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5화
25화 준비 (3)
준비를 마친 셰인은 일행들과 함께 임시 캠프에서 나와 앞으로 나아갔다.
앞서 수십 차례나 토벌된 던전이었기에 길을 찾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셋 모두 어려운 제약을 걸고 싸웠으니, 나도 거기에 맞게 제약을 추가하도록 하지.”
그러면서 셰인이 스스로에게 내건 조건은, 1서클 마법만 사용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물론 거기에 룬어도 쓰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저 평범한 1서클 마법.
그 정도면 랫맨 소굴의 정리에 어려울 것도 없었다.
* * *
셰인의 뒤를 따라 움직인 경로는 거대한 돔 형태의 땅굴이었다.
천장에는 대형 야광석이 박혀 내부를 간신히 알아볼 정도는 됐을 정도였고, 그 아래로 랫맨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앞서 땅굴 내부를 순찰 중이던 랫맨들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일행이 공동에 들어서자마자 십수 마리의 랫맨들이 각자의 울음소리를 내며 일행을 향해 흉흉한 기운을 뿜어냈다.
“아, 이게 살기인가?”
아까 셰인의 진득하고도 농후한 살기를 맛본 디라일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헷갈렸기 때문이다.
셰인과는 다르게, 십수 마리의 랫맨이 뿜어 대는 살기는 비유를 하자면 칼로 찔린 것과 뭉툭한 젓가락으로 콕콕 찔린 수준의 차이였던 것이다.
“형님, 한 번에 상대하기엔 적의 숫자가…….”
1서클의 마법이라고 해서 살상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도 적이 무방비할 때나 통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셰인은 그 말에 여유롭게 웃어 보이며 답했다.
“보기나 해라. 먼저 디라일라.”
“응?”
“한 줌의 흙이 얼마나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 주마.”
셰인이 시동어도 없이 1서클 마법, 바람 칼날을 일으켰다.
다른 마법과 다르게 비교적 쉬운 1서클이었기에 가능했다.
“바람 칼날? 그런데 그게 바람 칼날이 맞나?”
셰인으로부터 느껴지는 마력 패턴을 보고 금방 알아차린 디라일라였으나,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디라일라가 알기에 바람 칼날은 꽤 훌륭한 절삭력을 가지고는 있으나, 유지력이 부족해 희미한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마력이 담기지 않은 검에도 손쉽게 유지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근데 왜 저렇게…… 두껍지?”
디라일라의 말처럼, 셰인이 소환한 바람 칼날은 그녀가 알던 마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일반적인 바람 칼날은 길어야 50cm 정도인데, 셰인이 소환한 바람 칼날은 말 그대로 검처럼 생겼으니.
“무릇 마법사란 상식에 갇혀서는 안 된다. 디라일라. 왜 너는 너의 흙에 마법을 곁들이려 하지 않지?”
“어?”
디라일라는 지하인이다.
선천적으로 흙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들의 시점에서 그것은 마법과 유사성이 짙어 그녀는 인간들의 사회에서 마법사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디라일라에게 흙을 다루는 것은 이적에 가까운 힘이지, 마법이 아니다.
때문에 정작 디라일라는 마법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그걸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번거로운 일보다, 단숨에 땅을 뒤흔들고 거대한 성벽을 만들 만큼 디라일라의 능력은 뛰어났으니.
셰인은 그 점을 집어 말하고 있었다.
“마법사는 흔히들 정해진 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부터 막힌 길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선지자라 말하지. 하나 틀렀다.”
그러면서, 셰인은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랫맨을 향해 바람 칼날을 날렸다.
“마법사에게 정해진 길따위는 없다. 어느 길에 서 있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하지.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마법은 어디까지나 ‘걷는 법’에 불과할 뿐, 길 그 자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달려드는 랫맨의 손톱이 바람 칼날을 파훼하기 위해 휘둘려졌으나, 바람 칼날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랫맨의 공격을 피해 놈의 옆구리를 크게 베고 지나갔다.
정말 바람 칼날의 절삭력이 맞는 걸까 싶은 위력이었다.
그럼에도 바람 칼날은 조금도 그 형태를 잃지 않고 다음 사냥감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 칼날 또한 어디까지나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하나의 ‘걷는 법’에 불과하지.”
바람은 결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러나 바람 칼날은 그런 바람의 결을 통제해 파괴력이 줄어들었다.
그러는 편이 더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초보 마법사들이 속성을 다루는데 어려움을 덜 겪을 것이고.
하지만 셰인은 그 뻔한 길을 걷지 않았다.
바람을 통제하기보다 인도했고, 그로 인해 바람의 결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셰인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바람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었다.
마법에 의지를 불어넣는 것.
마치 검사가 자신의 검에 의지를 불어넣어 검이 홀로 떠다니듯.
셰인 또한 자신의 의지를 바람 칼날에 불어넣은 것이다.
고위 마법사가 이것을 봤더라면 경악에 빠졌을 것이다.
마법사는 마력을 다루는 자이지, 의지를 다루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처럼 신체 내부의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닌, 신체 외부의 우주를 다루는 마법사이기에.
그럼에도 셰인은 손쉽게 마력과 의지를 접목시켰다.
단순히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가진 능력을 어느 방향으로 뻗게 할지 선택한 결과였다.
그 광경에 디라일라가 뒤늦게 셰인의 마법에 대해 이론적으로 어설프게나마 이해를 마쳤고, 경악한 표정으로 그런 셰인을 바라봤다.
