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1화
21화 메자이아 대수림 (3)
마법사의 캐스팅 속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그야 던전은 항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고, 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캐스팅이 전제되어야만 마법사들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마법사는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미리 준비하고.
또 어떤 마법사는 스크롤을 마련해 두고 위험에 대응하기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즉발 캐스팅이다.
아무런 전조 없이 검사가 검기를 뽑아내듯 곧바로 마법을 쏘아낼 수 있는 능력.
많은 탐험 마법사들은 그러한 경지를 꿈꾸지만, 실상 그 경지에 다다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일까, 라비아타는 잠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뿐.
그녀의 주변에서도 즉발 캐스팅을 하는 마법사가 없던 것도 아니거니와, 더불어 이런 걸로 놀라기엔 그녀는 너무 많은 상황을 겪어 왔다.
파앙-!
간단히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셰인의 마력탄이 조각나 사방에 퍼졌다.
물론 셰인 또한 라비아타가 고작 이 정도로 당황하진 않으리라 예상했고,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오호.”
즉발 캐스팅을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듯 1초에 수차례 가능한 마법사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잠깐 사이에 바람처럼 날아오는 6개의 마력탄이 다양한 곡선을 그리며 동시에 날아왔다.
“흡.”
그 파괴력 하나하나가 묵직한 돌덩이를 날린 것과 같아, 잘못 맞으면 부러져도 단단히 부러질 만한 것들이었지만.
라비아타는 한 차례 숨을 들이마시고는 순식간에 모든 마력탄을 주먹으로 때려 부숴 버렸다.
“후. 알아본 거랑 진짜 많이 다르네?”
“…….”
라비아타는 나름 진심을 담아 칭찬을 했지만, 셰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으로 다중 캐스팅을 이루어 낼 뿐.
다시 한번.
“오? 또 있어?”
이번에는 셰인도 가만히 서서 마법을 발동시키지 않았다.
라비아타를 중심으로 외곽을 돌면서 마력탄을 소환하는 좌표를 지정.
이번에는 앞뒤로 마력탄이 날아들며 사방을 포위하듯 날아왔다.
라비아타의 눈에 경탄의 빛이 어렸다.
단순히 마력탄을 많이 소환하는 게 아니었다.
어느 마력탄은 느리게, 어느 마력탄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빠르게.
제각각의 속도 차를 그리며 순간적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외곽을 도는 셰인의 움직임은 상대의 주의를 이끌면서 거리를 벌리는 역할까지.
철저한 심리전을 구상해 두고 이뤄지는 대련은 평범한 아카데미 생도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련했다.
마치 사람을 상대하는데 있어 많은 경험을 가진 것처럼.
그 점이 다시 한번 라비아타에게 옅은 재미를 선사했다.
이런 타입의 인재는 미래가 기대되기 때문에.
“하압!”
또 한 번 짧은 기합과 함께, 라비아타의 주먹이 뻗어 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력탄을 동시에 터뜨렸다.
그렇게 마탄 세례가 끝났음에도, 셰인의 움직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우…….”
아직 뭔가 더 보여 줄 게 있는 걸까 싶어 라비아타가 숨을 고르는 셰인을 보기 무섭게, 다시 한번 마력탄이 방출되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봐 왔던 공격이었던 만큼 슬슬 지겨워지려던 찰나.
방출된 마력탄은 이번엔 라비아타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
한 번에 사방으로 퍼져 나간 마력탄이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는가 싶더니, 마력탄들이 벽이나 천장에 부딪치며 그 경로가 뒤죽박죽 얽히기 시작한 것이다.
기이하게도, 마력탄은 부딪힐 때마다 터지기는커녕 속도를 더해 갔다.
이내 상황을 지켜보던 자하드조차도 눈으로 쫓기 힘들어질 속도가 되어 대련장 내부를 질주했고.
그러던 어느 순간.
벽과 천장, 바닥에 튕겨지던 마력탄은 일제히 라비아타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 이야…….”
노련함에 더불어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한 마력 제어 능력.
어지간한 상대였다면 이 공격에 분명 허를 찔렸을 것이다.
하지만 던전에서 수많은 적들과 얽히며 몬스터의 움직임을 읽는 데 도가 텄던 라비아타의 동체 시력을 속이는 것은 무리가 있었는지.
라비아타는 재미있다는 미소와 함께 다시 한번 전방위로 덮쳐오는 마력탄을 거의 동시에 주먹으로 쳐 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내뻗은 주먹에 터진 마력탄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흩어졌다.
과연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의 움직임.
하나 라비아타는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태연히 셰인을 바라봤다.
“진짜, 대단해, 진심으로 감탄했어. 이 정도면 난 합격이라고 보는데? 솔직히 처음 공격들은 파괴력이 낮아서 별 도움이 안 될 거 같았는데, 마지막 건 좋았어.”
제법 주먹이 얼얼했다고, 라며 라비아타가 박수를 쳤으나.
셰인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라비아타를 바라봤다.
그렇게 다시 한번 셰인의 손에 마력이 모이는 것을 느낀 라비아타는 이쯤해서 그만 끝낼까 마음을 먹었다.
