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3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35화
235화 한 달의 유예 기간
“그런데 황성까지 흡혈귀 일당이 처들어온 거면 엄청 심각한 거 아닌가……?”
디라일라의 의문에 오스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
“엇, 정말?”
“그래. 다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을 뿐이지.”
아예 대책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만의 영역을 이룬 벤자민도 황성에 기거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아무리 벤자민이라 하더라도 흡혈귀의 권속마저 눈치챌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디라일라. 너는 전투가 일어난 장소로 찾아가 그곳의 기억을 읽어 두고, 녀석들의 기운에 익숙해지는 게 좋겠어.”
“어, 알겠어.”
“아참. 혹시 모르니까 벤자민 교수와 함께 가도록 하세요.”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디라일라가 거의 엎드리다시피 허리를 숙이고는 자리를 비우자, 올리시아가 셰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레오나르드는요?”
“황성 주변에 흡혈귀의 권속이 더 없는지 확인한 뒤에 데리고 오는 게 좋겠습니다.”
현재 흡혈귀들은 레오나르드가 이쪽에 붙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이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스튼이 말했다.
“그런데 그를 홀로 내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이미 그에 대한 조치는 취해 뒀다.”
아무리 레오나르드가 본인의 손으로 동료 흡혈귀의 정수를 뽑았다 하더라도, 그조차 연기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셰인은 이미 레오나르드와 근원의 맹세를 해 놓았다.
흡혈귀 사태가 정리되기 전까지, 그는 셰인의 허락 없이 인간을 공격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흡혈귀는 완전히 아군으로 믿어도 되겠군요.”
이어서 올리시아가 말했다.
“그런데 권속과 구울이 황성에 들어온 것 외에 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나요?”
“안 그래도 그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흡혈귀의 권속이 알리야 왕국의 아를렛 백작이라는 것과,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이미 왕국의 국왕은 흡혈귀에게 당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에 더해서, 스스로를 데르단테라 소개한 흡혈귀에 대해 말했다.
“흡혈귀 로드의 핏줄이라…… 분명 강하겠네요.”
“레오나르드의 말에 의하면 젊은 흡혈귀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적어도 제가 상대했던 베네딕트라는 이름의 흡혈귀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아, 역시 쉽게 해결되진 않겠네요.”
내심 셰인이 흡혈귀를 제압하고, 클라인도 별다른 피해 없이 물리쳤다는 소식에 괜찮을 거라 판단했지만…….
과연 무명이 준비한 카드답게 까다로울 듯싶었다.
“그래도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번 것은 다행이로군요. 그사이 흡혈귀들이 일을 키우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태, 그 자가 아쉽게 생각하긴 할 겁니다. 본래라면 더 날뛰길 바랐을 테니.”
그렇기에 에블린의 존재가 황성에 있다는 것을 알렸겠지만, 생각 외로 흡혈귀들은 그 정도로 성급하진 않았다.
“그런데 유예 기간을 한 달로 정해 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적어도 놈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아티팩트를 만들 시간이다. 부족하긴 하지만, 기존에 있던 다른 것들을 조합해서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지.”
“기존에 있던 것……?”
“그런 의미에서, 폐하. 요청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어떤 건가요?”
“반마력 큐브가 필요합니다.”
“아…….”
과거, 메자이아 대수림 탐사 당시 황실의 호위 기사단장이었던 도미닉.
그가 새뮤얼의 명령을 받아 탐사단을 몰살시키려던 순간에 꺼냈던 반마력 아티팩트.
“그걸 기준 삼아 흡혈귀들에게 대항할 수단을 만들 예정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런데 한 달 정도로 괜찮을 까요?”
“생명학파의 장로, 아카덴의 도움이 있다면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날이 밝으면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둘게요.”
그렇게, 각자의 바쁜 새벽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소란스러웠던 새벽이 지나가고, 날이 밝았다.
셰인은 예정대로 흡혈귀에게 대항할 아티팩트를 연구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고, 디라일라는 밤을 새서 흡혈귀와 그 권속 그리고 구울의 기운을 익혔다.
한편, 올리시아와 오스튼도 밤을 새긴 마찬가지였는데.
“그럼, 다들 모이신 것 같군요.”
“……믿기지가 않는군요.”
“인류를 배신하고 흡혈귀의 편에 서다니!”
날이 밝자마자, 올리시아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급하게 남은 사절단을 모아 왔다.
하이엘 왕국은 앞서 한 번 국왕이 잘못된 길을 걸었던 전적이 있었던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금방 깨달은 듯 표정이 좋지 못했다.
반면 베첼리 왕국의 대표는 분노를 터뜨렸다.
“폐하! 저들을 저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그가 가리킨 것은, 지난 새벽 사이에 정신을 차린 구울들…… 다섯 국가의 사절단 대표들이었다.
그들은 흡혈귀에게 귀속 당했기 때문인지 극히 혼란스러워 했는데, 다른 국가들은 그들을 배려해 줄 생각이 없었다.
하룻밤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그들은 아를렛 백작에 의해 당했던 것이다.
“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흡혈귀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혹은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 말하던 그들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만약 셰인이 제때 막아 주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너무도 자명했으니.
“일단,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뒤로 미루도록 하지요. 알리아티아의 대표는 어떤가요?”
알리아티아의 사절단 대표는 여기에 모인 이들과는 다르게 보다 오래전부터 구울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 탓에 남들보다 후유증이 심해서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구울로 지냈던 탓인지, 정신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심각한 모양이군요.”
“정신을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 시도가 있었기에, 지금은 기사들을 배치시켜 두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오스튼. 아무튼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부른 것은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기 위함이에요.”