“마법사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개척자이자 선지자다. 정해진 마력 패턴 따위를 읊고 끝내는 걸로 마법사를 칭할 것이었다면, 모든 도서관의 사서들은 대마법사가 됐겠지.”
“미친…….”
그 말에, 디라일라는 경악 속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재정립했다.
셰인의 말처럼.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다룰 수 있는 힘에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에서의 마법은 그저 점수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당연했다.
인간들의 마법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으면 지금 자신이 흙을 다루는 수준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졌고.
설사 시간을 들여 대마법사가 된다 하더라도, 그 시간이면 디라일라 또한 자신의 능력을 보다 개화했을 테니.
한편, 경악에 빠진 것은 디라일라뿐만이 아니었다.
클라인과 아네이스.
둘 또한 셰인의 바람 칼날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해?”
어느새 소환된 또 하나의 바람 칼날.
두 개가 된 바람 칼날이 유유히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보이는 검로는 마치 클라인과 아네이스.
그 둘이 이 던전에 들어와서 펼쳤던 검술과 흡사했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유려하고 아름다운 선을 보이며, 그 안에서 랫맨들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었으니.
둘의 경악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몸을 쓰는데 있어, 나는 클라인 너와 같은 자질은 타고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력을 다루는데 있어서까지 밀리는 것은 아니지.”
마력을 이론적 바탕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셰인 본인이 가진 능력.
적어도 이론의 영역에 있어서는, 결코 클라인이 가진 본능의 영역에 밀리지 않는다.
이는 지난 삶에서 타락으로 인해 내면에 갇히며 긴 시간 동안 셰인이 갈고닦아 온 그의 노력의 결실이었으니.
“잘 보거라. 이게 전장에 있어서 가져야 할 전사의 검이다.”
그러니, 클라인과 아네이스가 펼치는 검술을 이론의 영역에서 파악하고, 분석하고 펼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보다 진보하는 것은 셰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 *
거대한 땅굴 돔 전체에 랫맨의 피비린내로 진동했다.
“으…….”
피 냄새에 현기증을 느낀 디라일라가 코를 틀어쥐었고, 클라인은 복잡한 심정에 눈살을 찌푸렸으며, 아네이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단해.”
아네이스는 어떻게든 방금 셰인이 마법으로 펼친 검로를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그만큼 셰인의 바람 칼날은 아네이스에게 있어 이상적인 검술의 표본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셰인이 이를 막았다.
“아네이스. 방금 내가 한 말을 기억하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라고?”
“맞다. 내가 보여 준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분석한 길일 뿐. 너는 너의 검을 갈고닦아야 한다. 참고하되 매몰되지는 마라. 그 순간 너는 스스로의 길에 가로막혔을 때, 그걸 헤쳐 나가는 방법을 잊어버릴 테니. 선지자는 마법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알았어.”
“그리고 클라인.”
“예.”
“내 전투를 보고 느낀 점이 있더냐?”
“…….”
셰인의 물음에 클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많은 랫맨의 시체를 바라봤다.
셰인은 결코 랫맨을 편하게 죽이지 않았다.
어떨 때는 랫맨의 급소를 피하고 거동이 불편하도록 만들어 동료 랫맨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또 어떨 때는 일격에 죽이며 죽음의 공포를 새겨 넣었다.
마치 몬스터의 본능에 각인시키듯.
셰인은 랫맨의 행동 하나하나에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도록 조절한 것이다.
소름이 끼치도록 몬스터에 대한 습성을 파악한 태도.
거기에 더불어 셰인은 랫맨이 어중간한 공포를 느낄 때 몇 놈을 풀어 주고 다른 동료 랫맨을 부르도록 내버려 뒀다.
그 결과.
처음에는 십수 마리에 불과했던 랫맨의 숫자는 지금 보는 것처럼 수십 마리로 불어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셰인의 바람 칼날은 분명 클라인의 검술과 비슷했으나, 그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
패도적인 검술.
마치 세상을 오시하는 듯한 자세는, 세상을 감싸는 듯하던 클라인의 검술와는 크게 달랐으니.
이는 검을 휘두르는 자가 추구하는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인은 그러한 결과를 클라인에게 요구했다.
디라일라나 아네이스에게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 길을 개척하라는 게 아닌, 길을 제시하는 태도.
클라인은 그 사실이 혼란스러웠다.
형님은 분명 평소 까칠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런 패도적인 성격을 지니진 않았다.
언제 이런 변화를 겪은 것일까.
‘무슨 일을 겪었길래 이런 검을 보여 주시는 걸까.’
동시에 클라인의 몸이 떨렸다.
이는 옅은 두려움, 거부감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클라인은 한편의 마음속에 생기는 작은 변화에 혼란함을 느꼈다.
그런 셰인의 길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 깨달은 것이다.
이는 클라인의 천재적인 검술에 대한 이해도 때문이었다.
전투에 있어서 동정이란 전혀 쓸모가 없는 것.
전투는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였고.
검에는 결코 동정 따위의 부드러운 감정이 들어갈 여지가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그 완성형을 바로 눈앞에 뒀으니.
이런 훌륭한 교과서를 클라인의 재능은 결코 흘려 보내지 않았다.
‘여태까지 내가 휘두른 검은, 무엇을 위한 검이었지?’
분명 이 이후 오랜 고민이 클라인을 뒤따라 다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전처럼 클라인의 검에 적을 동정하는 감정이 들어갈 일은 없을 터.
비록 셰인만큼 패도적인 검술은 되지 못할지언정.
스스로에게 망설임을 제시하는 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