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8)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8화
28화 짧은 신경전
라비아타라는 이름은 특별하다.
단순히 유서 깊은 모험단, 강한 모험단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 이름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이 기원 후 처음으로 인간 사회에서 마력을 사용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초대 라비아타 모험단장은 던전에서 인간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냈고, 그 지식을 아낌없이 세상에 풀어 인류 전체에게 말도 안 되는 성장을 선물했다.
그뿐이던가?
역대 라비아타 모험단장들은 하나같이 역사적인 발견을 해 왔고, 그때마다 인류는 크게 진보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라비아타라는 이름은 현 인류에게 있어서 결코 가벼운 이름이 아니었다.
그래서 셰인을 제외한 일행들은 모두 아닌 척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하하! 이거 진짜 대단하네. 고작 보름 만에 이만큼 준비했다고? 제임스. 우리가 그때 했던 계약이 민망하지 않아?”
“정말 할 말이 없군요.”
라비아타는 크게 웃으며 셰인의 준비성에 감탄했고, 깐깐해 보이는 제임스조차도 그런 그녀의 말을 인정했다.
‘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같은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셰인과 라비아타가 나누는 대화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디라일라는 어이가 없었다.
대략 2시간 전.
라비아타와 제임스가 약속 시간에 맞춰 등장하고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곧바로 메자이아 대수림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실상은 셰인의 독무대라 봐도 좋을 정도였다.
“보름 만에 그 깐깐한 마탑의 장로한테 인정받은 건 당연하고 그 양반한테 마도구까지 뜯어 왔다니. 정말 듣고도 믿기지가 않네.”
“보통 깐깐한 이들이 아니긴 하지요.”
지난 보름 동안, 셰인은 일행들과 던전 토벌을 마친 뒤, 독자적으로 이번 메자이아 대수림의 탐사 준비를 이어 갔다.
그 과정에서 마탑의 인물들과 접촉하고 탐사에 필요한 마도구를 양도받았고, 다른 엘프도 아닌 메자이아 대수림 출신의 엘프까지 어디선가 데리고 왔다.
특히 엘프의 등장에 라비아타가 크게 놀랐는데, 그 이유는 메자이아 대수림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대수림에는 저 귀쟁이들이 그렇게나 아끼는 세계수가 있잖아. 그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저 귀쟁이들하고 싸우기까지 하면 보통 피곤한 게 아니거든.”
사실상 메자이아 대수림의 기괴한 기상 현상과 맞물려 숲의 패왕인 엘프들과 전투를 치르라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였다.
그런 와중에 대화의 창구가 되어 줄 엘프까지 데리고 왔으니, 라비아타의 입장에서는 자다가 떡이 떨어진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거 참, 그쪽에선 이렇게까지 준비해 줬는데 나는 안 좋은 소식이나 들고 왔네. 라비아타라는 이름에 면목이 없어.”
“안 좋은 소식이라면…….”
“뭐, 이번 우리의 탐사에 거머리들이 좀 들러붙었어. 그 녀석들한테는 우리 모험단의 이름값에 네가 퍼뜨린 드래곤 하트가 참을 수 없이 향기로운 꿀단지 같았겠지.”
그러면서 라비아타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용인즉슨, 제국과 메자이아 대수림과 접경 지역인 하이엘 왕국에서부터 동반 파견을 보내 왔다는 것이다.
“거기다 모험가 협회에서 최근에 이름 좀 날리고 있는 모험단도 같이 좀 부탁한다고 붙여 왔더라고. 아주 사방에 도둑놈들밖에 없다니까.”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군요.”
“맞아. 자기들 이름값은 지키고 싶으면서, 또 정보는 얻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적으니 기회다 싶었겠지.”
“저기, 그래도 모두 명성이 적지 않은 곳인데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나요?”
도중에 디라일라가 손을 들어 묻자, 라비아타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떨까 싶지만, 결국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지. 다른 거라면 모를까, 여태껏 발견된 적 없던 드래곤 하트에 대한 거니까. 이쪽을 견제할 겸, 기회가 되면 자기들이 꿀꺽할 심산인 거야. 가뜩이나 위험한 요람에서 우린 같은 인간들끼리 신경전을 펼쳐야 한다는 거고.”
“그리고 정말 눈앞에 목표물이 나타났을 땐, 신경전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셰인의 첨언에 디라일라가 ‘아…….’하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에 이번에는 클라인이 조심스럽게 질문해 왔다.
“그럼 왜 굳이 그들과 함께 가는 겁니까?”
“요람 내부에서는 문제가 일어나면 해결이라도 할 수 있지, 외부에서 적으로 돌아서면 시작부터 일이 꼬이는 수가 있거든.”
