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3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30화
230화 진혈의 밤 (8)
셰인은 애초에 흡혈귀라는 종족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흡혈귀가 여태까지 셰인이 상대해 왔던 이종족 중 가장 강력하며, 동시에 귀찮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개체 수는 강력함과 반비례하듯 채 백을 채울까 말까 싶을 수준에 불과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동족 간의 우애가 상당히 깊은 편이었고, 설사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해당 흡혈귀가 어디선가 살해를 당한다면 반드시 보복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상상만 해도 답답했겠군. 가만히 있자 하니 당할 테고, 반격을 해서 죽인다면 떼로 몰려올 테니.’
이는 아카식 레코드에 남아 있는 몇 없는 흡혈귀들에 대한 정보였다.
아쉽게도 아카식 레코드에는 흡혈귀라는 종족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
명확한 정보라기보다는, 소문에 가까운 수준의 정보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그에 대해 사서에게 이유를 묻자.
“그들은 밤의 사랑을 받는 종족입니다. 때문에, 밤의 장막이 그들의 정보를 차단했지요.”
밤이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그렇게 한다는 것이 의아한 것은 둘째 치고.
아카식 레코드는 우주의 모든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는 장소.
그런 곳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분명 세계의 의지일 터.
그런 세계의 의지가 그걸 내버려 둔 이유가 무엇일까.
셰인은 거기에 대해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인 자신이 세계의 의지가 가진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셰인은 가능한 한 흡혈귀를 죽이지 않으려고 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죽인 게 아니니 상관없나.’
어느 정도 지분은 있을지언정, 베네딕트라는 이름의 흡혈귀는 동족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미리 말씀드리자면, 죽인 것은 아니오.”
손에 묻은 피를 핥던 레오나르드가 그렇게 말했다.
“죽은 게 아니라고?”
“그렇소. 이걸 보면 알 것이오.”
그러면서 베네딕트가 보여 준 것은, 자그마한 혈종 같이 생긴 것이었다.
“그게 뭐지?”
“우리 흡혈귀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 심장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오.”
“거기에 그 흡혈귀의 영혼이 담겨 있는 건가?”
“그렇소. 우리 흡혈귀들은 바로 이 정수가 파괴되어야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오.”
“그런가.”
“물론, 이걸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오. 상처를 회복할 때를 제외하면 혈액에 섞여 있기 때문에, 멀쩡한 상태에서 일격에 죽일 방법은 없을 터. 일격에 육체와 완전히 소멸된다면 또 모를 테지만.”
제법 흥미로웠다.
어쩌면 고든이 개발한 라이프 베슬 또한, 저런 형태에서 발전한 방식인 것일까?
그런 마법사적 관점으로 잠시 생각을 돌렸던 셰인은 이내 본론을 꺼냈다.
“그걸 우리에게 알려 준 이유는?”
“내가 그대들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소. 나와 그대가 싸운다 한들, 내 패배가 정해져 있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알고 있나?”
“내 눈은 남들보다 좀 좋은 편이오. 그대의 영혼은…….”
레오나르드의 깊은 눈동자가 잔잔하게 떨렸다.
“적어도, 백 년을 넘게 살아온 내가 넘볼 그릇은 아닌 듯하니.”
과연. 나름 흡혈귀라는 것일까.
베네딕트도 알아보지 못한 셰인의 그릇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셰인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가족 간의 상봉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만. 미리 말해 두도록 하지. 에블린은 현재 내 영혼에 구속되어 있는 상태다.”
“아까부터 그대의 영혼에서 누이의 기운이 느껴진 건 그런 이유에서였군. 차라리 지금은 잘된 일이오.”
이렇게 던전 밖으로 나오면서까지 찾던 여동생의 영혼이 타인의 영혼에 구속되어 있는 게 다행이라니?
그 의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후 이어지는 레오나르드의 설명 덕분이었다.
밤이 내려앉은 도시.
셰인과 아네이스는 이어지는 레오나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 * *
“셰인과 아네이스 쪽은 흡혈귀의 생포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반면, 클라인과 하얀 나무 모험단은 물리치는 데 그친 것 같습니다.”
