 다시 셰인의 방 앞에 선 클라인은 얕은 심호흡과 함께 입을 열었다.
“형님, 클라인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평소처럼 평범한 목소리로 묻자, 의외로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들어와라.”
그 목소리에 클라인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처럼 무뚝뚝한 목소리는 똑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미묘하게 달랐던 것이다.
그런 의아함 반, 걱정 반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찻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셰인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께서 부르셔서 찾아왔습니다.”
“굳이 고용인을 쓰지 않고.”
“예…….”
왜 괜히 찾아왔냐며 핀잔을 주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잘 왔다. 안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
“예?”
하고 싶은 말?
평소에는 자신과 단 한 마디도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 형님이 무슨 일인가.
살짝 긴장감이 들 때.
셰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미안하다.”
“……?”
“그동안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너를 매몰차게 대했구나.”
“……!”
낯부끄러울 정도로 직관적인 말에, 클라인은 머리에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을 가눌 수 없었다.
“형님……?”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조금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인 셰인의 입가에서, 클라인은 처음으로 제 형의 아주 옅지만 확실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 * *
낯부끄러울 정도로 직설적인 사과.
그 행동에 대한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가짐을 확인하고자 하는 행동이었을 뿐.
“지금부터라도 바뀌면 되겠지.”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시점은 조직에서 자신에게 접근하기 5년 전의 세상.
최악까지 치달은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이제 와서 동생에게 사과를 했다 한들, 셰인의 상황이 많이 나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이 방 밖에는 그런 셰인을 백안시하는 이들이 많을 테지.
회귀 전의 셰인은 바로 그러한 인간들에 의해 천천히,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비교 대상이 됐던 클라인과 그런 그를 보조해주며 셰인을 경계해온 계모, 레이첼.
그리고 무엇이든 필요성만 따지고 보는 셰인의 아버지…….
‘로웰.’
철저한 실력주의자.
그게 바로 로웰이었고, 그런 로웰의 근처에는 인성이 어찌 됐든 실력만 출중한 인물들만 남았으니.
그런 셰인과 클라인이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백작가의 장남임에도 차남에게 밀린다는 것은 셰인이 다니던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놀림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딜 가든 셰인은 남들에게 비교만 당하는 삶을 살아왔고,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조직은 그런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던 끝에 타락시키는 데 성공했고.
자신을 죽음이자 타락의 해방으로 이끌어 낸 동생의 얼굴을 봤을 때.
셰인은 처음으로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실된 태도로 동생과 마주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인간들을 죽인 악의 간부가 자신의 형이었음에도, 형을 자신이 죽였다는 죄책감이 가득했던 얼굴.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던 것이다.
그게 가족이라는 것이고.
그 소중한 감정이, 지금의 셰인을 만들 수 있던 것이다.
“죽음 끝에서 깨달은 감정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감정.”
비록 타락의 힘으로 인해 행한 행위였지만 셰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관여했다.
이제 와서 그게 없어진 일이라 한들, 셰인은 회귀 전 클라인의 어깨에 걸린 짐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무거울지도 모를 짐이 어깨에 놓인 듯한 느낌을 들었다.
“바꿔야지.”
평생 다시없을 기회일지도 모를, 지금의 상황을.
* * *
“바뀐 것 같구나.”
“……무슨 말씀입니까.”
아카데미로 떠나는 당일 날.
로웰은 웬일인지 가족끼리 식사를 하자는 명목으로 셰인과 클라인을 식사 자리에 불러 냈다.
본래 가족들에게 큰 관심을 쏟지 않는 로웰로선 드문 일이었다.
“전에는 시체만도 못한 너의 눈빛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특히 동생을 보는 눈에서도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구나.”
“…….”
그 말에 셰인이 입을 다물자 좌불안석에 빠진 것은 클라인이었다.
언제부터 가족에게 신경을 썼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아들의 눈빛이 그러했으면서 여태 말 한 번 하지 않았던 것인가.
혹여 형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셰인은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꿈을 꿨습니다.”
