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2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26화
226화 진혈의 밤 (4)
“각국의 변방에 고대 종족인 흡혈귀가 등장했다라…….”
서류를 읽던 하이엘 왕국의 국왕 올리버 드 메이슨은 진중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각 정치 귀족들과 함께, 자신의 오른쪽에 자리한 애덤의 표정 또한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해 냈다.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오?”
“먼저, 제국의 외곽에서부터 시작된 실종 사태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젊은이들의 실종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 귀족의 의견이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귀족들도 하나씩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우리 하이엘 왕국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지리가 제국과는 정반대편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단순한 몬스터의 소행 정도로만 소문이 퍼진 상황입니다만…….”
귀족들의 말에 메이슨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번에도 제국의 말이 맞다는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이것도 무명이라는 조직의 소행으로 보이시오?”
“그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오?”
메이슨의 질문에 귀족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당장 그들 중에는 고대의 흡혈귀라는 종족을 들어 본 적도 없던 이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일단 제국에서 들어온 내용에 의하면, 스스로의 심상을 구현하지 못한 이들은 진혈의 흡혈귀를 상대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전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아주 사소한 부상으로 혈액이 몸 밖으로 나왔다간 곧바로 흡혈귀에게 흡수된다고 합니다.”
“…….”
“또한 조금이라도 흡혈을 당하게 된다면, 그자의 영혼이 그대로 흡혈귀에게 종속된다는 내용입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손가락에 자그마한 생채기라도 나는 순간, 그대로 끝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무술을 배우긴 했으나, 심상까지 깨우치지 못한 메이슨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만약 이대로 흡혈귀가 왕성에 쳐들어와서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영혼을 앗아 간다면?
왕국 전체가 흡혈귀의 뷔페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였다.
“최대한 심상을 깨달은 기사를 곁에 두는 수밖에 없는가.”
“당장은 그렇습니다.”
“‘당장은’ 이라는 이유는?”
“그게…… 제국의 클레이튼 가문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한 귀족의 보고에 메이슨은 클레이튼 가문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최근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상회를 이끌고 있는 귀족 가문이자, 비교적 최근 제국의 후작가로 올라간 가문.
그 막대한 자본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가주의 자식들조차 평범하지 않았다.
“클레이튼 가문이 움직였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후작가의 장남과 차남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흡혈귀의 토벌 혹은 생포가 목표라는 듯싶습니다.”
“그 장남과 차남이 말이지…….”
귀족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형제간의 우애가 좋은 가문이다.
거기에 차남은 기사의 왕국인 베첼리에서 기사의 선언 당시 당당하게 우승을 거머쥔 것으로도 유명했다.
제국의 수도에서 일어난 전쟁에서도 보통 활약을 한 게 아니었고, 그 이전에도 다양한 던전을 클리어 하면서 모험가들 사이에 명성도 높았다.
“그 가문의 장남이라면 무언가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겠군.”
특히 가문의 장남, 클레이튼 R 셰인은 동생이 모험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만큼,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마법학회에 다양한 발표를 할 때마다, 마법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특히 엘프들의 정기를 활용한 방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태.
그런 엘프의 고향인 메자이아 대수림에서도 결코 적은 활약을 했던 게 아니었다.
“애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자라면 분명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신뢰가 높군.”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사람입니다.”
“그런가. 그래도 다행이로군. 적어도 그대가 내 곁에 있으니 말이야. 후작가의 장남이 방법을 찾을 때까진 시간을 벌 수 있겠어.”
“……감사합니다.”
최근, 애덤은 스스로의 심상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메자이아 대수림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우수한 기사 가문의 자제로서 항상 정상에 있었던 애덤.
그러나 이전 하이엘의 국왕이 만들어 낸 배신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당시의 여러 경험들을 정립하면서 애덤은 최근 들어 크게 성장했다.
“그대들은 들어라. 우리 하이엘 왕국은, 냉정하게 보면 전력이 그리 대단치 않다.”
“…….”
국왕의 말에 귀족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마음속으로는 아니라고 하고 싶었으나, 실상 그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하이엘 왕국은 연합국과 붙어 있는 국가.