오스튼의 보고에 조용히 서류를 읽고 있던 올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하나는 생포해서 다행이네요.”
“정확히는 둘입니다.”
“네?”
“셰인이 흡혈귀 하나를 생포하고, 다른 하나는 자의적으로 따라오겠다고 했답니다.”
“자의적으로요?”
“예.”
“그 이유가 뭘까요.”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은 아닙니다만…… 에블린의 혈육이라고 덧붙여져 있습니다. 적의는 없다고 하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오스튼도 혹여 제국의 심장까지 찾아와 수작을 부리려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셰인도 바로 곁에 있거니와 자신의 감도 발동하지 않았다.
물론 감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정도면 철저히 관리한다는 조건 하에 이번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연합국의 인물들에게는 흡혈귀를 생포한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적혀 있군요.”
“왜 그렇죠? 이를 알린다면 연합에 더 많은 협조를 얻을 수 있을 텐데요.”
“……대충 예상이 가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 이 이야기를 꺼내기엔 시기상조인 듯싶습니다. 제가 멋대로 그의 의중을 단언하기도 조심스럽지요.”
오스튼의 말에 올리시아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쪽 일이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배웅을 잘해 주도록 하세요.”
“물론입니다, 폐하.”
그러면서 올리시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스타샤는 현재 제국을 수호하기 위해 제국을 순찰 중이었고, 홀로 남은 자신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얼마나 모였나요?”
“마지막으로 델루와 왕국의 사신들이 황성의 문을 넘어갔다는 보고입니다.”
“그럼 다 모였네요.”
“예.”
“그럼…… 가 볼까요?”
생각만 해도 지칠 것 같은 회의를 위해, 올리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올리시아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탐욕과 이기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봐 왔던 황성에서의 권력 다툼은 물론이요, 수도 함락 당시 봐 왔던 여러 인간 군상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완벽함을 위해 가족도 희생시킬 수 있었던 새뮤얼의 존재마저 봐 왔던 그녀에겐 인간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황제로서 시야를 넓게 가질 필요가 있었다.
자기만 살겠다고 남들을 희생시키던 이들이 있던 반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나아가던 한 가정의 가장처럼.
세상에는 그렇게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들도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데 왜 그런 존재들은 그리 많지 않은 걸까요.’
적어도 올리시아는 눈앞에 있는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흡혈귀라는 고대 종족들이 시골 마을을 위주로 습격하고 있다는 말이오?”
“잠깐 실종됐다가 돌아왔더니 흡혈귀의 수족이 되어 있다라…….”
“여태까지 그런 종족이 있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소이다!”
“그저 정황상으로만 그런 고대의 종족이 깨어났다니. 좀 더 제대로 된 증거는 없는 겁니까?”
“증거도 증거이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만한 종족이 잠에서 깨어났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무명? 물론 그 단체의 위험은 잘 알고 있소. 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신께서 만드신 봉인을 자기들이 어떻게 풀어낼 수 있단 말이오?”
“그것도 어디까지나 정황상의 추측일 뿐이로군.”
제국을 포함, 총 열한 개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정리하자면 그야말로 개판 그 자체였다.
그들은 흡혈귀의 존재를 믿을 생각도, 또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몇몇 국가들은 제국의 편에 서기도 있다.
“그야 듣도 보도 못했겠지. 우리 인간에게 남겨진 고대의 기록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것이오?”
“이유가 없이 흡혈귀라는 종족이 깨어났다고? 그저 이유를 찾을 생각이 없는 것 아니고? 다름 아닌 무명이오! 각국의 중진들을 포섭하고 대륙적인 테러 사태를 일으켰던 그 무명이란 말이외다!”
“고든이라는 흑마법사를 이용해 엘프를 다크 엘프라는 새로운 종족으로 탄생시킨 게 바로 그 작자들이오. 신께서 만든 봉인을 일부 해치지 못할 이유도 없지!”
바로 하이엘과 베첼리 왕국이었다.
하이엘 왕국은 제국의 우방국을 자처하는 만큼, 이번 회의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본인들도 정보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흡혈귀의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정보력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여전히 자국민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시골 마을의 청년 몇몇이 실종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감히 신께서 일으킨 기적을 불신하는 것이오?”