“꿈?”
“예.”
“무슨 꿈이었느냐?”
“클라인이 내지른 검에 심장에 꿰뚫리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푸흡!”
난데없는 꿈 이야기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히 클라인이었다.
내가?
형님한테?
형님, 도대체 저를 어떻게 보시고…….
“허.”
어처구니가 없던 것은 가주인 로웰도 마찬가지였는지 그가 드물게 표정에 변화를 보였다.
“기묘한 꿈이로군.”
“물론 꿈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잘해 주고자 합니다.”
“……형제간의 우애가 좋아서 나쁠 것은 없지. 알았다.”
그 말을 끝으로 로웰은 다시금 식사를 이어 갔고, 그 뒤로 더 이상 이어지는 대화는 없었다.
‘레이첼은 잠시 자리를 비웠나 보군.’
현 가모이자 셰인의 배다른 어머니, 레이첼이 만약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슨 소리를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셰인이 했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고용인들의 입으로 전해질 내용이라 달라질 건 없을 테지만.
그렇게 식사가 끝나 갈 무렵, 로웰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 잘 다녀오거라.”
“예, 아버지.”
“알겠습니다.”
무뚝뚝한 그 안부 인사에 셰인과 클라인이 답했고, 먼저 로웰이 식당을 나갔다.
전생에는 어땠더라.
‘생각났군.’
전생에 셰인은 이날 로웰과 대판 싸웠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아카데미를 자퇴하겠다는 자신의 선언 때문이었다.
당시 이 무렵의 자신은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고용인들에게 비교당하고, 아카데미에서 비교당하고.
여기저기 그를 비교하는 시선뿐.
때문에 그들에게서 벗어나 여행을 가고자 로웰에게 청했었고.
당연히 돌아오는 것은 거절이었다.
‘당시에는 가주가 피도 눈물도 없다 생각했지.’
물론 사회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귀족에게 있어서 아카데미 졸업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그것 때문만이었을까.’
결국 이때 아버지의 협박에 못 이겨 아카데미에 갔으나, 결국 끝내 적응하지 못한 셰인은 도망을 갔었다.
그렇게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났을 때.
자신에게 돌아왔던 것이 무엇이었지?
‘귀족의 의무를 포기한 귀족가의 망나니.’
딱히 셰인이 망나니처럼 누군가를 죽였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간의 사람들에게, 셰인은 귀족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현재 셰인이 살아가고 있는 연합국에서 아카데미란 그런 의미를 품고 있던 것이다.
‘가주는 그런 미래를 예측했을 터.’
그러니 자신의 자퇴를 협박까지 섞어 가며 말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셰인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여전히 로웰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생각에 전환점을 둔다면 서로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까.
그렇게 언제고 로웰과 진지한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형님.”
“음, 왜 그러느냐.”
식사를 마친 클라인이 말을 걸어왔다.
클라인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형님께 검을 겨누지 않을 겁니다.”
“…….”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
만약 전생의 네가 내 정체를 알았더라면 검을 내게 겨눴을까.
셰인은 전생의 마지막에 동생이 지었던 표정을 떠올렸다.
죄책감에 버무려진 그 얼굴에는 깊은 후회가 담겨 있었다.
* * *
그날 오후.
셰인은 자신의 직속 하녀인 마리아에게 필요한 물품들이 담긴 가방을 받고는 클라인과 함께 저택을 나섰다.
바로 오늘, 셰인과 클라인은 한 달 간의 휴식기를 끝마치고 아카데미로 돌아간다.
물론, 셰인에게는 보다 오랜만의 아카데미였다.
‘아카데미라…….’
전생의 셰인이 망가진 이유는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그 시작은 역시 아카데미였다.
학생들의 얕보는 시선, 비교의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처음으로 셰인이 엇나가기 시작한 무렵은 아카데미로 가던 길에서의 사건이었으니까.
‘내가 가장 큰 열등감을 느꼈던 사건의 단초. 이번에는 그리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거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셰인은 클라인과 함께 기사단이 호위하는 마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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