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0화
20화 메자이아 대수림 (2)
“단장, 아무리 그래도 이제 겨우 지휘학과에 들어간 생도를 데리고 가겠다는 건…….”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자신의 단원의 말에 타오르듯 붉은 단발의 여인, 라비아타는 손에 들린 종이를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 메자이아에는 가 본 적도 없으면서 이런 글을 쓴 거라고. 너, 가보지도 않은 던전에 이 정도 수준의 논문을 쓸 수 있겠어?”
“그거야 물론 아닙니다만…….”
“나도 이런 생각은 못해 봤어. 세상에, 드래곤 하트라니!”
“하지만 어디까지나 책상물림이 생각한 공상 이론 아닙니까. 이걸 믿고 그대로 데리고 가자는 건!”
“물론 그렇지. 그런데 그걸 확인하려고 가는 거 아냐. 어차피 우리도 가야 하는 길이고.”
“끄응…….”
라비아타의 말에 모험단원, 제임스는 눈가를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비아타의 말처럼 이 논문은 그저 공상이라고 낮잡아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메자이아 대수림에는 특정 불가능한 패턴의 대우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발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상은 인지 외에서 일어나기에, 괴현상이라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이 꼬맹이가 그래서 낸 결론이 드래곤 하트란 말이지…….”
드래곤 하트.
차갑게 식은 모험가의 심장마저 뜨겁게 달굴 단어.
고대 모든 종족의 정점에 섰다는 위대한 존재의 심장은 마력의 원천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정순한 마력이 가득하다고 한다.
얻는다면 어디 불로불사로 끝날까.
인간들의 기준으로 신에 가까운 힘을 얻게 될 터.
셰인의 논문에는 메자이아 대수림의 대우기가 일어나는 이유를 드래곤 하트에 있다고 판단했다.
정확히는 그곳에 드래곤의 사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은 것이다.
“여기에 적혀 있다시피 아예 공상라고만은 할 수 없어. 고대 문헌에 따르면, 드래곤이 죽은 곳 부근에는 드래곤 하트에 깃든 마력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 다양한 괴현상들이 일어난다고 하니까. 당시에는 마력 패턴을 짤 기술이 없어서 상세한 기록은 없지만, 만약 이 논문에 적힌 것처럼 드래곤…… 그것도 장로급 드래곤의 사체가 봉인됐다면 그 괴현상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논리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그랬다.
셰인이 한 것은 이미 세간에 퍼져 있는 메자이아 대수림에 대한 논문에 힘을 실어 줄 가상의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거기에 여기 보면 그 이유까지 적혀 있잖아.”
[만약, 드래곤이 죽기 직전에 아카샤의 대봉인이 이루어졌다면 메자이아 대수림에 끝없이 펼쳐진 마력의 파장에 대한 정의가 가능해진다.대봉인으로 인해 만들어진 던전은 ‘멈춰진 세계’이기 때문에, 마력 또한 가둬진 채로 세계의 의지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당시의 현상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비록 세계의 의지에 의해 마력이 봉인되었다고 하지만, 마력이란 본래 세상을 이루는 요소. 세계의 의지에 완벽히 저항하진 못 했으나, 자신들로 인해 망가진 자연을 되돌리고자 끊임없이 자신들의 원소를 바꾸는 것이다.]
논문에 나타난 이 가설은, 여러 학파에 속한 학자들이 과거 자신들이 냈던 메자이아 대수림의 논문을 끄집어내 교차 검증하는 등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물론 아직 던전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학자들만큼 불타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바로 모험가들이었다.
그들은 학자들만큼 뛰어난 지식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말하길, 메자이아 대수림에는 죽은 드래곤의 사체가 잠들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는 단숨에 모험가뿐만 아니라 귀족들조차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니 남들이 선점하기 전에 우리가 데려가야지. 그만큼 선견지명이 있다는 거 아냐.”
“후……. 그럼 하다못해 시험은 치러 봐야겠습니다. 그 5대 요람 아닙니까. 그곳에 데려가는 만큼 최소한 자기 몸을 지킬 수준은 되어야겠죠.”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내가 언제 내 멋대로 한 적 있나.”
“그게 바로 지금입니다만?”
그렇게 둘이 한참 수다를 떨고 있을 무렵, 방문을 열리며 다른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지휘학과 교수 자하드라고 합니다.”
“여, 자하드! 오랜만이야?”
