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3화
23화 준비(1)
“약혼, 이요?”
아네이스의 물음에 현 저지먼트 기사단의 단장, 올리버 G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네이스, 너도 알겠지만 다이라의 희생으로 인해 내부에서 말이 많더구나.”
“…….”
“때문에 폐하께서 우려가 크시다. 지하도시의 벌레들이 힘을 비축하는 것이 장차 인류에 큰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말이지.”
그게 약혼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어른의 사정을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아네이스는 일단 잠자코 들었다.
“그에 우리는 직접 지하도시에 간섭하기 위한 첩자를 심어 두기로 했다.”
“그래서요?”
“그게 바로 클레이튼 가문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대상회를 이끌고 있으니만큼, 지하도시에 적잖은 영향력을 펼칠 수 있으리라 보고 있지.”
“네…….”
“하지만 아무리 클레이튼 가문이라지만,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다. 때문에 필요한 게 바로 약혼이지.”
“아.”
그제야 어른의 사정을 이해한 아네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것도, 정의를 위해서 인가요?”
“그래. 또한, 대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
“……알겠어요.”
아네이스는 별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관심이 없었으나.
정의를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그녀가 납득하기 위해서는 위의 두 조건이면 충분했다.
정의와 대의는, 언제나 희생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저지먼트 기사단 또한 위대한 정의와 대의를 위해 스스로의 피를 흘리고 희생하지 않던가.
‘그래도, 아쉬워.’
자신의 작은 아버지, 대니얼의 선택이 아쉽다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이 약하다는 것.
절대불변의 막강한 힘이 있었더라면 굳이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결국 아네이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약혼이 확정된 날 바로 셰인을 찾아갔다.
* * *
“그런 이유로, 임시나마 린트베르크 J 아네이스가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됐다.”
“으에엑!”
갑작스러운 아네이스의 등장에, 팀원들 모두 놀랐으나 역시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디라일라였다.
아네이스.
그녀가 적을 두고 있는 저지먼트 기사단원 중 한 명이 얼마 전 디라일라의 납치와 관련된 인물이었기에,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심지어 그 인물이 디라일라 앞에서 살해당하지 않았던가!
“아, 아니 좀 이상한데? 왜 이 팀에 지휘학과 생도가 이렇게 많아?”
디라일라의 당황도 당황이지만 그녀의 말 또한 타당했다.
본래 지휘학과 생도들은 타 전투학과의 생도들과 팀을 꾸리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팀장으로서 점수를 가장 많이 받는 지휘학과 특성상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네이스의 선택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딱히. 왜 이상해?”
“어, 그야 넌 지휘학과잖아!”
“별로. 지휘학과라도 이 팀에 들어올 이유는 충분해.”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다름 아닌 5대 요람 중 하나인 메자이아 대수림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당연히 따라올 점수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요, 다름 아닌 라비아타 모험단과 협업을 했다는 것은 그 어떤 모험가에게도 대단한 명성이 될 테니.
굳이 학과를 따질 것도 없이, 이번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셰인에게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생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셰인이 모두 무시로 일관하자 그 뒤로 귀찮아지던 것은 클라인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약혼자가 있는 팀을 한번 보러 온 것뿐. 그리 오래 있진 않을 거야.”
“어, 그래? 아, 아니. 잠깐 약혼?”
디라일라가 뭐라 의문을 더 표하기도 전에 셰인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아무튼 아네이스도 이번 협업까지는 임시로 함께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들어갈 던전에 대해 설명할 테니 잘 듣도록.”
“끄으응…… 오케이.”
어쨌든 임시라는 소리에 디라일라가 자리에 앉았다.
굳이 자신이 관여할 바는 아니었으나, 가능하다면 아네이스와 최소한으로 엮이길 바라는 게 디라일라의 입장이었다.
“최대한 메자이아 대수림과 비슷한 환경의 던전으로 골랐다. 여기서 너희들은 각자의 제약을 건 상태로 토벌에 임하게 될 거다.”
“제약 말입니까?”
클라인의 말에 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메자이아 대수림은 마력을 사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는 장소다.”
셰인의 말에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메자이아 대수림은 몬스터보다는 환경이 위험한 장소다.
