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1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16화
216화 연회 (3)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정원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산책로였다.
다만 평범한 산책로가 아니다.
다양한 동상에 더불어 정원수로 만들어진 수많은 장식물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화해 어우러진 길이었으니까.
강철로 만들어진 기사들과 마법사, 그리고 정원수를 깎아 만들어진 엘프들. 마지막으로 차가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아룬비다의 병사들까지.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하이엘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 또한 있었는데, 세르데타인 성에서 치렀던 방어전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자, 장관이로군요.”
“허어. 살아서 숨 쉬는 것만 같습니다.”
“엇, 잠깐. 이 표식은…….”
“월리엄 가문의 작품이로군!”
“뛰어난 실력 때문에 주문하면 1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 생동감 있는 정원수 좀 보십시오. 바람에 날려 움직이는 것이 정말 엘프들이 살아 숨쉬는 것만 같습니다.”
“허허. 과연, 제국의 품위로군요.”
“대단합니다.”
타국의 귀족들은 멍하니 그런 작품들을 바라봤다.
개중에는 하이엘 왕국에서 찾아온 귀족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용맹하게 검을 치켜들고 있는 애덤의 동상을 보며 얼굴에 한가득 자부심이 깃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허, 그러고 보니 애덤 기사단장께서 폐하와 함께 왕성에 찾아왔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아! 그러고 보니 메르타 가문에서도 당시에 왕성에 머물러 있다고 했었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때 폐하의 곁을 지키고 서 있던 애덤 기사단장은 그야말로 용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런. 그때 그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저야 운이 좋았지요. 허허허헛!”
애덤 기사단장의 동상 앞에서, 실제로 그 모습을 본 귀족의 이야기는 마치 동화 속 장면이 그대로 연출되는 것만 같았다.
그에 따라 다른 귀족들이 메르타 가문의 귀족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서 몰려오는 관심에 입꼬리를 광대까지 올리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펼쳤다.
한편,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던 이들은 덩달아 다른 예술품에도 시선을 돌렸다.
“아나스타샤 황녀님의 모습이 그야말로 용맹하기가 이를 데 없군.”
“그러게나 말이야. 특히 옆에 선 인물은…….”
“마법사인가?”
“클레이튼 가문의 장남이라더군.”
“허어! 황녀님의 곁에서 전투를 펼쳤다더니, 허언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젊은 나이에 대단한 거지.”
“우리 자식들도 저런 모습 좀 본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대단하군, 대단해!”
또 누군가는 엘프 조형물을 바라보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분명 정원수로 만들어진 조형물이었지만, 그럼에도 보고 있으면 당시 엘프들의 외모가 전장에서 얼마나 눈부셨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기사는…….”
“이번에 전사했다고 하오. 위령비에 이름이 새겨졌다고 하지.”
“아아, 결국 그리되었군요.”
“그래도 그 이름이 영원토록 제국에 남을 것이니, 명예로운 것이지.”
“과연, 귀족의 귀감이로다.”
지방에서 찾아온 귀족들조차도 어김없이 그 모습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황녀들과의 신경전도 신경전이지만, 귀족으로서 이런 예술에 관한 욕구는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예술품을 구경하고, 때로는 당시에 있던 인물들과 연관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볼거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에는 몇몇 수도에서 생존한 기사들의 대련이 펼쳐지는 공연도 열렸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연회장에 해당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국의 귀족들에게 기사들은 그야말로 나라를 구한 영웅들이었다.
언제나 냉정함에 날을 새워야만 했던 타국의 귀족들은 혈투 속에서 살아남은 기사들의 이야기에 잠시나마 자신의 본분을 잊고 옛적의 동심을 떠올렸다.
“무명이라…….”
“역시, 소문으로 듣던 것처럼 아주 악랄한 녀석들이오.”
“왜 안 그렇겠소! 그토록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다니!”
“그뿐만이 아니오. 다들 잊지 않으셨지요?”
“아아, 어찌 잊을까. 놈들의 테러 사태 당시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떨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라고 해서 그들의 위험성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음음.”
그렇게 타국의 귀족들은 무명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에 경각심을 다시금 세웠고, 지방의 귀족들은 얼굴에 웃음이라는 가면을 씌우며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하하, 제국에 이토록 용맹한 이들이 있으니 어찌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맞는 말이오. 그러고 보니 제퍼슨 경. 우리에게도 당시에 있던 일들을 말해 주지 않겠소?”
“…….”
제퍼슨이라 불린 기사는 잠시 그런 지방의 귀족들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결코 호의적이라 할 수 없었는데, 이는 그의 눈빛을 받은 귀족들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이오.”
“으, 으음.”
“큼!”
서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은 생존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삶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수도에 있을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소. 아무런 지원도 없이 우리끼리 생존해야만 했으니까.”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는 말에 귀족들의 어깨가 흠칫거렸다.
‘이거…….’
‘별로 좋지 않군…….’