때문에 상업적으로 발전한 나라였지, 전력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크기로는 제국이 우위에 있었고, 기사의 실력만 봐서는 베첼리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그러니, 우리는 제국이 만들어 준 기회를 헛되이 날려서는 안 된다. 이를 명심하고, 정보를 수집함에 있어서 결코 허술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좋다. 그럼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메이슨의 발언을 끝으로 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비웠다.
그의 곁에는 애덤이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왕국에서는 어떻게 움직일 것 같은가?”
“아마, 부정부터 하고 볼 것입니다.”
“역시 그렇겠지…….”
어느 정도 분위기를 보는 눈이 있는 귀족들이라면, 현재 제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 거대한 제국이 움직인다. 오랜 세월, 웅크리고 있던 사자가 드디어 몸을 일으킨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그런 제국의 기상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무명이라는 단체와의 전쟁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다름 아닌 제국의 수도가 하루아침에 멸망에 이르렀다.
그 여파로 인해 제국의 수도 귀족들이 몰살을 당했고, 황제와 황태자마저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나마 제국에는 여러 인재들과 클레이튼 가문이라는 굳건한 돈줄이 존재했기에 금방 복구할 수 있었지만, 다른 국가에서도 그러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평화에 찌들어 있던 이들이라도, 귀족이라는 자들은 과거를 볼 줄 아는 이들이다.
하지만 어찌 눈으로 본다고 그걸 행동으로 다 취할 수 있을까.
“적어도 제국이 그 전쟁의 중심에 서는 것은 반가워하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그러면서 애덤은 과거 셰인과 마주했던 나날들을 떠올렸다.
사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애덤은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고든이라는 흑마법사가 메자이아 대수림을 집어삼켰을 것이다.
그 여파가 얼마나 무시무시했을까.
당시 떠올렸던 다크 엘프들의 위력을 본다면 어지간한 왕국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합국에서부터 시작된 대륙적인 테러 사태까지.
그런 셰인이 직접 나설 정도로, 현 사태는 위험하다는 것이리라.
애덤의 입이 무거워진 것을 깨달은 메이슨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가감 없이 말해도 된다, 애덤 경. 일부러 저자들에게 묻지 않고 그대에게 물은 것이니. 솔직하게 말하라.”
“망극하옵니다. 하나, 제 의견에 의하면…… 결국 다른 국가들은 제국에게 고개를 숙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올 테니 말입니다.”
“……하하, 하하핫.”
그 말에 메이슨이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국왕으로서 해야 할 일이겠지. 이어지는 전쟁에 관련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제국의 편에 들도록 해야겠다. 결국 살아남아야만 후일을 볼 수 있는 법이니.”
적대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오기를 부리는 멍청이가 되기보다, 기류에 편승하는 철새가 되겠다.
스스로가 한 말처럼, 제국을 넘어서고 싶다면 일단 살아남고 봐야 할 일이니까.
메이슨은 그리 생각했다.
* * *
덜컹거리는 마차의 창문 밖으로 풍경이 수시로 바뀐다.
그런 창가를 바라보고 있던 셰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오래전 약혼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은발의 머리카락이 제법 길게 늘어져 창문으로 흘러 들어오는 바람에 흩날렸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지?”
“……아직 바빠.”
“심상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이군.”
“……응.”
대답이 한 박자씩 느리게 돌아왔다.
그 이유는 아마 아네이스의 내부에 깃든 다수의 영혼들 때문이리라.
한때 자신의 가족과도 같았던 저지먼트 기사단원들.
그들의 영혼을 강제로 흡수하게 된 이후, 아네이스는 자신의 내부로 들어온 힘을 정리하는 데 온 힘을 써야만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런 행위는 이어지고 있었다.
대화가 시작됐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아네이스는 자신의 심상에서 빠져나와 셰인을 바라봤다.
“왜 그래?”
“별로 아쉬운 눈치는 아닌 듯해서.”
“……?”