“믿기지가 않는군! 오히려 흡혈귀보다 더 위험한 생각이오!”
그런 이들의 탁상공론을 바라보며, 올리시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가요.’
아마, 저들이 저러는 것은 제국의 정보를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얼핏 보기에 저들이 그저 평화에 찌들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저들은 굉장히 똑똑한 자들이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죽음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들로 인해 그들은 이번 토벌전에 대해서 제대로 협력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생각했던 것처럼 곤란하네요.’
아무리 정치를 잘 한다지만, 사람들 사이, 더 나아가 국가 간의 이해득실이 얽히기 시작하면 아무리 대단한 정치의 천재라 할지라도 쉽게 풀어낼 방법이 없었다.
이는 오스튼도 마찬가지.
‘그림이…… 이상한데.’
그러나 오스튼은 올리시아와 다르게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분석에 들어갔다.
결국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올리시아는 대부분 지켜봤고, 오스튼은 간간이 회의에 참가하면서 상태를 지켜봤다.
이윽고 결국 회의에서는 이렇다 할 명확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그에 우선적으로 하이엘과 베첼리 왕국에 조사대를 파견할까 싶었지만, 다른 국가들에서 반대표를 던져 왔다.
“이런 식으로 편 가르기를 하면 연합국이라는 의미가 사라지지 않소?”
“맞는 말이오. 할 거면 차라리 연합국 모두에서 조사대를 일부 보내는 것이 맞겠소.”
“형평성의 문제 아니겠소. 이런 건 급하게 생각할 게 아니오.”
누가 보더라도 그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자신들도 아직 흡혈귀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니, 그런 상황에 남들이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할 속셈일 게 뻔했으니.
본래 연합국의 분위기가 이 정도로 이기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 메자이아 대수림의 개방 이후, 제국과 하이엘 왕국의 큰 성장이 그들의 눈에 거슬리게 된 것이다.
여태까지는 제국과 하이엘 왕국에서 일어난 재앙과 반란 탓에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 제자리를 되찾은 두 국가가 움직이려고 하니 그만큼 반감이 생기는 것일 터.
결국 연합국을 필요로 하는 올리시아가 하는 수 없이 한 발 양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각자의 일정을 조율하고, 다시 한번 회의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크흠.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그런데 시간이 될지는…….”
개중에는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착각한 이들이 더 시간을 끌어 보겠답시고 대답을 질질 끌었으나, 올리시아도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만약, 다음 회의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는 국가는 제국의 이름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 두겠습니다.”
이야기를 지지부진하게 진행하는 것까지는 봐주겠지만, 아예 중단하는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분노가 회의장에 내려앉자, 타국의 귀족들도 그녀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험험. 알겠습니다.”
“우리 델루와 왕국은 연합에 있어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진심을 의심치는 말아 주십시오. 크흐흠…….”
이윽고 귀족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하이엘 왕국에서 찾아온 사절단과 베첼리 왕국의 사절단이 올리시아에게 예를 올리며 자리를 떠났다.
“후우…… 저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사실, 제국의 입장에서 저런 국가들은 몇몇 손만 쓴다면 금방 말을 듣게 할 수도 있었다.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이 될 터.
그러나 올리시아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 봤자, 결국 피를 흘리는 것은 무고한 시민들이겠죠.’
반대로 타국의 귀족들을 상대로 저격성 제재를 가해 봤자, 그것은 곧 전쟁을 하자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저런 이기적인 이들을 두고도 어르고 달래는 수밖에.
“해결 방안을 찾아야겠어요, 오스튼.”
“그렇습니다. 다만…….”
“다만?”
“……아닙니다. 역시, 이 부분은 직접 셰인에게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셰인이요?”
여기서 갑자기 셰인이 왜 나온단 말인가.
올리시아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분명 흡혈귀의 생포를 비밀로 붙인 이유가, 타국의 귀족들이 보이는 태도하고 연관이 있을 테지.’
오스튼은 벌써부터 셰인이 도착했을 때 내놓을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분명, 올리시아는 극구로 반대할 그 방안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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