“예……?”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그 녀석들의 제안을 거절하면 뒤에서 무슨 수작질을 할지 모른다는 거야. 특히 하이엘 왕국의 경우에는 메자이아 대수림 접경 국가이다 보니 우리가 요람으로 향하는 길을 아예 막아 버릴 수도 있지.”
“하지만 요람의 토벌은 인류의 숙원인데,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 말에 제임스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물론 그렇게 대놓고 가로막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명분은 그들에게 있죠. 혹여 요람에서 뭘 잘못 건드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그와 비슷한 논리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형성하면 여론도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거기다 그 부분을 주관하는 게 연합국의 모험가 협회인데, 이번에는 그치들도 여기에 한 발 걸쳤잖아.”
“예. 그러니 이에 대해 안정성을 확인하겠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시간을 쓰는 것 정도는 그들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라비아타의 이름값이 대단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국제 여론마저 어찌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정면에서 맞붙는 거라면 모를까 그런 식의 여론전은 라비아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니.
“……어렵군요.”
“왜 그렇게 복잡하게들 산데…….”
“정의롭지 않아, 그런 짓은.”
클라인과 디라일라, 아네이스가 차례대로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 라비아타는 그런 셋을 보며 쓰게 웃었다.
본래라면 이 정도까지의 견제가 들어오진 않았을 것이다.
여론전으로 몰고 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요람에 들어갈 때마다 이런 식의 방해가 들어온다면 국민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들고 일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가뜩이나 그 이름값과 전력만으로도 이동국가라는 이명에 걸맞은 라비아타 모험단이, 전설로만 알려졌던 드래곤 하트까지 손에 넣으면 어찌 될까?
국가급 권력을 가진 조직이 그만한 보물을 차지하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될 사항인데, 그게 고작 하나의 조직에 들어간다?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 됐든 그런 이유로 내일 탐사가 시작될 때 인원이 좀 늘어나 있을 거야. 그 부분은 이해 좀 부탁할게.”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 대신 이 부분은 내가 잊지 않을 테니 기대하라고. 그럼 다들 잘 쉬고, 내일 다시 보자.”
“예. 들어가십시오.”
긴 이야기가 끝나고서야 라비아타와 제임스가 식당을 떠났고, 그들의 인기척이 없어졌을 때 디라일라가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피곤하네…….”
그 말에 클라인과 아네이스도 반박할 수 없었다.
“정작 내일이 되면 오늘이 그리워질 거다. 그러니 컨디션 조절은 알아서 하도록.”
일행들은 셰인의 그 말이 사실임을, 금방 실감할 수 있었다.
* * *
“하,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정말 이런 어린 생도들을 데리고 가는 게 맞는 선택입니까? 요람 탐사는 애들 탐험 놀이가 아닙니다.”
자신을 애덤이라 소개한 하이엘 왕국 출신의 기사단장이 눈썹을 찌푸리며 셰인과 그 일행들을 바라봤다.
어딘가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인 그는 각자 인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그 말을 내뱉었다.
그에 호응하듯, 옆에 있던 황실 호위 기사, 도미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확실히 좀 나이가 어리긴 하구려. 요람의 이름이 그리 가볍진 않을진대. 램퍼트 모험단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기는 것으로 하죠.”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좋다며 중얼거리듯 답하는 모험가 협회의 이름으로 나온 램퍼트 모험단장, 일렉사까지.
그들의 태도에 라비아타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이라고 진심으로 셰인 일행을 배척하려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탐사가 시작된 이유는 바로 셰인의 논문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각자의 이해득실을 위해 모인 자리.
그들은 이번 탐사에서 최대한 통제권을 붙잡고 싶어서 저런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어찌 됐든 셰인과 그 일행들은 아직 아카데미 생도들이었으니까.
그때, 파견 나온 이들에게 시선 한 번 돌리지 않은 셰인이 라비아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라비아타 님. 계약서의 내용, 기억하십니까?”
“어?”
갑자기 계약서?
무슨 말인가 싶어 계약서의 내용을 떠올려 보던 도중, 제임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 계약서의 내용상, 셰인 님의 협력 대상은 어디까지나 라비아타 모험단에 한정됩니다.”
“그럼 제가 저들에게 배려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죠.”
“이 시간부로 저는 저들을 독자적인 세력으로 판단할 겁니다. 저들의 생존 여부는 제 알 바 아닙니다.”
파견 세력의 태도에 셰인은 저들을 없는 이들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
“하,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군. 요람 탐사가 그리 만만하게 보이던가?”