그때.
“그래도 발버둥 친 보람은 있군요.”
“응?”
“시야는 확실히 돌릴 수 있었습니다.”
“……?!”
아주 은밀하게.
허공에 수놓인 거미줄처럼.
그간 라비아타에 의해 터져 나가 바닥에 흩어져 있던 마력탄의 흔적들이 가느다란 선을 만들며 이어지는 것을 본 직후, 셰인이 주먹이 앞으로 나아갔다.
* * *
룬어를 기반으로 다루는 마법의 대표적인 장점은 바로 범용성에 있었다.
수많은 수식으로 마력이 통하는 길을 만드는 일반적인 마법과 다르게, 룬어는 그 자체만으로 마력을 담고 있기에 숙련만 된다면 굳이 시동어가 없더라도 바로 쓸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마법과 다르게 알고 있는 룬어만 많다면 다양한 조합 또한 가능했으니.
조금만 집중한다면, 지금의 여기에 펼쳐진 현상처럼 만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멀리서 둘의 공방을 지켜보며 감탄하기 바빴던 자하드 교수는 방금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질 못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지만, 마력현상을 연구하는 자하드조차도 단번에 알아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눈으로 관측된 것은 단순히 셰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천천히 주먹을 내지른 것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라비아타의 앞에 있었으니까.
마치 셰인이 서 있던 공간 자체가 이동한 듯한 느낌이었다.
한편, 라비아타는 등 뒤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하…… 하하…….”
순간 현기증을 느끼기도 잠시.
어느새 셰인의 주먹이 자신의 배에 닿아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블링크?’
최소 6서클의 마법사가 쓸 수 있다는 그 마법?
아니.
아니다.
라비아타는 여태껏 수많은 마법사를 봐 왔고, 실제로 그녀의 모험단에도 블링크를 쓸 수 있는 마법사가 있지만 다르다.
단순히 블링크뿐이라면 지금 자신의 현기증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방금 막 일어난 사태를 천천히 되감아 보았다.
여태까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마력탄의 조각들이 마력으로 만들어진 실에 연결되는가 싶더니 공간이 팽창했다가 단숨에 쪼그라들었다.
“……?”
수많은 던전을 다니며 다양한 괴현상들을 직접 목격해 온 라비아타조차 대응할 수 없을 정도의 이상 현상.
물론 마력을 쓸 수 있다는 전제하였다면 그 전조를 놓쳤을 리 없었으나, 어찌 됐든 지금 중요한 것은.
“수고하셨습니다.”
테스트에서 셰인이 통과했다는 것이었다.
* * *
“흐음…….”
방금 막 계약을 마치고 돌아온 셰인은 정신적 피로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금 전까지 라비아타에게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거냐며 실랑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마법사에게 비전을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제임스가 나서서 그녀를 극구 말렸지만 말이다.
자하드 교수 또한 마력을 탐구하는 이로서 내심 궁금한 듯 보였으나 마찬가지로 라비아타를 말리면서 후해진 조건으로 계약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더구나 방금의 대련은 육체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옆구리에 난 상처는 여전히 정령으로 틀어막은 채 회복 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뛰어다니며 마력탄을 쏟아붓고 다니면서도 다중 캐스팅을 했던 것도 몸에 무리를 줬다.
셰인은 마력탄을 처음 쏘아낸 순간부터 다른 한쪽으로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는 삼중 룬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셰인이 펼친 룬 마법에 들어간 룬어는 ‘팽창’과 ‘굴절’, 그리고 ‘수축’.
공간을 찰나의 찰나에 팽창시켰다가 복구하는 것으로 공간 자체에 유연성을 추가시키고, 거기에 굴절로 부드러움을 넣었으며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수축시켜 셰인과 라비아타의 거리를 줄여 버렸다.
말하자면, 공간 자체를 뒤틀어 버린 것이다.
그것이 라비아타가 현기증을 일으켰던 이유였고.
그때까지 셰인이 마력탄을 날렸던 것은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밑 작업임과 동시에 라비아타가 캐스팅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든 눈속임이었다.
그렇게 방금 전 대련에 대한 간단한 복기를 마치고 있을 때, 클라인이 다가와 어정쩡한 얼굴로 셰인을 맞이했다.
“아, 형님!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적당히 잘 끝냈다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예. 아버지께서 부르십니다.”
“……아버지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 셰인은 클라인과 함께 통신 수정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잠시 후, 연결됐던 수정구로부터 아버지, 로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불렀다. 시간은 좀 되느냐.
“예.”
-이제 너의 나이가 몇이지?
갑자기?
이 질문의 의도가 무엇일까.
아버지가 아들의 나이도 제대로 모르는 것은 둘째 치고, 셰인은 그 의도를 금방 파악했다.
……이건 지난 생에 없던 일인데.
“열여덟입니다.”
-그렇군. 슬슬 너도 가문의 사람으로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질 나이가 됐구나.
“혹시.”
-그래. 너와 관련해서 약혼 제의가 들어왔다.
“예?!”
그 말에 반응한 사람은 셰인이 아니라 클라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