“황실에서 해뒀던 약속과 다르게 아직 저지먼트 기사단과 얽힌 비사가 공식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아.”
“네가 황실의 기사로서 남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말은, 들어줄 거야. 아직 시간이 필요할 뿐.”
본래 아나스타샤는 아네이스와 약속했던 것처럼, 전쟁이 끝나자마자 저지먼트 기사단과 황실의 비밀을 공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올리시아가 이를 반대했다.
정확히는, 보다 시간을 요구한 것이다.
“아직 이르대.”
“……그렇긴 하겠지.”
올리시아라고 그 부끄러운 과거를 계속 숨기고 싶어 할까.
그녀 또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그리고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이는 반드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전쟁을 준비한다고 했어.”
“그랬지.”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대.”
저지먼트 기사단의 영혼을 흡수한 이후.
아네이스는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삶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셰인은 그런 아네이스의 변화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전생에 철혈의 정의라 불리던 아네이스는 그야말로 언데드처럼 맹목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런 아네이스의 변화 또한, 셰인이 회귀를 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상황이 정리된다면, 네가 바라던 일이 잘되었으면 좋겠군.”
“응.”
그 뒤로는 둘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네이스는 다시금 심상을 다스리기 시작했고, 셰인도 이번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정리에 들어갔다.
둘의 침묵이 끝난 것은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였다.
“여기로군.”
“응.”
둘이 도착한 장소는 나름 성벽까지 갖춰진 소규모 도시였다.
인구는 대략 5천 명 정도 있는 도시일까. 자경단이 아닌 병사들로 이루어진 검문소가 위치해 있었다.
“평화로워 보여.”
“겉보기엔 말이지.”
검문소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를 거닐었다.
목적지인 시골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위치한 도시.
주변의 마을들과 이어진 이 도시는 상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듯, 마차를 끌고 오는 상인들과 그런 상인을 호위하는 용병들의 모습이 제법 자주 보였다.
여행객을 맞이해 주는 숙박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셰인과 아네이스는 광장 주변을 둘러보던 중, 한 소년과 마주쳤다.
툭.
“앗. 이거 죄송합니다~.”
여기저기 헌 옷을 입고 있던 소년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던 것인지 셰인과 어깨가 부딪혔다.
셰인이 그런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소년은 이빨 하나가 빠진 이를 보이며 웃어 보였다.
“혹시 여행객이십니까?”
“글쎄, 어떨 것 같나.”
“하하! 이런 시골 촌뜨기가 보기에는 정말 부유한 사람들처럼 보이는군요. 혹시 신혼여행이신가요? 선남선녀가 만나니 이렇게 눈이 호강합니다.”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이 있는 몸이다.”
“오우……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외진 시골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조언 하나 해 드리자면 지금은 시기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조언을 해 주니 고맙군. 그럼 이쪽에서도 조언을 해 주지.”
“아이쿠, 이 시골 촌놈이 또 조언을 듣는 것도 잘합죠. 말씀해 주십쇼.”
웃으며 손을 비비는 소년을 향해 셰인이 금화 하나를 던졌다.
“처음 오는 사람의 행선지나 목적을 묻는 것은 그리 좋은 습관이 아니지. 여관에서 합석해 함께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면.”
“아, 하하. 그런가요?”
“그리고 소매치기를 시도했으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 또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사실 소매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좋은 선택이 아니지.”
“이, 이런. 걸린 모양이네요. 하하…….”
어느새 셰인의 손에 들린 가죽 주머니. 그걸 본 소년이 어색하게 웃었다.
왜냐하면, 방금 자신이 셰인과 부딪치면서 슬쩍했던 가죽 주머니가 어느새 다시 셰인의 손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사.’
이런 시골 도시에서 마법사를 볼 일이 얼마나 있겠나.
소년은 어색한 웃음을 연기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가 이쪽을 해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까.
셰인이 넘긴 금화를 바라보며 소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방금 말했던 시기가 좋지 않다는 부분부터 들어 볼까.”
셰인의 말에 소년이 주변을 둘러봤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거리. 소년의 눈빛에는 미세한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핫.”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