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2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27화
227화 진혈의 밤 (5)
소년의 이름은 아셔.
그는 마을과 소도시 사이의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였다.
시골 마을의 토박이였던 아셔는 어렸을 때부터 상인이었던 부모님과 함께 곧잘 마을과 소도시를 오가고는 했었다.
처음 시작은 1년 전이었다.
당시 아셔는 부모님으로부터 마을에 청년 몇 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디 용병이라도 만나서 따라간 건가?’
당시의 마을은 매우 평화로웠다.
그 흔한 몬스터인 고블린도 잘 출현하지 않았고, 자경단이라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마을의 사냥꾼 일을 겸했을 정도였으니.
근처에 소도시가 있긴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평화로운 마을이었기 때문에, 평소 마을의 젊은 청년들은 바깥세상으로 나가길 꿈꾸곤 했었다.
이따금 술집에서 술을 마실 때면 언젠가 유명한 모험가나 용병이 되고 싶다 말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으니.
그러나 아셔로서는 그저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평화롭게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뭐,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
이따금 있었다.
젊을 때 부모 몰래 용병을 따라 마을 밖으로 나섰다가, 나중에 팔 한쪽 잃고 돌아오는 이들이.
그럴 때면 마을의 어르신들은 저런 꼴이 되기 싫으면 얌전히 마을의 일이나 도우라곤 했던 기억이 있었다.
아셔도 그런 모습을 보고 배웠기에, 굳이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진 않았다.
“엊그제 매그니스가 실종됐다는구나.”
“네?”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였다.
“매그니스가요?”
“그래.”
“그 조용한 녀석이 마을 밖으로 나갈 일이 있나?”
매그니스는 아셔처럼 이 조용한 마을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다른 동년배들이 바깥을 향한 장밋빛 꿈을 꿀 때도 그는 그저 조용히 술만 마시며 밖에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셔와 제법 죽이 잘 맞아떨어지고는 했는데, 그런 그가 사라진 것이다.
“으음…….”
의아함을 느끼긴 했지만, 매그니스도 아셔처럼 마을과 소도시 사이를 오가는 길잡이였다.
어쩌면 뒤늦은 나이에 검을 차고 다니는 용병을 보고 혼자만의 상상을 펼쳤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상 현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을의 젊은이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때쯤.
실종됐던 청년이 돌아왔다.
그와 친했던 매그니스였다.
“야야, 매그니스. 너 평소에 마을이 최고라면서 어딜 다녀왔던 거야?”
“아, 하하. 미안 미안. 걱정시킨 모양이네.”
매그니스가 평소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밖에 나갔던 건데?”
“그게…….”
술집에 모여 동년배들끼리 모여서 귀를 기울이자, 매그니스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저쪽 도시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멋진 용병분이 계시더라고. 자태가 정말 아름다우셨지.”
“에라이, 이젠 하다하다 용병에 더해서 사랑의 도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하하…… 그러지 뭐.”
매그니스의 말에 동년배들은 흥미가 식은 듯 보였다.
그때.
아셔는 쑥스럽다는 듯 뒷목을 긁적이는 매그니스의 목덜미 근처에서 두 개의 점을 발견했다.
‘뭐야. 저 녀석한테 저런 점이 있었나?’
마치 뱀한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빨갛게 물든 두 개의 점.
만약 그게 술집의 살짝 어두운 조명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아셔는 그 두 개의 점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고 물어봤을지도 모른다.
‘뭐, 저런 게 있었나.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 * *
“당시에 처음 실종됐던 4명을 제외하면,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마을에 돌아오기 시작했죠.”
아셔는 당시를 떠올리며 셰인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하더랍니다.”
문제는 그 뒤로도 주기적으로 청년들이 사라졌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러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달 정도 지나면 다시 돌아왔습니다. 모두 제각각의 이유였습죠. 이유가 비슷한 경우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처음에는 한 명씩 사라지니 무슨 유행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근데 제가 평소 좀 습관이 있습니다.”
“습관?”
“예. 다른 사람의 면모를 살펴본다고 해야 할까요?”
어릴 때부터 상인으로서 가르침을 받은 아셔는 부모님에게 여러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히 아셔는 나름 재능이 있어서 다른 이들을 관찰하는데 제법 뛰어난 면모를 보이곤 했다.
“이렇게 들으면 좀 그렇겠지만…….”
“뭐지?”
“시골 마을이 얼마나 심심합니까? 하루 누군가에게 평소보다 다른 일이 일어나면 그 이야깃거리가 최소 한 달은 갑니다.”
문득 알렉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또한 시골 마을이 따분하다는 이유로 마을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곤 했었다.
“아무튼, 이러다 보니 제가 사람을 보는 재주도 있고 해서 마을 사람들끼리의 분위기도 자주 관찰하곤 합니다. 연습의 대상이죠.”
“본론만.”
“그러니까, 마을의 청년과 처녀끼리 이어지면 그 분위기를 금방 캐치한다 이 말입니다.”
아셔는 본인이 말해 놓고는 뻘쭘한지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그런데 실종됐다가 돌아온 이들은 대부분 그…… 어른의 계단을 밞은 녀석들이란 말이죠.”
“성 경험이 없는 이들은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매그너스, 그 순박한 녀석도 옆집 잡화점의…… 아니, 이게 아니지. 아무튼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렇게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아셔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돌아온 이들한테 모두 목에 점 두 개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 말입니다.”