곁에서 그 말을 들은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장, 애덤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셰인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려 했으나, 누군가 그런 셰인의 앞을 막아섰다.
“이봐. 우리 단장님께서 말씀하지 않나. 어려서 눈에 뵈는 게 없나 보지?”
파견단에 포함된 기사 중 한 명이 거대한 덩치를 들이밀며 그리 말하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경직됐다.
“후우.”
“한숨?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웰스. 그만해라. 저쪽의 입장이 저러니 우리도 그에 맞게 취급하지.”
“하, 단장은 사람이 너무 착해서 문제요.”
애덤이 말리는 척 말했으나, 결국 이 또한 기선 제압을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
“이런 애송이들은 인생의 매운맛을 모르지. 그 잘난 가문의 이름 하나 믿고 왕국의 기사단장에게 이따위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러면서 웰스라 불린 기사가 셰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던 순간.
라비아타가 그 손을 막았다.
“야.”
“엇.”
“적당히 하지?”
“…….”
그 한마디에, 웰스는 눈살을 한 번 찌푸리고는 라비아타의 손을 뿌리치고는 말했다.
“뭐, 알겠소. 그 유명한 라비아타의 말이니 이쯤 하지.”
그렇게 웰스가 기사단으로 돌아가자, 라비아타는 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야야, 아무리 그래도 죽이려 한 건 좀 아니지.”
방금,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으나 라비아타만은 셰인의 왼손 아래로 모이는 은밀한 마력을 눈치챘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난번 라비아타가 봤던 마탄과는 전혀 다른 살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신세를 졌습니다. 제가 타인과의 접촉은 극도로 혐오하는지라.”
신세를 졌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방금은 정말 저 웰스라는 기사를 불구로 만들 생각이었다.
회귀 후 많이 유해지긴 했으나, 셰인은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혐오한다.
인류를 지키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가올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였고, 또 그 과정에서 망가져가는 클라인을 지켜 주고 싶기 때문이지 결코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방금처럼 성격대로 행동했다면 일이 귀찮아졌을 터.
“어우, 두 번 손대면 목숨까지 잃겠네.”
그렇게 라비아타가 농담을 내뱉으며 멀어졌고, 이어서 일행들이 다가왔다.
“야 이, 진짜 저것들 싸가지가 없네? 잘 참았다, 잘 참았어.”
뒤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던 디라일라가 대신 화를 냈고, 아네이스와 클라인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클라인은 파견단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는 웰스를 보는 눈초리가 좋지 못했다.
‘저 녀석이 사람한테도 저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나.’
그 모습이 퍽 재미있던 셰인은 방금 느꼈던 혐오감이 씻기는 듯했다.
“됐다. 어차피 저 웃는 표정들이 절망으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그 말이 실현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대수림 초입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속성이 뒤섞인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빨리 달려라, 빨리!”
그럼에도 애덤은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의 휘하 기사단원들에게 소리쳤다.
콰과과과과과──!!
다만,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져 내렸을 뿐.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사방에서 강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물줄기가 터져 나오며 일행들을 압박해 왔다.
한편, 이 사태를 일찍이 눈치챈 셰인의 일행과 라비아타 모험단은 저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 상황.
그런 그들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있던 황실의 호위 기사, 도미닉과 램퍼트 모험단 또한 그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뒤처진 것은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뿐.
물론 그들이 뒤늦게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아무 말 없이 달리기 시작한 셰인을 따라간 나머지 일행들보다 1분 정도 늦었을 뿐이다.
나름 신속하게 움직였다 해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나무뿌리 사이로 터져 나오는 물줄기에 발이 꼬일 뻔했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로 만들어진 동굴.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인지 거대한 나무뿌리가 시작되는 나무의 밑으로 커다란 입구가 뚫려 있었다.
앞서 달리던 셰인과 일행, 그리고 라비아타 모험단은 이미 나무의 밑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저 안으로만 대피한다면 숨 돌릴 틈은 있을지도 모른다.
“크아악! 사, 살려우흡?!”
그때, 무리에서 가장 뒤떨어져 오고 있던 기사 중 한 명이 나무뿌리 사이에서 터져 나온 물줄기에 맞아 쓰러졌다.
“웰스!”
하필이면 아까 셰인을 위협했던 기사였다.
이에 그걸 두고 볼 수 없던 애덤이 달려가 그를 끌고 오려 했으나, 애석하게도 웰스는 넘어짐과 동시에 물줄기와 함께 저 아래로 빨려내려갔다.
하도 물줄기의 힘이 강했기에, 웰스가 재빠르게 검을 땅에 꽂아 넣었음에도 순식간에 쓸려 버린 것이다.
오