여러 던전 관련 수업에서도 들었지만, 메자이아 대수림은 기우 문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요람이 전체적으로 마력 불안정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곳에서 마력을 다시금 쌓기 위해서는 위험도 위험이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마력적응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괜찮겠으나, 적어도 지금 우리가 논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셰인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메자이아 대수림의 마력 불안정 현상은 룬어와 관련이 높은 존재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었으니.
남들보다는 제약이 덜한 편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열흘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던전에 각자 제약을 걸 거다.”
“어떤 제약입니까?”
“먼저 클라인. 너는 신체강화에 필요한 마나를 제외하고는 일체 마력을 쓰면 안 된다.”
“으음…….”
신체강화는 마력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기초적인 전투법이다.
막대한 마력을 무기삼아 싸우는 클라인에게는 큰 제약이나 다름없었다.
“디라일라는 이걸 받아라.”
“어, 이건 뭐야. 흙?”
셰인이 건넨 주머니를 열어 보니, 한 줌의 흙만이 담겨 있었다.
“이걸로 뭐 하라고?”
“넌 그 흙만을 무기로 사용해라.”
“엑?”
지하인인 디라일라는 굳이 따지자면 대지 속성의 마법사다.
때문에 그녀에게는 고작 저 정도의 흙만 있더라도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겠으나.
그건 디라일라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녀도 대량의 흙을 이용해 질량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이다.
“너무 정교하게 다루면 머리 아픈데…….”
“참아라.”
“끄응…….”
일단 팀에 들어오면 어지간해서 팀장의 말을 듣는 게 맞다.
실제로 이렇듯 모험단의 리더는 동료의 실력향상에도 많이 관여를 하는 편이기에.
이어서 아네이스가 셰인을 바라봤다.
“나는?”
“음.”
아네이스의 말에 셰인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애초에 아네이스는 셰인이 생각하고 있던 전력이 아니었기에.
물론 그녀도 미래에는 중요한 인물이 될 테지만, 아직까진 접촉할 예정이 없던 인물이기도 했다.
아네이스는 이후 자연스럽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클라인만큼 많은 역경을 겪긴 하지만, 그거야 셰인이 알 바 아니었다.
클라인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챙겨 줄 필요가 없었고, 디라일라처럼 아예 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경우도 아니었으니.
“너도 클라인과 비슷하게 신체강화만으로 마력을 쓰도록. 그리고 하나 더.”
“응.”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러라.”
“……? 알았어.”
셰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네이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셰인은 본격적으로 훈련에 필요한 던전에 대해 설명했다.
“던전의 타입은 숲과 동굴, 그리고 땅굴이 포함된 다중 던전이다. 크기는 중형이지.”
“생각보다 크군요.”
“난이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주요 몬스터는 랫맨과 트롤, 워 보어와 매스 고블린, 레더 코볼트 정도다.”
다중 던전은 셰인이 말한 것처럼 여러 몬스터가 아울러 지내는 던전을 뜻했다.
이런 던전의 클리어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은 두세 팀의 모험단이 들어가 각자의 영역을 맡고 클리어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다.
그 외에는 지금의 셰인처럼 독식 형태로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이럴 경우 던전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지며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던전을 클리어한 보상도 독식하게 되겠지만.
“시작은 땅굴이다. 그다음으로 동굴이고, 그 앞에 숲이 우거져 있다고 하는군.”
앞서 탐사 전문 마법사가 자신의 소환수를 다루는 패밀리어 마법으로 알아낸 정보였다.
그 외에도 던전의 특징, 몬스터의 습성 등을 한 번씩 훑어 준 셰인이 다시금 말했다.
“비록 제약을 걸긴 했으나,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면 즉시 제약은 신경 쓰지 말고 토벌에 임하도록, 이상. 질문 있나?”
그 물음에 손을 든 사람은 디라일라였다.
“근데 넌 제약 같은 거 없어?”
“난 항상 제약을 걸고 싸운다.”
오리진의 힘을 주로 다루는 셰인은 지금의 신분으로 그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니 이게 제약이 아니면 뭐가 제약일까.
하나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디라일라가 얼굴에 연신 물음표를 띄웠으나 셰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윽고, 던전의 토벌작전이 시작됐다.