모두 다음 날이 되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실종자 모두에게서 생겨나는 공통점.
그에 의아함을 느꼈던 아셔는 점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얼추 반년쯤 지났을 까요? 제가 마을에 있는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알고 지내던 마을의 젊은 녀석들은 모두 한 번씩 사라졌다 돌아왔습니다.”
남은 것은 아셔 하나뿐.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너 하나뿐이었나?”
“그럴 리 있겠습니까? 단지, 마을의 어르신들은 이런 현상을 그저 하나의 유행이라 치부했을 뿐입니다. 제 동년배들 중에서는 저처럼 이상함 깨달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실종됐다가 돌아왔군.”
“예. 그렇습니다.”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셔는 서둘러 부모님에게 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연하게도 먹히질 않았다.
결국 어찌해야 하나 말을 동동 구르고 있던 찰나.
“보게 된 겁니다. 제 부모님의 목덜미에 생긴 두 개의 점을.”
결국 아셔는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족들과 친구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었고, 이런 현상을 소도시를 다스리는 영주에게도 고해 봤지만.
“별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내쫓겼습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을 때, 아셔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평생 이 주변에서만 살아왔던 아셔는 가족과 친구들을 완전히 버릴 수 없었고, 끝내 이도저도 못하며 소도시에 머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돈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헤헤, 죄송합니다.”
“됐다. 넌 운이 좋았군.”
그러면서 셰인이 아네이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본래 같았으면 팔 한쪽이 뜯겨져 나갔을 테지만.”
“히끅!”
“여러모로 운이 좋군.”
“가, 감사합니다, 나으리. 헤헤.”
대화에 영문을 모르던 아네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거 철혈의 정의였던 아네이스라면 달랐겠지만, 저 정도의 경범죄에 그녀의 정의가 발동하진 않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도시에도 별다른 이상 현상은 없었나?”
“일단 저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만, 특별한 이상은 못 봤습니다. 다만, 마을에 있던 청년들은 대부분 숲에서 실종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가?”
“그렇습죠. 혹시 고대의 몬스터나 이종족이 던전에서 등장한 게 아닐까요?”
“호오.”
제법 예리한 추측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제가 비록 이렇게 시골 촌놈이긴 하지만, 나름 용병들과 알고 지낸 세월이 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법 듣는 말이 많습니다. 흑마법사가 일으킨 언데드 사태라던가, 현혹이라는 독특한 기술을 쓰는 몬스터가 있는 등…… 혹시 나으리들께서는 모험가이십니까?”
“자격증이 있긴 하지.”
“혹여라도 혼자 가시기보단 동행 분을 더 늘리시길 추천드립니다.”
“고맙군.”
“헤헤, 별말씀을요.”
거기서 아셔와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러면서, 셰인은 아셔에게 고개를 돌려 아네이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등 뒤로 서서히 저물어 가는 석양이 마지막으로 불꽃을 태우듯 강렬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어떤가, 아네이스.”
“뭐가?”
“구분이 좀 될 것 같나?”
“……대충은. 근데 아직 어려워.”
“그렇군. 이번 기회에 잘 봐 둬라.”
그러면서, 셰인은 뒤에서 멀뚱히 서 있는 아셔를 가리켰다.
“흡혈귀에게 당한 자들은, 이렇게 인간의 흉내를 낸다.”
“…….”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강렬하던 석양이 서서히 저물고.
밤의 푸른빛이 세상을 잠식할 무렵.
도시 전체에 정적이 찾아왔다.
* * *
셰인의 말에 아네이스는 조용히 아셔라는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과 청년 사이쯤에 걸쳐 있는 그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예? 나으리. 무슨 말씀이십니까?”
한순간 찾아왔던 침묵을 깬 것은 아셔였다.
그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흡혈귀에게 당했다는 셰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듯, 본인이 당한지조차 모르고 흡혈귀의 꼭두각시가 되기 마련이지.”
“확실히, 무언가 실 같은 게 연결된 것처럼 보여.”
아네이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력에 마력을 집중했다.
눈에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평소 볼 수 없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의 내면에 수십 명의 영혼을 담고 있는 아네이스는 영혼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아네이스의 눈에 비춰진 아셔는, 목에서부터 가느다란 붉은 실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살랑거리고 있었다.
“저, 저기…… 나으리들?”
“여러모로 운이 없었군. 아니,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셰인은 가볍게 아셔에게 수면 마법을 걸었다.
마법에 제대로 대항조차 하지 못한 아셔는 그대로 실이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어떻게 할 거야?”
마치 이대로 죽일 거냐는 물음에,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은 모른다. 흡혈귀에게 완전히 흡혈을 당해 죽은 게 아니라면, 본래대로 되돌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흑마법사과 구분이 된다면 이 정도일까.
흡혈귀에게 당해서 탄생한 구울은 일반적인 언데드하고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다.
“장기도 멀쩡하고. 심장도 계속해서 뛰고 있군.”
“다행이네.”
일찍이 언데드가 창궐한 참상이 어떠했는지 잘 아는 아네이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것 같긴 하군.”
“그건 맞는 거 같아.”
셰인은 어느새 주변 골목에 모이고 있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해가 저물고 그 자리에 대신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도시의 뒷골목.
흡혈귀에게 당한 구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시는 이미, 흡혈귀의 손아귀에 들어간 상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