젋은 축에 속하는 자하드 교수는 라비아타의 인사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예. 오랜만입니다.”
“참나. 딱딱한 건 여전하네. 그래도 같은 동기인데 말이야.”
“라비아타의 공주님 아니십니까. 예의를 지켜야지요.”
그 말에 반응한 사람은 다름 아닌 셰인이었다.
‘그 이동국가 라비아타라.’
지금은 사라진 헤르메스 모험단과 동격을 이루고 있는 라비아타 모험단.
소수정예의 모험단으로 ‘이동국가’라는 이명을 받을 만큼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지닌 존재들.
실제로 그들은 아직 7대 요람이 자리하고 있을 적, 첫 번째 요람과 두 번째 요람의 토벌 작전에 큰 기여를 했을 정도로 대단한 명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라비아타가 드래곤 하트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은 전생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하니 처음부터 이동국가가 직접 나설 줄은 셰인조차 생각지 못했다.
“하여튼 그게 딱딱하다는 거야. 그래, 저 무표정한 녀석이 소란의 주인공인가?”
“맞습니다. 셰인 생도. 인사하세요. 이쪽은 이동국가 라비아타 모험단의 주인인 라비아타 클로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클레이튼 R 셰인입니다.”
셰인이 앞서 얌전히 인사하자 라비아타가 흥미를 보였다.
“이야. 소문으로 듣던 거랑은 다르네. 게다가 클레이튼이면 꽤 유명한 가문인데…… 예의도 바르고.”
자신을 만나기에 앞서 먼저 조사를 했다는 걸까.
셰인은 굳이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답했다.
“메자이아 대수림 탐사의 협업과 관련돼서 찾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라비아타도 씩 웃었다.
라비아타는 다른 국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 신분이랄 것이 없는 사람이다.
물론 이동국가 라비아타의 주인을 감히 누가 얕보겠냐마는, 귀족의 신분도 아닌 자가 귀족을 뒷조사를 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표정에 변화가 없는 셰인을 기꺼이 본 것이다.
그만큼 이쪽 세계의 기본은 알고 있다는 의미였기에.
“음, 본론부터 꺼내는 것도 내 성격하고 맞고. 좋아, 우선 네가 말한 용건으로 찾아온 거야. 당연하지만 이 논문 때문이지.”
“당연히 메자이아 대수림까지 동행하겠군요.”
“잘만 계약이 된다면 요람 안에서 활약할 기회도 생기겠지.”
라비아타는 스스로가 갑의 위치에 있음을 잘 아는 듯한 태도였다.
실제로 셰인이 제아무리 연합국의 거대 상단의 집안이라고는 해도, 라비아타쯤 되는 모험단을 압박했다간 전 국민에게 배척당하게 된다.
연합국에게 있어 모험가란 반쯤 신성시되는 존재들이었으니.
셰인도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대로 얌전히 끌려갈 생각은 없었다.
“어떤 조건인지 봐도 되겠습니까?”
“성격 한 번 마음에 드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모험단이 아직 내 독단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어서. 제임스!”
라비아타의 부름에 여태 옆에 서 있던 청년이 앞장섰다.
“안녕하십니까. 라비아타 모험단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아르디아 제임스라고 합니다.”
그의 인사에 셰인도 똑같이 인사를 하자, 제임스가 설명을 이었다.
“알다시피 메자이아는 그 험난한 자연재해에 걸맞도록 위험한 몬스터들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무력을 시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그렇습니까.”
“예. 앞서 알아본 바, 셰인 생도의 실전 평가는 작년까지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하고 있더군요.”
맞는 말이다.
회귀 전, 이 시기의 셰인은 클라인에게 압도되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잔뜩 위축된 상태였고, 마법사에게 그런 심리 상태는 극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어떤 대련을 하든 쉽게 당황하고 감정의 컨트롤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평가 점수가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었을 터.
“물론 어느 정도 평균은 됩니다만…… 솔직히 이 정도로 메자이아 대수림에 진입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 판단됩니다.”
제임스의 표정에는 별다른 악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그 눈에서는 스스로의 주제를 알라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스스로의 주제를 알아야, 본인이 나설 때와 그러지 않을 때를 분간할 테니까.
실제로 제임스는 여전히 셰인과의 협업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입장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싹이 명예에 취해 꽃도 피워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들이 먼저 협업을 하자고 요청해 놓고 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예의와 거리가 멀었지만.
