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24)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24화
224화 진혈의 밤 (2)
“왔군, 오스튼.”
“예. 급한 사안이 있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늦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오스튼의 차림새는 깔끔했다.
그만큼 늦은 시간까지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리라.
“최근 제국 내에서 실종자들과 관련해서 들어온 제보는 없었나?”
“실종 말입니까…… 그야 매일 들어오긴 합니다. 하지만 실종 사건은 항상 일어나지 않습니까?”
모든 곳이 제국이나 거대 영지처럼 치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산길에서 산적을 마주하면 그대로 노예로 팔릴 수도 있었고, 몬스터와 마주해 먹이가 되었을 가능성도 높았다.
“특정하자면 밤에 사라지고, 모두 젊은 청년이나 처녀다.”
“으음…… 그러고 보니 최근 젊은 계층에서 실종 신고가 조금 늘어난 추세이긴 합니다.”
“주로 위치는?”
“제국의 남동부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고대 종족 중 하나가 깨어난 것 같다. 진혈의 흡혈귀.”
“흡혈귀…… 말입니까?”
자연스럽게 오스튼의 시선이 에블린에게 향했다.
“혹시 그녀를 찾으러 온 것입니까?”
“눈치가 빠르군.”
“그야 진혈 정도가 아니라면 그녀가 그만큼 강한 것도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흡혈귀에 대한 제대로 된 상대법을 모른다면 마스터 수준의 기사들도 상대하기 힘든 게 바로 에블린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로 옆에서 봐 왔던 오스튼이 말했다.
“그녀를 데리고 가실 생각입니까?”
“그래. 지금은 오히려 폐하의 곁에 두는 게 위험하다.”
“그들이 에블린을 찾고 있다면 확실히 그렇겠군요.”
“대신, 이걸 주도록 하지.”
“이건……?”
셰인이 건넨 것은 마력이 깃든 펜던트였다.
“일종의 호출기다. 위급 시에 쓰도록. 별다른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찾아오겠다.”
“든든하군요.”
오스튼의 말에 에블린이 반응했다.
“섭섭해.”
“아, 하하…… 죄송합니다, 에블린. 제가 눈치가 없었군요.”
“응. 없었어.”
소녀의 감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오스튼의 실수였다.
“아무튼, 오스튼. 너는 각 국가에서 젊은이들의 실종 사태에 대해 알아 봐라. 나도 개인적인 정보력을 이용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가문에 연락해 봐야겠군요.”
1년 전 연회에서 찾아왔던 오베른과 알케이어.
이후 오스튼의 큰 형인 오베른은 결국 오스튼을 가문으로 데리고 오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가문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무슨 생각으로 황성까지 왔나 싶었건만.’
생각보다 주제 파악이 빠른 자였다.
“가문과의 일은 어떻게 해결됐지?”
“이제는 다시금 자리를 되찾아 가는 중입니다.”
“생각보다 느리군.”
“그래도 너무 빠른 것보다는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저쪽이 바라는 것을 너무 일찍 들어 주면 나중에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오스튼의 뜻을 이해한 셰인은 금방 수긍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애초에 무명과의 전쟁 준비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만큼 각 국가들과 긴밀한 협약이 있어야 하니, 이는 성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셰인 님의 도움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기는 합니다. 가문의 사람들도 두려움을 느낀 것 같으니 말입니다.”
오스튼은 자신의 가문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든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실제로 셰인은 클레이튼 가문을 통해 베른슈타인 가문을 지원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과격하고 간결해서, 새삼 베른슈타인 가문의 사람들은 클레이튼 가문이 가진 저력을 확인하는 꼴이 되었지만 말이다.
덕분인지, 베른슈타인의 장남인 오베른은 제법 빠르게 이쪽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지금도 전쟁의 준비는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 * *
“츄으읍…….”
오랜만에 셰인의 목덜미에 이빨을 꽂아 넣은 에블린은 옅은 신음 소리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주인 피가 제일 맛있어.”
“어차피 다른 인간들의 피는 마시지도 못하지 않나.”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어.”
그리 말하는 에블린은 입가 근처에 흐른 피도 남가지 않고 핥아 먹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아르카네가 불만스럽다는 듯 에블린을 노려봤다.
“왜 자꾸 봐. 그런다고 정 안 들어.”
“…….”
“부담스럽게.”
예전부터 아르카네와 에블린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다.
셰인은 그 이유가 아르카네의 충성심이라 생각했다.
아르카네가 제대로 된 이름을 갖게 된 직후에 등장한 게 에블린이었으니. 거기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주인. 난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된다.”
“왜?”
“굳이 네가 동족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정도로 내가 약하진 않으니까.”
흡혈귀.
그것도 진혈의 흡혈귀는 고대서부터 그 악명이 자자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전쟁이 일어나던 당시에도 흡혈귀의 밤이 찾아오면 수많은 이종족들은 거처에서 조금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에게 당한 희생양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평화로운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절대적인 강자에 위치해 있는 존재들이었다.
현 인류도 비슷할 것이다.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평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수준급에 다다른 기사나 마법사들 또한 변변찮은 반항조차 힘들 테지.