제국의 편에 섰던 왕국이나, 반대편에 섰던 왕국, 그리고 중립에 있었던 왕국의 사절단 대표들이 귀를 기울였다.
“당분간은 이 황성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흡혈귀들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
“아…….”
“그럴 수가.”
당장 경지를 이룬 기사들이 있더라도, 그들은 국왕의 곁을 지켜야 할 상황이기에 이들의 경호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
남은 귀족들도 사안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언제까지가 좋을 것 같습니까?”
“현재 우리 제국 측에서 마법사들을 대거 투입하여 연구 중에 있습니다. 못해도 일주일 안에는 흡혈귀의 권속이나 구울을 구분할 수 있는 아티팩트가 만들어질 거예요.”
관련된 아티팩트는 디라일라와 제국 소속의 마법사들이 투입되었다.
물론 비밀리에 레오나르드 또한 디라일라를 돕기로 했다.
추가로 올리시아는 보안을 위해 일단 레오나르드의 정보는 숨기기로 했다.
그의 존재는 흡혈귀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치명적인 비수가 될 수 있으리라.
“허어…… 정말 준비가 빠르시군요. 인재가 이리도 많다니…… 경하드립니다.”
“별말씀을. 모두가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제국의 빠른 성장은 올리시아의 편견 없는 시선이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은 아직까지 흑마법사를 정식으로 영입하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흑마법사들의 지식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에서, 올리시아는 흡혈귀와 모종의 거래와 함께, 한 달 뒤에 마주할 예정임을 덧붙였다.
“보안을 위해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만, 흡혈귀들이 원하는 대상은 현재 제국에 있습니다.”
“하면, 거래를 끝마치는 것이 목표입니까?”
“당장은 그렇다고 봐야겠죠. 물론, 거래가 끝난 뒤에 그들이 평화롭게 나올지는 미지수로군요.”
“으음…….”
당연하지만, 올리시아는 흡혈귀의 대표로 나선 데르단테가 조용히 물러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쪽이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그쪽에서도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을 터.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자유라고 했지요.’
자유를 위해 동족을 제물로 바치고, 수많은 인간들을 구울로 만든 존재들이다.
거기에 셰인의 말에 의하면 레오나르드가 특이한 것이지, 그들은 기본적으로 오만하다.
그러니 그들이 인간들을 피해 숨어 살지는 않을 터.
‘무엇보다, 에블린을 그렇게 넘길 생각이 없기도 하고요.’
물론 감정적인 면에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흡혈귀들과의 거래는 어디까지나 시간 끌기일 뿐.
올리시아도 그들과 공존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레오나르드에게 들었던 흡혈귀의 저주였다.
동족 살해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수.
섣불리 그들을 죽였다가는, 아직 던전에 머물고 있는 원로 흡혈귀들이 나설지도 모른다.
레오나르드는 그 부분을 경고했다.
– 젊은 흡혈귀들과 다르게, 원로들이 나서는 것은 극히 위험하오. 자칫 그 무명이라는 단체와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인류의 절반이 무너질 수도 있소.
특히 진혈의 흡혈귀 중에서도 왕이라 불리는 로드가 나서는 순간, 한 왕국이 무너지는 것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 했다.
‘가능하면 장기전으로 가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젊은 흡혈귀들도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인데, 그들의 사정을 봐 가며 전투를 치를 수 있을까.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 한들,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서 적의 목숨까지 봐가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올리시아와 오스튼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다양한 전략을 짜야만 했다.
한 달 뒤. 흡혈귀들을 별 피해 없이 제압시키기 위해서.
* * *
“흐음…… 한 달이나 시간을 줬다고요?”
늦은 밤.
데르단테는 하늘 뒤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으나, 붉은 그의 눈은 미동도 없었다.
그러나 말을 걸어온 상대는 그런 데르단테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굳이 인간들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삶이 짧은 그들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룩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이들입니다.”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말지.”
“이거 참. 기껏 밖으로 빼내 왔는데 이 정도 조언도 못 들어줍니까? 세상 참 팍팍합니다, 그려.”
“됐고. 내가 말한 물건은 어떻게 됐지?”
“남의 말은 듣지도 않으면서 제 할 말만 하다니. 나쁜 남자의 표본이로군요. 그거 여자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태도입니다.”
“…….”
“쯧, 농담도 못하겠군요.”
어느새 데르단테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돌아갔다.
나른한 표정에,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인간.
나태.
아니, 데르단테는 눈앞의 존재가 인간인지도 알 수 없었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앞에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눈앞에 있는 것도 그저 마력으로 만들어진 인형일 뿐이었다.
“말씀하신 물건들은 거의 다 모았습니다. 이쪽도 조금 정신이 없어서 말이죠.”
“그게 다 모이지 않으면 굳이 인간들과의 전쟁을 급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지.”
“흐음…… 그렇다면, 제가 그 이상 참견할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 달은 왜 그렇게 보고 있습니까?”
나태의 물음에 데르단테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신께 기도를 드리는 사제처럼, 경건한 자세로 하늘을 바라볼 뿐.
“참…… 이종족들은 이해하기 힘든 구석들이 많다니까요. 하암…….”
나태는 그런 데르단테의 행동에 금방 관심을 끄고는, 깊게 하품을 내뱉었다.
“요즘 나답지 않게 너무 움직인단 말이야…… 어서 다른 군단장들을 뽑아야 하나……? 근데 걔들 가르치는 것도 일이고. 으, 바쁘다, 바빠.”
그렇게, 홀로 중얼거리는 나태가 허공에서 사라질 때까지.
데르단테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어째서.”
이내 그가 고개를 내렸을 때 짓는 표정은, 평생 답을 구걸해도 침묵으로 돌아오는 신을 향한 원망처럼.
잔득 구겨져 있을 따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