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1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13화
213화 사태 진정 (3)
‘아니, 저 양반은 또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공식적으로 가면의 사내와 마주한 적이 없던 디라일라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루치페의 죽음이 이루어졌던 현장에서 디라일라는 부상으로 인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이 로탄이라는 사실도 이제야 깨달은 디라일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상황은 이어졌다.
“이것의 목이 꺾이는 걸 보기 싫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큭…….”
디라일라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인질로 잡힌 벤자민에 의해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하나, 벤자민은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핏발이 선 눈으로 가면의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황, 녀님, 을……!”
“애처롭군. 저 여자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인가?”
그러면서 가면의 사내는 일행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차라리 잘됐군.”
그러면서 가면의 사내는 장난감이라도 던지듯 벤자민을 클라인 일행에게 집어던졌다.
가장 앞서 있던 클라인이 벤자민을 받았으나, 남은 일행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아직 아나스타샤가 저쪽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절망적인 상황.
가면의 사내의 손이 아나스타샤에게 향하던 순간.
허공에서 나타난 마력탄이 그런 가면의 사내의 손을 향해 날아들었다.
흠칫.
어느새 한쪽 팔이 검으로 변모한 가면의 사내가 그런 마력탄을 막았다.
“형님!”
깨져 있던 대전의 창문 너머로 나타난 셰인이 그대로 아나스타샤를 안아 들고는, 계속해서 마력탄으로 가면의 사내를 견제하며 클라인과 일행들을 향해 달려왔다.
“괜찮나?”
“저,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나스타샤의 상태를 바라본 클라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까이서보니 상태가 더욱 심각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나스타샤의 육체에서부터 가면의 사내가 뿜어내는 기운과 동일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쯧, 쥐,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 있었군. 뭐, 상관없겠지. 그 상태로 살아남기란 요원한 일일 테니.”
그러면서, 가면의 사내는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스르륵 자취를 감췄다.
뒤늦게 일행들이 주변을 탐색해 봤으나, 일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
수도의 하늘이 본래의 색을 되찾자,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음을 깨달은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수도 내부에는 많은 데스 나이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외부 또한 모든 언데드가 정리되지도 않은 상황.
결사대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숨어든 언데드들을 찾아 움직였다.
비록 언데드들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수도는 혼란 속에 있었다.
아나스타샤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몸은 좀 어떤가요, 샤샤?”
올리시아의 물음에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가슴 언저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젠 제법 거동은 가능하지만, 통증은 여전하군.”
“어쩔 수 없네요. 다른 회복법과 다르니까요.”
“살아남은 걸 감사히 여겨야겠지.”
“그렇…… 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다시는, 혈육을 잃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요.”
제법 오랜만에 만난 올리시아는 상당히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보급은 시간에 맞춰 잘 들어왔으나, 정작 올리시아는 식사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언데드를 소탕하며 움직였다.
“그래서, 상황은 어떻지?”
“좋은 말로도 괜찮다고 말하긴 힘들겠네요.”
“역시 그런가.”
새뮤얼과 질투의 자아가 남기고 간 수도의 상처는 결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죽음의 기운은 제법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일정량이 수도 주변을 머물고 있는 상황.
멀쩡한 사람도 수도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 신체가 급격히 약해지기 시작하니,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상태였다.
“생명학파 흑마법사들의 도움으로 그 부분은 그나마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기는 해요.”
한때 셰인이 지하 도시에서 구출해 온 흑마법사 집단, 생명학파의 장로인 아카덴은 제국에 찾아온 재앙에 깊은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카덴의 입장에서는 위기에 빠진 제국에서 조금이라도 공을 쌓는 것만이 양지로 올라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언데드죠.”
이미 한 차례 죽은 육체로 들어간 영혼은 스스로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돌아다닌다.
여전히 생자들을 향한 뿌리 깊은 증오심이 남겨진 채.
다만 이전과 다르게 군사적인 움직임도 없었고, 때로는 자기들끼리 먹어치우는 일도 서슴지 않았기에, 토벌의 난이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너무 사방에 퍼져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네요.”
이전과 같은 전염성도 없었지만, 올리시아의 말처럼 수도에서 퍼진 언데드들은 정말 제국 전역으로 빠져나갔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수도와 그리 멀지 않은 영지들에서 시도 때도 없이 언데드들이 출몰했다.
일반적인 언데드라면 일반 성인 남성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정도로 약해졌지만, 간혹 구울이나 데스 나이트가 나타나면 상당한 피해가 생기고는 했다.
“음. 셰인의 다크 엘프 정보원으로도 힘들겠군.”
“네. 수가 적잖이 있어야죠. 그나마 위협적인 개체들을 위주로 보고를 받아서 사태가 더 심각해지는 건 겨우 막고 있는 상황이에요.”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도가 텅 비어 버리게 되면서 제국 전체의 사기가 떨어졌고, 경제적인 타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많은 중앙 정치 귀족들이 죽어 나갔고, 그보다 많은 지방의 귀족들은 이틈에 수도로 자신의 자리를 옮기기 위해 영지민들을 쥐어짜고 있었다.
명목으로는 언데드로부터의 위협을 방어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그것은 한낱 변명에 불과했다.
“쥐새끼 같은 자들이로군.”
“문제는 당장 그 쥐들의 발조차 아쉽다는 거죠.”