당장 제대로 성장하지도 못한 에블린이 마스터에 다다른 기사들을 상대로 손쉽게 이길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셰인은 녀석들에게 패배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에블린을 대상으로 흡혈귀와 관련해 여러 연구를 진행했고, 아카식 레코드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식은 어디까지나 지식에 불과하지.’
지금은 먼저 놈들을 상대해 봐야 할 때였다.
“나도 싸울래.”
“딱히 말라지는 않겠다만.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셰인의 물음에 에블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져. 나를 찾고 있어. 근데 좋은 이유는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싸우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을 텐데.”
물론, 강자가 싸우는 데는 이유가 딱히 없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검을 드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거다.
그러나 에블린의 표정에 깃든 ‘불만’이라는 녀석은 방금 말한 이유 때문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죽었다고 들었어.”
“그렇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유는?”
“봤었으니까.”
“…….”
“불타오르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죽는 걸 봤으니까.”
산왕과 오크들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에블린은 순수한 백지와 같은 상태로 세상 밖에 나왔다.
셰인은 그런 에블린을 올리시아의 호위로 뒀었다.
따지고 보면 에블린은 셰인보다 올리시아와 함께 지낸 시간이 더욱 길었다.
그러는 사이에 인간의 마음이라도 깨우친 것일까?
‘나쁜 현상은 아닌데.’
솔직히 조금 의외이긴 했다.
셰인은 에블린을 봉인에서 풀어 줌과 동시에, 새로운 봉인을 걸어 놨었으니까.
그와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에블린은 셰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에블린은 셰인에게 조금도 적의를 내비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알 텐데.’
스스로가 가진 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그게 한 인간에 의해 속박되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지금 에블린의 입에서는 인류애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죽었어. 어린아이들이었어.”
사자는 토끼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야 상대가 자신의 먹이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본인의 새끼가 아닌 다른 무리의 새끼들도 물어 죽이는 것이 사자가 가진 본성이다.
흡혈귀인 에블린에게 인간이란 고작 하나의 먹잇감에 불과할 터.
그럼에도 에블린은 한낱 먹잇감에 불과한 이들에게 동정심을 가졌다.
이는 아마 자신이 겪었던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쁜 인간들도 많아. 걔들이 죽는 건 신경 안 써.”
부족한 어휘력을 애써 발휘하며 에블린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근데 나쁘지 않은 인간도 많아.”
그러면서 에블린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내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해 준 인간 여자도 있었어.”
그녀는 결국 황성에서 일어난 참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괴물이 돼서 내 앞에 나타났어.”
에블린은 그런 괴물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죽여.”
그러니 차라리. 자신의 손으로 고통 없이 보내 주는 것이 맞으리라.
에블린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흡혈귀도 비슷해.”
어린 사자는 자신의 커다란 발 안에 감춰진 발톱이 자신을 구해 준 인간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고 있다.
“내가 주인한테 하는 거랑은 달라. 식사가 아니야.”
흡혈귀에게 잡아먹힌 존재는 흡혈귀의 의지에 따라 이지를 상실하고 명령에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다.
에블린에게 있어서, 그들은 수도에서 봤던 언데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인간도 인간을 죽여.”
“…….”
“나도 다를 거 없어.”
자신에게 방해가 된다면. 자신의 신경에 거슬린다면 죽인다.
설사 그것이 동족일지라 하더라도.
자그마한 유리병의 바깥쪽 세상을 알게 된 흡혈귀 소녀가 배운 것은 그런 것이었다.
“알겠다. 너를 데리고 가도록 하지.”
“응.”
그리고 셰인은 그런 에블린의 의지를 가로막지 않았다.
그렇게 셰인이 다시금 걷기 시작했고, 에블린도 그런 그의 뒤를 쫓아갔다.
아르카네만이 그런 에블린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부담스러워.”
* * *
시간이 흐를수록 흡혈귀들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수집되기 시작했다.
밤의 기운으로 식물의 눈을 가렸다고 해도, 다크 엘프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아냈고.
오스튼 또한 스스로의 위치를 이용해 여러 국가들의 중진들을 만나 관련된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셰인은 다시 한번 황성에 찾아갔다.
회의실 안에는 올리시아와 오스튼, 그리고 아나스타샤가 앉아 있었다.
“왔군.”
“그래.”
아나스타샤가 그런 셰인을 반겨 주자, 셰인도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참…… 닮은 사람들끼리 만났네요.”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올리시아는 질렸다는 듯 그런 둘을 바라봤다.
“칭찬으로 듣지.”
“세상에서 가장 무뚝뚝한 연인들의 대화였음을 말하는 게 칭찬이라 생각한다면, 그렇게 들어도 좋아요. 그렇죠, 오스튼?”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아직 오스튼도 멀었네요.”
“……??”
“여자의 마음을 모른다고요.”
아무리 오성이 뛰어난 오스튼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마음을 완전히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셰인은 그런 오스튼을 잠시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어, 왜 내가 여기? 에?”
전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디라일라가 보였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도록 할까요?”
“알겠습니다, 폐하.”
“어? 회의요? 무슨 회의?”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런 디라일라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어차피, 회의가 진행되다보면 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 테니 말이다.
“대 흡혈귀 토벌 작전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흐, 흡혈귀?”
당연하지만, 이해를 하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존귀한 두 폐하에게 감히 물어볼 수도 없던 디라일라는 연신 셰인과 오스튼을 바라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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