* * *
죽은 몬스터가 다시 살아나고, 파괴된 지형이 복구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
던전은 중추가 파괴되지 않는 한 끝끝내 재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수많은 마법사가 던전의 기현상에 대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매달렸지만, 여태껏 뚜렷하게 밝혀진 건 없었다.
이는 신으로 추앙받는 아카샤가 행한 봉인으로 만들어진 환경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셰인 일행은 연합국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 [푸른 파수꾼의 숲]이라는 던전에 도착했다.
“역시 눅눅하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디라일라가 평한 환경이었다.
셰인의 앞서 했던 말처럼, 던전의 도입부는 눅눅한 땅굴에서부터 시작됐다.
동시에 셰인은 품에서 꺼낸 동그란 마공학품에 자신의 룬어를 더했다.
“우와. 이게 그 듣기만 했던 마도촬영기인가 그건가? 대박. 혼자 떠다니네.”
마력을 주입시키면 내부에 저장된 마력 회로에 따라 영상을 기록하는 마도촬영기.
던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 혹은 전투를 복기하고 실력을 키우는 데 쓰이는 유용한 물건이었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바로 가격.
어지간한 모험단이라 해도 구매를 망설일 가격이기도 하거니와, 내구성까지 보장된 상등품은 과장을 더해 한 개 모험단을 꾸릴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던전을 잡은 것과 그에 필요한 비용부담은 모두 셰인과 클라인의 가문, 클레이튼 가에서 지불했다.
로웰의 성격상 이렇게 퍼주지 않았으나, 다름 아닌 라비아타하고의 협업, 그리고 메자이아 대수림으로 향한다는 말에 로웰치곤 드물게 둘을 크게 칭찬하며 이러한 지원을 보내 왔다.
“보다시피 이걸 통해 앞으로의 전투를 기록하고, 틈이 날 때마다 전투를 복기할 예정이다. 그러니 적당히 할 생각은 버리도록.”
“알겠습니다, 형님.”
“으아, 이거 잘못하면 흑역사가 영원히 기록되는 거 아냐?”
“…….”
‘부유’와 ‘추적’의 룬어를 적은 마도촬영기가 둥둥 떠다니며 일행의 뒤를 따라왔고, 이어서 첫 전투가 시작됐다.
전투의 첫 신호탄이 된 몬스터는 랫맨.
성인 크기에 이족 보행을 하는 쥐 형태의 몬스터다.
교활하기로는 고블린에게 견주고, 경계심은 코볼트 저리 가라 할 정도이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고블린 정도의 지능을 가졌으며 코볼트처럼 경계심을 풀기 시작하면 그저 성인 남성보다 조금 더 힘이 센 수준에 불과한 어중간한 몬스터라는 뜻과 같았다.
통로를 통해 나타난 랫맨의 수는 총 다섯 마리.
이쪽의 수는 고작 넷.
수적 우위에 있기 때문일까?
랫맨은 찌찍 웃으며 거리를 좁혀 왔다.
본래의 랫맨이라면 잘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기본적으로 코볼트만큼 경계심이 많은 놈들이니.
‘하지만 여기선 던전의 특성이 발휘되지.’
던전 내의 몬스터는 어지간해서 인간들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법이 없다.
굳이 그러한 상황이 있다면 불리할 때 다른 동료를 부르거나 함정으로 유인할 때뿐.
수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몬스터의 행동을, 자신들을 봉인시킨 아카샤를 향한 증오, 즉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를 향한 증오심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녀석들의 지식 수준은 던전이 봉인된 그때 그대로 멈춰져 있으니.
당시의 인간들은 마력이라는 이 세상의 기본적인 힘조차 쓸 줄 모르는 하등 종족에 불과했다.
그러니 아카샤에 의해 봉인되어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은 랫맨들에게, 눈앞의 인간들은 힘없는 사냥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물론, 랫맨도 상대를 보는 눈은 있기에 마냥 눈앞에 있는 적의 수가 자신들보다 하나라도 더 많거나 장비가 월등히 뛰어나다면 망설임 없이 도망쳤겠지만.
셰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클라인. 네가 먼저 실력을 보여 봐라.”
“알겠습니다, 형님.”
이에, 클라인 또한 전투에 임하는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어 앞으로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