중앙의 정치 귀족들은 이래저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부정부패를 눈감아 준 것은, 그들이 그만큼의 능력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당장 그런 귀족들이 몰살을 당한 상황에서, 나라가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었다.
“아무튼, 이거 외에도 타국과의 정치도 문제가 커요.”
수도에 재앙이 찾아왔을 때의 제국에서는 타국의 귀족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고 있던 상황이었다.
오스튼의 경고에도 올리시아가 남아 있던 이유였고.
당시 타국의 귀족들은 황성의 비상 출구를 통해 대피를 시켰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에 관한 정치 상황도 최악을 달리고 있는 중이었으니.
정말이지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수도의 사태를 빠르게 진정시켰기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제국은 그야말로 사분오열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클레이튼 가문의 도움이 상당하다는 거예요.”
“셰인과 클라인의 가문인가?”
“네. 클레이튼 가문의 가주가 타국에서 막대한 양의 곡식을 사서 풀고 있거든요.”
“제국 화폐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을 텐데?”
아나스타샤의 말에 올리시아는 새삼스럽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까지 생각하셨어요?”
“……도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건가.”
“흐, 흠. 미안해요. 생각해 보니 올리시아는 영지까지 경영한 적이 있었죠. 다행히도, 제국 화폐의 가치는 예상만큼 떨어지진 않았어요.”
올리시아는 정말 제국의 화폐가 휴지 대신 쓰일 줄 알았으나, 예상외로 타국에서는 여전히 제국 화폐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가?”
“네. 잠깐 흔들리긴 했지만, 사태를 생각보다 일찍 종결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제국의 금맥은 따로 있잖아요?”
“마석 광산이로군.”
“네, 맞아요.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얻은 것들은 아직 남아 있거든요. 거기에 클레이튼 가문도 건재하고요.”
이제는 명실상부 제국 최대의 거상 가문이 되어 버린 클레이튼 가문.
예전부터 셰인에게 위기를 대비하라는 조언을 간직했던 클레이튼 가문의 가주, 로웰은 가산의 상당수를 화폐가 아닌 실물로 보관해 왔었다.
지금 그 실물들이 적정 수준에 맞게 풀리고 있었기에, 아직 제국의 경제는 완전히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래저래 그 사람의 덕을 많이 보는군.”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셰인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왜 그걸 안 물어보고 있나 했어요.”
“설마 또 멀리 떠난 건가?”
“다행히 그건 아니네요. 옆을 보세요.”
올리시아의 말에 아나스타샤가 시선을 돌렸다.
반듯한 선반 위에는, 물이 담긴 접시 위로 설련화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누가 놓고 갔겠어요?”
“……꽃이라.”
이런 걸 기대한 적도 없었고, 또 셰인의 성격상 이런 걸 두고 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던 아나스타샤는 잠시 멍하니 꽃을 바라봤다.
노랗게 핀 이 꽃은, 그나마 아룬비다에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는 날에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참, 좋겠네요. 사랑받는 것 같아서.”
“인생 절반을 손해 본 기분이었지.”
“헐.”
심장의 고동에 의해 고통이 느껴졌음에도 아나스타샤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그런 설련화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올리시아는 그런 아나스타샤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주제를 돌렸다.
“아무튼, 샤샤. 할 말이 있어요.”
“……음.”
문득 진지해진 올리시아의 목소리에, 아나스타샤도 꽃이 든 접시를 무릎에 놓고 시선을 올렸다.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 괴롭게 들릴 테지만.”
“…….”
“지금의 제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렇겠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나스타샤도 금방 이해했다.
황제.
수도의 언데드 사태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 자매의 아버지.
그리고 황태자로서 거론되고 있던 새뮤얼마저 죽은 상황.
이제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황제가 되어야만 했다.
안 그래도 얼마나 많은 귀족들이 제의를 해 왔던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아나스타샤와 다르게, 고군분투하며 움직이고 있던 올리시아에게 몰려오는 귀족들의 선물 공세는,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 선물 공세의 대부분이, 당장 영지민들의 혈세를 뜯어내 가지고 온 것들이니 올리시아의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반대로 아나스타샤 또한 적지 않은 귀족들의 접근이 이어졌다.
아나스타샤는 직접 황성을 수복한 인물이었고, 중상 또한 차차 나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부터 은연중 아나스타샤를 따르던 벤자민은, 차라리 숲의 왕과의 전투가 그리워질 정도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리시아. 네가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아나스타샤는 그런 귀족들의 기대를 단숨에 거절했다.
“예전부터 너는 정치에 상당한 재능을 보였었지.”
“…….”
“현재 제국에는 힘도 필요하지만,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강인한 기사도, 위기에 빠진 나라를 홀로 지키지는 못해. 하지만 펜으로 싸우는 이들은 그걸 가능케 만들지.”
아룬비다에서 아나스타샤는 그 누구보다 강인했지만, 셰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결국 홀로 아룬비다를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욕심보다, 제국의 안위를 걱정했다.
방금까지 들어왔던 보고처럼, 제국의 상황이 최악을 달리고 있을 이때.
타국에서 허튼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으니까.
“대신, 제국의 검이자 방패는 내가 되어 주겠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 올리시아?”
“샤샤…….”
그리고 그런 아나스타샤를 본 올리시아는,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