“자자,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말고──.”
“테스트가 제게 필요하다면 치르겠습니다.”
“응?”
반대로 셰인과의 협업을 원하던 라비아타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할 때, 셰인이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
“먼저, 계약 조건부터 듣도록 하죠.”
그러면서 셰인은 담담한 눈빛으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이건 제 실수로군요. 인정하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셰인의 눈빛에 제임스가 먼저 한 발 물러섰다.
그 이름 높은 라비아타 모험단의 회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셰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만한 명성을 지닌 모험단이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 앞에서는 언제든 예의를 잃을 수 있었지만, 계약 하나만큼은 반드시 절차를 따라야만 했다.
당장 제임스는 셰인에게 계약내용도 보여 주지 않고 다짜고짜 테스트부터 봐야 한다 주장했으니.
이는 명백히 모험가로서의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제임스는 스스로의 행동에 일말의 변명도 없이 깔끔한 사과를 내놨고, 셰인도 조용히 받아들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라비아타와 제임스의 내면에 셰인에 대한 점수가 조금 올라갔다.
적어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는 아니겠구나.
“흠…….”
건네받은 계약서를 바라보며 셰인은 찬찬히 읽어 나갔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테스트는 어떤 식으로 진행됩니까?”
“던전의 진행은 앞서 아카데미의 시험으로 충분히 봤으니, 순수한 무력을 볼 예정입니다. 간단한 대련입니다. 저하고의 대련을 통해, 제 몸에 손이 닿는 것을 셰인 생도의 승리 조건으로 정하겠습니다.”
거기에, 자신은 마력을 쓰지 않겠다는 제임스의 덧붙임까지.
비록 그는 라비아타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등급 모험단의 어지간한 베테랑보다도 강한 무력을 쥐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라비아타 모험단의 재산을 지킬 수 없을 테니까.
“…….”
그러나 셰인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 제임스가 재차 입을 열었다.
“조건에 불만이 있으십니까? 하지만 이 정도는 해야…….”
다시 한번 셰인이 말을 끊었다.
“추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찾아간 게 아닌, 라비아타 측에서 저를 찾아왔으니 한마디 말해 볼 위치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건 셰인이 아니라 저쪽이라는 말이다.
제임스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진 몰라도, 이곳까지 직접 찾아온 라비아타의 체면이 있었다.
“……좋습니다. 무엇입니까?”
“대련에서 승리 시, 계약에 변경 사항과 추가 사항을 넣고 싶습니다. 대신 대련 상대를 바꾸겠습니다. 제 대련 상대는.”
그러면서 셰인의 시선은 제임스에서 뒤쪽 소파로 향했다.
거기에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빙글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던 라비아타가 있었다.
“엥. 나?”
물론, 그 웃음이 황당함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셰인 생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있어도…….”
“조건이 그것뿐은 아니지 않습니까.”
“흐음…….”
셰인의 말에 자하드가 침음을 내뱉었다.
실제로, 이번 대련은 솔직히 말해 대련이라는 이름조차 붙이기 힘들 정도로 셰인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만들어졌다.
제한 시간은 총 10분.
10분 안에 셰인이 라비아타의 신체에 물리적 접촉을 하지 못하면 테스트는 탈락이고 동행은 무산된다.
물론 라비아타의 무력이 무력인 만큼 그녀는 대련이 시작되고 5분 동안 일정 구역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으나.
아무리 마력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라비아타쯤 되는 인물에겐 그까짓 마력이 없다 하더라도 셰인 정도의 무력을 짓밟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터.
말이 10분이지 5분 후 라비아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셰인이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거기에 상대할 방법도 미리 생각해 뒀습니다. 그리고, 테스트에 실패한다 해도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그 유명한 라비아타 모험단과 함께 가지 못하는 것은 아쉬울 테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다.
셰인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비단 라비아타 모험단만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니 제가 더 이상 참견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면서 자하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셰인은 이내 아카데미 내에 마련된 대련장에 도착한 라비아타와 마주섰다.
“자, 준비는 됐겠지?”
“예.”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간단한 준비 동작조차 없이 라비아타는 대련장 한가운데 서서 셰인을 바라봤고, 셰인은 기다릴 것도 없이 양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라비아타가 셰인의 손에 마력이 집중됐다는 것을 인식한 것과 동시에.
파앙-!
주먹만 한 마력탄이 라비아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