그들이 한 가지 착각한 게 있다면, 비단 지방 귀족들을 향해 경계하고 있는 이는 두 황녀뿐만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기사들 또한 이번 사태가 끝난 이후, 영지는 없으나 귀족으로서 임명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들 또한 중앙의 정치 귀족이 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원 병력이 없었다는 현실은 지방 귀족들을 향한 적개심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올리시아 황녀 전하께서 늦지 않게 우릴 찾아와 주셨소. 그리고 한데 뭉쳐 그 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 하지만 그 길이 쉬웠냐 하면, 결코 아니었소. 여전히 지원 병력은 없었고, 생존은 우리의 힘만으로 해야 했으니까.”
지방 귀족들은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한편, 타국의 귀족들은 그런 모습을 제법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번에 그들이 제국에 찾아온 이유는, 제국 황실의 권력 구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차후 제국을 이끌어 갈 지방 귀족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역시 황녀만 견제하면 될 것 같군.’
‘차라리 이렇게 되는 게 편하다.’
‘아무리 대단한 자가 왕좌에 앉는다 한들, 그를 받쳐 줄 귀족들의 꼴이 저런 모양이어서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던 찰나.
“그래도 뭐, 이렇게 살아남지 않았소. 그대들의 보급품이 아니었더라면, 이 전쟁은 분명 더 길게 이어졌을 것이오.”
“으음?”
“아, 아! 그렇지! 허허. 제퍼슨 경이 그리 생각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구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경황이 없었소. 하지만 제퍼슨 경이 그리 말해 준다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구려.”
“과연, 제국을 위기로부터 구한 영웅다운 풍모요!”
그 한마디에 지방의 귀족들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듯 그런 제퍼슨을 찬양했다.
중간중간 자신들의 변호도 빼먹지 않으면서.
‘귀신같군.’
‘아주 쥐락펴락 하는 모양새야.’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역시 쉽지는 않겠어.’
혼자만 유능한 왕은 상대하기 쉽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무너뜨리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밑에 사람들을 함께 끌어올리는 왕은 쉽지 않다.
오랜 세월 각자의 왕가를 따르던 귀족들은 하루에도 올리시아에 대한 인식이 몇 번이고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갔다.
연이어 벌여진 연회였기에 지칠 법도 했지만, 매일 새롭게 변하는 연회의 분위기에 그럴 틈조차 없었다.
드넓은 지평선의 정원은 총 열흘의 연회를 매번 다른 분위기로 꾸밀 정도로 넓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귀족들의 얼굴에서는 기름기가 선명하도록 보일 정도로, 그들은 만족스러운 연회를 즐겼다.
하지만 아무리 즐겁다고는 하더라도,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면 지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귀족들이 남아 있던 이유는, 아직 제국의 중심이라 볼 수 있는 이들이 전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9일차 연회의 저녁 날.
드디어 그들이 기다리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귀빈 여러분. 제국의 영광스러운 핏줄이자, 황성을 탈환하신 제국의 꽃. 제페르 디 나타샤 아나스타샤 님께서 입장하십니다!”
홀에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귀족들이 전부 눈을 빛냈다.
그동안 화려한 눈요기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들의 목적은 결국 두 황녀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올리시아는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고 자시금 자리를 비웠고, 아나스타샤는 여태 그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지금.
황성을 탈환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아나스타샤의 모습이 드러났다.
“저건……?”
“허. 왜 머리카락이……?”
“분명 푸른 머리카락이라 들었는데…….”
검은 머리카락에, 정열적인 붉은 드래스를 입은 아나스타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고, 푸른 눈동자가 좌중을 훑어봤다.
그 순간, 귀족들은 올리시아에게서는 느낄 수 없던 그녀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올리시아가 차분하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강제로 끌어잡는다면.
아나스타샤는 노골적이다.
수많은 사선을 겪고, 한 번은 정말 죽음에 가까워졌던 그녀가 풍기는 기도는, 전투를 겪어 본 적이 없던 이라면 심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압도적인 포식자 앞에 놓인 피식자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으음…….”
“큼…….”
몇몇 귀족들은 그런 그녀의 기세에 짓눌려 신음만 흘릴 뿐이었고, 또 누군가는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봤다.
‘상황이 재미있어지겠는데.’
‘둘 모두 대단하군.’
‘제국에는 이토록 인재가 많았단 말인가?’
‘꽃이 이제야 핀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하던 중. 그들은 아나스타샤의 기세에 밀려 보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저자는……?”
“검은 머리에 로즈베리 눈동자.”
“소문으로만 듣던 클레이튼 가문의 장남이로군.”
“듣던 대로 황녀 옆에…….”
“음…….”
사나운 기세가 풀풀 흘리는 아나스타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곁에 있는 셰인과 팔짱을 낀 채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은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금방 눈치챘다.
‘저런 기세를 받고도 태연하군.’
‘그 동생만큼이나 형도 강하다는 건가?’
‘제법 잘 어울려.’
귀족들은 그런 아나스타샤와 셰인의 등장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홀의 중앙 단상에 도착했을 때.
꽉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아나스타샤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두들, 반갑다.”
당연스럽게도 나오는 반말이 귀족들의 시선을 확 끌어모았다.
“…….”
“…….”
“…….”
풍기던 기세만큼이나 그녀의 목소리는 좌중을 목도하는 힘을 뿜어내어 이후 그녀의 말을 기다리도록 만들었다.
“하는 일이 바빠서 이제야 연회에 참석하게 됐군. 다들 알다시피, 현재 제국은 아직 혼란 속에 있다. 그런 와중에도 이곳까지 찾아온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그러면서 그녀는 연회에 참석한 귀족들의 얼굴을 면면히 살펴봤다.
“제국은 항상 열려 있다. 친구에게는 도움을, 적에게는 철퇴를 내릴 준비가 되어 있지. 부디 그대들 중에는 우리의 친구만 있기를 바라겠다. 예전부터 그래 왔든, 이제부터 그러하든.”
“…….”
“…….”
“…….”
“이후에는 가벼운 댄스 타임이 있으니, 각자의 파트너를 찾도록. 그럼 남은 시간을 즐겨라.”
그 말을 끝으로, 아나스타샤는 셰인의 에스코트를 받아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그렇게 그녀의 차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시아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셰인처럼, 오스튼이 그런 올리시아의 곁에 서 있었다.
“다들 잘 즐기시고 계신 것 같네요. 어떤가요, 제국의 연회는?”
얼어붙어 있던 분위기가 올리시아의 화사한 미소에 조금은 녹은 듯했다.
몇몇 귀족들이 환호와 함께 이번 황성에서의 연회를 극찬했고, 올리시아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분들께서 즐겨 주시니 다행이네요. 이어지는 시간을 마저 즐겨 주시고, 이후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올리시아도 자리에서 나와 아나스타샤에게 향했다.
“샤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너만큼은 아닌 것 같군. 올리시아. 눈이 다 충혈됐다.”
“후후, 힘든 시간이긴 했죠.”
제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연회의 준비까지 진두지휘했다.
거기에 최근 준비하고 있던 것까지 합하면, 올리시아는 말 그대로 쪽잠만 자고 하루하루를 보내 왔던 셈이다.
“셰인. 아버님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야겠어요. 보약을 많이 보내 주시더군요.”
“가주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다행이네요. 아무튼, 샤샤. 잠시 저와 대화 좀 나눌까요? 저번에 말했던 일과 관련이 있어요.”
“음. 셰인. 잠시 다녀오겠다.”
“다녀오십시오, 황녀님.”
그렇게 올리시아와 아나스타샤가 자리를 비우고, 셰인은 오스튼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오스튼도 그간 보통 고생한 게 아닌지 피골이 상접해 있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눈빛은 살아 있었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군.”
“이래저래 드릴 말씀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없군요.”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내긴 했지. 우리도 잠시 한적한 곳으로 가지.”
“좋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그들을 주시하고 있던 귀족들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며 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테라스로 향한 셰인과 오스튼은 와인잔을 흔들며 서로를 바라봤다.
“식은 언제 올릴 거지?”
“푸흡!!”
갑작스러운 셰인의 말에 오스튼은 머금고 있던 와인을 무심코 뿜어냈다.
평소 평정심이 가득한 오스튼이 이토록 흔들리는 것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듣게 될까 두렵군요.”
“숨기지 않아도 된다. 척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군.”
“당신한테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일평생 타인을 분석해 온 오스튼이었지만, 눈앞의 사내만큼은 도저히 그게 불가능했다.
물론, 그렇다고 오스튼은 혼자만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는 셰인 님이야말로 아나스타샤 황녀님의 곁에 꽉 붙어 있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연인처럼 보입니다.”
“맞다만.”
“예, 예?”
“아나스타샤 황녀님과 교제 중이다. 이미 갈 데까지 갔지.”
“……!”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 본론으로 돌아가서, 무명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다.”
“아니, 누가 먼저 이 주제를 꺼냈는데…… 끄응.”
잠시 셰인의 페이스에 말렸던 오스튼은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대로, 제게 보이는 미래는 그리 평화롭지 않는 것 같군요.”
“자세히 보이나?”
“아니오.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뿌옇습니다. 거기에 비춰지는 풍경도 조금 추상적입니다.”
“추상적이라…….”
“이런 광경을 제법 여러 번 봤습니다만,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었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앞으로는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이대로 무명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린 놈들의 본거지를 치러 가야 한다.”
“……대대적인 전쟁이 일어나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러려면 밑 작업이 많이 필요할 거다.”
전쟁이라는 게 시작한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무명이라는 단체는 제국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적이니만큼, 제국도 여러 동맹들을 엮어 가야만 했다.
그러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터.
오스튼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후에는――.”
그러던 그때.
둘의 대화에 제삼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런. 누구신가 했더니 모자란 우리 막냇동생이셨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